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감이 기승을 부리는데
이 독감은 기침 콧물뿐만이 아니라 팔, 다리 관절에 힘이 없어지고 뻐근하게 만들어서
정말 움직이기 조차 힘들게 만든다.
월요일날 아프기 시작에서 이런 와중에 비몽사몽간에 화요일날 출근
오늘 수요일까지 출근했다.
물런 회사에서는 항상 웃는얼굴로 절대 힘든내색한번 안하고
정시 출근에 잔업까지 다 하고 점심시간을 틈타서 가까운 병원에 갔다온것 뿐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정말 정류소 팻말에 기대어서서 가로수를 붙잡고 겨우겨우 서있었다.
택시를 잡으려고도 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결국 버스가 와서 타고 집 근처까지 와서 휘청거리면 걸어왔다.
근데 집에 오니 나를 반기는 것은 따뜻한 방구들과 이불이 아니고
따뜻한 방구들과 어머니의 투정섞인 계속되는 잔소리와 시끄러운 TV소리뿐이다.
Tv를 끄고 좀 자게 해달라고 했더니 잔소리 한 10여분 해대면서
Tv소리 볼륨을 조금 낮추고 그대로이다.
아는 사람은 알것이다. 오히려 낮은 소리가 더욱더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는 것을,
차라리 높은 소리가 더 낮다.
이 앞전에 제사음식에 관해서 올린적이 있는데 우리집은 일년에 거의 20일 정도만 빼고
제사음식을 먹는다. 제사가 그렇게 많냐고 물으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 아니다.
제사한번 지내는 적 없다. 근데 제사음식이 왜 그렇게 많으냐고 되물으면
친척제사부터 시작해서 동네어디 제사가 있으면 음식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와서 그렇다.
이게 참으로 아이러니한게 반찬투정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파전을 구운후 냉동실에 년단위로 넣어두었다가 전자렌지에 한번 데워서 드셔보시라.
생선의 비린내부터 육고기의 피비린내부터 냉장고 특유의 비릿한 내음까지 복합적으로 난다.
푸석푸석한 정도는 거의 뭐 말할수가 없고 심하면 곰팡이도 피어있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손이 안갈수 밖에 없다.
전반적인 식생활이 이렇다 보니 몸이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올해만 벌써 3번째 감기몸살이다.
이대로는 정말 제명에 못 살지 싶어서 오늘 큰맘 먹고 앞으로 마늘요리 좀 해먹어보자고 말했다.
뭐 기대한대로 제사음식 있다. 먹기 싶으면 관둬라.
그래서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했다.
"재작년에 있던 음식으로 냉동실이 꽉 차서 일전에 버린게 쓰레기 봉투로 몇봉지나 되는데
그 이후에 또 다시 그만큼 차버린 냉동실을 도데체 뭔가?"
"언젠가는 다 먹는다."
이리저리 돌려말하지만 결론은 정말 간단하다.
"마늘까고 요리하기가 귀찮은거 아니냐? 즉 밥하기 귀찮은거 아니냐."
"귀찮은건 아니지만 제사음식있다. 그거 먹으면 되지 뭘 더 바라냐"
대화의 진전이 없다. 결론은 아픈 목으로 몸으로 떼쓰고 악 쓰는 꼴 밖에 안되고
그 이후 이어지는 거의 1시간 여의 잔소리 , TV 소리 도저히 참기가 어렵다.
결국 참다못해 보일러가 들어오지만 거의 냉방이나 다름없는 침대방에 가서 드러누웠다.
따라와서 잔소리가 또 다시 벌어진다.
"그렇게 마늘이 먹고 싶으면 마늘짱아찌 있다."
알고 있다. 재작년인가 3년전인가 할머니가 담아주신거 위에 곰팡이가 뜬채로 냉장실 구석에
처박혀 있는거 보았다. 그리고 이 말 나올줄 알았다.
"김치도 마늘 들어가고 다 들어간다."
김장 담그는것을 본게 도대체 몇년전인지 기억도 안 난다. 최소한 10년 전후로는 기억도 없다.
그러나 말 대답하면 귀찮다. 잔소리가 몇시간이나 더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냥 무시하면 1분이라도 빨리 끝난다. 목소리가 들릴때마다 아픈머리가 울렁거린다.
속도 안 좋고 오늘 점심 먹고 토했는데 더 이상 토할게 있단 말인가??
잔소리 끝날즈음 한마디 물어보았다.
"난 돈만 벌어다 주면 되나요??"
26살 먹어서 무슨 사춘기 아이같은 투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심정이 이렇다.
"니가 아무리 벌어다 줘도 부모가 해준거 다 갚을수 있겠냐"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참 사소한 걸로 큰거 끌어낸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정말 사소한거에 상처받고 사소한거에 목숨건다.
남자 역시 이런 사소한것에 너무나 크게 상처받는다.
"알았어요"
내 대답은 간단하다. 사족이 붙으면 나만 귀찮아진다.
아직까지 결혼도 안 했고 좋아하는 여자도 사귀는 여자도 아는 여자도 없다.
자영업이다가 토건이니 돈은 꽤 된다. 즉 돈 벌일 요건은 꽤 된다는 말이다.
'머슴처럼 열심히 돈이나 벌어다 주어야 겠군"
결론은 이렇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집이 좋고 따뜻한 곳이라는것을 누구에게나 동일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내 경우는 정말 갈곳이 없기 때문에 갈뿐이다.
술도 못 마시기 때문에 술자리도 잘 안 끼이고
그렇다고 당구, 바둑을 할줄 아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기술과 일, 공부밖에 한것이 없다.
그냥 묵묵히 아침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잔업에 야근까지 다 하면서
최대한 집에 늦게 가려고 한다.
그 와중에 아무런 생각도 없다.
쓰러지듯이 집에 도착해서 그냥 잔다. 그리고 일어나자 말자 바로 달려나온다.
월급이야 통장으로 들어가고 통장이건 도장이건 캐쉬카드건 나한테 아무것도 없으니
뽑아쓰지도 못하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놓여진 만원권 한장만이 하루에 주어진 돈의 전부다.
그나마 이것도 잔소리 안 들으려면 조금씩 모아두었다가 생일선물이니 기념일이니 하는데
알아서 선물해 주어야 한다.
월급을 이런식으로 모으면 꽤 될것이라 생각하는데 한푼도 없다.
여기저기에 다 쓰고 형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종교에 미쳐서
통장채로 말아먹고 도망쳤다.
내 앞으로 된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있다면 몇평 남짓한 사무실 뿐 , 나중에 여기서 먹고자고 해볼까도 생각중이다.
뭐 이미 포기하였다.
그냥 내돈이 아니려니 생각하고 산다.
회사는 솔직히 말해 밥 편히먹기 위해 일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점심 , 저녁은 그나마 사먹을수 있으니까.
몸이 아파도 쓰러져도 일한다.
그러다가 죽으면 그만이다. 세상에 그다지 미련도 없다.
안 죽고 계속 늙다가 혼자 남으면
정말 바라는 바다. 그나마 지워진 책임과 의무라는 것이 있어서
계속 살지만 정말 지상에 나 혼자 남았을때 더 이상 어떤 의무가 내 어깨에 없을때
죽고 싶다.
근데 죽는다는 것도 쉽지 않다.
자살이라도 하면 그야말로 정말 기록까지 남아서 혹은 사건보도까지 되어서
이건 두고두고 판에 찍힌 놈이된다.
결국은 자연사를 가장한 자살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참 이걸 할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한다. 의사를 사야 하기 때문에
뭐 이래저래 돈은 벌어야 한다. 죽기 위해서라도
뭐 돈이 부족하다면 그 의사를 생명보험 수취인으로 해줄 생각도 있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시체 팔아서 돈 챙기라고도 말할 생각이다.
별로 서글프지도 가슴 아프지도 않다.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
인생의 목표나 행복 , 피식
정말 행복하고 싶다면 태어나지 말거나 태어난 순간 죽어야만 한다.
산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통이다.
다만 그 안에서 안식처가 있는가?
혹은 안식이 될만한 이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을뿐이다.
이미 안식점을 찾기에는 친구, 친척, 가족에게 받았던 상처들이 너무나 크다.
한번만 더 , 한번만 더 하고 믿고 최선을 다했고 모든 정성을 다 쏟아부어도
언제나 어김없이 나를 배신하는 것은 전생에 죄가 많아서 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한 것일까?
언제나 착찹한 마음으로 싸늘한 등허리를 달래줄것은
(아는 사람은 알것이다. 어깨까지 서늘한 느낌)
무엇인가. 완성된 건물에 세워진 차가운 철골기둥뿐인가.
싸늘한 사무실에 나를 기다리는 빈 의자뿐인가.
혹은 지금 내게 주어진 의무를 내팽개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욕먹겠지. 그것도 두고두고 온 사람들에게
혹은 이글을 보는 사람들은 나를 소심하다고 욕하겠지만 그런것이다.
어른이란 소심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로 나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