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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터널***

질경이 |2002.12.29 19:30
조회 153 |추천 0

 

***기 차 터 널***

 

 기억조차 까마득하다.

그때 그 *비둘기호의 정경조차

 까맣게 흘러 내리던 탄광촌의 냇물 빛조차

땡전까지 아껴 가며 독서실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떨었던

기억조차

하나, 둘, 셋 침목마다 힘껏 굴러대며

애써 추억 한토막 떠올리다

도착한 터널은

아련한 과거를 통한 타임머신이었다.

예사로 보았다.  터널길이를

확실히 본 건 반대편에서 비치는 빛이었다.

상상속의 전등빛이었다.

 반짝거리며 레일은 아직 살아 있음을

꿈틀거리며 외치고 있었건만

환히 비치는 불 빛의 유혹은 끝없는 도전과 모험의

소녀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이었다.

끝이 없다.

막막한 앞의 빛은 움직일줄 모르고

돌아 보지만 뒤도 까마득하고 앞도 까마득하다.

그렇다고 뒤걸음질 칠 수 는 없다.

 긴 터널에는 전등은 고사하고

더더욱 갓길조차,

멋 모르고 걷다

각오해야 할 것은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이었다.

뛰었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며

누군가 비웃으며 조롱한다.

아무리 뛰어봐라!

더 이상 힘에 부쳐 최악의 경우를 생각지만

최선책은 이 터널을 벗어 나는 길 뿐,

몇 번을 레일에 귀를 대었을까,

몇 번을 뒤돌아 보았을까.

빛만 보며 종종걸음 치던 길에

가로 지른 침목이 어스름하게 발현(發現)한다.

살았구나 싶다가도

머언 불빛은 그대로다

차츰 빛은 커지고 터널이 제모양을 갖을때

살았구나!

눈을 뜰 수 없다.

찬란한 광채앞에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리.

이토록 웅장한 모습은

심봉사가 눈을 떴을때가 아니고는,

*백야(白夜)의 시작이 아니고는,

어찌 표현하리요,

언제나 눅눅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아무리 많은 아침을 맞아도 희망이 없고

아무리 두껍게 옷을 껴 입어도 춥기만한

우리의 삶에 오늘의 광채가

한 번 은 비추일 날 있으리라.

너를 잊지 않고

나를 잊지않은

다음에야.

 

 글/이희숙

 

*백야(白夜):고위도 지방에서 태양이 오래동안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

*비둘기호: 제일 운임료가 싼 기차로 지금은 없어졌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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