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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예감 - 제 13 장 - 에필로그……위험한 첫날 밤 [완결]

유즈나 |2006.01.20 03:08
조회 1,591 |추천 0

 



제 13 장

에필로그……위험한 첫날 밤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유부녀가 되었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신혼여행지인 제주도, 그것도 호텔 룸의 침대위에서,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을 한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승우의 청혼을 받아들인 후, 결혼은 마치 번갯불에 콩이라도 구워 먹듯 진행되었다. 우리 부모님의 적극적인 찬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의외로 승우의 아버지도 쉽게 결혼을 승낙해 주셨다. 분명 모진 반대에 부딪힐 거라고 확신했는데, 기껍지 않다는 듯 퉁명스럽지만 분명한 승낙의 대답을 들었을 때에는, 오히려 맥이 빠질 정도였다. 감정표현에 솔직하지 못한 승우 아버지의 성격을 감안했을 때……어쩌면 말씀만 그렇게 하시지 속으로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게 아닐까?(승우가 정말 복수를 목적으로 나와 결혼을 마음먹었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뭐,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승우 아버지의 진심을 확인할 기회는 얼마든지 많으니까 천천히 생각하자. 승우의 새엄마(아, 이제는 어머님이라고 불러야 할까?)는 소극적이지만 진심으로 지지를 해주셨고, 그 다음 결혼 준비는 내가 제대로 의식도 못할 만큼 일사천리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오늘 유부녀가 되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가 되어, 하객들 앞에서 승우와 평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했다. 경숙이가 나의 부케를 받았고(너무 힘이 넘쳤는지, 두 번이나 식장 끝까지 부케가 날아가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우리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신혼여행지인 이 곳 제주도로 향했다. 피로연을 하며 마신 얼마간의 술 때문인지, 아니면 신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취하게 했는지……크게 멀미조차 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모든 일이 너무 쉽게 진행된 거 아냐?’

 

 뜬금없는 불안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내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쉬운 진행은 없었기에, 낯설음이 느껴질 만도 하다. 불운의 늪에서 탈출했음을 확신하고는 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내 몸은 아직 그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어쩐지 불운이 잠복해 있다가 방심한 새에 덮칠 것 같은 기분을 떨치기 힘들다.

 

 ‘하지만……이제 무슨 나쁜 일이 있을 수 있겠어?’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랜다. 그래,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한 결혼을 했는데 나쁜 일이란 있을 수 없다. 이제 나의 앞에는 핑크빛 행운만이 펼쳐져 있으리라!

 

 ‘정말……더 이상 생길 나쁜 일이 없을까?’

 

 다시금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나의 불안감을 부추긴다. 바로 승우가 샤워하는 소리였다.

 

 사실 불안의 원인은 이것이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첫날 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니 불안한 건 당연한 걸까? 승우를 사랑하는 만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 닥치니 그저 머릿속이 새하얘질 뿐이다. 금방이라도 욕실 문이 벌컥 열리며 승우가 걸어 나올까봐 초조했다.

 

 ‘전에 신혼여행 갔다 와서 바로 이혼한 부부 얘기를 들은 적 있어. 멀쩡해 보이는 남자였는데, 알고 보니 변태였다지? 여자가 기겁을 하고는 바로 돌아와서 이혼했다던데…….’

 

 혹시……승우도?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으듯, 승우가 나에게 과분한 남자이긴 하다. 인물 좋지, 학벌 좋지, 능력은 말할 것도 없든 데다 재산도 빵빵하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인데, 승우는 지나치게 완벽해 보였다. 그러니……남이 알지 못하는 이상한 취향 하나쯤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 아닐까?

 

 ‘그래, 이건 너무 지나친 행운이야. 아무래도 무언가 대반전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정말 승우가 무시무시한 변태라면? 악, 이 일을 어쩌면 좋아!’

 

 가슴이 쿵쾅거리고, 당황해서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현실이라 믿어버리는 버릇이 또 고개를 쳐든 것이다. 이제 나는 승우가 변태임이 틀림없다고 거의 확신할 지경에 이르렀다.

 

 ‘승우가……무슨 짓을 하려고 할까? 아, 나로썬 상상할 수도 없어. 사랑하는 남자의 이상한 취향을 꾹 참아줘야 하는 건가? 아니면 지금 도망가야 할까?’

 

 허둥지둥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도망갈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후 욕실에서 물소리가 멈췄고, 그와 동시에 나의 몸은 돌덩이처럼 굳어져 버렸다. 이제 도망갈 기회는 날아가 버린 것이다.

 

 욕실 문이 벌컥 열리고, 미소 띤 얼굴로 승우가 다가왔다. 촉촉한 승우의 얼굴이 기분 탓인지 굉장히 외설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승우의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느끼했던가?

 

 “왜 그렇게 서성거리고 있어? 나 기다린 거야?”

 

 “절대로 그런 게……아니, 내가 말이지……그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당황한 나머지 혀도 마비 증상을 일으키나 보다. 무언가 제대로 된 변명을 하고 싶은데, 입은 의미 불명의 헛소리만 하고 있다. 그런 나의 얼굴을 승우가 빤히 쳐다본다.

 

 “긴장한 것 같은데? 긴장할 게 뭐 있다고……. 자, 이제 모든 걸 나한테 맡기고 마음 편하게 있어.”

 

 이렇게 말하더니, 승우가 갑자기 나를 번쩍 안아 든다. 순식간에 허공에 붕 뜨는 기분이 들며, 제주도까지 오면서도 안한 멀미를 지금 할 것 같다.

 

 ‘긴장하지 말라더니, 이런!’

 

 그 순간 비명이 나오지 않은 것은 입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극단의 공포에 빠지면 비명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하는 승우의 품이 어찌 이리도 무서울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아름다운 신부, 오늘밤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나의 귓전에 달콤하게 속삭인 승우는 나를 천천히 침대 위에 눕혔다. 소중한 물건을 다루기라도 하듯,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이미 겁에 질릴 대로 질린 나에게 이 순간은 전혀 로맨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 역시……변태적인 기질을 발휘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하지?’

 

 나를 눕힌 승우는 곧바로 내 옆에 자신의 몸도 눕힌다. 그리고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내 뺨을 어루만진다. 이어서 나의 눈꺼풀과 콧잔등에 가벼운 입맞춤이 이어진다. 들릴 듯 말 듯 작은 속삭임과 함께…….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를 봤어. 웨딩드레스를 입은 네 모습을 보는 순간, 너무 눈부셔서 가슴이 벅찼어. 그 신부가 이제 내 품 안에 있는 건가? 이제 정말 네가 나의 신부가 된 거지?”

 

 승우가 부드럽게 입술을 포개왔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입술. 승우와는 벌써 몇 번이나 입맞춤을 했지만, 오늘은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이제 우리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는 게…….”

 

 그가 환하게 미소 짓는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짧은 입맞춤. 그의 입술은 나의 바짝 마른 입술을 촉촉하게 적시고, 곧이어 나의 목덜미에도 자신의 자취를 남긴다.

 

 ‘기분이 이상해. 이런 기분은……처음인 걸.’

 

 낯선 느낌이 나를 더 겁에 질리게 한다. 그리고 그의 손! 이제 막 가슴께에 느껴지는 그의 손길이 나를 기겁할 만큼 놀라게 했다.

 

 “으아아아악!!!!!!!!! 이 변태!!!!!!!!!”

 

 드디어 저질러 버렸다. 목구멍을 뚫고 나온 엄청난 비명. 마침내 분출되기 시작한 나의 비명은 멈출 줄 모르고 위력을 과시했다. 이번에는 승우가 기겁을 할 차례이다.

 

 “조, 조용히 해! 호텔 사람들을 전부 깨울 셈이야?”

 

 놀란 승우가 내 입을 틀어막으려 했으나, 나는 그의 행동에 더욱 큰 비명으로 대응했다.

 

 “손대지 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마침내 당황한 승우는 항복했다는 듯 내게서 멀리 떨어졌고, 그제 서야 나도 비명을 멈췄다. 극단까지 치솟은 공포가 한풀 꺾인 후에야,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느 새 나는 이불이 방패라도 되는 듯 움켜잡고 있었다. 방어적인 자세로 후들후들 떨고 있는 나의 모습은 불쌍한 희생양처럼 보였으리라. 반면 승우는 침대에서 멀리 떨어져 팔짱을 낀 공격적인 자세였다. 감출 수 없는 황망함으로 가득 한 그의 눈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이 방 안 가득 흘렀다.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 이후라 더욱 적막하게 느껴지는 침묵이 한참이나 흐른 뒤, 승우가 입을 열었다.

 

 “뭐? 변태? 내가 어째서? 하여간 끝까지 나를 이상한 놈 취급하는구나. 이럴 거면 왜 나랑 결혼한 거야?”

 

 화가 난 목소리이다. 감정을 절제하려 애쓰고 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것 같다. 하긴, 한참 분위기 잡고 있는데 변태 취급을 하며 찬물을 끼얹었으니……생각해 보면 화가 날 만도 하다.

 

 “관두자. 난 소파에서 잘 테니, 침대에서 혼자 마음 푹 놓고 자라고. 자고 있는데 강제로 덮치는 파렴치한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승우는 부드러움이라고는 없는 거친 동작으로 침대에서 자기 몫의 베개와 이불을 가져갔다. 그리고 녀석의 덩치에 비하면 턱없이 좁고 짧은 소파에 몸을 억지로 구겨 넣고는 이불을 뒤집어 써 버린다.

 

 나만 혼자 커다란 침대 위에 덩그러니 남았다. 침대는 좀 전과 달리 너무 차갑게 느껴졌다. 그제 서야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로맨틱한 첫날밤을 꿈꿨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돼버린 거야? 이러다가 정말 결혼 첫날밤에 끝장나는 거 아냐?’

 

 혼자 이불을 둘둘 말고 잠을 청해 보았다. 그러나 잠이 올 턱이 없다. 승우의 체온과 다정한 속삭임이 그리웠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왜 승우를 그렇게 두려워한 거지? 설사 승우가 좀 변태일지라도, 나에게 크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 텐데……. 그래, 변태 짓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은 모르지만……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식으로 오늘 밤을 보낼 수는 없었다. 승우에 대한 사랑을 떠올리며, 용기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결의에 찬 태도로 승우가 누워 있는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

 

 “저, 승우야…….”

 

 침묵. 조금의 미동조차 없다. 이불을 뒤집어 쓴 탓에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답답하다.

 

 ‘분명 내가 잘못한 것이니, 자존심 꺾고 끝까지 사과하자. 이런 식으로 우리의 결혼을 망치고 싶지 않잖아?’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힘들게 열어, 사과의 말을 중얼거렸다.

 

 “미안, 내가 너무 긴장했나봐. 이러려던 건 아닌데……. 자꾸만 초조하고 당혹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그런 반응을 보였나 봐. 화 풀어, 승우야. 응?”

 

 계속되는 침묵. 너무 화가 나서 나와 말도 하기 싫다는 건가?

 

 ‘이렇게 힘들게 용서를 비는데, 어쩌면 한 마디 대답도 안하는 거지? 혹시……벌써 잠들어버린 거 아냐?’

 

 겨우 용기를 내서 먼저 사과를 했는데, 이미 잠들어 버린 거라면 억울해서 어쩌지? 나는 이대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것 같은데, 이렇게 그대로 꿈나라에 빠져 있는 거라면…….

 

 “승우야…….”

 

 마침내 슬쩍 이불을 젖혀 보기로 마음먹는다. 잠들어 있으면 두들겨 패서라도 나의 사과를 받아들이게 할 셈이었다. 헉, 그런데……이불을 걷어내자 승우의 또랑또랑한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치고야 말았다. 막상 그와 눈이 마주치자, 좀 전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다시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뭐야, 잠든 줄 알았잖아…….”

 

 표정으로 봐서는 녀석이 화가 난 건지, 풀린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갑게도 침묵으로 일관하지는 않았다.

 

 “그냥 이대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

 

 승우 역시 나와 같은 기분이었구나. 화를 내며 첫날밤을 망칠 생각은 없었던 거다. 드디어 승우의 목소리에 다시 다정함이 깃들었다.

 

 “네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사실 나도 많이 긴장하고 있으니까.”

 

 “정말?”

 

 녀석은 ‘긴장’이란 말조차도 알지 못할 것 같은데……. 믿기지 않는다.

 

 “나는 뭐 결혼 두 세 번 하냐? 떨리고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지. 하지만 남자라고 용기를 낸 건데, 그렇게 변태 취급을 하다니……. 나도 상처받는다고.”

 

 “미안해, 정말. 이제 그런 일 없을 거야. 나……네가 정말 변태라고 해도……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아.”

 

 나의 말에 승우가 키득거렸다.

 

 “너, 무슨 말 하는지 알면서 그런 소리 하는 거야?”

 

 물론 잘 모른다. 그러나 승우가 웃는 모습을 보자 긴장이 얼마간 풀리며 마음이 안심된다. 그래서 큰 소리로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럼, 내가 뭐 어린앤 줄 알아? 나도 알 건 다 안다고!”

 

 “좀 전까지만 해도 어린애처럼 굴고서…….”

 

 “이제 그러지 않는다니까!”

 

 나의 씩씩한 대답에 승우의 눈빛이 나른해진다. 어쩐지 굉장히 에로틱하게 느껴지는 눈빛이다.

 

 “음, 하지만 이미 나는 상처받았는걸.”

 

 “미안하다고 했잖아. 내가 어떻게 하면 상처가 치료되겠어?”

 

 “공평해지는 게 어때?”

 

 “공평? 좋아, 너도 나한테 변태라고 소리 질러. 그러면 되는 거지?”

 

 “바보,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아까 용기를 내서 네게 다가갔던 것처럼……이번에는 네가 용기를 내는 거야.”

 

 “뭐? 그게 무슨…….”

 

 “난 또 다시 변태 취급 받고 싶지 않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번에는 네가 나에게 다가와. 나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겠어. 그래야 공평해지잖아.”

 

 “하지만……어떻게…….”

 

 “편하게 생각해. 나는 네 꺼야.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입술이 바짝 말랐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천둥소리 마냥 크게 들려 왔다. 어떻게 그런 짓을…….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생각해 보니 매력적인 발상이기도 했다. 저 강하고 매력적인 남자를 내 마음대로 한다고?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인다.

 

 ‘그래, 용기를 내는 거야. 이건 어디까지나 아까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마음을 굳게 먹는다. 승우가 용기를 북돋아주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기대감도 함께 일렁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소파 앞에 무릎 꿇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소파에 누운 승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우아한 골격이 돋보이는 이마와 조각 같은 광대뼈, 날렵한 모양새의 코와 관능적인 입술까지……. 굉장히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나의 손길을 만끽하며 꼼짝 않고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이 나를 자극했다. 이제 좀 더 용감한 행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이번에는…….’

 

 아까 침대 위에서 승우가 했던 행동이 떠올랐다. 본능적으로 나는 그의 행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의 입술을 그의 눈꺼풀에 안착시킨 것이다. 가볍고 마치 장난 같은 입맞춤. 그것은 눈꺼풀에만 머물지 않고 콧등과 뺨을 지나 수줍게 입술까지 내려왔다. 촉촉하고 뜨거운 그의 입술이 그 어느 때보다 감각적이다. 그 입술이 술보다 더 나를 취하게 했다. 값비싼 포도주도 그의 입술보다 황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아.’

 

 여전히 승우는 나에게 몸을 맡기고 얌전히 누워 있다. 그저 나의 애무에 순종적으로 응할 뿐, 나를 겁나게 하는 그 어떤 행동도 옮기려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내가 더욱 대담해지도록 부추기고 있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생긴 걸까? 나의 손이 그의 잠옷 앞섶 단추를 풀었다. 탄탄하고 반지르르한 그의 가슴과 목덜미가 드러났다. 남자의 몸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몰랐다. 승우의 몸은 마치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워서, 나를 단번에 매혹시켰다. 나도 모르게 그의 가슴에 입술을 갖다 댄다. 심장 소리가 느껴진다. 매끄러운 피부 아래의 고동과 떨림이 느껴진다.

 

 “아영아…….”

 

 마침내 승우가 항복하듯 침묵을 깬다. 내 이름을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는 신음소리가 섞여 못 견디게 뇌쇄적이다. 나의 손길에 이렇게 약해진 승우의 모습을 보니, 내가 무척 강해진 기분이다. 마치 세상을 정복한 것 같다.

 

 하지만 새신부의 공격은 여기까지이다. 이내 서툴고 수줍어져 버린 나는 결국 승우의 가슴에 상기된 얼굴을 묻으며 속삭이고 만다.

 

 “이제……네가 날 안아 줘. 난 네 꺼야.”

 

 승우의 입가에 웃음이 스친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두 팔을 들어 나를 껴안는다. 좀 전까지 무기력하게 내게 맡기던 그의 몸이 이제는 강한 힘으로 나를 압도한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정복당하는 것이 이렇게 황홀한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언젠가는……다시 한 번 내가 그를 정복해야지. 머지않아……꼭…….’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을 해보지만, 잠시 후 머릿속에는 그 어떤 생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황홀경이 모든 것을 잠식해 버린 것이다…….

 

 

 


 달콤한 피로감에 젖어, 우리는 서로의 품에서 잠이 든다. 첫날밤, 달콤한 꿈이 우리와 함께 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행복한 꿈이…….

 

 

 


 머리맡에 놓인 책표지에 그려진 소설 주인공의 얼굴만이 잠들지 않고 우리를 향해 미소 짓는다. 나의 첫 번째 출판 소설, ‘억세게 재수 없는 그녀의 운명탈출기’의 주인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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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드디어 완결입니다!

힘들게 이어 나가던 글을 드디어 완결한 이 기분!

애 하나 낳은 기분이라고 할까요?ㅋㅋㅋ

분명한 것은 이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주신 분들이 없었다면...절대로 이 글이 완결되지 못했을 거라는 겁니다.

중간에 한참이나 쉬며 불성실함을 보인 작가인데도, 끝까지 포기 않고 읽어주신 분들께 너무 큰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너무 사랑해욧!!

 

사실 이번 13장은 괜한 군더더기가 아닐까 많이 갈등하며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독자분들이 아영이와 승우의 뒷이야기를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열심히 써봤는데, 결과가 어떨지는 여러분이 판단해주실 문제겠죠?

 

자, 이제 저는 잠시 휴식기를 갖을랍니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새로운 글로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드릴께요.

다음번 글을 올릴 때는 초성실한 작가로 거듭나렵니다^^;

 

그 동안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모두들 다시 돌아올 그 날까지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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