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름 후에 있을 천부무관입관 무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준비도 거의 마무리되고 있었다. 원래는 한 달 전에 진행되었어야 될 무술대회는 실종되었다던 천부정검의 시신이 12년 만에 발견되자 그의 장례식과 함께 치르기로 해서 보름이 연기 되었다가, 다시 내부 진통 때문에 다시 보름이 연기 되어 한 달 이상 늦어졌다. 덕분에 화령뿐만 아니라 정민에 의해 사지에서 구해진 하상진의 둘째아들 하명인도 유벽의 양자가 되어 천부무관 무술대회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명인이 유벽의 양자가 된 데에는 기막힌 사연이 있었다. 하상진, 하명인 부자는 정민과 헤어진 후 유가장의 방중선을 찾아왔다. 방중선의 이야기를 들은 유벽은 마침 교응방의 공백으로 인해 새로운 상권을 확보하게 되어 사람이 부족하던 때라 하상진은 제삼 집사를 삼았다. 그리고 하명인은 화염강이란 무공을 전수 받았다는 사실을 안 방중서가 화령의 호위무사로 지정했다. 평소 남동생이 있으면 했던 화령은 대환영 이였다. 문제는 화령의 동생 진령이 명인에게 한눈에 반해 버렸다는 게 문제였다.
진령은 유벽을 졸라 명인을 자신의 호위무사로 삼아 달라고 간청을 하였다. 결국 열흘 동안의 정민이 보내준 호위무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화령과 한눈에 반한 진령의 신경전에 유벽이 중재안을 낸 것이 명인을 수양아들로 삼겠다는 선언을 했던 것이다. 물론 양자가 되면 하 씨가 아닌 유 씨 성을 써야 마땅하지만 아버지가 살아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진행하지 못하고 주종 관계가 아닌 같은 형제로서 지내도록 하기 위해 그런 편법을 쓴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하명인은 앞으로 진령의 신랑감이 될지 모르는 유가장의 둘째 도련님이 되었다. 이를 제일 반긴 건 큰아들 유성이었다. 막대하기 어려운 여동생들만 있다가 맘 놓고 술도 나눌 수 있는 남동생이 생겼다는 것이 기뻤다. 명인이 원래 과거를 보기위해 많은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쉽게 유가장의 세 남매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정민에게 전수 받은 내공과 무공으로 인해 필요시엔 호위무사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의 붙어 지내다 보니 며칠 지나지 않아 그들은 친남매 이상으로 가까워 졌다.
그리고 정민이 유가장을 떠난 지 한 달여가 지났을까, 교응방의 공백으로 생긴 추가 상권을 챙기던 유가장에 방해물이 생겼다. 그동안 교응방의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아 이권을 챙기던 무리들이 그 이권을 유가장이 대신하여 챙겨줄 것을 요구해 왔던 것이다. 유벽은 평판이 좋지 못한 그들과 연계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 유가장의 문에서 한 무리의 무림인들이 행패를 부렸다. 그들은 사천 오악으로 불리는 악명 높은 자들이었다. 그때 유벽은 중요한 거래가 있어 방중선을 대동하고 사천 성도에 가있었다. 그래서 호위무사들이 그들을 상대 했지만 그들의 무공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쓰는 무기도 기형도, 철퇴, 환륜, 채찍, 그리고 비도까지 각기 다른 무기를 쓰고 있었고, 그들이 벌이는 연수합격은 원만한 고수들도 쉬게 깨지 못하는 자들이었다. 사천에서 부녀자겁탈을 일삼다가 아미산의 여승을 잘못 건드려 쫓기게 된 그들은 교응방의 후원을 받던 기루에 숨어 들어있었다. 그때 교응방 방주 위연은 그들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소위 해결사로 썼다. 위연이 죽자 바로 숨어있던 기루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린 그들은 욕심이 동해 과거 교응방이 가졌던 모든 것을 자신들이 차지하려들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외에도 교응방과 관련이 있는 자들이 잡다한 이권들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실재로 돈이 되는 상권은 유가장이 챙기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차지할 수 있다면 죽은 위연처럼 더 이상 아미파에게 쫓기기 않고 큰소리치며 살수 있다는 생각을 한 사천 오악은 교응방의 이권을 챙기고 있던 자들을 선동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위연의 영향으로 돈맛을 알고 있는 그들은 사천오악의 뜻대로 움직여 주었다.
사천오악은 우선 유벽을 협박했다. 예전 같으면 유벽도 적당한 선에서 이들과 타협을 하고 물러났을 것이지만 교응방과의 일을 겪으면서 한발 물러서면 나중엔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절했다. 물론 방중선이 이루어낸 무공의 성취도 이렇게 결정을 하는데 큰 몫을 했다.
“헤헤헤, 젖이나 더 먹고 와라!”
- 휘익 짝!
“으악!”
“껄껄껄, 넷째야 좀 살살해라! 그래가지고서야 어디 뼈가 부러지겠느냐. 하려면 이렇게 해야 머리통이 부셔지지!”
- 붕, 퍽!
“…!”
철퇴에 맞은 호위무사 하나가 머리가 부서지며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세상을 하직했다. 벌써 호위 무사 세 명이 죽었고, 부상당한 숫자만 해도 십여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남은 삼십 여명의 호위무사들과 장하걸은 전전긍긍하며 성도에 가있는 방중선의 존재감만 크게 느끼며 겨우 버티고 있었다.
- 챙!
“멈춰라!”
사천오악 중에 첫째의 기형도가 막 호위무사의 목을 노리며 휘둘러지는 순간 돌멩이가 날아와 칼을 맞추는 바람에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 뒤를 따라 들려온 소리는 의외로 여자의 목소리였다. 막강한 공력이 담긴 채로 휘둘러지는 칼을 작은 돌멩이 하나로 맞추어 칼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모두가 놀라 손을 멈추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응, 뭐야!”
“화, 화령아가씨!”
제일 놀란 건 장하걸이었다. 네 남매가 - 유성, 유화령, 유진령 그리고 새로이 수양아들이 된 하명인까지 이렇게 - 새로이 남매가 된 것을 축하하기위한 선물을 사기위해 시장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벌써 오래 전부터 계획한 일이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보니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 버렸다. 오늘은 큰맘을 먹고 나선 길이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성안의 번화가 구경도하고 객잔에 들러 먹어보기 힘든 별식도 사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오후가 돼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멀리 유가장의 문이 보이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고, 내공이 상당한 수준에 다다른 화령은 누구보다도 먼저 정문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 수 있었다. 급히 마차를 세우게 한 화령은 명인이 전해준 정민의 책에서 익힌 신법을 급하게 이용해 옆에서 말릴 사이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고, 결정적인 한 수로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호위무사를 구했던 것이다.
‘저 어린것이 나의 검을 무산 시키다니! 미, 믿을 수 없다.’
“흐흐흐, 어린 계집이 제법이구나!”
기형도를 휘두르던 사천오악의 우두머리격인 강위는 자신의 도를 무산 시켜버린 사람이 어린 여자라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둘째 순욱은 유가장에 처음 왔을 때 호위무사들의 훈련이 잘되어 있음을 보고 목적을 이루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게다가 성질이 급하고 자존심이 강한 강유가 걱정이었다.
- 대형, 이번에 가서 할 일은 전력을 탐색하는 것이 목적이란 걸 잊지 마시오!
- 알았다, 명심하마!
이렇게 다짐까지 하고 왔는데 막상 부딪혀보니 염려할만한 고수 들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성질이 급한 강유는 결국 목적을 바꾸어 아예 유가장을 쓸어버리려 작정을 했다. 그리되면 귀찮은 떨거지들에게 이권을 분배를 해야 하는 일도 없을 거란 욕심도 생겼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십여 명이 넘는 호위무사를 상대해 우위를 점하고 잘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지도 않은 방해자가 나타난 것이다. 강유가 비록 말은 무시하는 투로 했지만 속으로는 크게 놀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흥,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는 거냐?”
화령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세 좋게 달려와 기습으로 한수를 성공하기는 했지만 상대는 그리 가벼운 자들이 아니었다.
‘겁먹으면 않되! 분명 방 사범님이 내 무공은 열 손가락 안에는 들지 못하더라도 백대 고수급은 될 거라 하셨으니 해보는 거야.’
“아, 아가씨!”
장하걸은 화령의 안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무공을 익혔다고 하지만 상대는 몇 십 년을 칼 밥을 먹던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에게 맞서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오라 그러고 보니 네가 전 무림에 공개구혼을 한 유벽의 딸년이로구나. 흐흐흐, 과연 소문대로 잘생겼구나. 멀리서 신랑감을 구하지 말고 이 자리에서 내게 시집을 오는 것이 어떻겠느냐?”
‘대형의 도를 돌멩이 하나로 무산 시키다니…, 저년의 기도가 보통이 아니다. 이거 아무래도 조용히 물러나는 게 좋을 듯싶은데!’
철퇴를 쓰는 둘째 순욱은 우락부락한 생긴 외모에 비해 생각이 깊고 상황판단이 빨랐다. 강유가 비록 겉으로는 세게 나가고 있지만 속으로는 당황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냐? 생긴 건 꼭 원숭이 사촌같이 생겨가지고!”
“뭐, 뭐라고?”
화령의 도발에 화가 난 강유의 얼굴이 빨개지자 화령의 말처럼 진짜 원숭이처럼 보였다. 강유가 기장 싫어하는 말이 바로 자신의 외모를 원숭이에 비유하는 것이었는데 화령이 그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강유의 얼굴이 더욱 빨개지며 보통사람보다 긴 자신의 팔에 들린 기형도를 화령을 향해 겨누었다.
“네, 네년이 이제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에고, 괜히 나선 거 아니야! 아직은….’
화령이 비록 방중선이나 하명인과의 대련을 통해 실전경험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그건 목숨을 걸고 하는 실전이 아니었고, 반면에 지금 상황은 목숨을 걸어야하는 실전이었다. 화령은 날이 시퍼렇게 선 기형도가 눈앞에서 어른거리며 더 거세게 자신의 목숨을 노리며 다가오자 은근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물러나기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누님, 제가 있습니다. 힘내세요!
- 며, 명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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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