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동안 방치해뒀던 게시판에 오랫만에 글을 쓴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열받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피아니스트가 3명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정말로 피아노를 잘 쳐서이냐면, 그것도 아닌듯 하다. 왜냐면, 난 그들의 음악성에 반한 것이 아니니깐. 서두는 이쯤이다.
첫번째 인물은 블라디슬라브 스필만. 봤을때 아주 생소하거나, 아주 잘 알 이름이다. 이사람은 영화로도 나왔던 수기 '피아니스트'의 기록자이자, 실제 인물이다.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 폴란드는 유대인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 중 하나였으며 불행히도 독일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게슈탈트 등의 악몽은 (밀란 쿤데라 식으로 얘기하면) 너무나 많이 반복되었으며 앞으로도 무한히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나는 그의 담담한 그 글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사실 학교 독서감상문에도 제출했었는데, 쪽팔려서(발로 썼다) 그 글은 차마 여기에 못 올리겠다. 만약 읽어보지 않았다면, '피아니스트'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두번째 인물은 이찌노세 카이. 이 사람의 이름을 들으면서 "아~ 들어본 것 같아. 그 사람 노래가 무척 좋았는데." 이딴 식의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할 말이 없다. 이찌노세 카이는 가공의 인물이기 때문이다(나는 글의 서두에서 그들의 음악성이 좋아서가 아니었다고 미리 말했었다). 정확히 말해서, '피아노의 숲'(일본명 Kai's perfect world)의 주인공이다. 빈민가에서 버려진 숲의 피아노를 치며 놀던 소년인데, 점차 자라서 현재 고등학생, 쇼팽 콩쿠르 진출을 꿈꾸고 있다. 내가 만화를 무척 좋아하긴 하지만 사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해봤는데, 이 만화는 언젠간 꼭 사고싶다.
마지막!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피아니스트는 바로 막심 므라비차 씨이다. 이 사람은 실존 인물이다. 게다가 젊다. 더욱이 잘생겼으며, 섹시하기까지 하다(←밑줄 긋고 별표 세개. 아주 중요한 포인트임). 잘생겼다는 것은 굉장한 메리트이므로 '그러나 그를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그의 피아노 연주 때문'따위의 진부한 변명을 하지 않겠다. 그가 무척 잘생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여기에 덧붙이자면, 그의 피아노는 매력적이다.(무척 멋진 곡들이긴 하지만 그가 평범하게 생겼다면 나를 비롯해서 세계의 여성들이 그렇게 열광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솔직히 판단하건데, 나는 아무래도 그의 외모를 좋아하는 거다) 강하고, 임팩트 있으며, 처음 들으면 뇌를 빨아들이는 듯한 매력이 있다(그의 모습을 여러각도에서 보여주는 뮤직 비디오를 보면 더 효과적이다). 문제는! 올해 초인가 작년 겨울인가, 막심 마라비차는 아시아 투어로 한국에 왔었다. 아아~ 나는 생각했다. '이제 왔으니깐 한 5년은 한국엔 안오겠구나(이래뵈도 클래식 피아니스트다). 5년 지나면 그 사람도 거의 40대니까 지금같은 매력은 없겠지. 얼씨구나.' 나는 그의 공연을 눈앞에 두고도 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치 못하며 5년 뒤를 기약했다. 그런데....
올해 9월 9일에 이화여대에 왔었다는 것이 아닌가......!
아아~ 그걸 엊그제야 알았다. 뭐 알고 있었다고 가기야 했겠냐만은 하늘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저게 막심이 탄 비행기인가~'하고 두근거려할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내 자신에게 분노하고 있다. 별 영양가도 없는 글이었다.
& 데이비드 란츠도 굉장히 좋아한다. 이 사람은 잘생겨서가 아니라(노인이에요) 피아노가 굉장히 조용조용 부드럽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년에 대구에 왔었으니 당분간 오진 않을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피아노 곡은 템페스트의 3악장이다. 그 외 좋아하는 곡은 라벨의 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느(파반느이지만 난 이걸 들으면서 춤추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