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거슬러 고등학교 1학년으로 되돌아간다.
무더운 여름방학.
워낙 더위에 약한 나는 막을수 없는 더위에 방안에서 혓바닥을 축 늘어뜨리고 더위먹은 개 마냥 헉헉 거리고 있었다.
그때 걸려오는 전화벨소리...
나 : 여보쇼.
종현 : 준형아, 클론 콘서트보러갈래?"
나 : 시러. 나 클론 별로 안좋아해. 그리고 더워.
종현 : 엄정화도 온데.
나 : 언제가?
그리하여 태어나서 처음으로 콘서트란곳을 가봤다.
종현이 어머니의 도움으로 무료로 게다가 제일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윽고 막이 열리고 구준엽,강원래님들의 멋진 공연이 시작됬다.
클론을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던 나.
하지만 그들 두청년의 뜨거운 열정어린 공연에 들썩들썩 리듬을 타던 나는 탄성을 질러대며 무대밑으로 뛰어내려가 점프를 뛰어 댔다.
그 결과 구준엽의 단단한 손과 악수를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아무튼...
중간에 막이 한번 내렸다가 사회자가 말을 시작했다.
"게스트로 오시기로한 엄정화씨가 사정상 못오게 되셨습니다."
두둥...
클론의 환상적인무대.
생전 첫 콘서트.
그 열정의 도가니탕...
모든게 한번에 무너지고 있었다.
뛰어난 가창력의 박기영 누나가 나와 시작이란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이미 실망의 구렁텅이에 200미터는 떨어져 버린 내 귀에 들릴리 없었다.
하지만... 역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는데 성공했고 나는 좋다고 볼에 막 부벼댔다.
....
박기영씨가 나가고 클론님들이 또 나를 즐겁게 해주고 있을쯤...
TV에서 뮤직비디오로만 접했던 낯익은 노래가 흘러나오고 건실한 청년 다섯이 뛰어나왔다.
"안녕하세요! GOD입니다!"
김태우햄의 밸빵바지와 돋보기안경...
박준형삼촌의 하얀탈색머리와 불룩불룩 팔근들...
계상씨의 멋진 마스크...
나는 순간 이들이 그 멋진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혼자 좋다고 중중대고 있는데 같이 무대밑으로 뛰어 나왔던 사람들이 모두 착석해 있었다.
노래가 시작하고 1분여가 지났을까...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지고 난 살포시 고개를 돌렸다.
모든 객석의 사람들이 GOD가 아닌 나를 처다보는 것 같은 그런...
이미 관객과 내사이에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때.
김태우햄이 나에게 저벅저벅 걸어온다.
그리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어 주었다.
난 악수를 해버렸다.
당신 GOD가 신인이고 얼굴도 잘 알려지지 않아서 관중들이 처음엔 모두 조용했다.
하지만 TV에서 하도 질리게 보던 [어머님께]란 노래를 부르자 하나둘씩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박차를 가한것이 나의 악수러쉬였다.
태우햄이 가고 나는 당시 이름도 몰랐던 잘생긴 계상씨에게 악수를 해달라고 엄청난 어필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대신 울그락불그락한 박준형삼촌이 달려와 랩을하며 손을 내밀어 주신다.
순간.
나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손을 뻗어 준형삼촌의 손을 잡았고 한 3~4초간 놓지 않았다.
당황한 기색인지 검디검은 준형삼촌의 얼굴이 울긋불긋 해지고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어주셨다.
'흰머리에 근육몬이 나에게 따봉을 해주었어~ 잇힝!'
너무 기뻤다.
관객들은 내가 혼자 악수를 연이어 성공하는 걸 보고 물밀듯이 밀려나와 나는 압사당할뻔 했고, 진행위원들이 뛰어나와 바리케이트를 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아무튼 콘서트가 무사히 성황리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종현이 어머니 차로 향하는데...
글쎄...
종현이 어머니가 콘서트장관계자분과 친하셔서 차를 연예인대는 곳에 주차하신 것이였다.
그리하여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아까 그 멋진 노래를 선사해주던 GOD햄님들이 약간 후질구레한 하얀색 벤(어렴풋한 기억에 그냥 봉고차 같았음.)주위에 포진해 계셨다.
내 기억에 준형햄을 포함한 세명이 시멘트바닥에 돋자리를 깔고 누워있었고 나머지 두명은 벤의 문을 열고 걸터앉아있었다.
"준형아, 우리 싸인받을래?"
종현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린 연습장을 챙겨들고 GOD형님들을 향해 돌진했다.
괴성을 지르며 전진해서일까.
누워있던 형님들이 번쩍 번쩍일어나고 준형햄은 나를 가리켰다
마치...
"아까 그녀석!?"
이러는 것처럼.
슬쩍 다가가 우린 멋지게 한마디했다.
"저기... 싸인좀..."
그니까 이 상황을 쉽게 설명하자면.
콘서트장 연예인 대기실에 갑자기 일반인이 뛰어들어와 싸인을 해달라는 시츄에이션인 거다.
멋적어 하던 태우햄이 씨익~ 웃으시며 우리의 연습장을 받아들고 모나미볼펜의 꼭다리를 누르는 그 순간 어디선가 비호같은 몸눌림을 한 건장한 아저씨가 뛰어들었다.
"여긴 일반인 출입 금지야. 빨리 안나가!!!?"
"싸인..."
"빨리 나가!"
GOD매니져는 아닌거 같고 아마 관계자였나보다.
아무튼...
시무룩해져서 돌아가는데 뒤에서 GOD햄들이 우릴향해 말씀을 해주셨다.
"죄송합니다."
나이도 훨씬 어린 우리에게... 존댓말을 해주시며 사과를 하시다니.
솔직히 연예인들 쉬는 곳에 경위가 어찌되었든 무턱대고 들어간 우리가 잘못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싸인을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풀이죽어 있었다.
운전석에서 우리의 행동을 계속 주시하시던 종현이 어머니께서 차 시동을 걸고 창문을 찍~ 내리셨다.
아직도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우리쪽을 바라보는 GOD행님들.
싸인을 못받았다는 우리의 말에 경황을 모르시는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다.
"거 애들이 싸인한번 해달라는데 거참!!!"
아주 큰소리로...
미안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GOD형님들.
아무튼...
아들의 무안함에 화가나실법도 하다.
나도 당시에는 무척이나 아쉬워했었으니까.
아무튼 그해 여름 콘서트는 정말 잊을수 없다.
검증된 실력과 멋진 무대, 팬에대한 매너까지 보유한 GOD.
뜰수 밖에 없었던 그룹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