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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로맨스 >> - 44

마녀본색 |2006.03.30 08:15
조회 1,131 |추천 0

 

#12장. < 갈등> - 1


[ 햇살좋은 날 피크닉 바구니가 있는 평화로운 공원에서의 데이트를...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에 잠들었다가 눈을 뜨면 파란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돌아오느길 햇을 등진 그를 보며 웃어주고, 내 방 창문을 열었을때 집앞 가로등 밑에 그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손 흔들어 주고, 첫눈이 올때면 굳이 연락하지 않아도 내게 달려와 내 손이 시릴까봐 꼭 쥐고 첫눈이 오는 그 거리를 걷고,. 헤어질 때면 내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주고...]


기억을 더듬어보면, 미우가 그토록 바랬던 로맨틱한 연애의 모습이였다. 한동안은 자신의 그 망상같은 바람에 기대를 걸었었고, 또, 한동안은 저주를 했었으며.. 또, 한동안은 세상엔 없는, 마치 공상영화처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그 망상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회사에선 열심히 일하고, 퇴근과 동시에. 이런것들을 꿈꾸며, 태봉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의 생활은.. 미우로서는 너무나 행복해, 마치 자신의 삶이 아니라, 잠깐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미우의 참신한 기획과, 팀원들의 뛰어난 팀워크와, 윤호의 추진력으로 기획안이 성공하자, 그야말로, 기획팀은 폐기 충만한 상태로, 활기찬 회의를 마치고, 모두가 의욕넘치는 얼굴로, 각자의 자리에 돌아왔다. 미우는 태봉과 이야기할 부분이 따로 있어서, 태봉옆으로 의자를 당겨, 서류를 들여다 보며, 한참 예기중이였다. 그때, 사무실로, 향긋한 커피향이 가득히 퍼져왔다.

윤호가 직원들을 위해서, 샌드위치와, 따뜻한 카푸치노를 사온것이였다.

원래 윤호의 성격은 아니지만, 미우덕분에. 이런 짓까지 하고 있는것이였다.

윤호의 본심도 모른 사무실 직원들은 좋아라 그것들을 받아들었고, 미우도, 더 이상 윤호가 어떤 행동도 끌고오지 않았기에. 고맙게 생각하며, 커피를 들고, 태봉과 계속 얘기를 시작했다..

윤호는 그런 미우의 열의의 찬 모습에 슬쩍 태봉의 책상 앞으로 가 둘을 내려다보았다.

새해 첫날. 있었던 일을 계기로, 한동안은 미우가 더 이상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었다. 단지, 오늘처럼 미우에게 하나를 더 챙겨줄것을 다른 직원들에게도 배풀어왔던 것이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였지만, 결과적으로 윤호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는 일이긴 했지만..



“잘, 됩니까?”


갑작스런 윤호의 물음에 둘의 대화는 끊어지고, 둘다, 윤호를 슬쩍 올려다 보았다.


“두분이 가장 열심인건 같아서요.. 잘되요?”


“네, 상무님께서 주신 커피를 활력소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무말 없는 미우대신 태봉이 시원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래요, 열심히 하세요.”


윤호는 그 말만 남기고 발길을 돌리려다가 문득,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가끔식 보던 미우의 책상위의 컵과 비슷한 컵이 태봉의 책상위에도 놓여있었다.

세상엔 많은 컵이 있겠지만... 시중엔 잘 팔것 같지않은 투박스런 머그컵이..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느낌의 머그컵이... 하지만, 윤호는 고개만 갸웃거리고 다시 돌아설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로, 무언가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태봉의 열쇠고리 끝에 반짝이고 있는 클로버모양의 팬던트...

눈에 익은 팬던트다... 어디선가... 어디선가.....그래! 미우의 목에 걸려있는 팬던트와. 아주 비슷했다..

아니!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그 사파이어가 셋팅된 모양까지  똑같았다. 윤호는 얼른 미우의 목언저리로 눈길을 돌렸다. 약간 파진 미우의 투피스 위로, 태봉의 팬던트와 똑같은 팬던트가 반짝이고 있었다.

순간 윤호의 눈에선 이유를 알수없는 불꽃이 튀어올랐다.

불안한 느낌이였다. 이제까지 간혹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도, 아닌줄 알았다. 그랬기에 한달이라는 황금같은 시간을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미심쩍은이 아닌, 뭔가가 강하게 다가오는것 같았다. 그런 불튀는 윤호의 시선을 직감해서였을까? 미우와 태봉은 고개를 들어 아직 그 자리에 서서, 자신들을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이 있는 책상의 어떤 곳을 뚫어지게 쳐다보고있는 윤호를 올려다 보았다.


“저기. 권상무님.. 무슨...”


미우의 목소리에 윤호는 못박힌듯, 쳐다보던, 팬던트에서 시선을 거두고, 0.1초도 되지 않아. 자신의 얼굴에 올라왔던 표정을 지웠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윤호는 둘이 뭐라고 더 말할새도 없이 뚜벅뚜벅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것이겠지. 윤호의 퇴장과 함께.. 둘은 다시. 자신들이 의논하고 있던 서류로 집중했다. 하지만, 뭔가.. 미우는 뭔가가 미심적은 느낌이 들었다.. 아주 잠깐 스치듯 본 윤호의 표정에.....

하지만, 그 일에 그렇게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다른 일로도, 일을 하고있는 시간엔 계속 생각을 해야 했으니....

미우와 태봉은 그날 저녁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둘만의 데이트를 즐겼다.

오늘은 최근 개봉한 로맨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끝이 뻔했던 로맨스... 하지만, 사랑이란걸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뻔한이 아닌. 가슴 두근거리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그런 영화를....

로맨틱한 느낌에. 흠뻑 빠져있던 미우는 로맨스 영화가 안겨주는 마지막의 해피엔딩에.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태봉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는 그런 미우를 돌아보았다. 꼭! 10대의 사춘기 소녀처럼. 절절한 로맨스에 심하게 감탄한 모습이였다. 감동에 눈물까지 살짝 비치는것 같은 미우의 모습에 태봉은 다시한번 여린 그녀의 감성에 놀랐고, 또, 그런 모습을 하고있는 미우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재미있었어?”


“응... 아직도, 막.. 가슴이 두근거려,”


“그래? 난, 별루던데.. 그런류의 영화가 다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잖아!”


“모르는 소리하지마~ 태봉씨 살면서, 그런 로맨틱한 사랑이라도 한번 해봤냐?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건데?”


“그래? 그게 부러워?”


“음.. 아마.. 사실. 나 어렸을 때,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 해보는게 소원이였거든..”


“치.. 끝은 좋았다 치고,, 중간중간에. 안좋은 일들은? 그련 일들도?”


“그런 아픔이 있으니까. 그 사랑이 더 성숙되고, 단단해 지는거지! 치.. 하긴.. 태봉씨가 사랑에 대해서 뭘 알겠어?”


“그럼. 미우씨는 사랑을 알아? 내가 보기엔... 그렇지도 않은것 같은데?”


“어째서?”


“우리 시작할 때, 생각 안나? 미우씨, 나한테서 도망칠려고 했었잖아..”


“..... 음.. 그거야...”


미우는 태봉의 정확한 지적에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이니까. 다시 상처 받을것이 두려워 도망친것이... 하지만. 이제와서, 새삼, 뭘 들춘단 말인가?


“지나간. 얘긴 그만 하시죠? 아자씨!”


“뭐? 아자씨? 이봐요~ 전미우양~ 내가 또, 한번 얘기해 보는데, 그 입으로, ‘오빠’라고 불러주면, 더 이쁠건데?”


“‘오빠’는 무슨... 안내려?”


“잠깐만.”


태봉은 입술을 삐죽이며 차에서 내리려는 미우를 얼른 잡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왜 그러냐는 얼굴을 한 미우의 뺨에 ‘쪽’ 하며, 뽀뽀를 해주었다. 오늘 영화보는 내내. 두눈을 반짝이며, 영화에 빠져 눈물까지 그렁거리던, 미우의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보였기 때문인지...

미우는 갑작스런 태봉의 키스에 어색함에 잔뜩 움츠렸고, 둘이 타고있는 차안은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태봉은 잔뜩 움츠러 들어있는 미우의 옆 머리칼을 살짝 넘겼다. 미우가 긴장하고 있는만큼. 자신의 심장도 두근거려왔다.

미우의 가슴은 당장이라도. 터질것처럼 마구 뛰고 있었고... 온통 자신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만 귓가를 맴도는 것 같았다.

태봉은 방금전처럼, 장난스런 기습키스가 아니라, 어느새 바뀌어 버린 차안의 분위기만큼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천천히 미우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미우는 부드럽게 닿아오는 태봉의 입술을 어설프게 받아들였다.

정말... 로맨스 소설에서 그토록 많이 읽었던것처럼.. 감미로웠다...

잠시뒤, 태봉은 다가갈 때 처럼 조심스럽게, 조금 떨어져... 눈을 떴다..

미우도 살포시 눈을 떴지만... 태봉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시선을 떨구었다.

그리고, 다시... 태봉은 미우에게 다가가.. 좀점보다. 조금 더 길고 깊게 입을 맟추었다.

미우의 첫키스였다.



밤이 한참 깊었는데도,. 미우는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심장이 쿵쾅 거리는 소리 때문에... 도저히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었다.


“어후.. 얘가 미쳤구나... 지치지도 않나... 진정... 진정..”


미우는 한 손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께를 누르면서... 다시금 뜨거워지는 두 볼에 남은 한 손으로 부채질해댔다. 미우는 스스로 나이 스믈일곱에 퍽이나 주책이다 싶을 정도로 첫키스의 휴유증은. 요즘 십대들도 하지 않을 행동을 집으로 돌아온지 몇시간채 잠도 이루지 못하고.. 두방망이질 쳐대는 심장과,. 불타는 고구마마냥 시뻘개진 얼굴을 진정시키고 있으니.. 그러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아서는 실실 웃고 있기까지 하다니.... 정말 제대로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할수없이 미우는, 냉장고 문을 열고, 차가운 생수를 두컵이나 들이켰지만..

진정되지 않는건 여전했다. 그리고, 미우는 오늘에서야 알았다. 키스.... 엄청난 체력소모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휴유증 역시 심각하다는 것을... 그럼.... 더 찐한... s..... 미우는 갑자기 엉큼하게도 자신의 생각이 그쪽으로 새어나간데 대해서. 혼자 민망해했다.


“아,, 몰라몰라... 전미우,,, 미쳤구나, 미쳤어... 정신차려.. 응큼하기는..”


미우가 자신의 야한 상상에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을 때, 갑지기....


“정말 미쳤니?”


“악.... 깜짝이야...”


미우의 모든 상상과 홀로 쌩쇼를 중단시킨 한마디를 던진 주인공은 하다였다.


“너 지금 오밤중에 뭐하는 거냐? 혼자 실실 쪼개가면서..?”


“아니야... 넌, 왜 안자고 나왔어?”


“니가 아까부터 계속 들낙날락 거려서 잠을 못자겠잖아.. 왜 그래? 오늘 무슨일 있었어?”


“아니, 뭐 별루....”


미우는 얼버무렸지만, 그런 미우의 얼버무림에 넘어갈 하다가 아니였다. 대체, 몇 년째 미우를 격어오는 하다였는데, 그걸 모를까? 하다는 실눈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말라는 눈빛의 협박을 열심히 걸고 있었지만. 미우는 끝까지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하다는 그런 미우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불타는 고구마까진 아니더라도, 홍조가 가득한 얼굴색 하며, 들뜬듯한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붉은 미우의 입술....

하다는 이제야 알겠다듯. 입꼬리에 미소를 살짝 걸쳤다.


“너, 태봉씨랑 키스했지?”


“뭐? 아.. 아냐!”


“근데, 왜? 더듬어?”


“더.. 더듬긴 누가 더듬었다고 그래? 지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니까!”


“왜? 말이 안되? 너! 태봉씨랑 사귀는거 아니였어?”


“그게....”


하다는 우물쭈물 거리는 미우에게 피잔을 주듯, 웃으며 말했다.


“으이구~ 이 바보야! 사랑하는 사람이랑 키스한게 뭐가 어때서, 그런 반응이냐? 나이도 작지도 않으면서..”


“나이는....”


“일찍 자라.. 너 잠 제대로 못자서, 또, 눈밑에 다크써클 그리지 말고! ”


하다는 미우에게 살짝 충고를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다가 홱하고 몸을돌려 장난스런 표정으로 미우에게 은근하게 물어왔다.


“근데.....좋았어?”


“뭐?”


“하긴! 그 나이 먹도록 첫키스니까, 당연히 좋았겠지!”


“야! 장하다!”


“잘자!”


놀리듯 하는 하다의 말에 미우가 발끈하자, 하다는 도망치듯 자신의 방문안으로 사라졌다.

다시 혼자 남은 미우는 다시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억지로 잠을 청하기위해 자신의 방을 향했다. 그리고, 태봉에게서 받았던 커다란 곰인형을 꼬옥~ 안고는 늦은 잠이 들었다.




미우가 설레이는 심장덕분에 잠을 이루고 있지 못하고 있을 때, 윤호는 심각하게 미간을 찌푸린채 일찍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음넣은 양주잔이 윤호의 옆에 놓여있었지만, 마시진 않은듯, 컵 주위에는 물기가 촉초가게 베어있었다.

낮부터, 자꾸만 미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었던 말과, 차안에서 누군가의 문자에 함박웃음을 짓던 모습... 그리고, 그가 알던 모습이 아닌 들뜬 분위기들과, 태봉과 열쇠고리 팬던트와 똑같은 미우의 팬던트...


“설마... 차태봉인가?”


하지만, 사무실내에서 인증된 앙숙으로 알고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자. 윤호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갔다. 그러고 보니, 둘의 분위기가 눈에 띄에 좋아졌다... 오늘만해도, 서류를 사이에 두고, 너무나 사이좋게 의논하고 있었다. 분명.... 앞뒤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아무래도 태봉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윤호는 옆에 놓인 양주를 쭈욱 들이키고는 벌떡 일어나 거실을 서성였다.

난생처음 느끼는 이상한 감정이 윤호의 가슴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윤호는 업무시간, 회의시간, 미우와 태봉이 보일때마다, 둘을 유심히 관찰했다. 과연, 둘 사이엔, 돈독한 직우애보다 더 많은 무엇인가가 있었다. 둘의 표정이... 같았다.  윤호는 몇일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처음있는 일이였다. 어떤일이 자신에게 닥쳐와도, 한번도 흔들린적은 없었다.

힘이들면 힘이들수록, 이를 악물고 버텨봐서, 왠만한것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요 몇일은 달랐다. 둘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추측이 사실로 굳어져 가는것을 끝내 인정하기 싫었고, 자꾸만, 화가나고 짜증이 났다. 윤호는 책상 가득 쌓인 결제판을 신경질적으로 덮어버리고는 회사를 빠져나와 무작정, 차를 몰고 돌아다녔다.

잠깐... 바람이 필요한것 같았다. 머리를 식힐 바람이...



윤호가 자신들을 살펴보고있는지도 생각지 않은 두사람은 업무가 끝나자마자, 아기자기한 소꿉놀이를 하는것처럼, 태봉의 집에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미우에게 있어 이젠, 태봉의 집이 자신의 집인것처럼, 어색하지도, 않았다.

마치 신혼부부처럼,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저녁을 지어먹고, 설거지를 하고, 차를 마시며, 저녁 뉴스를 보고있었다. 미우는 태봉의 어깨서 기대서 시간이 더 이상 흐르지 않기를 바랬지만, 어김없이. 자신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하다에게서. 미우의 생활수칙을 미리 듣은 태봉은 자신 때문에. 혹시 미우가 엄한 할머니에게 혼나지 않으려면, 아쉬워하는 미우를 먼저 일으켜 세워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몇발짝 떨어지지 않은 집앞까지. 데려다주기까지 하면서.


태봉의 현관 앞에서. 투덜거리던  미우는 아쉬운 듯, 태봉을 꼬옥 안았고, 태봉은 어린애 달래듯, 미우를 꼭 안아주고는. 미우의 손을 잡고 미우의 집앞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인제 들어가.. 음... 지금들어가서 한숨 폭! 자고 나면, 내일 아침에 또, 보는거잖아?”


“알았어~ 아~ 하루를 30시간으로 늘리면 안되나?”


“으이구~”


“태봉씨, 잘자!”


“응. 잘자.”


금새 하다가 열어준 문으로 미우는 쏙 들어갔고, 태봉도 웃으며, 돌아서,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금전까지. 도란도란 하던, 복도는 순식간에 조용해 졌고, 그 침묵의 공간 끝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쳐졌다.

윤호였다. 지나던 길에.. 꽃집에 보인 후리지아를 한아름 들고, 미우에게 주기위해 들렀다.

하지만, 윤호가 막, 복도로 발을 들여놓았을 때, 윤호는 보고야 말았다. 절대로 자신의 앞에서는 짓지 않는 표정과 행동들로.. 태봉과 함께 있는 모습을... 마치. 미우가 아닌것 같은 모습을...

윤호는 부들부들 떨며, 후리지아를 팽개쳐둔채 돌아섰다.

그동안, 이상하게만 느껴지던 느낌들이 사실이였다. 미우가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한 말이 사실이였다.

그리고, 태봉과 미우의 책상위에 비슷한 컵이 놓여있는것도, 태봉의 열쇠고리에 달린 팬던트와, 미우의 목걸이 팬던트가 같은것 역시, 우연이 아니였다.

윤호에게 꽤 충격이였다. 윤호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무언가가. 자꾸만 울컥거리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자신의 계획에 방해꾼이 생긴것만이 아니였다. 짐작도 못했던 문제가 생겨서만도 아니였다.

무언가.. 울컥거리며, 자꾸만. 꾸역꾸역 윤호의 목을 메어왔다.

집으로 돌아온 윤호는 거칠게, 진열장 안에 있던 술병을 집어들고 독한 그 술을 연거푸 몇잔 들이켰다.

그리고, 짜증스러운듯, 단정히 메어져 있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전미우.... 니, 그 사람이 차태봉이냐? 그래?”


윤호는 낮게 중얼거리다가, 핸드폰을 꺼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랫만입니다. 권윤홉니다.”


[아..네...]


“알아봐 줘야할 사람이 있습니다..”

.

.

.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윤호는 전화를 끊고는 다시, 그 독한 술을 한잔 더 들이키고는, 옷을 벗고, 욕실로 향했다.

무척이나. 추스르기 힘든 감정인것 같았다. 이제껏 이런 적이 없었던,, 윤호였다.




태봉의 조사를 의뢰한지 몇일 뒤 윤호는 메일로 보내져온 태봉의 인적사항들과 모든 사실들을 꼼꼼하게 훑어보고는 마치 승리한 듯한 표정이 얼굴전체에 서서히 퍼져나갔다. 그리고는, 힘차게 기획 2팀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서 인지. 모두들 업무를 정리하는 분위기 였다.

윤호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태봉에게 다가갔다.


“차태봉씨?”


“네.. 상무님!”


“오늘 저녁 시간 어때요?”


“오늘저녁.. 무슨 일이십니까?”


“글세,,, 내가 차태봉씨와 의논할 일이 좀 있어서요.. 괜찮으면, 시간좀 내주세요... ”


“저기...”


태봉은 잠깐 망설였다. 회사 상사의 요청을 단번에 자르자니. 미우와 근처 바닷가로 드라이브 하기로 한 약속이 맘에 걸렸다. 역시나, 옆에 있던 미우도, 밝지 않은 표정으로 윤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망설이는 듯한 태봉의 태도에, 윤호는 못박듯 말했다.


“혹시, 애인과의 약속이 있더라도, 오늘은 시간을 좀 내셔야 할것 같습니다만.”


자신만만하며, 적당히 차갑고, 그리고, ‘애인’이란 단어에서, 윤호의 눈길은 분명, 미우를 향했다.

의미심장한 윤호의 태도에. 태봉은 어쩔수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후에 뵙죠, 장소는 다시 전화 하겠습니다.”


윤호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

미우는 왠지 불안했다. 윤호의 표정이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표정이였다. 게다가, 마치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는듯한 표정... 이상하게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대체, 무슨일이지?’



태봉은 미우를 집앞까지 태워다 주고, 윤호에게서 전화 받은대로 약속장소에 들어섰다.

윤호가 기다리고 있는곳은 전망좋은 bar였다.

태봉은 bar안으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구석쪽의 테이블앞에 앉은 윤호를 발견할수 있었고, 윤호에게로 다가갔다. 윤호는 자신에게로 다가운 태봉을 반갑게 맞았다.


“왔어요? 차태봉씨? 앉아요!”


태봉은 윤호의 호의적인 태도에 따라. 윤호의 맞은편에 앉았다.

미리 주문이라도 한것인지, 태봉이 자리에 앉자마자, 간단한 안주거리와, 양주 한병이 테이블 위로 셋팅되었다. 태봉은 종업원이 셋팅을 끝내고 사라지자, 윤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신지. 상무님...”


“우선.. 한잔 하세요!”


윤호는 만나자고한 이유를 묻는 태봉의 말을 완전히 묵살하고는 마음대로, 주문한 술을 태봉앞에 놓인 잔에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따랐다. 그리고는 입술에 적시듯 살짝 마시고는 여유롭게 잔을 내려놓았고,

그러는 동안, 태봉은 그대로 앉아 윤호가 하는양을 보고있었다.

이런 사라이 아닐텐데.. 오늘은 얼음조각같은 차가운 모습 보다, 왠지 비열해 보이는 느낌마져 들 정도로 다른 모습이였다.

태봉이 무슨일로 만나자고 한건지 한번더 물으려고 했지만, 태봉은 입을 여는대신, 마치, 장난감을 보듯 자신을 쳐다보는 윤호의 시선에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오늘 윤호의 태도는 어딘지 이상했다. 그리고, 그들사이엔, 왠지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차태봉씨? 누나가. 꽤! 유명한 사람이더군요!”


“네?”


갑지기 유미의 존재를 지적해오는 윤호의 질문에 태봉은 잠깐 당황했다.

하지만, 갑자기 그건 왜?


“누님 되시는 분이.. 영화배우 강유미씨... 맞죠?”


“그런데요?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죠?”


하지만, 이번에도 윤호는 아무말없이 앞에 놓인 자신의 술잔을 들어, 입술을 적시듯 살짝 마시고는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유미의 존재가 거론되자, 태봉은 갑자기 이 자리가 그렇게 좋은 자리가 아닌것을 확신했다. 윤호가 무슨말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차태봉.... 29세... 누나는 강유미. 어릴적,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자람... 배우인 누나의 수입원덕에. 크게 고생을 하지 않음. 명문대를 좋업했고, 단기 유학을 다녀옴.. 지금은 ‘s'그룹 창원지사 기획2팀에 근무하고 있음. 친척으로는, 중기업정도의 기업을 가진 큰아버지와. 강유미의 남편으로 알려진. ’m'그룹의 현민석 이사...”


태봉의 얼굴을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어갔다. 윤호는 자신의 뒷조사를 한 것이다. 자신의 신상을 꿰뚫고 있었다. 하지만! 왜? 윤호가 자신의 뒷조사를 한단말인가?


“그런 말씀을 굳이 늘어놓지 않으셔도, 제가 살아온과정과, 제 가족사항은 제가 더 잘 아는데요?”


“그래요? 그럼, 당신 누나 강유미가 어떤 결혼을 한지도 잘 알겠네..”


딱딱하게 굳은 태봉의 표정은 점점 분노의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갑자기 자신의 뒷조사를 한듯 자신의 신상을 줄줄 꿰질않나. 거기다, 유미의 결혼비화까지 비아냥거리려 드니 화가날 수밖에 없었다.


“권상무님께서 갑자기 왜? 이러시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훗... 전미우씨와는 꽤? 친한 사이인가 봐요?”


태봉의 미간이 한번 더 찌푸러졌다.

이젠 미우까지 들먹이다니.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미우와 선을 봤고, 얼마전까지 미우에게 어지간히 대쉬하던 자식아닌가? 그렇다면, 미우와 자신과의 관계를 알고, 방해하려고 자신의 뒤조사까지해서 줄줄 읊어댄단 말인가? 태봉은 정말로 화가났다.


“네! 친합니다! 그것도 아주! 그런데, 그 사실을 상무님께서 왜? 상관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그런 태봉의 대답에 윤호는 태봉을 비웃었다. 얼마나 더 저렇게 화내며 당당할수 있을지...


“차태봉씨! 전미우씨도 알고 있습니까? 당신이 강유미씨의 동생이란 사실을?”


“..... 아직 얘기 한적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중요합니까? 오늘 만난 이유에서?”


자꾸만 핵심을 얘기하지 않고 빙빙돌리는 말에 윤호의 의중을 알수 없어 태봉은 빨리 본론이나 말하란 식으로 말했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면, 더 이상 이죽이지 말라며... 하지만, 태봉의 말에 여유로운 모습으로 술잔을 만지작 거리며 내뱉은 윤호의 말에 태봉을 의아한 눈으로 윤호를 쳐다보았다.


“네... 아주... 중요하죠....”


“....... 어째서죠?”


하지만, 이번에도 윤호는 이유를 묻는 태봉의 말을 묵살하고는 자신의 질문을 먼저 던졌다.


“그럼.. 차태봉씨는 전미우씨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있습니까?”


“..........말씀 그만 돌리시고 본론부터 말씀하십시오!!!”


윤호는 어지간히 화가 난듯한 태봉의 표정을보고, 만지작 거리던 술잔을 ‘탁’소리나게 놓고는 도전적인 눈빛... 윤호 특유의 차갑고 냉정한 얼굴에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우선 결과적인 부분부터 이야기 하자면, 당신과, 전미우씨는 절대로 안되는 사이라는 겁니다!”


“뭐라구요?”


빙빙 돌려서 말하더니, 결국은 자신이 대쉬하는 여자에게서 떨어지란 말따위를 한단말인가?

미우의 마음이 향하지 않았다는것을 알면서? 태봉은 기가찼다.


“잘 못들으셨나요? 당신과, 전미우씨는 절대로 안될 사이란 말입니다!”


태봉은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는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제가 자리를 잘못 나온것 같군요. 그런 말은 미우씨의 마음이 어느정도, 권상무님에게 가있을때나 하는말일 텐데요.. 먼저 실례 하겠습니다!”


태봉은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지만. 윤호의 명령섞인 말에 멈칫거렸다.


“앉아요! 차태봉씨! 본론은 지금부터니까!”


태봉은 다시 몸을 돌려, 윤호를 내려다 보았다. 이제까지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본론은 지금부터라니..

한번만더 말을 돌리면, 상사고 뭐고, 저 이죽이는 입을 한대 갈겨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말씀하시죠. 그 본론이라는 것.”


“..... 전미우씨... 집안에 대해서 조금도 아는바가 없는 모양이군요! 그럼 지금부터 잘 들으시죠!”


윤호의 냉정한 표정에서 딱딱하게 흘러나올 다음말을 태봉은 기다리고 있었다

어줍잖은 사실을 말할거라면, 그때야말고, 정말 가만두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태봉은 다음순간 들려온 윤호의 말에...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전미우! 국내 제일의 기엄‘s' 그룹의 ’권영순‘회장님의 하나밖에 없는 손녀이자 사장이신. ’전성택‘사장님의 고명딸이죠!”


태봉은 그 말을 이해하는데,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분명, 윤호는 한국말을 하고 있는데. 태봉은 그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무거운 침묵뒤에 거의 둘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태봉은 윤호에게 반문을 했다.


“뭐...라구..요?”


놀란 태봉의 표정에 윤호는 처음 태봉의 신상에 대한 메일을 읽고 느꼈던 승리감을 한번더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더 쉽게 설명해 드리죠! 당신 매형인 ‘현민석’씨가. 당신 누나인 ‘강유미’씨와 결혼하기 위해서, 하객들이 다 모인 결혼식장에 내팽겨둔. 그 여자가, ”전!미!우!“란 여자란 말입니다!”


태봉의 놀란 눈은 도저히 믿을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외계어를 하는듯한 윤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갑자기 펀치라도 얻어맞은듯,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태봉의 정신은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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