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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이은비 |2006.06.01 00:48
조회 133 |추천 8


몇년 전인가 딸아이가 발레리나 강수진의 삶에 대한 글을 읽고 갑자기 발레를 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었다. 딸은 아무리 타일러도 막무가내였다. 시간이 지나도 발레를 배우겠다는 열정은 식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발레를 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딸은 힘이 들어 할 수 없다며 주저앉고 말았다. 차라리 공부하는 것이 훨씬 쉽다면서 발레를 그만둔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여전히 무용을 한다고 하면 그저 멋 부리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며 끼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 여기기 쉽다. 그것이 얼마나 많은 인내와 고통 속에서 단련되는 것인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채. 내가 지난해 맡았던 반은 바로 무용반이었다.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담임이었는데, 1년 동안의 담임 생활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무용을 전공한다는 것은 마치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예컨대 무용반 학생들은 매일 매일 체중 관리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것은 체중 조절이 무용에 있어서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한창 성장기인 청소년 시절에 먹고 싶은 것을 참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엄청난 연습도 고통의 연속이다. 학생들은 보통 하루에 6∼8시간을 연습한다. 그러니 무용하는 학생들은 방학이 주는 해방감을 제대로 누릴 수가 없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해야만 몸의 흐름을 잘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용은 단체 연습도 중요하다. 상황이 이쯤 되니 학생들은 학교 공부하랴 실기연습에 매진하랴 정신이 없다. 언젠가 교실에 종례하러 올 시간이 없어 직접 내가 무용실로 갔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가슴 벅찬 감동을 받은 적인 있다. 가야금 선율에 따라 움직이는 학처럼 고운 몸짓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마 위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 모습을 생각하면 왠지 모를 감동이 밀려온다. 무용반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학과 성적이 조금은 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달리 이유가 없다.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기수업을 많이 한 날이면, 학과 수업시간에는 조는 경우가 많다. 마음은 앞서도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그저 안쓰러울 따름이다. 지금도 학생들은 무용실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그런 땀방울이 훗날 그저 보기 좋은 몸짓이 아닌, 자신의 철학과 삶이 배어 있는 춤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우리 고유의 전통예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몸과 마음을 바치는 국악고 무용반 학생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젠가 모두들 멋진 예술인으로 거듭나길 다시 한번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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