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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들처럼…… 7년만의 재회

니르바나 |2005.08.06 07:36
조회 1,648 |추천 0

“7년 만인가? 정말 오랜만이네.”

정훈이 유미에게 처음으로 건넨 인사말이었습니다.

“그러네요. 잘 지냈어요? 오빠는 여전하네요.”

7년만의 해후. 그들 사이엔 어느덧 그만한 시간이 흘렀던 겁니다. 대학시절 처음 만나 서로 사랑을 하던 두 사람은 7년이란 시간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모습을 찾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서로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한때 주위의 부러움을 살만큼 깊은 사랑을 나누던 두 사람, 지금의 유미는 5살 난 딸을 둔 미망인이 되었고 정훈은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며칠 후면 한국을 떠나 뉴욕에서의 새 삶을 하게 됩니다.


우연하게 유미의 소식을 듣게 된 정석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 한번쯤 만나고 싶은 마음에 연락을 취했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은 과거 자신들이 자주 찾던 카페에서 재회를 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저…”

“유미…”

“먼저 이야기하세요.”

“어, 그럴까? 네 소식은 들었어. 어떻게 지내니?”

정훈이 말하는 소식이란 유미 남편의 교통사고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뺑소니 사고였기 때문에 보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유미의 형편은 좋지 않았습니다. 유미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그냥 그렇죠. 오빠는요? 어떻게 지냈어요.”

정훈은 대답대신 엷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집의 미대생이었던 정훈을 못마땅해 하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서 결국 7년 전 도망치듯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했던 유미, 그런 그녀를 잊지 못해 그 동안 다른 여자는 만나지 않았던 정훈이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희망은 오래 전에 버린 채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지낸 정훈이지만 그녀를 원망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나도 그렇지 뭐. 참 그보다 너한테 부탁할 것이 있어.”

“부탁이요?”

정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응, 나 곧 미국으로 유학을 가. 나 돌아올 때까지 네가 이 카페를 맡아주었으면 해. 어때? 해줄 수 있지….”

“그건…….”


이제 일주일 후면 뉴욕으로 미뤘던 미술 공부를 하러 떠나는 정훈은 마지막으로 유미를 위해 자신의 카페를 주려고 했던 겁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금, 마땅히 생계 수단이 없는 유미에게 해줄 수 있는 정훈의 배려랄까. 정훈의 제의를 듣는 순간, 유미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였습니다. 자신이 정훈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거절을 하는 것이 옳았지만 부모님도 작년에 돌아가신 마당에 하나 뿐인 딸을 생각하면 그러지도 못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유미의 마음을 헤아린 정훈은 다시 한 번 소리 없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사양할 필요 없어. 나, 너 원망하지 않아. 그러니까 아무 말 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알겠지? 그렇게 하는 거다.”

“오빠, 하지만 나는…….”

유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정훈은 예정대로 미국으로 떠났고 유미는 그를 대신하여 카페를 맡았습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한 번의 계절이 바뀔 때쯤 대청소를 하기 위해 카페 구석구석을 치우던 유미는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지하실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은 정훈이 화실로 쓰던 작업공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방치해둔 탓에 곳곳에 먼지가 쌓여있었고 캔버스와 벽에 걸려있는 액자에는 하나같이 하얀 천으로 가려져 있었습니다.

 

   

유미는 정훈이 돌아왔을 때, 깨끗해진 이 곳에서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지요. 먼지들을 털어 내기 위해 캔버스에 드리워진 천을 치우는 순간 그녀는 무언가에 맞은 듯 멍한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유미는 황급히 다른 액자들에 걸린 천들을 걷어내었습니다. 작업실에는 모두 18폭의 액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모두 유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화폭에 나타난 사인과 날짜를 확인하니 지난 7년간 정훈이 유미를 생각하며 그렸던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훈은 그렇게 유미의 초상화를 그리며 견뎌왔던 것입니다. 7년 동안 단 한번도 그녀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고 말입니다. 혹시나 유미의 모습을 잊을까 두려워 그렇게 그림 속에 담아두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유미는 그날 하루 카페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의 작업실에서 울고 또 울며 우두커니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며, 정훈의 사랑에 감사하면서.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작업실을 나온 유미는 처음으로 정훈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녀가 쓴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정훈이 예정된 기간보다 서둘러 귀국을 하겠다는 것을 보면 그가 기다리던 대답이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두 사람을 사랑을 하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계신가요

  

이상, 니르바나였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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