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잃은듯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건 강혁에 목소리에 우성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미선과 재회한지 며칠도 안되 유린의 자살 소동도 그렇고 우성은 자꾸만 자신의 친구를 힘들게하는 두 여자 모두가 탐탁치가 않았다.
강혁이 대충 일러준 대로 차를 몰아 도착한 골목가는 우성도 어릴적 비슷한 풍경에서 살아본 경험이 잇는 터라 크게 낯선감은 없었다. 하지만 별로 내키지는 않았다.
어릴적 그 작은 동네에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버럭버럭 소리지르는 아저씨 때문에 우성에 기억속에는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던것 같다.
강혁이 말하는 깜박이는 가로등에서 멀지 않다고 했는데...밤이 되자 어두워진 골목은 다소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몇분정도 걸어가자 작은 불빛이 새어나오더니 약간 휘어진 골목길로 들어선 우성은 가로등아래 왠 낯선 그림자에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뻔 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상황을 그제서야 제대로 본 우성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쪽 가슴이 보일듯 말듯 찢겨져 있는 여자와 그 옆에서 쓰러져 있는 남자...그리고 여자에 손에 들린 돌맹이 하나에 선명하게 뭍혀진 붉은색 핏자국...우성은 떨리는 맘을 겨우 진정시킨채 여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주변에 누가 없는지 살피고는 입술을 심하게 떨고 있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 저기...괜...찮으세요? 저기...저기....저기..."
" 죽었어요...죽었어요....제가...죽였어요...."
심하게 몸을 떨면서 입을 여는 여자는 건드리기만 해도 옆으로 쓰러질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우성은 조심스럽게 남자가 숨을 쉬는지 콧구멍에 손을 대어보았다. 다행이도 남자는 가늘게 숨을 쉬고있었다. 우성은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이처럼 큰지 생전처음 알았다.
급하게 119를 부르고 여자에 옷을 대충 추스려 손에서 돌맹이를 빼려하자 여자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우성은 진땀이 났다. ...
' 뭐야...이자식! 정말 그 불안하다는 느낌...소름끼치네...얼굴은 안그렇게 생겼는데...무섭다...뭐야 눈빛이 넋이 나간것 같이...무서워 죽겠네...이러다가 나도 경찰에 들어가는거 아냐? 혹시 공범으로? 아...안되는데...미치겠네'
우성에 머릿속이 이런저런 생각으로 만감이 교차할때쯤 저 멀리서 거친 숨을 내쉰채 뛰어오고 있는 남자가 불빛에 윤곽이 들어났다.
강혁이었다.
그리고 가로등아래 넋이 나간듯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자를 본순간 강혁은 숨도 안쉬고 뛰어와 여자를 안았다.
" 괜찮아? 괜찮은거야? ....미안해...정말 미안해...미안해..미선아...내가 잘못햇어...미안해...미안해"
"...야...미선씨...야?"
" 119 불렀어? "
" 응...안죽었어...기절한것 같은데...근데...머리에서 피난건 찍어봐야 알겠어...내가 알아서 할께...."
" 부탁해...고맙다."
" 아니야...내가 좀 늦은것 같아서...미안하다"
" 아냐...나...미선이 데리고 갈테니까...니가...뒷처리좀 해줘...연락줘!"
" 알았어....많이 놀란것 같아..."
강혁은 자신의 품에서 꿈적도 않은채 떨고 있는 미선을 보자 미칠것만 같았다.
맘 같아서는 저 자식을 죽여도 시원치 않을 판이었다.
" 나....사람을 죽였어...내가..."
" 아니야...안 죽었어...기절한거야...괜찮아...괜찮아....떨지마...괜찮아..."
" 아니야...아니야...내가 돌맹이로 때렸어...나를...내가...내가..."
" 괜찮아...미선아...괜찮아...내가 괜찮다고 그러면 정말 괜찮은거야...나 거짓말 안하잖아..그치? 그렇지? 내가 있으니까...괜찮아...떨지마...응?"
" 여기서....기다렸어...어제도..그제도...올줄 알고...기다렸어..."
" 그래...기다릴거라 생각했어...그랬어...빨리 오려고 했는데....미안해...정말 미안해..."
" 나...감옥갈까?"
" 아니...아니...절대...나쁜 사람이 감옥가는거지...넌 아니야...괜찮아..."
강혁은 미선에 어깨를 잡고 눈이 마주치도록 했다.
" 사랑해!"
" 나도....사랑해.....오빠....."
미선에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터짐과 동시에 미선은 그대로 강혁에 품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더이상 버틸 힘이 바닥난듯....그런 미선을 강혁은 품에 안은채 자꾸만 터지려고 꿈틀대는 눈물을 그대로 흘리고 말았다.
호텔로 데려온 미선은 며칠간 밀린 잠을 잔듯 하룻밤을 꼬박 깨지도 않고 잠을 잤다.
병원에서 깨어난 박호정은 다행이도 가벼운 타박상과 작은 외상정도였지만 자기가 했던일이 있던지라 입원 하루만에 다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박호정을 강혁은 그대로 용서할수가 없었다.
미선에게 행한 끔직한 일을 상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치솟을것처럼 화가 났다. 하지만 그런 죄목으로 박호정을 구속시킨다면 미선에게 또한번에 상처를 가하는 일이라 도박 명목하에 구속하도록 부탁을 했다. 쉽게도 바로 다음날 도박현장에서 현행범으로 그대로 잡힌 박호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