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나를 술푸게 하는 날들

홀애비 |2006.03.10 14:25
조회 680 |추천 0

어쩌다 동거(同居)라는 단어가 사이비 가짜 부부의

대명사가 되었나 모르겠다.

말그대로 동거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숙식을 하는 둘이상의 구성원들을 칭함이 아닐까?

 

우리의 생활은 생산성을 위한 대외적인 외부 활동과

휴식을 취하며 활력소,에너지를 충전하는 내부 생활로 크게 구분할수 있다.

 

자연히 밖에서는 타인의 시선도 의식하고 예의범절과 도덕적,법률적 기준이 필요하나

집안에서는 그런것들을 탈피하고 싶은게 본능이라.

예로 집안에서도 화장을 해야하고

넥타이 정장을 해야하며 정해진 룰에 의해서 살아간다면

안그래도 나날이 늘어나는 자살 형태로 모자라

다양한 자살 백서가 베스트셀러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중요한것이 동거의 구성원이 가족들이어야 하며

가족들이란 나와 혈연으로 또는 부부라는 무촌으로 구성됨이 이상적일것이다.

 

그렇게 살아왔었다.

집안에만 들어서면 웃통 훌렁 벗어 제끼고

벌렁 누워 배꼽에 테레비 리모컨 습관처럼 고정하고

먹고 싶을때 먹고 졸리면 잠자며 평화롭게 살아왔었다.

 

그런 2월 어느날-

선전포고도 없이 대포동 미사일이 날아와 뒷골을 때린다.

20년 정붙이고 반고향 인연맺어 살았는데

타향객지 공장으로 발령이 떨어져 버린다.

 

가야하나

붕어빵 장사라도 해야하나.....

아이들 돈들어갈 구멍이 저만치 시커멓게 가늠하기 힘든 크기의 아가리를 벌리고 서있는데

어디서 아이들 학자금에 스트레스 안받게하며 이생활을 유지할까..

 

가자...

그동안 폭군같은 동거인에 인내하며 참아준 아내와 아이들을 위하여....

백수 가장으로 눌러앉음이 그들에게 행복은 아닐터...

 

홀가분히 해방된 민족인양 콧노래 흥얼대며

옷가방 두어개 들고 용감히 돌아섰는데....

저만치 아내와 아이들이 안보일때 느닷없이 가슴에 2월 꽃샘바람이 몰아쳐 온다..

진짜 꼭 가야 하는겨???

이렇게 살아야 하는거여??

 

군바리 내무반을 연상하는 기숙사에 짐을 풀어 살림을 차렸다.

이제 12일차...

젊은 헝아들이 시도때도 없이 실내화 직직 끌며 돌아다닌다.

옆침대 새로운 동거 멤버의 숨소리조차 신경쓰인다.

공동 화장실에 대중 사우나 같은 목욕탕을 써야한다.

정해진 시간맞춰 식당에 줄서지 않으면 한끼를 굶던 이틀을 거르던  신경쓰는 사람없다.

 

오늘은 참아보자....

9시 뉴스까지 참는다.

스포츠 뉴스까지 또 참는다...

테레비 더이상 볼것도 없다...

잠이 안온다...

그래...나가서 딱 한잔만 마시고 자자....

내일 안마시면 되지 뭐..

 

그렇게 나는 내 새로운 동거인과 늦은 저녁 오늘도 술을 마신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