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둥 마는 둥… 그러다 아침이 됐다.
“또 어디 나가?”
“…응.”
“원서는 다 제대루 넣은거야? 맬 그렇게 싸돌아만 다니니까 엄마 불안해.”
“다 넣었어~”
내 표정이 많이 심각해 보였는지 엄만 더 이상 잔소리를 안한다^^
피씨방… 아침이라 한산한 이곳에 저만치… 녀석이 엎드려 있다.
… 한순간 참 불쌍해보인다. 민지후가… 민지후가 이런곳에서 엎드려 자고 있다니…
나때문이다. 제 몸 간수도 못할만큼 술이 떡이된거… 내탓이다. 어느 누굴 탓하랴…
“일어나.”
“…왔어~?”
“이게 모야… 이런데서.”
“뭐 어때서…”
고개를 드는데… 얼굴 멀쩡하다.
“맞진 않았나보네?”
“ㅎㅎㅎ 걱정했냐?”
“……”
“나가자.”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일어난다. 하루새 부쩍 말라보인다. 자식… 저도 얼마나 맘고생 했을까…
“찜질방이라도 가지, 왜 이런데서 자?”
“찜질방은… 쪽팔리게.”
“찜질방이 뭐가 쪽팔려?”
“똑같은 흰티에 흰바지 입고… 안쪽팔리냐?”
“……”
“…안쪽팔린가부지, 넌?”
“따라와.”
난 무작정 녀석을 데리고 동네 찜질방으로 간다.
“씻고 찜질방으로 내려와.”
“…야.”
“꼭. 흰티랑 흰반바지 꼭 입구. 응?”
난 대답을 들을세라 쑥 여탕으로 들어가버린다.
이제쯤이면 나왔겠지…? 슬그머니 찜방으로 내려가본다. 녀석. 안보인다.
“야. 뭐하고 이제 나오냐?”
뒤에서 툭 친다. 돌아보니…ㅋㅋ 찜옷 입은 녀석이다.
“ㅋㅋㅋ”
“웃지마~?!!
“ㅋㅋ 근데 어딨었어? 안보이던데…”
“그냥…저~기.. 있었어.”
“ㅋㅋ 너 남탕에 숨어서 나 나올때까지 못나왔지~”
“아~니??”
녀석… 귀여워라^^
“깨끗이 씻었어?”
“에유~ 이게…!! 벌써부터 마누라짓 할라구…!!”
녀석은 쥐어박듯 손을 높이 쳐들다 참는다.
“으음…!! 가볼까?”
그러곤 아무렇지 않은 양 기지개까지 겨가며 찜방쪽으로 걸어간다.
ㅎㅎㅎ
“야… 민지후…!!”
적막한 찜방은 작은 소리도 크게 울린다. 난 최대한 소리죽여 녀석을…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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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 이 뜨거운데서 잘도 자고있다^^
“야~!! 일어나!! 나가자!!”
아무래도 간밤 내내 게임등을 전전하다가 아침에야 잠깐 눈을 붙였을터였다.
새삼 또 안쓰럽다… 민지후. 내가 아니었음 지금쯤 예비 대학생활을 맘껏 즐기고 있으텐데… 과야 어찌됐든 서울서도 내놓라하는 학교다. 부모님들도 분명 기뻐하셨을텐데…
아이라니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냐고…
“아~!! 죽겠다^^”
한참만에야 찜방에서 나온 녀석은 거의 탈진상태다.
땀을 그렇게 뺐으니 당연하지…
찜질방 내 분식점서 아침까지 먹고서야 우린 밖으로 나온다.
“그럼… 가볼까?”
“……”
“어디야? 어디루 가면 되~? 백화점 옆에 큰 산부인과. 거기루 가볼까?”
능청인지 성격인지… 녀석 넘 태연하다^^
“아냐… 나 검사 받았던데 있어. 그리루 가.”
민혜원 산부인과.
“이렇게… 멀리까지 왔었어?”
“……”
“혼자?”
“……”
“에휴~ 새끼…”
녀석 또 뿌시시 머리를 흩뜨린다. 아마도… ‘얼마나 혼자 걱정했니…’ 그런뜻으로…
“…정말 들어갈꺼야…?”
“…그럼…”
“… 검사해서 만약…”
“ 씁~!! 그런소리 하는거 아니랬지?”
“…알았어. 들어가.”
맘을 비우고 나서는데 녀석…
“잠깐만~… 담배 한대 피우고…”
그래… 너도 쉽진 않겠지. 기다려 주마.
“가.”
한대를 꽁지까지 다 피우고는 끈다… 그러고도 몇번을 망설이다 결심한 듯 먼저 문을 민다.
“어서오십시요…”
생글거리던 간호사다. 날 알아본건지… 민지후와 함께 들어서는 날 유심히 바라본다.
“저… 저번에…이형주…”
접수대로 가 모깃소리만하게 말하는데…
“선생님 걱정하셨어요~ 수술 잡아놓으시구 안오셔서…”
“……”
찌릿…
녀석이 째려본다.
“오늘 받으시려구요?”
“아, 아니, 그게…”
땀까지 흘리는 나…
“검사좀 받아보게요.”
민지후. 목소리에 떨림도 없이 또박또박이다.
“일단 앉아 계세요…”
우린 크림색의 뽀송한 소파에 앉는다.
“허, 예약까지 하셨었어요?”
“……”
“어휴… 불쌍한 우리애기…”
우리애기라니… 녀석 그런말이 잘도 나오는구나![]()
“그날 왜 안오셨어요~? 수술할꺼면 조금이라도 빠른게 좋은데… 걱정했어요.”
“……”
의사 앞에서 난 꿀먹은 벙어리다.
“…친구분…?”
의사는 옆의 지후를 본다.
“…네.”
지후도 의사 앞에선 약간 주눅이 든 모양이다.
“혹시… ?”
“…네…”
짧은 문답속에 모든게 내포되는군… 흠…![]()
“그래… 두분이 상의해 보셨군요?”
“…네.”
“결과는요~?”
의사는 짐짓 팔장을 끼고 물러 앉는다. 어린 우릴 걱정하고 있다.
“…낳아야죠.”
녀석의 짧은 한마디. 의사가 물끄러미 녀석을 바라본다.
“……”
“부모님께는 알렸나요?”
“예, 일단 저희쪽만…”
“낳으라세요?”
“…아직은 충격상태시죠
”
이상황에 녀석은 농담처럼 씩 웃어버린다. ^^;;
“좋아요, 검사하러 오셨다니까 일단 볼까요…?”
초음파 실.
“여기 보이는게 아기집이구… 이게 아기에요.”
“……”
녀석은 숨죽여 쳐다보고있다.
“사진… 필요하세요?”
“네.”
“……”
녀석의 대답소리에 난 창피하면서도 이상하게 맘이 놓인다.
“…저기요.”
“…?”
“얘가… 임신인줄 모르고 속이 안좋아서 위장약을 먹었데요. 삼일간… 6개?”
내 자문을 구하고 있다.
“네… 하루 두 알씩 삼일.”
“무슨 약인지 상세하게 말씀드려~”
녀석, 보채긴…^^
“잔탁 같은 위장약 아시죠? 비슷한건데 내과에서 예전에 처방해 준거에요. 수능전에 스트레스 성 위염으로 고생한적이 있었거든요,”
“그리구 술도 먹었어요. 맥주… 그날 얼마나 마셨지, 너? 한잔 반? 두잔?”
“한잔 반… 그리구 그제 커피도 한잔 마셨는데…”
“…ㅎㅎ”
의사가 웃는다.
“……?”
“맥주 한두잔이나 커피 마셨다고 애가 어떻게 되진 않아요. 다만 위장약 복용한게 좀 걸리긴 하는데 현재 초음파로 봐선 문제 없구요. 봐요, 심장 잘 뛰고 있는거…”
손으로 짚어준 곳에서… 뭔가 꿈틀데고 있다.
“그래서… 아기가 무사한지 확인하러 왔군요…?”
“…네.”
“…좋아요. 정기검진 끊어드릴 테니까 스케줄 짜주시고 날짜 지켜주세요. 그리구…”
“…?”
“다음엔 가능 한 부모님이랑 같이오세요.”
“…네.”
우린 병원을 나온다.
“휴~”
“휴~”
둘다 큰 시험이라도 끝낸 양 안도의 한숨이다.
“다행이다…”
“응…”
녀석은 병원에서 받은 초음파사진을 물끄러미 들어보인다.
이제 정말 확신이 선다. 내내 맘 졸였지만… 알것같다. 우린 이 아이의 아빠고 엄마란 거.
저렇게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녀석도 걱정 투성이겠지. 하지만 늘 태연한 척 해주고 씩씩한 척 해 준다. 날 위해서… 그 고마움 이젠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