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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41화> Money & Love1막

바다의기억 |2005.11.10 00:17
조회 10,413 |추천 0

주말에 바쁜 일이 겹쳐서

 

연재가 많이 늦어졌네요.

 

참고 기다려주신 여러분의 인내에 원츄를 날리며

 

발업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뒷발꿈치에 이어 목부상. 대략 낭패 ==========================

 

 

연극 시작 5분 전.


모든 배역들이 분장을 마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막이 오르길 기다리고 있었다.



박군 - 하아.... 수아.....후우......


어깨 - 후하후하후하후하.....


덩치 - 단~~~~~!!



그 폭풍전야 같은 침묵 속에서도


박수를 치거나 자기 뺨을 두드리거나 하며


태극권 같은 이상한 자세를 취해대는 박군 일당.


긴장을 풀려는 건지 힘을 모으려는 건지는 몰라도


주변엔 상당한 민폐인 것 같다.



=좀 가만히 있어 이놈들아....=



싸늘한 힐책의 눈길이 가득한 대기실.


그래도 박군 일당은 꿋꿋하기만 하다.



기억 - ........



난 공연 시작 전까지 대본이나 훑어볼 생각이었지만


평소에 로션도 발라본 적 없는 탓에


얼굴을 덮고 있는 두꺼운 분장이 신경 쓰여


좀체 집중이 되질 않았다.



얼굴이 답답한 게 가려운 것 같기도 하고....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


좀 더운 것 같기도 하고....



슬슬 밀려오는 짜증.


난 목 언저리에 와이셔츠 단추 하나를 풀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가뜩이나 긴장되는데


이런 일에까지 화를 내고 싶진 않았다.



기억 - 후우........



한숨을 푹 내쉬며 옆을 돌아봤을 때


바로 옆에 앉아있는 민아는


깍지 낀 손을 무릎 위에 얹고


눈을 옅게 감은 채


완전한 집중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규칙적으로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민아 - .....쌕.......쌕......



......자, 자고 있어?!



이제 곧 막이 올라가는 데


아무래도 위험한 게 아닐까 싶었던 난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깨웠다.



민아 - .....으응? 엄마얏?!



눈을 뜨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


튀어 오르듯 옆으로 물러앉는 그녀.



지금 나 보고 놀란 거 맞지?


자는 데 깨워서 그런 게 아니라....



민아 

- 아아...어제 긴장해서 한 숨도 못 잤더니


깜빡 졸았나봐. 미안, 미안....



..... 그녀도 긴장이 되는 걸까.


하긴 당연한 일일지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위안을 삼는 사이


그녀가 대뜸 내게 물었다.



민아 - ..... 그렇게 하면 긴장이 좀 풀려?


기억 - 응?


민아 - 아까부터 계속 손을 주무르고 있잖아.


기억 - 아... 왠지 좀 저려서.


민아 - 으음, 나도 그런데.



긴장하면 손이 저리다.


공감가면 추천.... 인가.



백번 듣기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고


백번 보기보다 직접 한 번 해보는 게 나은 법.


말을 마친 그녀는 자신도 맞은편 손을 주물러 보며


효과를 시험해보는 듯 했다.



민아 - 음... 좀 더 꽉꽉 주무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기억 - ....주물러줄까?


민아 - 응?!


기억 - 아,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무심코 대답하긴 했지만


내용으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어색한 한 마디.


그렇게 단번에 둘 사이에 대화가 끊겨버리자


그녀는 무릎 사이에 두 손을 끼운 채


몸을 앞뒤로 기우뚱거리며  달랬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기억 - ........



그건 서로 몹시 쑥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지만


난 최대한 꼼꼼히 그녀의 손을 주물러주었다.


잠시 후 손을 바꿔


그녀의 왼손을 내 무릎언저리에 놓고 주무르자


왼편에 앉아있던 그녀는 자세가 불편했는지


몸을 조금 틀어 어깨를 내 팔에 기대왔다.



민아 - ......



그렇게 있다보니 또 높이가 적당해 보였는지


내 어깨에 머리를 얹는 그녀.


점점 늘어나는 접촉면적에 비례해서


내 심장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순으로


장단를 바꿔 뛰어댔다.



심장 = 제비 몰러 나간다! 앗싸 좋고! 좋아도 간다! 에헤이!



....... 위험하다.


하지만 떨쳐 낼 수 없는 푸근한 체온과


귓가에 들리는 그녀의 숨소리.



민아 - 색.....색......



또 자고 있어?!



기억 - ..... 일어나, 일어나.


민아 - 응?!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잠기운에 몽롱하게 흐려진 눈동자.


대기모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윈도우me의 구동화면이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민아 - .....엄마야!


기억 - ......


민아 - 아, 맞다. 기억이구나....... 미안.



........ 세수하고 와버릴까.




잠시 후.


공연 시간이 다되었다.



연출은 옷매무새를 점검한 뒤


크게 심호흡을 두 번 하고


무대 위로 걸어 나갔다.



연출 

- 레이뒤르뮈르귀르뒤스~!!! 앤 줴르줴르줼줼줴룰맨~!!!


정말로 오랜 시간, 유구한 세월을 기다리셨습니다!


이 광활한 소공연장을 꾸역꾸역 매워주신


여러분의 성원에 골수까지 감사드리며


바로 지금!! 역사적인 무대의 막이 올라갑니다!!



............ 드디어 시작이다.



민아 - 다녀올게.


기억 - .... 응.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향하는 그녀.


방금 전까지 마주 잡고 있던 손과 어깨에


그녀의 체온이 진하게 남아있었다.


마치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곁에 있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반쯤 드리워져있던 장막이 완전히 걷혔다.


동시에 =솨아-.= 하고 관객석을 지나는 박수소리의 파도....


땅거미가 지는 것처럼


관객석을 비추던 조명들이 꺼지면서


무대 위는 더욱더 환하게 빛나보였다.



이야기는 선희와 철수라는


지극히 평범한 연인의 일상적인 삶에서 시작된다.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평화롭고, 행복하고, 조촐한 낙에 살아가는.....



무대 중앙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는 선희.


옆에 있는 바구니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바느질거리들은


그것이 결코 본인을 위한 일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



철수 - 자기야~!!



그때, 무대 밖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철수의 목소리.


선희는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바구니에 쑤셔 담은 뒤


어떻게 숨길지 허둥지둥 거리다


펑퍼짐한 치마를 이용해 바구니를 덮고 앉았다.



선희 - 아하하.... 오늘은 일찍 왔네요.



곧 무대위로 뛰어나온 철수는


몹시 어색한 그녀의 자세나 행동에도 아랑곳없이


손에 들고 온 보자기꾸러미를 풀어 양은냄비 하나를


선희의 앞에 내려놓았다.



철수 - 자기야 자기야 이거 봐, 응?


선희 - 에? 이게 뭔데요?


철수 

- 오늘 생선가게에서 일해주고 왔는데


거기 사장님이 저녁에 찌개를 해주시더라고.


먹어보니까 너무너무 맛있어서


자기 주려고 한 그릇 더 얻어왔어.


아직 안 식었으니까 빨리 먹어, 응?



선희 - ........ 고마워요.


철수 

- 에이.... 또 울려고 그런다.


자꾸 그럼 내가 더 미안하잖아.



선희 - .......


철수 - 식는다, 빨리 먹어.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린 거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걸까?


자신에게 걸 맞는 크기의 행복....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큰 꿈을 가진 사람이


가장 즐겁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조촐한 행복감에 젖은 식사를 계속하던 중


선희의 얼굴에 짙은 고통의 그림자가 스쳤다.


마냥 행복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철수는


바로 그녀의 변화를 눈치체고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철수 - 왜 그래, 괜찮아? 어디 아픈 거야?


선희 

- 아...아뇨, 사레가 콜록, 들려서....


콜록, 물 한 잔만 가져다줄래요?



철수 - 아....응.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철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선희는 비틀비틀 힘겨운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치마 뒤춤을 뒤적거리던 그녀는


짧은 신음을 흘리며


두 뼘 길이에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두께를 가진


초대형 바늘을 쑥 꺼내들었다.



선희 - 아야.....



재빨리 바느질거리 속에 바늘을 넣은 그녀는


바구니를 들어 무대 밖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놓은 뒤


다시 앉았던 자리로 돌아왔다.



=풋-=



너무 잔잔하고 진지한 상황에서 튀어나온 개그에


관객들은 뒤늦은 웃음을 터트렸고


가볍게 환기된 분위기에서 연극은 계속되었다.



철수 - 여기, 물!


선희 - 콜록, 고마워요.


철수 - ..... 어때? 맛있지, 응?


선희 - 예, 정말 맛있어요.



이후에도 두 사람은 행복했다.


정해진 일자리는 없어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열심히 일하는 철수와


철수 몰래 빨랫감이며 바느질거리를 얻어다


생활에 보태가는 선희.


빈곤해도 부족하진 않은....


그들만의 낙원 속에 두 사람은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꾸물꾸물 자라나기 시작한


불행의 씨앗.



철수 - ....응? 자기 또 밥 안 먹는 거야?


선희 - 아... 전 아까 먹었어요.


철수 

- 거짓말.... 요즘 안색도 안 좋고


어디 아픈 거 아냐? 응?



선희 -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요.


철수 - ..... 정말 괜찮은 거야?


선희 

- 네, 괜찮아요. 아참, 내 정신 좀 봐.


아까 장조림 재워놨었는데....



도망치듯 일어나 자리를 피하던 그녀는


일어서기가 무섭게 복부를 감싸며


자리에 고꾸라졌다.



선희 - 헉........


철수 - 응?! 자기야!!!!



그녀의 위 속엔


그동안 낙원을 지키기 위해


참고. 참고, 또 참아왔던 인내의 눈물이 모인


종양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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