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오랜 장마로 세상이 비에 젖어 우울한 회색빛이었던 어느날..퇴근 무렵..
피곤한 발걸음을 이끌며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
낯익은 뒷모습을 발견했다.
‘엄마의 뒷모습’
늘 보던 엄마인데도.. 뒷모습을 보며 엄마구나라고 깨닫는데는.. 잠시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듯 하다. 늘 보던 엄마인데도 말이다.
반가운 맘에 “엄마~”라고 부르려다가..
처음 보는 엄마의 뒷모습이기에..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는게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엄마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길을 걸을 때 같은 방향으로 갈 때는 꼭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면서 걷는다.
대게 사람들은 빠른 발걸음으로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며 나에게서 멀어져간다.
왜냐면 난 걸음이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앞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한다. 그 사람의 성격, 옷차림.. 직업등등을..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뒷모습을 보면서는 그냥 지나치는 배경의 일부분인냥.. 아무런 감정 없이 지켜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의 뒷모습..
만약 나의 엄마가 아니었더라도..
전혀 모르는 타인의 모습일지라도..
엄마의 뒷모습을 누군가 보았다면.. 가만히 서서 미소를 짓게 만들었을 것이다.
엄마의 뒷모습은
우중충한 회색도시와는 어울리지 않을...
파라솔처럼 커다란 무지개색 우산을 지팡인냥 즐겁게 앞뒤로 흔들며
귀에 익은 오래된 유행가를 흥얼거리시며..
춤추듯.. 걷고 계셨기 때문이다.
「춤 추듯이 말이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아직도 소녀 같으신 엄마를 보며..
엄마 안에 담겨져 있는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보며..
세월이란 무겁고 힘든 시간들 앞에 접어야했던 엄마의 꿈들을.. 떠올려본다.
그러고 보니 난 엄마의 꿈을 알지 못한다.
엄마가 십대 시절에..
그리고 내 나이인 이십대 시절에.. 어떤 영롱한 꿈의 조각들을 찾아 설레여 하셨는지
알지 못한다.
엄마는 태어나면서부터 나의 엄마인 것이 당연한 것이고,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엄마의 의무라고 생각했었다.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엄마의 의무’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의 꿈을 위해..
아직도 바로 서지 못한 못난 나를 위해..
아직도 엄마의 희생은 현재진행형이다.
“엄마~”
목메인 목소리로 엄마를 불러본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는데..
가냘프게 떨리는 목소리였는데..
엄마가 신기하게 돌아보신다.
“정아~”
그리고 날 향해 환하게 웃어주신다.
“지금 끝났어? 배고프지?”
어느새 달려오셔서 나를 쓰다듬어주시는 엄마의 손길에..
자꾸..눈물이 날려고 한다.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작게..
“엄마 사랑해요..”
말해본다.
마음속..가득.. 엄마의 사랑으로 채워짐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