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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桓雄)의 구슬 - 50

내글[影舞] |2005.08.24 11:31
조회 347 |추천 0

한님(桓雄)의 구슬 - 50   - 내글[影舞]

 

 

- 아프냐? 나도 고소하다.

정민은 노인의 손을 잡고 일부러 치명적인 급소는 아니지만 적당히 아픈 곳이 아닌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을 수 있는 곳을 골라 뼈가 살짝 상할 정도의 상처가 남도록 했다. 거기에다 화염강의 화기를 살짝 양념으로 쳤다. 때문에 지금 황보숭이 받는 고통은 그렇게 참기 쉬운 고통이 아니었다. 오히려 미치고 팔딱 뛸 정도를 넘어 금방이라도 저승사자가 다가와 고통을 멈추게 해주겠다고 손을 내밀면 덥석 잡고 싶은 고통이었다.

“어, 이런 또 실수를 했군, 꼭 죽이려고 했는데…. 미안하네, 젊은이!”

남궁청은 소름이 돋았다. 조금 전까지 따귀를 맞으며 치욕스러움에 몸을 떨었지만 지금은 노인의 모습이 그 어떤 악귀보다도 무섭게 느껴졌다. 저승사자가 찾아온다면 저 노인처럼 찾아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을 막기 위해 노인의 손을 잡았던 정민도 노인의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고 내는 침착한 목소리에 다시 한 번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어, 이게 아닌데!’

정민은 긴장했다. 노인은 이미 생을 포기한 듯 보였고, 작은아들도 노인의 뜻을 따르려는 듯 굳은 표정이었다. 단지 겁에 질린 점원만이 한구석에서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

“대협, 이 돈은 제게 준 것이 맞지요?”

정민의 제지에 목적을 이루지 못한 노인은 객잔 안을 둘러보다 문득 품에서 금원보를 꺼내 정민에게 내밀었다.

“그, 그렇소!”

“장삼아!” 

“네, 네에?”

“이리 와라! 그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다. 네게 줄건 이것밖에 없다. 이 길로 이놈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먼 곳으로 가라. 갈수 있는 한 멀리 떠나야한다, 알겠느냐?”

“주, 주인어른!”

“한시가 급하다. 조금이라도 늦게 되면 그만큼 위험하다.”

노인은 정민에게 받은 돈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대와 금고까지 털어 은자와 동전을 다 챙겨 장삼이라는 점원에게 챙겨주었다. 정민은 노인의 하는 양을 쳐다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노인장, 저기 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대협,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자, 그만 떠나도록 해라, 장삼아!”

“네, 주인어른!”

장삼이란 점원이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자, 이제 말해보시오, 대협!”

장삼이라 불리는 점원이 무사히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정민을 상대하기 시작한 노인을 보는 정민의 마음은 착잡함에 한없이 무거웠다.

“제가 노인장의 복수를 돕기 위해 이일을 벌인 것이 아니고, 난 단지 노인장이 인질로 잡혀 있어 구해주려고 한 것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들은 이제 같은 하늘을 지고 살 수 없는 자들이요!”

“노인장의 마음은 알겠소이다. 하지만 난 살생을 좋아하지 않소! 그렇다고 나쁜 짓을 하는 자를 용서할 마음도 없소이다. 그래서 제안 하는데 내가 저들의 무공을 폐하겠소. 무림인들에게 있어서 무공을 잃는 다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한 형벌이요!”

“…!” 

‘에고, 겨우 피비린내는 막을 수 있겠군!’

정민은 노인이 깊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며 일단은 안심하였지만, 남궁청은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 남궁청은 현 남궁가의 가주 남궁일후 둘째아들이자 천부무관의 총사인 남궁일연의 조카였다. 나이는 이제 서른 살을 갓 넘긴 어린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아 무림맹의 순찰이 되었다. 순찰은 무림맹의 실질적인 핵심 권력기관인 순찰부의 집행인들이었다. 네 명의 총 순찰 과 그 밑에 모두 이십 명의 순찰이 있었는데, 순찰들 중에서도 남궁청의 위치는 매우 독보적인 것이었다. 특히 천부무관 총사인 남궁일연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네 명의 총 순찰 중에 공석이 생길 경우 승계 일 순위의 인물이었다.

순찰부의 일이라는 게 원래 내부의 잘못된 일을 바로 잡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그것보다 무림맹의 일에 반하거나 따르지 않는 자들을 처단하는 게 가장 먼저였고, 다음이 각 계파간의 힘의 균형이 깨지지 않게 조정하는 거였다. 무림맹의 주축이 소위 구파일방을 비롯한 오대세가였고, 그밖에 군소 문파도 그대부분이 구파일방의 속가제자들이나 이해관계가 깊은 자들이 세운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되다보니 이제 무림맹은 한마디로 기득권세력의 대변자일 뿐 무림의 평화와 안위를 도모한다는 본래의 취지는 퇴색된 지 오래였다.

그래서 무림맹의 면모를 일신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 움직임의 중심에는 천부무관의 일대 총사인 천부정검 정민의 직접 지도를 받은 자들이 대부분 이었다. 무림맹의 현 수뇌부들은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일단 천부정검 정민의 제거에 성공한 후 눈에 가시 같은 이들을 숙청하기 시작했다. 각기 자기문파의 제자들은 모두 불러들여 격리시키고 여타의 중소문파는 순찰부를 앞세워 하나씩 박살내며 그 움직임을 원천봉쇄하기 시작했다.

그 선봉에 서있는 남궁청은 언제나 철저하게 일을 수행했다. 아주 냉철하면서 철저하게 밟아주는 까닭에 그의 이름은 무림에서는 공포요 죽음이었다. 그만큼 원수를 갚겠다고 덤벼드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모든 일을 깨끗이 정리를 한다고 했지만 그건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일이요, 어떤 형태로든 한두 명쯤 빠지게 되고 그것들이 점점 쌓이면서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되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상대하는 유일한 수단인 무공을 잃게 된다는 건 남궁청에게는 바로 사형선고가 되는 것이다.

“아, 안 돼! 너희들 네가 누구인줄 아느냐. 난 무림맹의 순찰 남궁청이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본가와 무림맹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이제라도 날 풀어주면 너희들의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그러니, 킥…!”

“어이, 시끄러우니 입 좀 다물라고! 내 집에 황금송아지가 있다, 그것도 두 마리씩이나.”

남궁청은 자신의 말을 끝내지 못했고, 게다가 정민의 짜증어린 말을 듣지 못했다.

‘여기가 어디지? 왜 이렇게 좁아…!’

“으아악!” 

남궁청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캄캄한 어둠속이었다. 그리고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어려운 아주 좁은 공간속이라는 것을 알아내곤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른 건 남궁청 혼자뿐만이 아니라 황보숭을 포함하여 모두 스무 명이나 되었다. 스무 개의 관속에 누워있던 시신들이 소리를 질러대는 괴사가 무림맹 한 가운데서 일어났다.

이 괴사가 있기 이틀 전 호남 성으로 파견되었던 순찰 남궁청일행 중 스무 명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관에 담긴 채로 무림맹으로 돌아 왔다. 이들을 이렇게 만든 흉수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시신들에는 특별히 흉수를 밝힐 만한 특이한 무공의 흔적이 없고, 대부분 두드려 맞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시퍼런 멍 자국만 있었다.

단 한 사람 황보숭만은 옆구리에 칼에 의한 부상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사인이 될 만한 상처가 아니었다. 남궁청의 상처는 더욱 기가 막혔다. 검시관이 퍼렇게 멍이든 두 볼과 입가에 남은 핏자국을 보고 독에 중독이 되었거나 심한 내상을 예상했지만, 어이없게도 죽기 전에 따귀를 너무 많이 맞아 입안이 터져 생긴 상처라는 것밖에는 알아낸 것이 없었다. 시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고갔지만 뚜렷한 사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호남 성에 보낼 조사단을 급히 꾸리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남궁청과 함께 파견 되었던 나머지 열 명이 무림맹에 귀환하여, 그들에게 전후사정을 들어보니 역시 흉수를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될 만한 점이 없었다. 이들은 하루 전에 남궁청 일행과 헤어져 약속된 장소에서 기다렸다고 했다. 약속된 시간에 남궁청일행이 나타나지 않자 작전 실행을 포기하고 일행이 묵었던 객잔에 다시 돌아가 보니 객잔은 이미 화재로 인해 깨끗하게 타버려 재만 남아있었고, 단지 무림맹으로 급히 귀환하라는 비표만 남아 있어 그걸 보고 급히 무림맹으로 귀환했다고 했다. 호남 성으로 파견하려던 조사단은 파견이 보류되고, 이렇게 대책 없는 또 하루를 보냈다.

그 다음날 무림맹에서는 일단 죽은 남궁청일행의 장례절차를 밟기로 결정하였다. 장례식이 거행될 제단에 남궁청을 비롯한 스무 명의 시신이 담긴 스무 개의 관이 놓였고, 문상객을 받기 시작했다. 현 천부무관 총사의 조카와 황보 세가의 차기 가주로 주목 받았던 사람의 죽음이라, 그만큼 문상객이 많았다. 많은 문상객이 모여 있는 가운데 스무 구의 시신이 되살아난 괴사는 짧은 시간에 전 무림에 퍼졌다.

그런데 남궁청과 황보숭을 비롯하여 되살아난 스무 명 모두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전혀 기억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건 그들이 객잔에서 벌인 젊은 부부의 죽음까지였고, 그 이후 관에서 되살아나기까지의 지난 7일간의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시신을 운반해온 표국에서도, 닷새 전 복면을 쓴 자가 찾아와 남궁청의 옥패를 보여주며 급히 무림맹까지 짐을 옮겨달라는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내용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들어준 것뿐이라는 것이었다. 무림맹의 순찰 패를 보고 거절하거나 내용물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할 정도로 뱃심 좋은 표국은 강호에 없었기에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에구, 결국 제자를 둘씩이나 두게 되었군. 이렇게 하나둘씩 늘려가다 개파대전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 시간 정민은 백두산을 향해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객잔에서 남궁청일행을 모두 죽이겠다고 했던 노인을 겨우 설득하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스무 명의 사람을 죽이는 대신 그의 둘째아들을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인의 이름은 하상진이었다. 시골구석에서 객잔을 이대째 운영하고 있지만 한 때는 지방 관리를 지냈던 조상 덕에 그런대로 큰소리를 쳤던 가문이었다. 조금 늦은 나이에 아들 둘을 얻었지만 부인을 잃고 어렵게 두 아들을 키워왔다. 큰아들에게는 짝까지 찾아 주었으나 어이없는 이번일로 인해 비명횡사를 하고 말았다.

둘째아들은 총명하였기 때문에 기울어진 가문을 일으킬 기둥으로 키우기 위해 온 정성을 다했다. 그 결과 약관의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시행하는 초시에 합격하였고, 곧 대과를 보기위해 개봉으로 떠나려고 준비 중이었다. 하상진은 정민에게 남궁청 일행을 살려주는 대신 이 둘째아들이 훗날 해코지를 당하지 않도록 무공을 전수 해달라고 했다. 자신은 죽어도 여한이 없지만 앞날이 구만리 같은 아들이 허무하게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정민은 더 이상의 이 시간대의 세상과 인연을 맺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스무 명의 생명과 제자하나를 얻는 것을 맞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제자의 예를 받고 제자를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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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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