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54. 투덜이의 그리스 헤매기 - 그리스 페리, 네 정체를 까발리마….

투덜이 |2005.08.08 23:00
조회 446 |추천 0

에게해에는 2000여 개의 그리스 섬들이 흩어져 있다고 하고, 그 중엔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도

있고 개인소유의 섬들도 있다고 한다.  당근, 그리스는 이 수 많은 섬들을 오가는 페리 노선이 잘

발달된 해상교통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에서 페리는 우리의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기차처럼

정규 노선이 안 가는 곳이 없이 아주 편리하게 잘 연결 되 있다.  그러나, 그리스의 페리, 이것만은

알고 타자 !!!

 

이노무 그리스 페리 시간표는 관광객이 드글 거리는 성수기와 관광객 코빼기도 보기 힘든 비수기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니 우리나라 열차 시간표에 그리스 페리를 비교하는

것은 좀 우스운 짓 이지만, 암튼, 성수기엔 매일, 심지어 하루에 두 편씩 있던 배가 비수가 되면

일주일에 두 편, 심지어는 일주일에 한편으로 줄어든다….  이건 좀 심하지 않냐…  그나마도 비수기인

겨울철엔 기상도 자주 악화돼서 툭하면 아무런 통보 없이 배가 기냥 캔슬된다.  다른 대체 수단을

알아봐 주냐 ?  기딴거 없다.  그냥, 입 닥치고 돌아가 다음 배 시간으로 표를 바꾸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 다음 배 뜰 때까지 운 좋으면 하루, 재수 없으면 일주일씩 섬에 갇혀 계속 다음 배를 기다리든지,

혹시라도 뱅기는 뜰 수 있다고 하면 환불 받아 뱅기표 다시 사서 공항으로 가던지, 암튼 아쉬운 넘이

다 알아서 해야 한다. 

 

“이런 법이 어딧어 !  나 같은 외국인은 어쩌라구, 최소한 미리 알려는 줬어야지, 아님 다른 대체수단

이라도 좀 알려 주던가…” 하고 씩씩거리면서 항의해야 눈썹 하나 까딱 한 한다. 되려 내 뒤에 서 있던

약간 나이 지긋한 여행자가 내가 딱해 보이는지 내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위로한다.  “얘야, 진정해.

여긴 그리스란다…”  흥분 해 봐야 흥분하는 나만 바보 된다는 소리다…

 

그리스 페리는 사람만 실어 나르는 게 아니라 차, 트럭, 짐, 기타 등등… 오만 것을 다 실어 나르는

4-5층짜리 무지 커다란 배들이고 시설 또한 깨끗하고 무지 훌륭하다.  비행기의 비즈니스 석 까지는

아니지만 그 비슷하게 편안한 좌석들도 비치 되 있고(이런 좌석은 몇 개 안 되는 관계로 1st come,

1st service 다.), 캐빈을 예약하면 편안하게 자면서 갈 수도 있고, 꼭대기 갑판으로 올라가면 탁 트인

갑판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갈 수도 있고, 괜찮은 카페테리아에 오락실에… 꼭대기까지는 아니지만

이층 까지는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암튼 시설도 훌륭하고 다 좋은데, 일단 기상이 나쁘면 이런 거 다

말짱 꽝이다.

 

난 배멀미가 그렇게 무서운 건지 첨 알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씩 갑자기 일어나 조용히 화장실로

가기 시작 하는데…  화장실 근처에서부터 들리기 시작하는 소리…  우웨왝….. 다들, 워낙 익숙한지

몇 번씩 들락 거리면서도 죽어가는 사람 하나 없데…  난 세번 들락 거리니까 딱 죽겠더만….  배가

워낙 커서 배가 심하게 흔들린단 느낌도 안 들었는데, 내가 좀 원래 둔하다 보니 왜 이렇게 속이 안

좋냐 하고 있다 토 할거 같아 화장실에 달려 가 보니, 이론이론…  나 같은 증상의 사람이 아예 줄을

섯드만…  화장실이 많으니 다행이지, 안 그럼 클날 뻔 했다… ㅋ.ㅋ.ㅋ.  이러니 아무리 페리 시설

삐까뻔쩍 해도 날씨만 쫌 나쁘면 아주 비참한 여행으로 변해 버린다.

 

그리스는 수 많은 섬들을 연결하는 페리망이 잘 발달돼서 못 가는 곳이 없지만, 문제는, 터키서 로도스

오는데 30분 남짓 ? 걸리는데, 로도스에서 크레테 섬을 갈 때는 정확하게 12시간이 걸린다.  서울서

뉴욕까지 뱅기로 10시간 남짓 걸리는데, 심지어 그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그렇게 두 섬이 끔직하게

멀리 떨어져 있냐 ?  그건 아니다.  그럼 페리들이 기어가나 ?  것두 아니다.  문제는 이 페리가 크레테

까지 가는 동안 수 많은 작은 섬들을 모두 거쳐서 간다는 거다…  뭐 성수기엔 쫌 빠른 페리가 있긴

하겠지만 비수기엔 다니는 배 편수가 적으니 한번 오 갈 때 오만 섬 다 들러 태우고 내리고를 반복,

이건 거의 산골을 도는 시골버스 수준이라고 할까 ? 한번 배를 부두에 대면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씩

죽 때리고 손님을 태운다.  이러니 쫌만 멀어도 가볍게 10시간은 넘기지 않겠냐고요…

 

게다가… 페리 요금이 꽤 비싸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 무신

불공평한 처사인지는 모르겠으나, 페리 요금은 편도나 라운드나 크게 차이가 없단다.  거기 사람들은

당근 라운드 티켓을 싼 값에 사고, 대부분의 그리스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최소한 섬 두곳 이상은

들르니, 뜨내기 여행자들은 거의 라운드 요금 내고 편도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 너무나 현명하게

현지인들을 고려한 요금체계 아닌가 !

 

그리스 사람들이 거친 뱃사람들이라고는 들었지만 불친절 하다고 까지 생각은 안 했는데, 페리를 타

보니 그리스 사람들, 좀 심하게 무데뽀다…  한번은 배가 기상 악화로 내가 타려던 배가 아무런 통보

없이 캔슬되는 바람에 여차저차 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내가 뱃삯을 원래보다 훨씬 더 많이 치르게

된 경우가 있었다.  기상 악화는 내 잘못도 아니고, 페리 회사 잘못도 아니지만 결국 배가 캔슬 됐으니

회사측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도 아니니 내가 추가로 치른 뱃삯 분은 돌려 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customer service에 문의를 하니, 딱 잘라 하는 말이 자기네는 어떤 요금도 돌려줄 수 없단다.  

 

왜 안 되는지 설명은 그 직원 영어가 짧아 못하는 거 같아 그럼 너네 매니져랑 얘기하고 싶다고 했더니

매니져 방으로 안내 해 주는데, 그 사람도 똑같다.  내 말이 다 맞지만 자기네 규정상 자기는 어떤

요금도 돌려 줄 수 없다고 해서, 그럼 어떻게 돌려 받을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달라니까 그런 방법은 "없단다". 

 

진짜 각목만 안 들고 욕만 안 했지, 순 깡패도 이런 깡패가 다 있나 싶어 열이 받아 그럼 너네 회사에

정식 항의 편지 보내게 주소 알려 달라고 하니까 complain letter form을 하나 주면서 써서 보내

보란다.  그래도 돈은 못 받을 거란 말도 잊지 않고 덧붙이면서.   그래도 최소한 사과나, 제대로 된

설명이라도 들어야 분이 풀릴 거 같아 한 장을 빡빡하게 채워 상황 설명을 자세히 하고, 여차저차

하니 차액은 돌려주는 것이 정당하지 않느냐, 만약 절대 돌려줄 수 없는 거라면, 최소한 내가 납득

할 수 있는 설명이라도 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조목 조목 쓰고, 내 집 주소,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모두 적어 보냈는데…  반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페리 회사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역시 거기는

그리스였다.  아니, 답도 안 할거면서 customer complain letter는 왜 갖춰 놨냐고요 ? 게다가 더

뻔뻔한 건, 이 페리 회사 슬로건이 “your smile is important to us, so is your opinion” 이라는 거다. 

얘네들, 이 말 뜻은 아는 걸까 ???

 

이런 사유로 인해 많은 유럽인들은 그리스 섬을 여행할 때 페리가 아닌 비행기로 대신하고 있다.  

물가가 결코 싸지 않은 그리스에서 호텔 숙박비를 생각하면 비행기가 좀 더 비싸더라도 시간도

절약되고 편안하니까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남았다…  하긴, 내가 몇 번 당해 보니, 짧은 휴가를

호러블한 여행이 될 수 도 있는 페리에 시달리며 보내고 싶은 바보는 없겠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 개인적으론, 그리스 여행을 하면서 이 야만적인 페리를 한번도 안

타 본다면 진정 그리스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운 좋으면 정 많은 보통 그리스

가족들과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고생스러운 일 들도 그 당시엔 열 좀 받았지만 지금은 전부

추억이 됐으니까…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