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다, 결혼하고 싶다'
지난 오월 내내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었다.
지난 겨울, 그 긴 동면의 잠에서 깨어났던 봄은 진한 황사의 탓인지 너무나 힘들었다.
나쁜 일은 어찌 그리도 눈치가 빠른지, 약한 내 옆구리를 너무나 아프게 찔러대었다.
서른여섯, 내 나이가 부끄러울만큼 나는 세상살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저 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하고 싶은것만 하고 살았던 철부지 여자일뿐이었다.
무서웠다.
내가 알아왔던 세상살이와는 다르게 너무나 큰 세상이 정말 무서웠다.
잘 살고 있었는데...작은 내 세계는 안전했었는데.....
언제 벗어나버렸는지 익숙한 길이 아닌 곳에, 서 있었다.
왜 혼자 이렇게 추위에, 어둠에, 외로움에 떨어야 하는지...
지독한 방향치인 나는 돌아나갈 길도 찾을수가 없었다.
힘들었다.
나이를 따라오지 못한 철부지 나땜에, 자꾸만 부딫히게되는 이성의 괴리감땜에 하루가 숨이 찰만큼
벅차고, 출구조차 찾을수 없는 세상은, 정말 무서웠다.
누군가가 필요했었다. 정말 간절히 원했다.
혹, 그때 그가....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보내야하는 바람이 맞을까?
후에, 아주 먼 후에야 알수있게 되겠지...
.
.
.
그날도 사람땜에 맘고생이 심했던 하루여서,
'결혼하까, 그냥 아무 남자나 만나서 결혼해버릴까? 사람들이 징글징글한데, 그냥 결혼하까'
근래 생겨난 버릇으로 엄마옆에 누운채 긴 한숨처럼 내뱉었던 말이었다.
그때 마침 이모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그 남자를 소개받았다.
그날의 내겐 드라마속의 운명처럼 그 남자가 느껴졌던것도 같다.
이 나이쯤되면 선도 흔한게 아니었다.
작지않은 나이에, 왠만한 주위분들한텐 다 소개를 받았던 터라, 내 코는 어디쯤 가서 붙어있는지도 모른다는 고약한 인심으로 인해 거의 폐점한 상태였다.
그런데, 나이도 한살차이에, 큰 부자는 아니지만 번듯한 직장에, 게다가 그 남자는 키도 크단다.
미친듯이 키에 연연하는건 아니지만, 식구들이 다 작은 편이라서, 내 눈에만이라도 키가 커보이는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만난 그 남자...결혼하자고했다.
어릴적부터 혼자생활하는데 익숙해 조금 밋밋한 그 남자는, 사람과의 따뜻한 정이 느껴져서
내가 좋다고 했다.
처음 그 말에 흔들렸다.
나와 함께라면 자기도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것 같다는 그 말에,
정말 흔들렸다.
....자신이 없었다.
내가 찾고있던 사랑에 대해, 아니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흔들리고 있는 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가 정말 내 사람인지 자신이 없었다.
그때 알았다. 사랑에 출발선이 있기도 하다는걸.
'요이~~~~~~땅!'하고 총소리를 내면 달릴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랑이라는게 갑자기 벼락처럼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면서 시작이 되는거라고 꼭 믿었던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특별한 뭔가가 있을거라고, 그게 사랑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된다고 믿으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었는데...아니기도 했다.
꼭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는건 아닌것 같았다.
.......그래도 그를 잡지 않았다.
세상이 어려운 수학문제처럼 꼬여서 날 헷갈리게하고,가슴이 답답하게 하고, 칠판앞에서 부끄러워
숨고싶게 만들어도,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다시 혼자맞이한 겨울,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아직까진, 그를 보낸걸 후회하진 않는다.
그치만 언제 또 후회라는 미련퉁이가 날 취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덜렁이 방향치인 나는 낯선 길을 가면 꼭 돌아나오는 버릇이 있다.
꼭 두번씩 헤매고나서야 길을 찾게되는 버릇이 있다
그와의 만남에서 나는 길을 잃었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다시 돌아서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진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길을 찾지못해 두려움으로 헤매곤 있지만,
곧 그 길을 찾을 수 있을거다.
그때! 결혼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