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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넋두리

주부 |2005.09.21 01:59
조회 290 |추천 0

프롤로그
오늘 마트에 가서 맥주를 한박스 사왔다.
소주를 팍 마시고 자야하는데 나....소주 못한다.

넋두리 펼치고 싶은 밤
20년 게 산 여자, 30년 넘게 산 남자.
취향과 문화생활이 달라도 결혼후 서로 알콩달콩 살아가면 얼마나 좋으랴?
친정 남자들이 술에 걸신들려 내 남자만큼은 술 안마시는게 편할거 같아 결혼했건만...헐...
살아보니 술 안마시는 남자....너무 완벽하고 빈틈없고 사사건건 트집잡더군.

결혼한지 어언 17년째.
그동안 바가지 한번 안긁고 살았지.
그렇지만 도저히 피할수 없는게 두가지가 있더군.
설날과 추석이더라.
이날만 되면 벌써 머리 아프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그래도 어언 17년째다.
그래 어차피 지나가는 시간 시댁가서 열심히 일하다 오자. 다짐했지.
그러나 시댁에 도착하는 순간 그때부터 시어머니 잔소리는 시작된다.
눈뜰때부터 눈감을때까지 시모님의 잔소리는 끝이 없다.

완벽해야 하고 빈틈이 없어야 하는 시모님.

그래. 그러려니 하자. 내가 잘 못하니까.

우리아들 효자라고 하는 저 시어머님.
그 잘난 남편....시어머니가 기고만장해도 아무말 안한다. 중립 지키려는 저 태도. 헐....

드디어 시부님 산소가는날.
차에 마이를 걸쳐 놓았다.
시모님 왈. "니는 산소가는데 겉옷 하나 안걸치노?"
어머님. 뒤에 걸려있잖아요. 어머님. 이제 저도 알아서 하니까 말씀 자꾸 안하셔도 돼요.
(속으로는 제발 잔소리좀 그만 하세요. 난 바보 아닙니다)
"니 머라캤나 했노. 그래. 니 잘났다. 그래. 니 제사 가져가라. 니 잘났으니까 니가 다 알아서 해라 자기 잘못한 것은 생각안하고

그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한거야. 가정교육 많이 배우고 온 사람들하고 다르다고. 그러니 양반 따지고 쌍놈 따지지."

(속으로...헐..띠바띠바....돈 한푼 없는 집에 양반 따지고 가문 따지고...지금 이 시대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겁니까. 돈이 있으면 차라리 제가 말이나 안합니다. 결혼할때 10원한푼 보태주지 않았잖아요?)

시어머니 잔소리는 듣기 싫고.
아...귀를 막고 싶다.
휴게소에서 내린다.

침묵을 고수하며 지나가는데 옆에 차량에서 부부가 한바탕 싸우고 있다.
옆에 내 남자랑 걸어간다.
나 씨부렁 거린다. " 경상도 남자들 다 죽어야해. 말 한마디에도 사생결단낼듯이 쏘아붙이고."
내 남자왈 " 그래? 그럼 서울 사람들은 다 살아야 되고?"

얼마전 강남 사람들은 강남 사람들과 결혼한다고 하던데 그말에 수긍이 간다.
취향과 문화생활이 어느정도 맞아야지. 자유분방한 서울여자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시골 촌구석에 사는

경상도 남자와 살다보니 생각하는 것들이 극과 극이다.

명절때만 되면 이혼 이야기가 나오고 싶을 정도로 서러움 받는 이 맏며느리의 신세.

나 아들들에게 속으로 말한다. (이제 초딩 중딩들이라)
"너희들은 결혼하지 말고 연애만 하고 살아라. 내가 너희들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 이렇게 건강도 신경안쓰고

남편 잠들면 술이나 마시고".
자식 때문에 이혼 못하고 산다. 그리고 이혼하면 돈 벌 능력도 없으니까 이렇게 사는거다.

늦은밤
친언니처럼 지내는 언니집에 온가족이 놀러간다.
25년 산 언니도 내편이지만 형부도 완전히 내 편이다.

내 말에 장단 맞춰주고, 처제가 잘한다 하고.

그러는데 남편왈 한마디 던진다.
"내가 술을 마시나, 바람 피우나. 아침 먹고 나가서 저녁 땡 하면 집에오지늘 월급 잘 갖다 주지늘.
니는 신랑 잘 만났는줄 알아라.
나도 한마디 한다.
"나도 나이트를 한번 가나, 사치를 부리나, 화장을 하나. 생활비 보탠다고 회사 다니고 시댁일 신경써야 하고 주위에

신경쓰고 살며 정신없이 사니까 살림 적당히 하며 사는거지요. 잔소리를 해도 한번 하지. 한번 말한 것
다섯 번 여섯 번 하니까 내가 돌지요"

왜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해주면서 마누라한테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하는건데.
결벽증같은 완벽함을 가진 남편 때문에 난 돌기 일보직전이다.

회사에서도 별명이 시어머니라는데 할말 다했지.

언니, 형부앞에서 부끄러움도 없이 서럽게 울어제꼈다.
17년동안 명절때 친정 한번 안가고 산 이 맏며느리의 심정을 언니앞에서 폭발한 것이다.
동서는 추석 제사 지내자 마자 후다닥 친정 가버리고
시누는 룰루랄라 하면서 시댁에 와서 시모님이랑 수다나 늘어뜨리고
난 연휴 끝나는 날까지 그 많은 치닥꺼리 다 하느라 허리 피지도 못하고 있는데
시어머니 잔소리는 하늘을 뚫으려 하고 있다.
그 상황에 내가 시어머니 말한마디 한마디에 일일히 말대꾸 다하고 있었다면

콩가루 집안 될거 같아 이 한몸 희생하는 셈치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다보니 집에 오면 술부터 찾게 된다.

엠병.

왜 남들한테 잘해 주면서 마누라한테는 따뜻한 말한마디 안할까.

연구대상이다.

그러니 부부란 살아보지 않으면 절대로 모른다.

남들에겐 멋져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집에오면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것인지.

요즘 형제지간에도 사소한 일에 삐뚫어져 심술나고 그러면 명절에도 안찾아오고 서로 손 각자 흔들며

사는 가정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난 온갖 친척들 선물 일일히 다 사들고 다 챙기며 시댁 가져가도

완벽한 시모님 앞에선 잘한건 표도 안나고 대책없이 당해도 내 마음이 많이 아프고 상처받고 힘들어도
남편 생각하고 아들 둘 생각해서라도

가능한 시모님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참 부단히도 노력하고 살아왔다.

효자같은 남편이니까 시어머님의 공치사는 그칠줄을 모르고

내가 큰아들 잘두어 좋은 선물 다 받고 산다고 오는 손님들마다 자랑해도 나 며느리 자랑은

손끝만치도 안한다.

그러니 옛말에 딸 이바지는 온동네방네 다 하고 다녀도 며느리 가져온 이바지는 숨겨놓고 혼자

먹는다고 하더니 그말이 틀린말이 아닌가보다.

에필로그

아...인생아.
힘들다. 결혼생활이.

그래도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난 새벽밥을 짓고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도 아무일 없듯이 회사에 출근하고 미소지으며 하루를 보내고...
....
그렇게 세월이 가겠지. 헐...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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