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진실과 거짓은 백짓장처럼 가볍다.!?
“저기 있잖아. 그게 말이야.”
“천천히 생각 잘하고 말해. 안 그럼 진짜 후회하게 될 테니까....”
조금 전 보이던 미소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그는 무섭게 그녀를 바라보며,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저런 소릴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남자 그러니까 소희 대신 맞선 본 남자 최대한이란 사람은 네가 잘 아는 미주의 담임선생님이다. 라는 말에 무슨 후회가 따르겠는가....... 아무래도 규식의 속내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흠흠 너야말로 뭔가 오해하는 거야.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왜 네가 화를 내고 그러냐? 그 사람은 그러니까 최대한 그 사람은 미주의 담임선생님이셔. 그뿐이라고”
그녀는 최대한 진실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진실이란 건 때론 그에겐 통하지 않는 다는 듯 오히려 그녀가 애써 들춰내지 않으려는 다음 이야기에 더욱더 호기심을 들어내며, 끈질기게 캐물었다.
“그리고,”
“그리고? 뭐 또 뭐가 알고 싶은 건데? 그게 전분데......”
“소희 누나에 대한 이야기.”
정말 집요하고, 악랄한 놈. 그는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그 날의 사건들을 모조리 알고 싶다는 듯 그의 눈이 날카롭게 번득거렸다.
“뭐? 그 그거 별거 아니 야. 그냥 서 선 봤어. 그러니까 저 소 소희 대신 맞선 본 거뿐이라고,”
그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없었다. 그가 그녀의 무엇도 아닌데 왜 갑자기 소희대신 선을 봤다는 대목에서 목이 콱 막혀 버리는지 그에게 사실대로 말하면서도 왠지 양심에 가책을 느낀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다독여야 했다.
‘사실이잖아 그것뿐인걸. 그런데 내가 왜 저놈에게 굳이 변명처럼 말해야 되는 거냐고’
그녀의 말에 그는 기가 막히고, 숨이 막혀 이것이 분노와 질투란 걸 알지 못했다.
“....!!!”
그녀가 맞선을 본 것뿐이라는 말에 그는 적잖이 놀란 모습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몹시 화가 났다. 자신의 애마를 그녀가 망가뜨려 놨을 때보다 더 심하게 화가 나려 했다. 배신감. 이것은 분명한 배신감이었다. 그는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최대한 무뚝뚝하게 되물었다.
“그래서 좋았어?”
“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뭐가 좋았냐고?”
그가 ‘좋았냐고’ 물어 오는 의미를 알아 체기도 전 그가 격한 음성으로 다시 한번 물었다.
“맞선 보니 좋았냐고!!”
그는 그녀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몹시 화를 냈다. 그의 태도에 무언가 분명히 잘못 되고 있음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야! 강규식 너, 그런 소리 할 거면 당장 네 집으로 돌아가.”
그녀는 안 그래도 여기 저기 욱신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나마 간신히 참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그가 그녀에게 얼토당토않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 몹시 신경질이 났다. 마치 바람난 애인을 나무라는 듯한 그의 태도에 화가 났다.
‘에? 설마?’
그녀는 화를 내며, 방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그를 향해 무섭게 돌아섰다. 그리고 설마라는 생각을 가지며, 그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너, 설마 나 좋아하는 거니? 그런 거야?”
그녀의 물음에 그는 절망적으로 아픔을 느껴야 했다. 그녀가 그의 마음을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듯 무관심한 태도로 물어 오다니. 그는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녀에게 크게 소리쳤다.
“그래, 좋아해! 아니 사랑해! 몰랐다고 말하고 싶다면 너무 늦었어. 유난희!”
‘하! 나 원 참......’
그녀는 지금 이럴 때 그에게 뭐라고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무슨 말로 그를 위로 해 줄 수 있을까. 아니 ‘난 너의 상대가 아니 야’ 란 이 한 마디가 그를 더 힘들게 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아무리 그녀가 허울 없이 지내도 좋다는 식으로 그를 편하게 대해 줬어도. 그녀에게 이런 건 영 아니 올시 다였다. 남자에 男자도 관심이 없는 그녀에게 그가 보여주는 태도나 행동은 영락없는 동생 그 자체지 그 이상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해, 아니 사랑해’ 라고 말하고 있는 그를 보니 한숨만 나왔다.
“휴! 규식아 이건 아니 야. 절대. 그래 네가 착각하는 거야. 우리가 한 두 해 보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너랑, 안돼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왜? 말이 안돼!”
“왜라니? 당연히 넌 내 동생 같으니까 안 돼지!”
“누가 네 동생하고 싶데!”
그녀는 더 이상 그와 대화다운 대화를 포기하듯 방으로 들어가 쉬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앞을 그가 떡 하니 가로막아 섰다. 갑자기 그녀의 앞에 서있는 그를 올려다보니 그녀의 가슴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그의 눈빛이 점점 이상하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그가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훔쳐 갔다. 그녀에게 그 모든 게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녀는 너무 놀라고, 화가 나기만 했다.
남들이 들으면 ‘연하에게 사랑받아 좋겠다.’ 라고 말하겠지만, 그녀는 정말 이 녀석에게는 조금의 흥분과 기대감이란 게 전혀 없을 정도로 그냥 무덤덤하기만 했다. 그런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하다니. 규식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이 주는 불쾌감. 그녀는 화가 나서 앞뒤 재지도 않고, 그의 튼튼한 정강이를 힘껏 차주었다.
퍽! 우욱! 악!
그는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한 죄로 그녀에게 걷어차인 정강이를 부여잡고, 아파했다. 화가 난 그녀는 아파하는 그를 향해 매몰차게 소리까지 지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너! 이 눔 자식 그 따위 말도 안돼는 소리 할 거면, 다시는 내 눈앞에 얼씬도 하지 마, 이 딴 짓 두 번 다시 하면 그땐 정말 가만 안 둘 테니까!”
쾅!!!!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한숨까지 내쉬며, 생각했다. 어린놈을 너무 예뻐 해 줬더니 이런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더 이상 그가 어디까지 기어오르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의 불쾌한 행동이 준 화를 참기 위해 그녀는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고 매번 무진 애를 썼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선을 봤다는 말을 정말이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때 그만 그의 꼭지가 돌아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서슴없이 키스를 해버린 것이다. 그에게 화를 내며, 방으로 들어가 버린 그녀의 등을 바라보며, 맞아서 아픈 정강이 보다 그의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정말 야속했다. 하지만, 결국 조금만 더 참았다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체 그녀의 집을 씁쓸히 나와 버렸다.
그녀는 그가 나간 후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 자기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애꿎은 책상 모서리만 탁탁 쳐대고 있었다. 그러다, 잠이나 청하려고, 침대에 두 눈을 꼭 감고 누웠다. 그런데 젠장 애써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그놈의 무례한 키스가 자꾸만, 생각나서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번지려했다.
[전화 왔어요....... 전화 받으세요....... 전화 왔어요....... 전화 받으세요.]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시끄럽게 울려대는 그녀의 휴대폰이 그녀를 심난함에서 깨워주었다.
“난희야, 안 오고 뭐하니?”
규식과의 일로 침대 위에 심드렁하게 엎드려 있는 그녀에게 그녀의 언니가 안 온다고 성화였다. 오늘따라 방에서 한발작도 움직일 힘조차 없는데.
“그냥 쉬고 싶어. 언니.”
“뭐! 네 형부가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서 와라 좋은 말로 말 할 때”
기운 없이 말하는 동생은 아랑곳 하지 않고, 꼭 끝에 가서는 협박조로 오라 가라 야단을 하고야 마는 유재희 여사. 그러니 안 갈 수도 없고, 더군다나 처제를 유난히 좋아하시는 형부가 목을 빼고 기다린다는 말에 시계를 바라보며, 슬슬 일어나야겠다고 맘먹었다.
“저기 난희야, 이왕지사 올 거면 예쁘게 하고 와라. 호호호”
“어? 왜. 집에서 밥 먹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예쁘게 하고 오라는 아니 오전에 전화 할 때부터 유난히 ‘예쁘게’를 강조하던 언니의 말을 떠올리며, 귀찮다는 듯 물었다.
“밥이야 집에서 먹지. 그런데 너 예쁜 모습 형부한테 요즘 통 안보여 주는 것 같다고, 네 형부가 좀 서운해 하기에.”
재희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도 오늘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동생을 살살 구슬려야 했다. 게다가 오늘 초대한 손님에게 그녀의 동생을 잘 보이고 싶었기에 최대한 사근거리며, 동생에게 말을 했다.
“그런데 사랑스런 동생아 저번에 네가 산 트레이닝 티셔츠는 절대로 안 된다. 아! 그리고 찢어진 청바지도 절대 절대로 안 되고! 알았지 동생아?”
그녀는 평소보다 심한 언니의 옷 타박에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내려다보며, 오전에 입고 있던 티셔츠에 약간의 피가 얼룩진걸 보고는 인상을 구겼다. 오후에 났던 불의의 사고로 인해 생긴 붉은 얼룩이 여기저기 생긴걸 보며, 그녀의 마음이 불쾌하기 이를 때 없었다. 그래서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그리고 언니의 말대로 무얼 입을지 고민을 하며, 옷장 안을 심드렁하게 살폈다. 아무리 언니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 다 찢어진 청바지에 트레이닝 복 스타일이라지만, 정말 그녀의 옷장은 그런 부류의 옷들을 빼면 한 가지도 입을 만한 게 없어 보였다.
재희 언니와 통화를 끝낸 그녀의 눈엔 얼마 전 소희에게 받은 연두색 투피스가 유일하게 그녀의 시야에 들어 왔다. 그 날 이후로 처다 보기도 싫었던 옷이었기에 선뜻 꺼내 입기가 좀 꺼려졌지만, 형부 앞에서 마냥 뽐내고 싶었던 그녀는 다시 한번 그 옷을 눈 딱 감고 입기로 했다.
‘설마 그가 보기라도 할까봐!’
“언니, 나 왔어. 형부 저 왔어요?”
걸어서 10분정도에 있는 언니네 집은 그녀의 집과는 달리 호화 빌라들로 밀집된 동네였다. 언니네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을 마음껏 느끼며, 기분 좋게 언니네 집으로 들어섰다.
“오, 예쁜 난희 처제 어서 와. 그동안 왜 안 놀러 온 거야. 혹시 나한테 뭐 섭섭한 거라도 있어?”
“에 궁 우리 형부도 참, 저 그런 거 없어요. 언니한테 서운하면 서운했지 내가 왜.......”
언제나 쾌활하게 그녀를 맞아 주는 형부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던 그녀의 시야에 낯선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도 예상치도 못했던 그 남자의 출현으로 인해 그녀는 너무 놀라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었다.
“헉! 다 당신이 여긴 어떻게?”
‘설마, 저 인간이 내가 오늘 언니 대신 미주학교에 간걸 눈치 챈 건가? 그래서 왔나?’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도 놀라기는 마찬가진 것 같은데....... 마침 그들의 옆에 평소보다 더 다소곳이 서있는 미주만이 사태를 파악한 듯 그녀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녀는 주범인 미주의 입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미주를 그녀의 방으로 끌어넣었다.
“휴! 야! 저 남자 왜 온 거냐?”
“몰라, 아줌마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오늘 담탱이가 오는 줄 몰랐단 말이야. 그냥 삼촌 고등학교후배라고 하던데....... 누가 삼촌 손님이 선생님일줄 알았어.”
“어? 뭐. 그럼 저 사람이 집에 오는 줄 몰랐단 말이야?”
“그래. 오히려 난 아줌마가 알고 온 것 같은데? 내가 말했지 저 사람 내가 침 발라놨다고, 눈독들이지 말라고!”
“뭐? 누 누가 알고 왔데? 그나, 저나 너 말이야. 혹시 낮에 내가 학교에 간 거 저 인간한테 말한 건 아니겠지?”
그녀는 미주의 표정을 보아하니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은 것도 같아 보였다. 하지만, 평소 워낙에 변덕이 심한 아이라 그녀의 종잡을 수 없는 표정변화에 마음만 급해졌다.
“어, 그럼 안 했지. 그런데......”
미주의 그런데....... 는 무척 불안한 사건을 암시라도 하듯 그녀를 초초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안하면 안했지 그런데는 또 뭐야?”
“어, 그게 말이야. 조금 전에 세분이서 대화하는 거 들어보니까. 담탱이랑 작은 엄마가 통화했다 던 데.”
‘오 마이 갓! 이럴 수 럴 수가’ 결국 미주의 흐릿한 말투가 그녀를 결국 기절초풍하게 만들었다.
“뭐 어!!!!!!”
그녀는 손님이 밖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큰소리를 내자 언니가 밖에서 다급하게 문을 열며, 야단을 들어야만 했다. 그리곤 조심스레 그녀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왜? ”
“왜는 오늘 형부가 너 소개 시켜주려고, 손님 초대했는데 넌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애 붙들고 소리나 지르고, 어서 나와. 미주도 선생님 기다리신다. 둘 다 어서 나와라.”
“네, 작은 엄마.”
미주는 야단맞는 그녀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마치 고소하다는 듯 혀를 날름 거리고는 그녀의 언니가 만들어 논 그 남자의 옆자리에 얌전히 앉아 버렸다. 미주의 너무도 빠른 행동에 그녀의 언니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여튼 요즘 애들은 찬물도 위아래가 없다니까....... 쯔쯔쯔 봐라 재도 멋진 남자를 먼저 눈독 드리는 걸. 에 효~ 내가 못살아 빨리 가서 저사람 앞에라도 앉기나 해.”
그녀는 은근히 자신을 구박하는 언니는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앞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앉아 있는 최대한이라는 뻔뻔 남자를 주시했다.
‘이봐요.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예요. 나랑 원수질 일 있어요?’
그녀의 속마음을 듣기라도 한건지 형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그가 갑자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바람에 그녀는 약간 당황했지만, 오히려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아휴. 어쩜 우리 미주 선생님이 당신하고, 선후배라니 내가 진작 알았다면, 두 사람 빨리 만나게 해주는 건데........ 안 그래요 여보?”
언니의 호들갑스러운 인사. 그리고 들린 그의 헛웃음. 이모든 상황이 그녀를 더욱 불쾌하게 만들었다.
“어. 그러게 말이야. 아무튼 넌 복도 많은 거다. 우리 처제처럼 예쁘고 착하고, 성실한 여자도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내가 이 사람이랑 안 만났으면, 아마 우리처제랑 결혼했을 거다. 하하하 하”
형부의 말에 두 사람 다 사례가 거린 것처럼 잔기침을 해댔다. 그녀의 형부는 아무것도 모른 체 두 사람의 알래스카처럼 차가운 기분을 맞추어 주려고 유난히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도 잘 알기에 형부의 유난스런 칭찬이 썩 내키지 않았다. 마치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불편하고, 신경 쓰였다.
“흠. 흠. 그렇 군요. 정말 예쁘게 생기셨네요. 특히 나 오늘 입고 계신 투피스가 참 인상적이네요.”
“!!!!!!.... 딸꾹!”
그의 비꼬는 듯한 말 한마디에 그녀는 너무 놀라 딸꾹질을 하고 말았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달아 오른 그녀의 볼이 상기되면서 더 이상 그와 마주앉아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헉! 저 인간 그럼 그때 일도 기억하고 있는 거네?’ 병원에서 규식이 그를 나무라기까지 하며, 소희의 일을 모르는 척. 그때 그녀가 자신이 아님을 극구 부인했었는데....... 이제와 그에게 모든 것이 들통 난 마당에 그녀는 다시 거실로 나가는 게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그는 오늘 오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조소희의 신상에 관한 몇 가지를 알아냈다. 조소희 25세. S백화점 홍보과 과장이며, 그방면에 꽤나 알아주는 여성인것 같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조 소희’란 사람을 만나 보기 위해 찾아가서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어쩔수 없는 사정상 자신의 친구를 대타로 내보낸 일을 미안해 하며, 즉시 실토했다. 그는 지금 자신을 한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우롱한 유난희라는 여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오후를 보냈다. 그런데 뜻밖에도 신은 그에게 그녀에게 빨리도 복수할 기회를 주었다. 바로 오늘 저녁 초대된 선배의 집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증거를 확실하게 할 연두색 투피스를 입고, 나타나다니....... ‘푸 하하 당신 딱 걸렸어‘ 그는 그녀를 보는 내내 어떻게 하면 그녀를 확실하게 벌할지 고민에 고민을 했다.
모두들 저녁을 먹기 위해 식탁에 둘러앉은 지금 그는 화장실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손을 씻는 다는 핑계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던 그녀 앞에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 버렸다.
“유난희씨? 자주 뵙는 군 요.”
“하하 뭐 사는 게 다 그 그렇죠 뭐. 하하”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오늘 오전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몰라 볼 뻔? 했는데, 오후까지 아니 저녁까지 보게 되다니 당신하고 난 정말 악연 아닌가요? 참, 그 돈 좋아하는 어린 애인은 잘 있소!”
‘헉! 저 인간 어쩜 저렇게 짜증나게 말하는 건지 그리고 뭐? 어 어린애인? 그럼 넌 늙은이냐? 22살한테 어린놈 운운하게 뭐 하긴 규식이 좀 어리긴 어리 군’ 그건 그렇고, 그가 언니 앞에서 다른 헛소리를 할까봐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그녀는 서둘러 그의 말문을 막아야 했다.
“저녁 다 먹었음. 그만 가도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 난 아직 시작도 못 했는데?”
그는 그녀가 은근히 자신을 몰아내고 싶어 하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혹시나 그녀의 언니가 자신과 맞선 본걸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폼이라니 어찌되었든 그도 그 문제를 가지고 그녀를 골탕 먹이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그 사실을 선배내외가 아는 날에 그도 무사하지 못할게 불 보듯 뻔한 일이니까.
“난 어린애가 아니요.”
“네? 그게 무슨.......?”
“당신이 가라고 해서 가고, 오라고 해서 오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어쨌든 당신의 화려한 연극은 잘 감상했소.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아주 유쾌하고, 즐거웠으니까.”
그가 말하는 그녀의 연극은 맞선자리에 대타로 나온 거, 아님 언니대신 미주의 학교에 급식을 하러 간일. 거기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토바이사건 등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아도 될 모든 것을 보여준 셈이니 정말 할말이 없었다.
“그 그래요. 그거 다행이군요. 지루하지는 않았다니.”
“암, 절대로 지루할 수가 없었지. 당신처럼 매번 달라 보이는 여자도 흔치 않으니까. 그것도 굉장히 요란스럽게 말이야.”
그들의 신경전은 하늘을 찌를 듯 서로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눈빛으로도 그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식탁에 둘러앉은 다른 이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그들을 다정히 식탁으로 불러 들였다. 그들은 서로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몇 번인가 더 보낸 뒤 아예 무시하는 행동으로 식사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하려했다. 그녀가 식사를 먼저 마친 뒤 설거지를 자청하며, 그녀의 언니와 함께 주방에 남았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언니가 그녀를 다구 쳤다.
“야! 너 왜 그래. 저렇게 잘생긴 남자를 마다 할 거야. 네가 지금 그럴 처지냐고? 게다가 평생 나라에서 대접받고 사는 선생님인데.......”
“하! 개뿔 선생이면 다야! 그렇게 좋으면 언니가 해!”
“뭐! 야!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럼 너 평생 혼자 살 거야! 어!”
“...... 그건 언니가 걱정할 일이 아니잖아. 신경 끄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돼!”
그들의 말싸움에 형부가 주방으로 들어서며, 두 사람을 조용히 말렸다.
“아니 왜들 그래 밖에 손님 초대해 놓고, 차도 안주고, 두 사람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당신도 그렇고, 처제도 좀 실망이다.”
“여 여보 미안해요. 금방 차 준비해서 나갈 거예요.”
형부의 말에 두 여자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재빨리 차를 준비하려고 분주히 움직였다.
그녀의 언니는 아직도 그들이 서먹한 게 맘에 걸리는지 그녀를 그의 옆으로 밀며, 그와 함께 소파에 앉기를 바랬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서먹하게 나란히 같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셔야 했다. 그녀의 언니는 그래도 여전히 뭐가 그리도 못마땅한 건지 자꾸만 그녀의 옆구리를 찌르며, 그와 대화를 하라고, 야단이었다. 그런 사정도 모르는 형부는 그와 제법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그녀가 주시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형부와 이야기에 열중하는 그의 옆모습이 그녀의 눈에 깊게 들어왔다.
‘여자만 밝히는 남잔 줄 알았더니 의외로 진지한 구석도 있었네.’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가 갑자기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의 모습에 그녀의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 긴장을 했다.
“왜?”
“어? 그 그냥 나 집에 갈래. 언니”
그녀는 그의 진지한 눈매에 심장이 제멋대로 뛰는 걸 느끼며, 서둘러 언니의 집을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당장 비가 내린 후의 차가운 공기라도 자신의 폐 속 깊이 넣지 않으면, 큰일 날것처럼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모든 사람을 놀라 게 만들었다.
“글쎄 왜 벌써 간다고 그래?”
“어. 저. 그게 말이야. 왜는 피 피곤해서 사실 나 오늘 하루 종일 아니지 어제부터 잠도 못 자고 무척 피곤하단 말이야.”
그녀의 말에 그가 어느 정도 수긍을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었다. 그녀가 볼 땐 엄연한 비웃음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언니가 말리는 대도 불구하고, 서둘러 언니의 집을 나섰다.
‘쳇, 이젠 나를 피하시겠다! 절대로 이대로 당신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암.’
그는 서둘러 현관을 빠져나가는 그녀를 따라 일어서며, 선배에게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그의 행동이 차후에 두 부부에게 어떻게 미칠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선은 그녀를 이렇게 그냥 보낼 수 없다는 마음이 먼저 그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같이 갑시다.”
서둘러 언니가 살고 있는 빌라를 빠져나오던 그녀를 그가 다짜고짜 붙잡아 세웠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 사람을 피해 나와 버린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가 그녀를 따라 나온 것에 적잖이 놀랐다.
“다 당신 왜 나온 거죠?”
“왜? 난 밖에 나오면 안돼 나? 가랄 땐 언제고”
“아니 누가 밖에 나오지 말래요! 난, 나는 아까는 집에 가라고 해도 안가더니 왜 내가 나오니까 따라나서는 거냐고요!”
“그거야.......... 당신이 가니까.”
그는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생각이 아마득했다. 분명 그의 입을 타고 흘러나오려던 말은 다름 아닌 ‘당신이 좋으니까’였었다.
‘이런 젠장. 너 최대한 머리가 고장이라도 났냐? 저 여자의 어디가 좋은 건데? 그러고도 네가 학교 선생이야!’
“이 봐요. 말도 안돼는 소리 집어 치우고, 이 팔이나 좀 놔요.”
그녀의 말에 자신의 생각을 지우며, 아직까지 잡고 있던 그녀의 팔을 놓아 주었다. 그녀의 팔에 어느새 그의 손자국이 미세하게 남아 버렸다.
‘며칠 가겠네.......’
그는 그녀의 팔에 생긴 미세한 생체기를 보면서 또다시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혼란스럽게 흔들린 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최대한 너 미쳤다. 안 그럼 너 여태껏 가지고 놀고, 그것도 모자라 널 구박하는 여자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원 참’
“이봐요. 뭘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우리 여기서 헤어지자고요.”
“심하군.”
“.......네??”
“당신의 고약한 성미가 심하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굳이 당신을 아는 체 하지 않을 거란 걸 모르고 있었나? 이렇게 달아나지 않아도 나도 짱구는 아니라고”
그녀는 헤어지자고 정중히 말하는 그녀에게 그가 왜 화를 내며, 오히려 그녀의 화를 돋구는 지 알 수 없었다.
“뭐라 구요? 그러게 누가 아는 체 해 달래요? 그러니까 여기서 헤어지자고요.”
그녀는 그의 말투에 신경질 나서 언니네 집에서 간신히 참았던 화를 그에게 마구 쏟아 부었으며,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이봐, 그렇게 그냥 가면 어떻게 해!”
너무 화가 나면 눈물이 난다더니 그녀의 눈이 어느새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그런 그녀를 그가 또다시 쫓아와 거칠게 붙잡았다.
‘오 이런,’
그는 결국 한 여자를 울게 만들었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여자의 눈에서 눈물을 보이게 만들면 자신의 가슴에 비수가 꽂힌 다더니 그를 보자 더욱 서럽게 울어 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그의 마음이 미안함으로 물들었다.
“이 이봐. 울지 마. 왜 울고 그래 누가 뭐랬다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당신 울린 줄 알거 아니야.”
그에게 질렸다. 아니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하루가 넌덜머리 날 정도로 너무도 질려 버렸다. 그와 중에 그와 만나기 싫어도 자꾸만 만나게 된 것 자체가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가 뭐라고 하든 아직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그녀는 모든 것이 될 때로 되라는 듯 지나가는 사람이 뭐라고 수군거리든 말든 그의 가슴을 치며,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오랜만에 실컷 울어 버렸다.
팽!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무리 싫은 사람 앞이라도 그녀가 여자다움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고, 자신의 앞에서 코를 푸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그의 그런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그녀가 그의 손수건을 자신의 파우치(핸드백) 속에 아무렇게 집어넣었다.
“실례 많았어요. 이거 빨아서 미주 편에 보내 드려도 되죠?”
그가 듣기에 울음을 그친 그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무척 섹시하게 들렸다. 그는 이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우는 여자를 딱 질색, 팔 색 할 정도로 싫어했었다. 그런데 자신의 앞에서 엉엉 울어대는 여자 그것도 모자라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건 낸 손수건에 코까지 풀어 버리는 여자를 섹시하게 느끼다니. 그는 이 모든 것이 며칠 전 이 여자를 만나면서부터 너무도 많은 일을 겪은 후유증일 거라 생각했다.
“괜찮아요. 그냥 둬요.”
그는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손수건 따위 돌려받는 것 보다 그녀를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돌려줄 담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그러기 위해선 그녀를 집까지 무사히 바래다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왜 자꾸만 따라오고 그래요”
“나도 그냥 가는 거요. 당신은 나 신경 쓰지 말고, 당신 갈 길이나 가시지.”
천천히 앞서 걸어가던 그녀가 갑자기 그에게 돌아섰다. 그 바람에 그녀의 몸이 그에게 부딪혀 왔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뒤 따라오던 그의 몸에 생각보다 풍만한 그녀의 몸이 들어오자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느낌만은 왠지 싫지 않았다. 그녀의 심장소리가 그의 심장소리와 어우러져 늦은 밤 감미로운 음악소리처럼 서로의 가슴에 울려 퍼졌다.
“누 누가 신경 쓴데 요!”
그녀는 서둘러 앞서 걸어갔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그녀와의 사전거리를 좁히며, 부지런히 그녀를 따라 걸어 왔다. 그에게 달아나듯 빠르게 걸었더니 10분의 거리가 5분처럼 당겨져 어느새 그녀는 아파트 입구까지 도착했다.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 들어가던 순간 그녀보다 행동반경이 조금 더 빠른 그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감미롭게 키스해 버렸다.
“왠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손해 보는 거 같아서 말이야.”
키스를 마친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취해 그녀는 이성이 마비될 뻔한 자신을 원망하며, 그의 손해란 말을 되새겼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방어할 새도 없이 그를 있는 힘껏 엘리베이터 밖으로 떠밀어 버렸다.
“하!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손해는 볼 수 없죠! 안 그래요!”
그녀는 오늘 두 명의 남자에게 키스를 당했다. 그리고 두 남자 모두에게 자신이 느낀 만큼 고통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낮에 규식에게 했던 것처럼 자신의 아픈 다리를 힘껏 들어 그의 튼튼해 보이는 정강이를 거세게 차주었다. 그는 갑작스런 그녀의 공격 앞에 아픈 정강이를 움켜쥐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쳐버리는 것과 동시에 깡충거리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의 아파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비로소 고소하다는 듯 크게 웃어버렸다.
“이 이봐!!!!!!”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그는 유유히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에 분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꼭 자신의 눈앞에 설설기개 만들고 싶었다.
‘두고 봐, 유난히 당신 이름값 할 날 꼭 올 테니까. 내가 당신 꼭 잡고 말테니까!!!!!!! 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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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끔 힐끔 엿보고만 계시는 분.....
그래도 저 뭐라 안할께요....
단지 재미있음 리플만......... 으윽!!!!!!!
리플달아 줘여. 저 배고프다구요 ^^;;;
아랑은 언제나 당신곁에 있습니돠.
아랑----만세. 리플 만세...... ㅋㅋㅋ
행복한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