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신희가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네-”
호현과 규민에게 말을 하는 대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신희가 정확히 뭐죠?”
규민이 잘 모르겠다는 듯 팀장에게 묻는다.
“아아, 자네들은 잘 모르겠군. 질문을 조금 수정하지-
뭐냐가 아니라 누구냐고 물어야 할 거야. 신희, 새벽신자에 탄식할 희자-
실명도 누구인지도 밝혀진바 없어. 여자인지도 남자인지도-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킬러지-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그의 야명과 그가 활동하기 시작하면 뒤따라
치영도 활동하기 시작 한다는 거야-“
팀장의 이야기에 호현은 아직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듯 한 표정을 짓는다.
“이해가 잘 안가요. 그들이 신희와 치영이라는 건 어떻게 안 거죠? 일종의 그들의 야명인가요?”
호현의 물음에 팀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항상 자신의 흔적을 남겨-
실수가 아닌 일부러 말 일세-
신희는 사체에 피 조차 남기지 않는다네- 대신 눈물모양의 작은 구슬을 남기고 가지-
그 구슬에 한자로 신희라고 쓰여있네- 아이러니하게도 범행 시간은 꼭 새벽에 이뤄지는데-
눈물을 남기고 가는거지-“
팀장의 말에 규민의 얼굴에 쓴 웃음이 번진다.
“정말 아이러니네요. 킬러가, 탄식한다뇨- 자신의 직업에 회의라도 갖는 걸 까요?
아님, 죽은 자에 대한 동정심인가요?“
“들어보게- 신희는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있지. 신희 뒤따라
나오는 치영은 꼭 정죄하러 나오는 사자 같아-”
“정죄라뇨?”
호현이 의아해 묻는다.
“피를 남기지 않는 신희에 비해 치영은 정 반대로 피를 가장 많이 흘리게 하네-
사건현장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해서 수사하러도 들어가지 못 할 정도니까-
치영은 검은 비단 치에 그림자 영자더군. 자신의 야명이 쓰인 검은 천 조각을 사체의 손에
쥐어 주고 가는데 치영의 범행 시각은 신희와는 달리 아주 한밤중에 일을 진행시키네- 정말 다르지?“
“근데 왜 정죄하는것 같다고 하시는 거죠?”
규민의 물음에 생각난 듯 팀장은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 둘의 공통점은 무고한 사람은 죽이지 않아- 그리고 작은 범죄를 한 사람들도 건드리지 않지-
그들의 타겟은 오로지 속된 말로 거물- 거물 급 인사들만 찾아오네-“
“거물이라면 지금 국가 일을 하시는 분들이란 말인가요?”
“아니, 꼭 국가 일이 아니여도 한 마디로 말하면 힘든 국민이 보았을 때 정말 악독해 보이는
사람들이지. 예를 들면 부정부패를 일삼는 국회의원이라던가, 돈이 많은데도
더 많은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좋지 않은 방법으로 돈은 착취하는 사람들이라던가.......“
잠시 말을 흐리던 팀장의 표정이 단호해진다.
“그치만 살인은 옳지 않은 방법 일세- 그들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들이 독자적으로 벌이는 일은 아닌것 같아-“
“그럼 배후에 누가 있단 말씀이신가요?”
호현이 묻자 팀장은 호현과 규민이 들고온 파일을 가리킨다.
“내가 자네들에게 일전에 주었던 파일이지- 열어보게-”
파일을 열어보는 호현과 규민- 파일의 제일 앞에는 남자의 사진이 있다.
강인해보이면서도 유해보이는 인상의 남자-
“안혁준일세, 그는 큰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데 그 사업체는 사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조직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야- ‘아사신’이라는 암살조직을 거느리고 있어-
그가 96년, 청평 저택방화사건의 범인으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지.“
“그치만 그때 방화사건은 미결로 끝나지 않았나요?”
“그렇네, 집주인 부부였던 이재상과 한연희 중 이재상은 쌍둥이 중 한명을 데리고 여행 중이었고,
이재상의 친구였던 차상호가 집이 타고 있던 중 이재상의 부인 한연희를 구하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들어갔다가 둘 다 사망했지- 그 집의 쌍둥이 중 마지막에 살아남은 아이마저 사라져 버리고-
아이들의 유모는 아이를 데리고 나오자마자 죽었네. 그때 쌍둥이들의 나이가 10살이었을 걸세- “
호현과 규민의 파일 안에는 안혁준의 사진 말고도 죽은 청평저택 가족의 가족사진도 들어있다.
가운데 앉아있는 여자아이 둘의 사진을 보며 왠지 익숙하단 느낌을 받는 규민이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린다.
“물론 신희와 치영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지만, 그건 우리 경찰쪽에서
할 일이네- 그런식의 희생은 더 이상 일어나면 안돼.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모를뿐더러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
국가의 치안이 무너지고 있네- 그래서 국가는 자네들을 필요로해-
얼마나 오랜시간이 걸릴지 몰라- 어쩌면 해결하지도 못한체 그들을 잡지 못할지도...
어떻겠나? 할수 있겠어?“
호현과 규민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 A-project.(Assassin-project)
칠 흙 같은 어둠 속 검은 그림자의 존재는 없다.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존재는,
영혼마저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거두어간다.
영혼을 정죄하는 의식을 치르듯, 방한가득 붉은 향과 색이 다 하도록 기다리던
그림자는 영혼의 손을 잠시 잡아 준 뒤, 다시 사라져간다.
- 緇影 (치영)
“꼭 그래야만해? 그방법이 최상책인건 아니잖아!“
“아유, 그러니까 세진아- 너무 부정적으로 말고, 간단하게 생각하자니까아-!“
“너 지금 이게 간단히 해결될문제라고 생각해? 왜 가면 갈수록 생각하는게 더 단순해 지는거냐고오-!“
“여기 화원인데 ..“
“대답회피하지마!“
“꽃들과 식물들도 큰소리나 시끄러운소리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세진이가 알려줬어!“
소심한목소리로 버럭 한마디 남기는 아연.
아차싶은 세진의 표정을 얼른 잡아내고선 좌우로 크게 손을 흔들며 어느새 화원의 입구에 서서는,
“오늘 규민씨랑 바에서 저녁먹기로 했어! 맛있는거 부탁해 세진아 ~“
언제나 그렇듯 얌체처럼 세진의손을 벗어나는 아연이다.
“후, 않된대두 -고집은..“
“그런 너의 작업능력을 직장에서 발휘해보는건 어때?“
“난 잘하고 있으니까, 너나 열심히 하셔 -“
“아연씨가 너 여러여자 만났던건 알고있냐?“
“꽃집여인 못만났다고 나한테 화풀이 하는모양인데 신경좀 꺼주라 - 응 ?!“
한모금정도 남은 커피를 모두 입안에 털어버린 규민은 크게 기지개를 펴고선 옥상 난간에 기댄채
하늘을 쳐다본다.
“걱정되냐?“
“뜬금없이 뭐가-“
“신희, 그리고 치영“
언제 그랬냐는듯 웃음을 다 거둔 호현의 입에서 나온 단어들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듯
규민이 나즈막히 한숨을 내뱉는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 아니겠냐“
“쉬워보이진 않는다. 니생각은 어떠냐“
“아직까지 알려진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걸 보면 당연히 쉽진 않겠지,
거기다 대장님까지 한숨을 내쉬며 막막해 하고있으니 -. 무튼 대단해 그사람들“
“훗, 마치 21세기 홍길동 같지 않냐?“
다시금 호현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리며 규민을 바라본다.
“난 그런거 잘 모르겠고, 어쨌든 우리 적이란것만 명심해 두자고!“
툭-
가볍게 호현의 어깨를 치며 규민은 ,
“오늘 저녁에 아연씨랑 저녁먹기로 했어, 같이 안갈래?“
“이번엔 진심으로 내가 따라나서길 바라는거냐?“
“물론 아니지 ,암 -“
“걱정마, 따라오래도 안가니까“
“꽃집여인 찾아가게?“
“응, 화원 문닫기 전에! 오늘은 반드시!“
“큭큭 가끔 보고있으면 귀엽다니까 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