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워렌 목사님이 한국에 오셨다.
2년전 한결이와 함께 몇달동안 같이 읽으며 교제를 나눴던 책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
내가 워렌 목사님의 취재를 전담키로 정해져서 미리부터 목사님의 책을 읽고 설교를 듣는(워렌 목사의 억양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등 준비를 하면서 많은 기대를 가졌다.
한편으론 워렌 목사님에 대한 자료를 찾는 가운데,미국에서도 워렌 목사님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특히 워렌 목사님이 북한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인터넷에 글을 쓴 미국인들은 "북한이 어떤 나라인데 그곳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단지 선전도구로 이용당할 뿐이다"라고 비판을 했다. 사실 이정도 비판은 아주 양반이고,심지어 "북한에서 워렌 목사님 집회를 위해 1만5000명의 기독교인을 불러모은다고 하는데,워렌이 떠나자 마자 그들은 모두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황당한 말을 하거나 "워렌이 말하는 '목적'은 인간적인 목적이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전하지 않는다. 그는 적그리스도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비판은 사실 기자들을 흥분시킨다. 뭔가 더 캐보고 알아봐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과연,어떤 사람일까" 기대와 의혹(?)을 함께 품고 12일 기자회견에서 처음 워렌 목사님을 만났다.
나도 5분쯤 늦게 기자회견장에 갔지만,워렌 목사님은 무려 20분이나 늦었다. 기자회견장이 워렌 목사님의 숙소인 롯데호텔이었는데도!
초장부터 "이거 이거 별로 성실하지 못하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성실한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워렌 목사가 등장했다. 주최측은 "한국 집회를 위해 오셨으니 북한 관련 질문은 가급적 삼가달라"고 부탁했지만 기자들은 그냥 '쌩까고' 처음부터 끝까지 북한 얘기만 물었다.
하여튼 기자회견은 끝났다. 기자들이 짐을 싸려고 하는데 워렌 목사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이 자리에 오신 기자 여러분 모두를 내일 저녁 집회에 개인적으로 초대하고 싶다.
내가 목회자 안되었으면 기자가 되었을 것이다. 여러분을 위해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하나님은 여러분께 언어와 영상의 은사를 주었다. 이것은 청지기의 직분이다. 여러분의 직분은 진리를 전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고 했다. 진리를 전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여러분이 진리를 전할 때 이 세상은 자유케된다."
그의 말은 완곡했지만 기자들에게도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자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워렌 목사는 이날 KBS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여의도 KBS를 방문했는데,KBS신우회 사람들이 몰려와 열렬히 환영했다고 한다. 워렌 목사의 인터뷰는 단 5분만에 끝났는데,그는 신우회 사람들에게도 예정에 없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자신과 사진을 찍고자하는 사람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싸인을 해줬다. 워렌 목사를 취재하는 동안 시도때도 없이 그에게 "같이 사진 찍자"고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워렌 목사는 한번도 얼굴이 굳어지거나 피곤한 내색을 한 적이 없었다. 한번도 거절하지 않고 다 응해줬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목회자세미나에는 2만2000명의 목회자들이 모였다. "내가 하나님의 종"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해 남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은 한국교회 목사님들이 왜 워렌 앞에는 그렇게 모여들었을까.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얘기했다. "한국에는 새들백교회보다 더 큰 교회도 많고,더 훌륭한 목사님도 많다. 그저 미국에서 누가 왔다면 사족을 못쓰고 열광하는 신앙 사대주의가 봐주기 힘들다."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비판했다. "아직도 교회의 외형적인 성장에만 목을 메달고 있는가. 이젠 질적인 성숙함이 필요할 때인데 그렇게 우루루 몰려들어가서 얻어봐여 뭐 얼마나 얻겠는가."
과연 그럴까.
그 자리에 모인 목회자들이 찾고 있던 것은 '미국제 복음'이 아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교회 이대로는 안된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간절한 바람에 대해 해답을 찾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해답을 구하는 대상이 이왕이면 한국의 목사님이었으면 좋았겠지만,만약 조용기 목사나 옥한흠 목사,아니면 곽선희 목사나 오정현 목사가 앞에 나섰다면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이렇게 한마음으로 모였을까?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이지만,그것을 극복할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지 "못한다 못한다"라고만 말하는 것은 그저 저주의 말일 뿐 아무 것도 성취하진 못한다고 생각한다.
물론,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교회를 성장시키기 위한 '비법'을 구한 목회자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릭 워렌 목사와 그의 새들백교회 팀들이 전한 메시지는 그 '비법'이 '건강한 교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헌금이나 목회자의 카리스마에 있다고 하지 않았다. 교회의 전통이나 어떤 문화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교회가 교회된 목적을 회복하면 성장은 마치 건강한 어린아이가 쑥쑥 자라듯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크냐 작냐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건강하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그게 바로 '성장'을 염원하는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메시지 아니었는가. '내 교회가 성장할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던 목회자가 이번 집회를 계기로 '내 교회가 얼마나 건강한가'하고 고민하게됐다면,얼마나 기쁜 일인가.
상암동 집회도 마찬가지다. 부활절 연합예배에도 오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달려온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에서 온 유명한 목사님 한번 구경하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회에 앞서 송정미씨가 축복송을 부를 때,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참석자들이 함께 손을 내밀어 축복송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들의 마음 깊이 "새롭게 되고 싶다. 새로워지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워렌 목사가 전한 메시지는 강렬하면서 명쾌했다.
"한국교회가 물질적인 축복을 이웃을 위해 내려놓으면,새로운 부흥이 올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흥은 오지 않는다. 하나님은 깨끗한 그릇을 쓰신다. 죄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하라."
복음의 BASIC이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이 그 BASIC이었다.
워렌 목사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뒤 내게 주어진 영향력을 내려놓기 위해 기도했다. 시편에 나온 솔로몬의 기도를 읽으며 깨달았다. 가난한 사람,과부,고아, 영향력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그들을 위해 내게 주어진 영향력을 사용하길 하나님은 원하신다는 것을."
"복음의 내용 즉 교회의 목적을 예수님께서는 두가지로 요약하셨다. 첫째,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라. 두번째,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한국교회에 필요한 메시지가,한국교회 성도들이 2006년 이 시점에 다시 상기해야할 메시지가 이것이 아니었을까?
워렌 목사는 또 무척 소탈하고 소박했다.
15일 아침 미군부대를 방문했다.
그때까지 나는 워렌 목사와 개인적으론 인사를 하지 않았다. 워렌 팀의 다른 목사님이나 스텝과는 인사를 했지만,워렌 목사님 곁에는 워낙 사람이 몰려들어 굳이 인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뭐랄까,약간 수줍어한다고 할까,아니면 반골기질이라고나 할까,뭐 그런게 있다.
유명한 사람들 곁에 사람이 모여드는 걸보면 "흐음~"하면서 뒷걸음질 친다.
대신 그 주변의 사람을 만나고,그를 만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이런게 그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날 아침에도 워렌 목사 주변에 얼쩡거리면서,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4일째 자기 주변에서 왔다갔다하는데,워렌 목사도 내 얼굴을 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후배 사진기자가 워렌 목사 주변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때 워렌 목사가 갑자기 우리 쪽을 보더니,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나와 사진기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You guys 반갑다."
나는 우리가 국민일보 기자라고 소개를 했다.
그는 무척 반가운 얼굴로 "잘 알고 있다. 여러분의 데스크를 만났고 신문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그냥 지나칠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주변엔 항상 카메라가 득실거린다.
그런데도 그는 나와 내 후배를 보는 순간,그의 주변의 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와는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고,그 즉시 다가와서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부산과 서울에서 집회가 계속되면서,워렌 목사는 목이 많이 상했다. 토요일 아침에는 제일 심했다. 하지만 그는 주한미군과 가족들 앞에서 섰을 때,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외쳤다.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여러분을 만나 너무나 반갑다" 그의 방문을 설레이며 기다렸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목을 아끼고 조용조용 말할수도 있었을 테지만,그는 그를 고대하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어하지 않았고,그가 가져온 메시지를 더 다이나믹하게,더 분명하게 전하고자 애를 썼다. 목이 따가워 중간중간 기침을 하고 침을 삼키면서도 최선을 다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워렌 목사 부부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뒤 새들백교회에서 사례를 받지 않고,그동안 받았던 사례비마저 다 돌려주었다고 한다. 책의 인세도 90%는 교회에 헌금을 한다고 소개했다. (그의 책은 미국에서만 3000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책 한권에 인세를 1000원만 받았다고 쳐도 무려 300억원의 인세를 받은 셈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돈으로 3개의 재단을 설립해 전세계의 가난한 사람을 돕고,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을 지원하며,전세계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 온 비용도 자신들이 스스로 부담했으며,사례비는 전혀 받지 않았다.
(대신 한국교회는 워렌 목사 팀에게 좋은 호텔과 비싼 식사와 좋은 차량과 넓은 교회와 월드컵경기장을 제공했다. 이 경비는 한국교회의 큰 교회들이 헌금을 해서 모은 돈이다.)
워렌 목사 부부는 또 책으로 돈을 벌었다고 해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다. 16년째 같은 집에 살고 있고,6년된 트럭을 몰고 다닌다.
워렌 목사가 한국교회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에게도 분명 비판할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강연 중에 '목적이 이끄는 40일' 프로그램을 무척 강조한다. 어찌 들으면 책 팔려는 책장사 처럼 들릴수도 있다. 또 뚱뚱하다. 먹는 것이나 생활에 절제가 부족하다는 표시일 수 있다.
그가 아프리카의 AIDS환자를 퇴치하고 제3세계의 문맹을 줄이고 지도자들의 갱신을 위해 힘쓰고 있는 모습을 미국 제국주의의 잔혹함을 감추는 '위선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앞서 말했듯이 한국교회의 목회자들 중에는 워렌 목사보다 훨씬 훌륭한 분이 많고,우리가 배워야할 점이 더 많은 사람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런 회의론을 앞세우기에 앞서,워렌 목사에게서 우리가 배워야할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목적이 이끄는 '삶'을 얘기하는 그의 메시지와 그의 삶은,무엇보다 삶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한국교회가 그저 일회적으로 받아들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살아있는 메시지'라는게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