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은 방안으로 들어와서 숨을 고르게 쉬는 연습을 했다.채하와 눈이 마주쳤을때 자신이 왜 당황해야만 했는지 그녀는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주먹으로 가볍께 튕기는시늉을 했다.그가 아무렇치도 않은 반응을 보인게 못내 아쉬웠지만 다시 냉정을 찾아 그의 가정부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다.계속 들리던 그들의 대화가 일순간에 뚝 끊기더니 정혁이 남경의 방을 쳐다보며, 나간다는 말을 했다.
"남경씨 저희 갑니다."
남경은 정혁의 말이들리자 다시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가시게요?"
말하던 남경은 언제 옷을 갈아 입고 왔는지 말끔하게 차려 입은 채하를 보다 그와 눈이 마주치게되자 다시 고개를 정혁에게로 돌려버렸다.
"혼자 있을텐데 같이 갈래요?"
민호가 의외의 말을 하자 다들 눈을 동그랗게뜨고는 민호를 쳐다봤다.
"가긴 어딜 간다는 거야?집에서 할일도 많을텐데 ..이따 저녁때 나온다며?영화얘기하면 길어질텐데 번거롭게 왜 데리고 나가려구 그래?그렇죠 남경씨?"
지희의 살갑지 않은 말에 남경은 무심코 대답을 했다.
"네 그럴께요."
"그럼 저녁때 전화 할테니까 집에 있다가 나오는 거에요?"
갑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 민호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떤 말이 라도 해야 될것 같아 식사 얘기를 꺼냈다.
"정말 사주시려구요?"
"남자가 한입갖고 두말 합니까?"
말하고 있던 민호의 표정을 살핀 채하가 다시 말을 끊었다.
"여기서 우리가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있는건가?어서 나가자구"
"그래요 얼른가요"
말을 가로지르던 지희가 채하의 팔짱을 끼며 얘기하자 채하는 짜증난다는듯 자신의 팔을 그녀의 손에서 얼른 떼어내 버렸다.하나,둘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동작을 약간 미그적 거리던 채하가 남경이 서있는 곳으로 몸을 돌리고는 무슨말을 하려고 하던 순간에 기다리던 지희가 채하의 손을 끌고 가버렸다.
시끌시끌했던 집안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버리자 텅비어버린 빈 공터 같았다.그녀는 거실을 눈으로 한번 휘익 둘러보고는 팔을 걷어부쳤다.다용도실에 있던 청소기를 꺼내 들어 거실부터 차근차근 청소하기 시작했다.그녀가 청소기를 돌린동안에 청소기의 굉음에 시끄러울법도 한데 연신 콧노래로 흥얼거리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이순간 기분이 최정상임에는 틀림 없었다.
"이 영화 필이 막 오지 않냐?"
"난 뭐야! 채하의 애인이어야 되지 않아?채하와 그여자 사이에서 훼방만 놓는 훼방꾼이라니,내 인물설정이 왜이러는거야??"
채하와 민호가 피식 웃어보이더니 민호가 시계를 쳐다봤다.
"어?벌써 일곱시네?"
채하도 시간을 봤다.민호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들어 남경에게 전화 했다.민호는 전화를 거는 순간에도 채하에게 말을 했다.
"요즘세상에도 핸드폰 없는 사람이 어딨냐?채하 니가 안사주면 내가 사준다?어?여보세요.남경씨?"
남경이가 받은걸 확인하고 채하는 민호의 핸드폰을 잽싸게 빼앗아 버리고는 그가 남경에게 아무렇치도 않은듯이 얘기했다.
"지금 나오라구. 아까 민호가 얘기했던 장소 알지?그쪽으로나와. 그리고 방정맞게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라구 그러다 또 쓸데없이 몇가닥 남지 않는 머리카락 홀라당 다 벗겨져서 길에서 징징대지나 말란 말이야"
말은 삐딱선이어도 자신을 은근히 걱정해주는 채하가 고맙게 느껴졌다.전화를 끊고나서 남경은 서둘러 준비했다. 무슨옷을 입고 갈까 고민하던중 자신이 차려입고 가면 채하가 놀릴것 같아서 그냥 편한 차림인 티셔츠와 진을 입고 나가기로 했다.남경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간만의 외출을 설렌 마음으로 한발짝씩 발을 내딛었다.걸어가다가 자신을 보면서 웃고 서있는 경비원아저씨에게도 인사하는걸 잊지 않은 남경이었다.
"유채하씨와 약속 있나 보군요?"
"아,네에"
경비원 아저씨는 밝게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남경이 오피스텔 계단을 반정도 내려갈때쯤 순간 남경의 발이 얼어붙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공손히 인사하던 여자는 자신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던 그 아줌마였다.
"놀래실거 없어요.사과하러 온거니까"
남경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제가 너무 심했다고 얘기하려고 온거에요.그런 의도는없었어요"
"아니에요.전 괜찮습니다.여기까지 오실필요 없었어요,전 그때 아주머니를 용서 했었어요.그럼 전 약속이 있어서..."
인사를 하고 나서 앞으로 걸어가려던 남경의 팔을 아줌마가 잡았다.놀랜 남경이 그녀를 쳐다봤다.
"제 딸아이가 있어요.이제 유치원생인데 어린애가 유채하를 굉장히 좋아해요.그래서 그랬던 거구요.그래서 부탁좀 하려구요...저희집에 같이 가주시면 안될까요?당신이 유 채하의 부인이 될 사람이 라는걸 알면 굉장히 반가워 할꺼에요."
그말을 듣고 당황하던 남경이 시계를 쳐다봤다.
"죄송해요.오늘은...."
"우리애가 아파요.삼십분도 안되나요?"
셋은 벌써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지희가 눈치를 살펴 채하가 앉아 있는 옆자리로 가려다가 민호의 손에 저지되고 말았다.
"왜또?"
"여긴 남경씨 자리야.사람들 눈도 있는데 이러고 앉아 있으면 뭐라고 생각하겠어?더군다나 우리주위엔 기자들이 득실거리고 있는데"
"알게 뭐야?"
못이긴척 지희는 채하의 자리에서 일어나 민호의 옆자리로 옮겼다.
"내가 너옆에 앉아있는걸 영광이라고 생각해.스캔들 나면 누가 손핸줄 알아?"
"그야 나지,난 연상은 싫다구"
채하는 둘의 대화에는 관심도 없었다. 계속 들어오는 입구에만 신경쓸 뿐이었다.
"삼십분이나 지났는데,이게 뭐야?한사람땜에 밥도 못먹구"
"대체 무슨 여자가 약속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채하는 물만 연신들이키며 마시던 컵을 테이블이 흔들릴 정도로 내려놓았다.
"집에 전화 해봐"
"맞다.자신의 처지를 알고는 나오기가 싫은거야.이제서야 자기자신을 아네"
지희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채하는 집에다 전화를 했다.역시 받지 않았다.채하는 스스로 짜증을 내며 민호에게 우리끼리 그냥 먹자며 음식을시키라고 했다.음식이 테이블위에 올려지자 지희는 연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그는 남경이 일전에 외박한게 갑자기 떠롤랐다.'늘 제멋대로인 여자군'채하는 음식을 먹고나서 그들과 광란의 밤까지 즐기고는 집으로 가는 택시에 올라탔다.택시가 오피스텔 앞에 멈추었다.채하는 허탈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안에서는 경비원 아저씨가 채하를 보며 꾸벅 인사했다.채하는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하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었다.그때 경비원의 말소리가 들렸다.
"혼자 오시네요?"
"....."
"아까 만나러 가신다길래..."
'여기저기 소문만내고 다니는 구만 그렇게 내가 당부 했건만'
채하는 엘리베이터가 일층으로 내려오자 계속대는 경비원의 말을 무시하고는 올라타버렸다.집으로 들어온 채하는 불꺼진 거실을 보고는 한숨부터 쉬었다.왠지 남경은 그에게 있어서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무슨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그녀가 신경이 쓰였다.신경쓰이면서도 이런식으로 행동하는 그녀에게 화가났다.'또 외박하시겠다.내일다시 기자회견을 열어야 겠어!그녀와내가연인이 아님을 밝혀야 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