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짜리를 교환한 커플도 있어요.”
지난주 있었던 ‘빼빼로 데이(11월11일)’ 때 같은 반 친구 커플이 백화점에서 산 10만원짜리 ‘초고가’ 빼빼로를 교환했다는 서울 강북 J초등학교 6년생 박모양(12)의 말이 놀랍기만 하다. 역시 강북 G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군(10). 이른바 ‘포틴스데이(14일 기념일)’ 중 하나인 ‘와인데이(10월14일)’ 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실제 와인을 주고받았다. ‘실버데이(7월14일)’ 때는 여자친구에게 은반지를 선물했다. ‘쿠키데이(11월14일)’ 때 과자를 선물했음은 물론이다.
각 초등학교가 국적불명의 각종 ‘데이’ 홍수에 휩쓸려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이 챙기는 기념일은 매달 14일에 포진해 있다. 1년에 포틴스데이(14일)만 12일,여기에 빼빼로데이,링데이,투투데이(사탕 주고받는 날)를 비롯해 크리스마스,생일 등까지 포함하면 기념일 숫자는 20여개에 이른다.
‘빼빼로데이’와 ‘쿠키데이’까지 그들만의 기념일은 지난 한 주 동안만 두 차례,학교마다 한바탕 ‘데이 열병’을 앓았다. 매달 자리해 있는 정체불명의 기념일마다 선물을 교환하는 풍토는 올해 들어 초등학교에까지 폭넓게 확산됐다. 특히 ‘빼빼로 데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갓 입학한 1학년생까지 그 열풍에 동참했을 정도다. J초등학교 인근 영어학원 강사 송모씨(31)는 “조그만 1학년애들이 방과 후 학원에서까지 커다란 빼빼로를 들고 다녔다”고 전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대의 선물로 부를 과시하는 경향이 있어 위화감 조성 우려마저 자아내고 있다.
보다 못해 학교가 나섰다. J초등학교는 교장이 직접 나서서 특정일마다 행해지는 과도한 선물교환을 금지시켰다. G초등학교도 담임교사들이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 학교 5학년 담임 여교사인 유모씨(37)는 “교육적인 차원에서 강제로 금지하지는 않고 지도교육을 하지만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실정을 전했다. 학부모들도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학부모 권모씨(38)는 “매달 무슨무슨 날이라며 용돈을 달라고 한다”면서 “어린아이들까지 소비성 행사에 물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 ‘빼빼로데이’의 인기에 힘입어 L제과 빼빼로 매출액은 올 10월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한 달 매출액 60억원에서 올해 100억원으로 늘어나 66% 이상 증가세를 기록했다. 불과 3년 전인 99년 같은 기간 매출액이 35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초등학생 주머니가 큰 몫을 했다. 고가제품,술까지 아랑곳하지 않는 초등생들의 기념일 챙기기가 아찔하기만 하다.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