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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로맨스 >> - 16

마녀본색 |2006.02.14 08:59
조회 1,142 |추천 0

 

#3장. < 너는 나의 적! > - 5


퇴근길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는 미우와 태봉도 섞여있었다.

미우는 짐짓 밝은 얼굴을 하고, 태봉의 곁에서 서있었다.

대뜸 식사나 같이 하자고 해놓고는 내심 제대로 할 용기가 나기 않았는지, 하다에게 지원요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우선, 태봉도, 하다가 합세한다는 소리에 조금은 마음을 놓는 편이였다.

솔직히, 좋은 의도인지, 아닌지는 잘 몰라도, 미우라는 저 여자가 오늘만큼은 조금 겁이 나서였을까.

미우도, 태봉도, 목이 빠져라 하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다역시. 퇴근하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그녀 특유의 경쾌한 발걸음을 하고 그 둘 곁으로 다가왔다.


“오래 기다렸어? 안녕하세요?”


“응 아니... 가자..”


“네... 그럼 타시죠...”


태봉은 얼른 타기를 권하며, 먼저 자신의 차 운전석에 올라탔고, 그 뒤를 이어, 미우와 하다도 뒷자석에 올라탔다. 하다는 미우를 조수석 쪽으로 밀었지만, 미우는 완강하게 뒷자리고 올라타고 태봉의 차는 출발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조용하게 이야기 하고싶었던 미우의 바람은 무산되고, 지금 셋은 소박한 삼겹살집에서 열심히 고기를 뒤집으며 구워먹고는 2차로 근처의 맥주집에 앉아 맥주잔을 부딪히고 있었다. 미우의 미소짓기 노력과 은근한 술기운에 힘입어, 셋의 처음 어색했던 분위기는 꽤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야~ 미우씨한테 이런면이 있는줄 몰랐네.. 아무리 적응기간이였다고 하더라고, 그동안 굉장히 까칠했어요... 진작.. 이렇게 편하게 지냈으면, 좀 좋아요...”


“하하..그...그러게요...”


“미우얘가 좀 다혈질적인 면이 없잖아 있어두, 그렇게 나쁜애는 아니니까, 태봉씨가 앞으로 많이 이해좀 해주세요, ”


“아우,. 그럼요 .,그래야죠,,”


미우는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생글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어느정도 태봉의 적대감도 많이 누그러진것 같았다..이젠.. 왕따에서 벗어나는 문제만 남은 것 같았다.

미우는 중간중간, 자신도 모르는 말이 툭 튀어나오려고 할 때마다. 속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입꼬리를 귀쪽으로 끌어당겼다.


“자, 그럼 앞으로 정말 잘 지내봐요,...”


태봉은 처음봤을 때 처럼 넉살좋게 웃으며, 미우에게 악수를 청했다.

분명, 태봉정도의 미소면 호감을 가지고도 남을만했지만, 미우의 눈에는 재수없는,느끼한, 샌님같은..등등의 나쁜 수식어만 가득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껏 경련나게 웃어준 얼굴 근육에 미안해서라도, 그 수식어들을 스스로 물리쳐야헸다.


“네, 그래요... 앞으로는 정말로 잘 지내요..."


미우도 애써 태봉과 악수를 하고, 그날의 화해신청은 꽤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럼 앞으로 이 태봉이란 대략 껄끄러운 남자와 친목을 도모하며,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계산을 마친 미우는, 이번엔 정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로 화답했다.

이제는 앞으로 미우 하기 나름의 화기애애한 생활이 이어질 수 있을거란, 근거없는 확신으로 가득찼다.,

그러나, 그 확신은... 일주일만에 산산히 부서졌다.



태봉과 화해를 하고 사무실에서도 더 이상 으르렁거리지 않는 생글거리는 미소로 일관한 미우와 그에 맞장구를 치며, 친한척하는 태봉덕에 상사들은 그들의 분위기를 받아들이는 듯 했으나. 같은 부서 여직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왕따에 가까운 따돌림을 받고 있었고, 그녀들의 화재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대신, 미우의 뒤에 대고 아니꼬운 시선과 못마땅한 혀놀림이 따라다녔다.


‘대체, 뭐가 문제야?’


미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친하려고 노력하는 그녀에게 냉랭한 그녀들의 태도를.... 그래서 미우는 오늘도, 하다를 잡고 하소연중이였다.


“도대체, 뭐가 문젠지 모르겠어. 그 차태봉이란 사람하고 화해하고 잘만 지내면, 다 잘될 줄 알았는데, 대체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


이번만큼은 하다역시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제 삼자입장에서 봤을때, 최근 일주일간의 미우의 모습은 호감을 주고도 남을만한 모습들이였다.

그런데, 왕따라....


‘텃세부리느라 그러나?’


“글세? 너, 다른 실수하는 건 없어?”


“없어 그런거... 심지어 어제 아침엔.. 사무실에 내가 쟁반들고, 커피까지 다 돌렸다니까. 그런데. 그 여자들은 아예 컵에 손도 안 대더라구... ”


“괜한 텃세인지..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미우는 어깨에 힘을 주며 사무실안으로 들어섰다.

힘차게,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가 앉아서, 살짝 주위를 둘러봤다.

무슨 일인지 여직원들이 회의 테이블 쪽에 몰려있었다. 미우는 뭔가 싶어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여직원뿐만 아니라, 남자직원들까지, 태봉을 둘러싸고, 있었다.

뭔가 싶어 빈틈으로 가운데를 들여다 보니, 태봉이 마술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손놀림....

여직원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고 있었고, 태봉은 더 신이 난듯, 손에 든 카드를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계속 했다.


‘저런건, 또, 언제 배웠데? 잡기에 능~한것이 딱! 바람둥이네..’


미우는 다른 여직원들 처럼, 감탄사를 내뱉진 않았지만, 그래도 신기했다. 눈속임이란걸 뻔히 알면서도, 기술은 기술이니까...

그러다 태봉은 어느 틈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는 미우를 발견하고, 손을 내밀어 미우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미우는 태봉의 손에 이끌려 가면서, 분명히 보았다.

몇일동안 머리를 싸매었던 이유를 간파할 수 있었다.. 다른 여직원들의 질투섞인 눈빛... 이유는 그거였다. 평균이상의 외모를 가진 태봉을 흠모하는 여직원들... 그리고, 그 여직원들의 눈에 별로 잘나 보일 것도 없는 미우가 태봉과 꽤 친하다는 것....

아는지 모르는지. 태봉은 미우를 옆에 끌어다 놓고, 이번엔 손수건을 꺼내었다.


“자~이걸 이렇~게 접어서,, 자, 미우씨, 기!”


“네?”


“기!”


태봉은 장풍을 쏘듯, 기를 쏘라며, 액션을 취했고, 미우는 분위기에 휩쓸려, 어설프게 태봉의 손에 들려진 손수건을 향해 기를 보내었다.

그리고, 잠시뒤.. 현란한 손짓과 함께,, 태봉의 아무것도 없는것 같았던 손수건 밑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두!꺼!비.. 물론 고무로 만들어진 장난감 이였지만.

한순간 진짜 두꺼비인줄 착각한 미우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으악!”


미우가 넘어가는 순간 태봉은 순발력 있게 미우를 붙잡아 주려 했지만, 놀란 미우의 몸부림에 미우가 밑에 깔리고, 태봉이 위에서 덮친것 처럼, 바닥에 널부러졌다.


“아야....”


“미우씨,.. 괜찮아요? 어..어...”


태봉은 넘어지면서 탁자 모서리에 찍은 한쪽 어깨가 아팠지만, 지금 바닥에, 더군다나, 자신에게 깔려있는 미우에게 괜찮냐며 일어서려다가. 발 근처에 떨어진 두꺼피를 밟으면서, 다시, 미우의 위로 비틀거리며, 넘어졌고, 어쩌다보니, 태봉의 손이 미우의 한쪽 가슴에 올라가 있었다.

사무실 사람들이 다 보고있는 상황에.. 처음부터 상황을 보지 않았더라면, 분명, 이 포즈는 남자가 여자를 덮친 것 같은 포즈일 것이다.

당황한건 미우나 태봉이나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른 것도 마찬가지 였다.

모두가 갑자기, 그것도,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 앞에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다음순간.

미우와 태봉의 비명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야!!”


[퍽!]


“악!”


미우가 태봉의 머리칼을 꽉! 움켜쥐고는 그 얼굴에 강한 박치기를 퍼부었다. 그리고, 태봉을 밀쳐내고 후다닥 일어난 미우는 도망치듯 사무실에서 도망쳐 나갔고. 태봉은 방금 전에 가격받은 얼굴을 감싸쥐고 고통스러워 했으며, 사무실의 사람들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아씨! 저 여자가 정말! 아~~”


태봉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얼굴을 감싸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당황하기 자신도 마친가진데... 무슨 여자가, 머리를 쥐어뜯을 것처럼 잡더니, 박치기라니...

아픈와중에도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날 저녁, 태봉은 달걀로 눈가를 무지르며 이를 갈고 있었다.

눈가를 보랏빛으로 물들인 장본인인 미우를 생각하면 이가 갈리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살다살다, 별 희한한 여자를 다 보겠네... 그게 뭐, 그렇게... 낸들 만지고 싶어서 만졌나? ‘전미우’.. 너 오늘부터, 각오해라~. 앞으로 오늘 내 얼굴에 흠집낸 일을 아주~ 후회하게 해줄것이다. 아야..씨... 누가 만지고 싶어서 만진줄 아나.. 완전 절벽이두만


같은시각 미우도 푸르스름하게 멍든 이마에 연고를  바르며 이를 갈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웃긴지 하다는 연신 옆에서 키득거리며, 웃고있었다.


“넌, 뭐가 그렇게 웃긴데? 내 이마가 이 모양이 됬는데, 웃음이 나오니?”


“너두 잘한 거 하나두 없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구만,, 냅다 박치기를 하냐? 아주 볼만 했겠다 너랑, 태봉씨..크크크”


“그 자식, 일부러 그랬어.. 아주, 계획적 이였다구!. 차태봉!!. 너 오늘부터, 내 적이다.. 죽었어. 이 변태같은 넘...”


미우는 방금 먹으려고 들었던 오렌지를 꽉 잡았다.

오렌지 즙이 미우의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 모습을 보며, 굳이 보지 않아도 자꾸만 상상이 되는 상황에 미우가 눈을 흘기던 말던..  하다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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