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차 터 널***![]()
기억조차 까마득하다.
그때 그 *비둘기호의 정경조차
까맣게 흘러 내리던 탄광촌의 냇물 빛조차
땡전까지 아껴 가며 독서실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떨었던
기억조차
하나, 둘, 셋 침목마다 힘껏 굴러대며
애써 추억 한토막 떠올리다
도착한 터널은
아련한 과거를 통한 타임머신이었다.
예사로 보았다. 터널길이를
확실히 본 건 반대편에서 비치는 빛이었다.
상상속의 전등빛이었다.
반짝거리며 레일은 아직 살아 있음을
꿈틀거리며 외치고 있었건만
환히 비치는 불 빛의 유혹은 끝없는 도전과 모험의
소녀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이었다.
끝이 없다.
막막한 앞의 빛은 움직일줄 모르고
돌아 보지만 뒤도 까마득하고 앞도 까마득하다.
그렇다고 뒤걸음질 칠 수 는 없다.
긴 터널에는 전등은 고사하고
더더욱 갓길조차,
멋 모르고 걷다
각오해야 할 것은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이었다.
뛰었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며
누군가 비웃으며 조롱한다.
아무리 뛰어봐라!
더 이상 힘에 부쳐 최악의 경우를 생각지만
최선책은 이 터널을 벗어 나는 길 뿐,
몇 번을 레일에 귀를 대었을까,
몇 번을 뒤돌아 보았을까.
빛만 보며 종종걸음 치던 길에
가로 지른 침목이 어스름하게 발현(發現)한다.
살았구나 싶다가도
머언 불빛은 그대로다
차츰 빛은 커지고 터널이 제모양을 갖을때
살았구나!
눈을 뜰 수 없다.
찬란한 광채앞에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리.
이토록 웅장한 모습은
심봉사가 눈을 떴을때가 아니고는,
*백야(白夜)의 시작이 아니고는,
어찌 표현하리요,
언제나 눅눅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아무리 많은 아침을 맞아도 희망이 없고
아무리 두껍게 옷을 껴 입어도 춥기만한
우리의 삶에 오늘의 광채가
한 번 은 비추일 날 있으리라.
너를 잊지 않고
나를 잊지않은
다음에야.
글/이희숙
*백야(白夜):고위도 지방에서 태양이 오래동안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
*비둘기호: 제일 운임료가 싼 기차로 지금은 없어졌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