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남친을 만났을 땐 정말 11살 차이나는 아저씨였답니다.
저는 25살, 남친은 36살. (물론 어려보여요~처음엔 30살정도라고 생각했으니깐요)
알고 지내던 남자들은 배가 퉁퉁하고 주말엔 집에서 뻗어 잠만 자는 아저씨들이고,
여자들은 애가 둘셋있는 아줌마들이었으니까 사고방식이 무지 고지식했었어요.
자존심도 강하고 워낙에 전여친들이 애교가 없어놔서 매우 무뚝뚝했답니다.
남친이 저에게 전화번호를 받아간 날 밤에 첫 전화를 했을 때,
미주알고주알 자기 신상명세를 좌악 숨가쁘게 읽어내리고는.."제가 이런데 사귈 생각이 있어요?"
이랬답니다ㅋㅋㅋㅋㅋ 어찌나 순진하시고 어찌나 귀여우신지.
지금은 만난지 약 1년정도 됐고 내년 5월 결혼을 목표로 양가부모님도 알고계시는 동거를
하는 중이거든요.
남친이 새벽에 출근하는 일이라 여자손이 필요하고,
저역시 요리고 빨래고 제대로 하는게 없는데 남친의 오랜 자취경력의 도움을 얻고자..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하는 중이라, 새벽에 남친깨워 아침챙기고 출근준비시켜 출근시키고,
제가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늦게 오면 남친이 저녁해놓고 청소해놓고 기다린답니다~
남친이 쉬는 날에는 빨래돌리고 재활용분리수거 정리하고요.
데이트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영화를 보거나 탁구,볼링을 치거나 가까운 공원에 고기구워먹으러 갑니다.
거의 돈드는 일은 안하려고 하지요...결혼해야 되니까^^;;;
시엄마는 젓갈이며 김치며 밑반찬이며 장이며 쉴새없이 부쳐주시고,
울엄마는 남친몸 힘들다고 약이며 매실이며 미숙가루며 갖다주시거든요.
그래서 나름 이상적인 결혼이다... 친정에 사랑받고 시댁에 사랑받고,
남편은 친정에 무지 잘하고, 저는 시댁어른들께 잘하고 불만도 없고.
울 남친은 저랑 연애하던 시절에 정말 안좋은 버릇이 하나 있었답니다.
약간의 "바람기"라고나 할까요?
여자한테는 항상 친절하고 무언가 말을 할때면 그 여자로하여금 '이남자가 나한테 관심있나?'
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말을 한다는 겁니다.
저도 이 문제땜에 이 사람하고 헤어질 것을 수차례 고민을 했을 정도였어요.
물론 비호감형인 여자분한테도 똑같이 대하는 걸보면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제가 워낙에 질투가 많아서 그런 꼴을 참고 견딜수가 없었지요.
(그러면서 정작 여친한테는 무지 무뚝뚝했답니다-_-)
제가 속으로는 부글부글끓지만 항상 "쟈기~쟈기는 너무 잘생겨서 그렇게 다정하면 여자들이 들러붙는단말이야~그러니깐 내가 너무 질투나잖아~나한테만 다정해야돼~"이러니까 맨날 그냥 흘려듣고...
한번은 저랑 제 친구랑 지방에 놀러가있는 걸 남친이 데릴러 왔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맞아서 볼링 한게임치자고 우리 단골볼링장에 레인예약을 하자고 했더니
제 친구도 옆에 있는 상황에서....볼링장 카운터 여직원한테...
"레인이 없다고? 남편이 가는데 레인하나 잡아놔야지~" 하는겁니다.
제 친구가 나중에 그런남자 바람기 많아서 안된다고 일찍 헤어지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농담인거 저도 모릅니까? 농담이라도 상황에 따라 가려서 해야하잖아요.
암튼 그 일이 있고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얘기했더니, 자신도 안그럴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날이때까지의 성격이 어디갑니까?
맨날 실수해서 저한테 혼나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화해하고....
ㅋㅋㅋㅋ
그런데 어제 말이에요..
시내에 여러가지 살게 있어서 같이 갔었거든요.
애기업은 아줌마 한명이 택시를 잡고 있는데 택시가 안서는거예요.
당연히 100M만 가면 택시승차장인데 길거리에서 택시가 설리가 없죠.
그 아줌마는 그걸 모르는 눈치였어요. 택시승차장이 버스에 가려져서 잘 안보였거든요.
내가 아줌마한테 그걸 얘기해줘야 하나...고민을 하고 있는데 남친이 내눈치를 슬금슬금보더라구요.
한참 길을 걷는데 남친이 "아까 그 아줌마 택시승차장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알려줘야되지 않을까?백날 거기 있어봐야 택시 못잡는데...."이럼서 내 눈치를 봅니다ㅋㅋㅋ
제가 여자한테 친절하게 말하는걸 싫어하니까 내내 고민을 했나봅니다.
그래서 같이 가서 얘기해줬습니다.
남친이 하는말이...
아직 자기 습관이 안고쳐졌을지도 모르니까 여자한테 할말이 있을때마다 저한테 얘기를 하겠답니다.
제가 판단해서 정말 해야될 말이면 같이가서 하자고 합니다ㅋㅋㅋㅋ
웃겨서 죽는지 알았습니다. 완전 쑥맥입니다...귀여웡ㅋㅋㅋ
1년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길거리에서 와플만 보면 얼른 뛰어가서 사가지고 오고,
일찍 퇴근하는 날은 배스킨***에서 파인트 가득 아이엠샘을 담아오고,
식사 끝나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 맛있는 커피를 타오는 남친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저도 남친한테 많이 맞추지만,
나이도 많고 무뚝뚝했던 남친이 저한테 많이 맞춰주는 걸 보면
남친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결혼하고....아기낳고....검은머리 파뿌리될때까지
정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