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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27화> 설원

바다의기억 |2006.02.26 00:33
조회 10,317 |추천 0

드디어 주말이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묵은 피로는 찜질방가서 팍 풀어버리고

 

다가오는 월요일에 벌벌 떨어 봅시다....

 

그래도 다음주엔 삼일절이 기다린다는 희망이 있군요.

 

생각해보면 크리스마스, 신정, 설 전부 주말이었다는... 낭패

 

========================== 쉴 생각 밖에 안 하냐 =================================

 

 

바깥의 풍경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내린 폭설에 문이 막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우리.



차마 생각도 못했던 황당한 사태로 인해


거실에 모여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던 우린


우선 119에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연출

- 여보세요? 거기 119죠?


지금 저희가 산에 고립됐거든요?


....아, 예. 아뇨, 위험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건물 밖으로 못 나가고 있습니다.


식량이요? 예, 뭐 당분간은.....


연료도 있고요. 그러니까 그냥 갇혀만 있습니다.


예? 좀 기다리라고요?



그렇게.....


당시 지역을 불문하고 쏟아진 폭설로 인해


곳곳에서 긴급한 구조요청이 폭주하는 관계로


그리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우린


‘구조 보류.’ 상태로 판정받고


무기한 대기 상태에 접어들었다.



연출 - 그래서 당분간 여기 있어야 할 것 같다.


김양 - 누가 이리 오자고 했지?


연출&회계 - 얘가.



투닥닥 퍽퍽....



하룻밤 만에 다시 죄인이 된 연출과 회계의


짧은 혈투가 끝나고


사람들은 진지하게 모여앉아


비상 대책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회계

- 우선... 가장 시급한 건


외부로의 통신수단을 보존하는 거야.


지금 충전기 가지고 있는 사람?



1박2일 MT에 오면서


핸드폰 충전기를 가지고 올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회계 - 그럼 보조배터리 있는 사람?



다행이도 이번엔 세 사람이 손을 들었다.



회계

- 그럼 이 사람들을 제외하고


모두 핸드폰 전원을 끄도록 해.


그 전에 집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 드리고


가능한 안심하고 계실 수 있도록...


집엔 보조배터리 있는 사람들 번호 중 하나를 알려서


만약의 연락에 대비하도록 하자.



그렇게 진지하게 시작된 우리의 고립생활.


회계와 연출을 비롯한 주요 멤버들은


최소 일주일은 버틴다는 목표 아래


식량을 비롯한 각종 물품들의 상태를 체크하며


‘연극부 생존 프로젝트.’를 발동하기에 이르렀다.



회계

- 식수는 눈을 녹여서 해결하면 돼.


이런 곳은 공기도 깨끗해서...



평소 서바이벌류 소설을 즐겨본다는 회계.


휴대폰 배터리 보존 주장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축이 되어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연출 - 으음.... 그렇겠다. 그런데 너 은근히 즐거워 보인다?


회계 - 응? 내...내가 뭘....



아마 지금 회계는


자신이 꿈꾸던 모험의 세계에 온 기분일지 모른다.


식량과 연료가 떨어진 다음엔


그 기분이 더 고조될지,


현실의 고됨을 깨닫고 좌절하게 될지 의문이지만...



뭐 아무튼. 시작은 거창했지만


김씨와 허씨가 2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현관 앞 눈을 치워 출구를 확보한 다음부턴


그냥 놀자판이었다.



박군 - 받아라~!!


덩치 - 커헉?


어깨 - 이엽!


덩치 - 으허헉?



별장 앞에 있는 널찍한 공터에서


눈싸움을 하며 신나게 뛰어노는 부원들.



김씨 - 스노우 스토옴~(Snow storm)!!!


허씨 - 아이스포그(Ice fog)!!!



그 중엔 보통의 눈싸움과는


스케일이 다르게 노는 김씨와 허씨도 있었다.



민아는 어제의 숙취로 앓아누운 데다


나 또한 그리 몸 상태가 좋진 않았기에


난 현관 근처 돌 위에 앉아


사람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했다.


따듯한 코코아라도 한 잔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뽀드득.’



문득 뒤에서 나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는 순간


등 뒤로 소름끼치게 차가운 뭔가가 쑥 들어왔다.



기억 - 으앗? 뭐야?


한나 - 까르르륵! 뭘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어요?



난 서둘러 웃옷을 털어 눈을 빼냈지만


이미 옷 속은 눈이 녹은 축축한 물로 엉망이었다.


찝찝하고 냉랭한 촉감에 인상을 찌푸리며


난 그녀에게 소리쳤다.



기억 - 뭐하는 거예요, 지금!?


한나 - 알면~서~.


기억 - 후우..... 미안하지만 지금 몸이 좀 안 좋거든요?


한나 - 그럴 때일수록 움직여 줘야죠.


기억 - .........



그녀의 능글맞은 대응에


난 지끈 아파오는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말없이 뒤돌아 앉았다.



제발 나 좀 내버려 둬요....



‘사박.’



그 때 들려오는 손으로 눈을 푸는 소리.


난 화들짝 놀라 앞으로 도망쳤고


과연 뒤엔 눈을 한 움큼 집어든 한나가 서있었다.



한나 - 에~이. 들켰네?


기억 - ...... 거....참.... 나 좀 그냥...



‘퍼억.’



기억 - ........



내가 말을 하던 중임에도 불구하고


계획이 실패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있던 눈을 내 얼굴을 향해 던졌고


너무나 정확하게 맞은 눈은


다 떨어지지도 않고 얼굴에 붙어있었다.



한나 - 어머나? 까르르륵....


기억 - 이...이....이이... 자꾸 장난치지 말란 말입니다!!



한 순간 지난 번 삐리리 사건으로 인한 울분까지 폭발하면서


난 두 손으로 현관에 쌓인 눈을 듬뿍 뭉쳐


도망치는 그녀를 쫓았다.



그녀는 나름대로 재빨리 눈밭 위를 깡충깡충 뛰어 달아났지만


그녀와 난 처음부터 주력의 레벨이 달랐다.


난 순식간에 한 마리 야생마처럼


설원을 가르며 달려가 그녀를 따라잡았지만



김씨 - 다이아몬드크래.... 응? 한나씨?



그녀가 도망친 바로 앞엔


한창 무협영화를 찍는데 열중하고 있는


김씨와 허씨가 버티고 서 있었다.



한나 - 꺄악! 김씨 오빠!! 허씨 오빠! 도와줘요!!


김씨&허씨 - 예, 마님!



...........처음부터 노리고 있던 건가?



기억 - 이런 젠장.




잠시 후.


내가 세 차례 정도 눈 속에 매몰되었다가 힘들게 탈출한 다음....



회계 - 야~ 창고에서 축구공 찾았다!!



지하 창고에 있는 비상 물품을 확인하러 갔던 회계 일행이


축구공 하나를 가지고 대열에 합류했다.




박군 - 패스 패스!!!


어깨 - 받아! 으앗?!



종아리나 무릎 정도는 가볍게 빠지는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눈의 벌판.


그 속에서의 축구는 당연히 엄청난 체력을 요구했지만


도심 속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매력이 흠신 느껴졌다.



덩치 - 헤엑....헤엑... 여기 여기~!!



패스를 하면 떨어진 곳에 폭 박혀 버리는 공을 쫓아


죽어라 달리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기진맥진한 녹초가 되어버렸고


막판에 이르러선 도저히 축구라고 하기 힘든


어떤 이종 스포츠가 되고 말았다.



회계 - 자~~!! 간다~!!


연출 - 으라차!!



‘퍼억, 풀썩.’



서로 덮치고 엎어지고 구르고...



회계 - 패스!


김씨 - 캐치! 런런런~!!


허씨 - 어? 핸들링!


김씨 - 그런 거 없어~!! 다 덤벼!



이젠 아예 공을 잡고 달리는


미식축구에 근접한 형태가 되고 말았다.



허씨 - 태클은 허리 아래로!!


김씨 - 커헉?!


박군 - 이야아~~ 덮쳐 덮쳐~!!!



‘퍼억, 풀썩, 풀썩, 털썩.’



한 번 구를 때마다


끊임없이 옷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오는 눈을


몸서리 쳐 털어내며 설원의 축구를 즐기던 중...



박군 - 단독 질주~~!!! 터치다ㅇ....



갑자기 공을 들고 달리던 박군이 사라졌다.



깜짝 놀라 그가 사라진 곳으로 다가갔을 때


우린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처럼


눈구덩이 밖으로 나오려 버둥거리는


박군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박군 - 어이쿠...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어깨 - 어떻게 그렇게 빠졌냐? 잠깐만 기다려 봐.



행여 같이 빠질세라


조심조심 손을 내미는 사람들.


그때, 그 손을 만류하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김군 - 잠깐.



바로 M&L 공연 이후


아직까지 마음의 응어리를 풀지 못한


쫌생이 김군이었다.



박군 - .......



긴장한 박군이 잠시 동작을 멈추고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을 때


김군이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김군 - 묻어~!!



‘푹푹푹푹.’



눈구덩이에 갇힌 박군을 향해


미친 듯이 눈을 퍼 뿌리는 김군.



박군 - 어풉! 자, 잠깐! 형! 잠깐!


김군 - 으하하하!!


박군 - 그, 그만! 개색꺄! 야! 이런 썅! 멈추라고!


김군 - 으하하하! 좀비다 좀비! 묻어라~!



박군은 눈구덩이 밖으로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계속해서 퍼붓는 김군의 눈 세례 속에


그 모습은 점점 더 희미해져갔다.


힘들게 눈을 뚫고 나왔다가


다시 그 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박군의 손.



회계 - 야야, 그만해, 애 잡겠다.


연출 - 멈춰 멈춰. 얘들아, 박군 좀 꺼내줘라.


김군 - 끼에에에~!! 우워우워~!!



보다 못한 연출과 회계가 폭주하는 김군을 말렸을 때


박군은 이미 눈 속에서 움직임을 멈춘 후였다.





박군 - 으드드드득드드득.....


김양 - 시끄러.


박군 - 음....으음..... 으득득....



뒤늦게나마 발굴(?)된 박군은


김양과 함께 벽난로 앞에 앉아


동사 직전의 몸을 녹이고 있다.


잠시나마 눈 속에 매몰되는 공포를 체험해봤던 난


그의 처절함을 절실하게 느끼며


담요를 두르고 앉아 곁불에 몸을 녹였다.


한나... 두고 보자.



연출 - 저거 저대로 놔둬도 괜찮은 거야?


회계

- 할 수 있는 만큼은 했어.


이젠 본인의 정신력에 맡기는 수밖엔....



연출

- 그래, 자자 몸들도 녹일 겸!


마시자! 아직 술 많이 남았어!!



현재 폭설에 의한 희생자 한 명을 낸 상황에서


산장에서의 두 번째 밤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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