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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그녀....#3

털난숭어 |2006.04.17 21:30
조회 922 |추천 0
그저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다.

평소엔 들리지도 않던 싸구려 손목시계의 초침 소리가 내 귓가에 울린다.



"휴우...."




이럴때 정말 담배 한모금 피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몇년동안 끊었는데...





어제는 너무 기분이 센티메탈 해졌나보다.

그냥 감정 가는대로 가버렸으니..




평소 같았으면 가장 경멸했을 여자를..

그것도 내방에서...



그녀가 나간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대로였다.


째깍...째깍...

참 거슬린다. 이 시계소리...



아직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체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는 나보단

저렇게 한숨도 쉬지 않고. 약이 다 닳을때 까지 달리는 초침이

더 잘난것 같다.





배는 고픈데...

밥을 먹으면.. 돈이 나갈꺼고..

돈이 나가면 아직 특별한 수입이 없는 나로써는

생활고에 시달릴게 뻔하다.




그래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나가서 뭐라도 먹고올까...?



손목시계를 풀고 방 저만치 집어 던진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샤워실로 향했다.



없다...

클랜징 폼도... 샴푸... 린스... 바디 클린져... 쉐이빙 폼 까지...



망할년...

역시 대리고 오는게 아니였어.

잠깐...혹시?



헐레 벌떡 달려가 책상위에 있는 나의 지갑을 찾았다.

다행히 지갑은 그 자리에 있었다.




휴... 그래도 양심은 있는 여자네...


그런데 지갑이 좀... 야윈것 같은데...?






없다...


만원짜리 지폐가 들어가야할 자리엔 웬 낯선 종이쪽지 한장이 들어 있었다.





-뭐 기억은 못하겠지만 어제 제 가슴 30번은 만졌어요. 완전 늑대 아니야? ㅋㅋ

무튼 계산은 정확해야겠죠? 30만원 챙겨갈려구 했는데 현금이 좀 부족하네요.

뭐 대충 이것저것 가져가서 가격 맞춰볼게요. 그리고 남자가 무슨 소심하게 클랜징폼이에요?

역시 A형이야. 뭐 돈 없다고 굶지는 마세요. 나름 쏨씨좀 발휘해봤어요. 부엌에 가보세요.

놀랍죠? 애프터 써비스? ㅋㅋ 이건 공짜에요. 물론 재료는 집에 있는걸로 했지만.

아 그리고 이름이...이지수? 지수라.. 헤헤 여자이름 같네? 아무튼 밥 맛나게 먹어요 - 기정 -





"제기랄.... 망할년"



머리를 긁적 거리면서. 천천히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의 식탁엔 식탁보 대신 스포츠 신문지로 덮힌 음식들이 있었다.



정갈하게 보이는 김치찌개를 중심으로 놓여있는...







계란찜... 계란 후라이... 삶은 계란...



닭이랑 ...




원수진 년 인가...?







우리집 계란을 죄다 헤치워버렸네...

날보고 뭘 먹고 살라고...



식탁 한가운데 올려져 있는...

김치찌개에 풀어진 계란을 보며...




그저 그녀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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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울고 있는 날 내버려 두고


그녀는 그렇게 돌아서 가버렸다.







"나쁜 년... 더러운 년..."







단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그렇게 뚜벅 뚜벅 그녀는 걸어 갔다.





"나쁜년아!!!!!"







소리 지르는건 나 혼자...

우는것도 나 혼자...

붙잡는것도 나 혼자...




사랑한 것도... .

. ...나 혼자 일까?



Part1. 첫만남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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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두번째 만남.




그녀를 다시보게 된건...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쏴아아아아....


비다...



하필 이런날 약속이라니...




입에 한가득 불만을 머금고 집을 나섰다.


백수가 된후 오랜만에 나와보는 거리

비가 내려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 깨긋하게 보였다.



"비... 많이도 오네..."



"지수 오빠!"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지수...오빠...?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칭인데...?



"와 오랜만이네? 이게 몇일만이야? 우리 진짜 인연인가보다. 그지?"





그여자다...

닭이랑... 웬수진 년....



몇일 사이에 부쩍 야위어 보이는 그녀



"여긴 웬일이야?"



"그냥 뭐 지나가다가?"



"갑자기 말을 그냥 탁 놓아버리네 이여자?"



"에이 뭐 민증 까봤는데 나이차도 별로 안나더만?헤헤 왜 기분나빠?"




자꾸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그녀...

그 미소가... 역겨워 보여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는거지...




싸구려 웃음으로 남자들을 구워삶는게

저런 여자의 직업인데

그런 싸구려 웃음인데...





"뭘 또 그리 빤하게 쳐다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말 놓지마. 그쪽하고 내가 그런 사이는 아닌것 같은데"





"치...대체 당신의 그 소심함은 신체의 어느기관에서 나오는거에요?"





"대체 왜 자꾸 나보고 소심하다고 그러는거야? 내가 어딜봐서?"




"푸하하하! 소심했다고 해서 삐진거에요? 우와 진짜 소심하다."




자꾸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자꾸 가슴 한 구석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치솟았다.




내가...


혹시라도...



저런 여잘 사랑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저런...여잘...




"갈게 버스 왔다..."




"아... 잠깐만요!"



갑자기 종이 한장을 건네 주는 그녀...



"제 연락처에요. 보고 싶다고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연락해요."



네모난 노랑색 포스트잇 종이위에... 분홍색 글씨로 '장기정'이라는 이름과 핸드폰번호가

조그맣게 적혀 있었다.

그녀의 연락처...



"연락같은거 안해"




그자리에서 그 종이를 찢어버렸다.



"...."


그녀도 무언가 서운했는지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를 찾을 수 없었다.



"... 참..."


꾹 담겨져 있던 그녀의 입술이

조금 벌어졌다...



끼이익!


버스다...



버스의 급정거 소리에 묻혀버린 그녀의 목소리...





"간다. 담에 보지 말자."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




난 그런 그녀를 동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버스에 올라타고

짧은 그녀와의 두번째 만남이 그렇게 끝나버렸다.






내가 너무 했나...?

휴... 미안한 감정이라...




오랜만에 느껴본다...


part 2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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