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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잠든 사이 3 ; Happy Together

님프이나 |2005.10.26 22:44
조회 627 |추천 0

그녀가 잠든 사이 3


   포옹 속에서 그것은 더욱 확실했다. 리아에게 가볍게 포옹을 한 지민은 뿌르릉 차를 날랐고 리아는 뿌르릉 날라 가는 지민의 차 은빛 재규어를 아주 작은 한점이 될 때까지 보았다. 태양아래 감춰진 은빛별과 같이.


  “ 얏호!”


  리아는 은빛별과 같은 작은 한점까지 사라지는 순간엔 함성을 지르며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으로 올라가 칩으로 현관 도어를 열었다.

   현관 도어를 열었을 땐, 어느 때보다도 거실 커다랗게 느껴졌다. 아마 오랜만에 맘이 탁 트여서일 것이다. 리아는 지민의 방에도 들어가 보았다. 방에 들어가서는 지민의 모습과 같이 깎아 놓은 것처럼 단순하고 멋들어진 책상, 멋들어진 책상 옆의 블랙과 화이트가 뒤엉킨 강렬한 꼴라쥬 느낌의 침구가 펼쳐진 널직한 침대, 그리고 바닥에 난장판으로 흐트러진 각종 영화 DVD들과 노트북,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리아는 투명한 눈동자를 돌려 사이드에 위치한 책장도 보았다. 그곳에는 지민의 4년간 전공 책들이 게임비즈니스 관련 서적들과 함께 짱짱히 보란 듯이 꽂혀있었다. 리아는 왠지 오늘따라 그것들이 꼴 같지 않고 같잖아 보였다.


‘ 다 갖다 버리고 지민이 좋아하는 햄릿, 섹스피어, 13고스트로 채워주면 지민이 참 좋아할 텐데?’


  리아는 확 쓸어버리는 재미난 상상을 하며 파크빌의 홀을 지나 자신의 방에도 톡톡 들어가 보았다.


  그러자 웃음이 나왔다. 마치 지민과 쌍둥이 방처럼 리아의 방 귀여운 침대 옆에 위치한 책장 안으로 리아의 전공 책들도 보란 듯이 짱짱히 꽂혀있었던 것. 그 책들은 유치원 시절을 제외한 지난 12년이란 학창시절의 결산이기도 했다. 그 책들을 보는 이름난 대학을 가기 위해 지민처럼 리아도 12년간 끙끙 공부라는 것을 했고, 지민의 부모처럼 리아의 부모도 암흑 시절을 살았던 것이다.


  지민과 리아의 차이가 있다면, 지민이 단순히 최고학교의 최고학과를 지원했다면, 리아는 적어도 소질과 적성을 생각하며 학과를 지원을 했다는 것, 들어가서도 공부를 비교적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졸업과 동시에 그들은 자기들의 전공을 모두 버리고 백수 백조가 되어버렸다. 소질과 적성이 무엇인가? 학생이 단순히 ‘나 그거하면 잘할 것 같아요.’라고 혹은 ‘난 그것이 좋아요.’라고 생각한 결과인가? 아니다! 세상은 혹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리아는 약간은 묘한 웃음이 나왔다.

‘ 나는 전공 책들을 다 갖다 버리면 그 자리에 무엇으로 채우지?’

 

  자신의 상황이 더 비극적이었다. 팍 다 갖다버려도 대신 채울 것조차 없으니까?


  대신 신나는 이태원 사장님의 얼짱 파티에 가기 위해 드레스룸을 짜르릉 열었다.

  ‘ 오늘은 기쁜 날, 아주 럭셔리한 기분으로 파티 갈 거 야!’


  있는 대로 다 꺼내고 다 입어보았다. 

  ‘ 넘 야한 것 아냐?’


  강렬한 레드를 입었을 땐 감각 있어 보였고, 랩가수 이브처럼 찢어지고 흐트러지게 성장했을 땐 지나칠 정도로 겁 없어 보였다. 그리고 검정색 막대기 같이 꼭 끼는 차림에 깡총한 컷트 가발을 했을 땐 보이쉬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파티에 입고 갈 수 있는 차림은 단 한 벌 뿐!


  베이비달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섹시하고 싶고, 슬릿이 엇갈린 블라우스를 입어 센스 있고 싶고, 반짝이만 잔뜩한 누드한 스키니팬츠로 눈길 끌고 싶고, 모두 다해 인기 많은 그녀이고 싶지만 리아가 선택할 수 있는 콘쎕은 단 한 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화장과도 비슷했다. 예쁜 곳을 다 강조하고 싶다고 눈 코 입을 모두 강조하다보면 삐에로 같이 이상한 화장이 되는.


  결국, 입던 옷을 다 벗어던진 리아는 아찔할 정도로 팬티에 브라만한 채 옷방의 전신거울을 보며 새하얀 뭉크의 그림 속  여자들 보다 빼어난 자신의 나이스바디에 미소 지었다.


  ‘어차피 옷은 벗으라고 있는 것인데?’


  그리고 상상했다.


  아찔할 정도로 겨우 걸쳐진 가는 팬티 위, 매끈한 아랫배에 굵직한 검정색 크레용으로 남자친구가 낙서를 하는. 낙서를 할 때 조건은 있다. 그녀가 벗은 것처럼 그도 벗어야한다.

  리아는 남자친구에 대한 유머러스한 상상을 더욱 명쾌히 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 안돼!”

  명쾌한 상상이 머릿속을 꽉 채우는 순간 리아는 그만 꿈틀 소스라치게 소리치며 나이스 바디 위 예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상상 속에서 남자친구 지민의 오른손이 저지르는 오버액션 때문일까?


  아니다!


 

 

 

 



   머릿속을 꽉 채운 상상속의 남자는 리아의 남자친구 유지민이 아니었다. 그녀가 잠든 동안까지도 그녀의 머릿속을 꽉 매울 흥분까지 상상하며 만든 남자의 모습이 유지민이 아니었던 것이다. 분명, 그녀의 남자친구 유지민을 생각하며 빨갛게 상상을 시작했는데?

 

   상상은 뭉크의 그림 속 여인들처럼 새빨갰다.

 

   한 순간의 상상은 뭉크의 ‘사춘기 소녀’처럼, 연이은 또 다른 상상은  뭉크의 ‘마돈나’처럼 새빨갰다.


  ‘사춘기 소녀’의 상상일 때는 움츠러드는 듯하면서도 애틋하게 마치 그림속의 소녀처럼 리아는 내면을 감추려는 듯, 손을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 리아는 거울 속에서 그림속의 소녀와 똑같이 두 손을 앞에 가지런히 놓으며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거울속의 그녀는 소녀처럼 불안과 동경이 꿈틀댔다.


  ‘마돈나’의 상상일 때는 리아는 상상속의 여인처럼 머리를 늘어뜨리며 과감하게 몸을 바치는 여자가 되어있었다. 모든 세계의 움직임이 정지하는 순간까지 새빨갛게 누군가를 향해 자신을 내던지는.


  다그니라고 했던가? 마돈나의 모델 다그니가 뭉크가 아닌 다른 남자를 선택했던 것처럼, 상상 속에서 리아는 유지민이 아닌 다른 남자를 선택했다.


  남자는 데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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