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을 결국 쓰게 되었네요^^;
실은 1편의 반응을 보고 쓸까 말까 결정해야지 했는데..ㅎ
1편의 반응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제 자신이 너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추천2개도 있었고...ㅎ
거기에 힘입어 조금씩 쓰려구요~
플롯은 이미 완성된 건데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잖아요.. ㅎ
너무 사설이 길었네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기울임꼴은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이랍니다.ㅎㅎ
그리고 1편이 생각 안 나실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다시 1편부터 시작합니당~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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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미 정해진 길을 나는 가고 있는거야.
언제나 공항은 나에겐 흥미로운 곳이다. 눈물을 보이며 출국장 앞에서 이별하는 사람들, 그런가 하면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에 기쁨과 희색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공항이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아무런 감흥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이렇게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언제나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곤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공항 안에 있는 사람들 구경을 하고 있던 내 앞으로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는 갑자기 나의 시야를 가린 사람이 누구인가를 보기 위해 고개를 위를 올였다.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썬글라스를 쓴 한 남자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
"...?.....예..?"
아가씨라 부르는 호칭이 왠지 조금 미묘하게 들리긴 했지만, 일본이라 한국말에 뉘앙스에 대한 감각이 없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조금 뒤에 대답을 했다.
그러자 이 남자는 얼른 내 여행가방을 챙기더니
"실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얼른 갑시다."라는 말을 남겨두곤 내 캐리어를 끌고 가버렸다.
순간 당황한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소리를 지르면서 그 남자에게로 달려갔다.
"저기요~! 저기요~~!! 잠깐만요!!"
그 남자는 나를 한 번 힐끔 돌아보고서 얼른 오라는 손짓을 한 뒤에 문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앗! 사라졌어!"
순식간에 가방을 빼앗겨버린 나는 당했다 라는 생각에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다.
'나 방금 사기 당한거야...???'
갑자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쫓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 뜨고 코 베어 간다는 세상이야. 너 정신 좀 차리고 살어'를 맨날 외치던 정수의 말이 생각났다.
한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아까 보았던 그 남자가 내 앞에 서 있었다. 혼자였다. 내 가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내 가방은 어디있어요?"
"트렁크에 있습니다. 기다려도 안 오시길래 다시 와 본 겁니다."
'뭐...?' 상황 정리는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비행기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나는 가장 중요한 가방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우선, 제 가방을 돌려주세요. 조금 있으면 비행기가 출발할 시간이란 말이예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남자의 입이 열렸다.
"못 갑니다."
"네...??????"
"......"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남의 가방도 자기 맘대로 가지고 가놓고.. 내 돈주고 내가 가겠다는 못 간다는 게 말이나 돼요?"
"지금 이 상황에서 아가씨 혼자만 생각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얼른 따라오세요. 차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겨두고 아까 갔던 길로 다시 사라져버렸다.
'저 사람의 차에 내 가방이 있다. 따라가야 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나는 그 남자를 얼른 쫓아갔다.
문 밖으로 따라 나와보니 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꽤 좋아 보이는 차를 향해 걸어가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정신 없이 달려서 그 남자가 운전자석 문고리를 잡는 순간 그 남자의 옷깃을 잡았다.
"잠깐만요. 얼른 제 가방 주세요."
하지만 그 남자는 내 말을 무슨 개가 짓나 하는 표정으로 듣더니 그대로 운전자석에 앉아버렸다. 내가 잡고 있던 그 남자의 옷깃이 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고, 그 남자의 옷깃을 잡고 있던 내 손이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거야..'
또 멍해지려는 찰나, 그 남자는 창을 내리더니 "얼른 타세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창을 다시 닫아 버렸다.
비행기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더 지체를 하다가는 정말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체크인도 했는데..
나는 뒷 좌석 문을 열고 말했다.
"가방 주세요. 시간이 이제 얼마 없어요. 이렇게 실랑이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예요."
"안돼요."
"안되긴 뭐가 안되요. 체크 인까지 전부 했고, 그럼 이번에 못 탄 비행기 표값은 아저씨가 줄꺼예요?"
아저씨는 잠시 황당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그것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비행기 표값 때문에..?? 그래요. 드릴게요 드려요! 그러니 얼른 타세요. "
나는 비행기 표값을 드린다는 말에 안심하고, 비행기 표값까지 변상해 준다고 하면서까지 나를 급히 데려가야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호기심이 발동해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이 차가 나를 곤란한 상황으로 데려 가고 있다는 것은 알지도 못한 채 고급차의 안락함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편안한 모습의 나를 보자 그 남자도 백미러를 통해 나를 힐끔 힐끔 관찰하는 대신 운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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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어느새 잠이 들었나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잘 수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게 과연 잘하고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 생활에 주도권을 잃게되어버린듯 했다.. 언제나 다른 사람이 짜놓은 일정에 나를 맞춰야 하는 생활..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 남자를 따라온 건.. 이제까지 한 번도 있을 수 없었던 조심스러운 반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조심스럽게 '아가씨'라고 부르는 소리에 깬 나는 차의 열려진 문틈 사이로 빠져나와 한 빌딩 앞에 섰다.
"K.A.R.M.A"
"여기는..?"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려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 남자는 이미 저만치 걸어들어가고 있었고, 내 캐리어가 들어 있는 차는 이미 경비원인듯한 사람에 의하여 주차할 곳으로 가고 있는듯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 가면서 물었다.
"가방은 언제 주실건데요..?"
"실장님부터 먼저 만나 보세요. 그리고나서는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시던 비행기를 타시던 알아서 하세요."
어딘지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신경이 쓰였지만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아서 잠자코 따라가기로 했다.
"K.A.R.M.A"는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피아노 제조 회사였다. 나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잘 알지는 못하지만, 워낙 주위에 음악하는 사람들만 있다보니 이것 저것 주워들은 것이 좀 있었다.
다른 일반 빌딩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여기가 과연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과 진짜 관련이 있는 곳인지 확신이 서지 않은채로 따라 가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의 큰 유리통 뒤로 보이는 공연장 같은 곳 중앙에 놓여 있는 피아노를 보고 '내 생각이 맞나보네' 하고 짐작을 했을 뿐이다.
피아노를 뒤로 하고 내가 그 남자와 함게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내린 곳은 17층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 가고 있던 내게 그 남자가 말을 걸었다.
"정말 그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실장님도 상당히 충격이 크신 것 같아요. 가서 잘 말씀드리세요."
그러고는 어느 방 앞에 서더니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라는 나긋한 일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뭐라고 대꾸할 말을 찾으려 했으나, 아직도 상황 파악을 할 수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쉽게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자는 방으로 들어서는 남자와 나를 보자마자 놀라서는 수화기를 집어 들고 누군가에게 "오셨어요!" 라고 짧게 말했다. 그리고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내게 "얼른 들어오시래요"라고 말했다.
"..."
나는 들어가서 또 무슨 상황을 겪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 움츠린채로 손잡이를 조심스레 돌렸다.
손잡이를 돌리고 빼꼼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고개를 들자마자 바로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와 맞딱드리게 되었다. 나는 문 사이에 껴서 어색한 상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었는데 어느새 남자는 나의 손목을 당겨 방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문을 쾅 소리 나게 닫았다. 나는 그 상태로 꼼짝도 안하고 있었다. 남자가 무슨 말을 시작해야지만 내가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남자는 내 팔을 가만히 놓고는 자신의 책상 의자에 가서 앉았다. 한참의 침묵이 흘러도 그 남자는 말 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에 내가 먼저 내 소개라도 하려는 순간 "한국어"로 "왜 그랬어?"라고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발끝만 쳐다보고 있던 고개를 놀라서 퍼뜩 치켜들고는 똥그란 눈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국말을 할 줄 아세요?" 나도 그제서야 한국말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한국사람이라니 좀 이야기가 쉬워질 것 같아서 나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 미소를 보더니 그 사람은 그만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았다. 아까도 그리 좋은 기분 상태는 아닌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장난할 때가 아니야" 목소리에는 약간의 짜증과 화가 조금 섞여 있었지만 여전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더 이상은 듣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 빠르게 말을 잇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안나구요, 공항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제 가방을 밖에 서 계신 남자분께 어이없게도 뺏기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구요, 당신과 그리고 밖에 서 계신 두 분은 저를 아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가 않거든요. 먼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
내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남자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지금 장난치고 있는 건 아니지..? 아.. 아니죠...? 장난치는거면 정말 화낼꺼다..아니.."
남자는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에게 다가 왔다. 그리고는 아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했던 편한말과는 다른 정중한 말투로 내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한국 사람 입니까?"
"네"
"이름이 정안나라고 했죠?"
"네"
"학생인가요?"
"네, 아마도.."
이 부분에서는 나를 한 번 살짝 의아하게 쳐다 보았다.
"몇 살이죠?"
"22살이요"
"한국 나이로 22살인거죠?"
"네"
남자는 나의 대답에 잠깐 무엇인가를 생각하는듯 했다. 이어서 남자의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생일은 언제죠?"
이런 일문 일답에 꼬박꼬박 대답하고 있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생일까지 말해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가 원하는 대답대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뭐죠?"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진실게임"이라고 말했다.
그 때까지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가 알고 있는 것에 십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장난 같은 대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여기까지 따라와서 들은 대답의 마지막이 이거라는 데에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할까. 너무 상투적인 대답. 나는 슬슬 한국에 연락을 하지 못한 데 대해 걱정도 되고 더 이상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는 말을 끝내기 위해 입을 열였다.
"밖에 계신 분이 실.장.님.을 꼭 뵈야한다고 하실길래, 비행기값은 어쩔것이냐라고 했더니 준다고 하시던데, 비행기값을 밖에 있는 분께 받아야 하나요 아니면 저를 꼭 뵙고 싶어한 실장님이신 당신께 받아야 하나요? 저는 진실게임 같은 종류의, 진실을 오히려 더 왜곡하는 것들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남자는 또 다시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무엇인가를 들고 왔다.
나는 또 뭐하자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가 나에게 들이미는 그것을 본 순간,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제껏 그렇게 놀랐던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 때만큼 놀랄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다.. 모르겠다.. 누구도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는거니까.. 그 때보다 더 나를 놀라게 할 운명이라는 진실이 또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