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옆을 밟아 나가는 소리가 정확히 나의 걸음을 뒤 쫓고 있다. 새벽 2시경. 안개의 축축한 기운이 콧속으로 시원하게 들어왔다가 뿌연 입김으로 피어오름이 두눈에 들어 온다. 눈동자는 멈추지 않는 시계추와 같이 사방을 휘저으며 시야를 확보하려 애쓴다. 적만한 산이 내게 거친 호흡을 내뱉는 것처럼, 산 공기는 생각보다 차다. 옷을 두껍게 입고 온 내 자신이 의심되어 입고 있던 옷들의 갯수를 세어본다.
'한겹.두겹.세겹..'
독일식 밀리터리 잠바의 단추를 잠그고 안에 입고 있던 커피색 후드티를 머리 넘어로 뒤집어 쓴다. 조금 추운것에 대해 내 몸이 민감하게 행동하는것이 다소 낯설지만. 오랜만에 야산을 걸어서 일꺼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산 뒤로는 80년대 지어졌을 것이라 추측되는 오래된 시공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까지 불이 켜진 집들이 몇몇 있었다. 잠을 잊은 사람은 밖에 나온 나뿐만이 아니였다.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저 불빛의 개수가 말해주듯, 많은 사람들이 심심한 밤을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알차게 보내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홀로 걷는 나를 위해 훌륭한 등대가 되주고 있었다.
'밤 한가운데 야산을 걷는 젊은 청년에 대해서 생각해보적 있을까.'
나무들이 한결 같이 무심해 보인다. 나에 대한 관심은 일절 없는듯 싶다. 그래 그냥 걷자. 높지 않은 야산이라 힘든건 없다. 숨이 조금씩 헐떡이는건 나의 운동 부족 탓이다. 야산의 정상이라 하기엔 조금 부끄럽지만,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으니 이곳이 정상이다. 하늘을 한번 쳐다 보니 초등학교 시절 가끔씩 UFO라고 착각했던 별들이 밤하늘을 바라보는 내게 윙크하듯 반짝이고 있었다.
'푸스키니. 너와 대화를 하기 위해 내가 이곳에 올라와있다.'
멀리서는 자동차 타이어소리의 맹렬한 울부짖음이 들린다. 야산 주변으로 고속도로가 나있음을 순간 잊고 있었다. 도로의 상황은 소통원활이였다 . 저정도로 달리고 있는걸 보면, 타이어의 굉음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교통방송의 진행자가 아니기에 더이상의 고속도로 상황에 대한 참견은 이쯤에서 접어두기로 하였다. 나는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사주신 20만원 짜리 카시오 시계의 램프를 눌렀다.
'2시 43분.'
나는 정확히 2시 45분에 푸스키니와 만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