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오길비, 레오버넷, 존 케이플즈...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인들은 저마다 광고에 관한, 카피에 관한 명언들을 남겼지만 나는 그 중 헬 스테빈스가 남긴 글을 가장 좋아한다. 그가 쓴 은 굳이 광고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고 가슴에 새겨둘만한 명언들이 책장마다 그득히 담겨있다.
나는 때때로 이 책을 꺼내 읽으며 또 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행간에 붉은 밑줄을 긋기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따로 파일을 만들어 그의 글들 중 일부를 옮겨 적어 두었다. 그는 어떤 말(혹은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어떤 말이 사람을 짜증나게 하고, 또 어떻게 해야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지를 짧고 명쾌한, 그리고 아주 독창적인 문장으로 보여주고 있다.
말은 오븐에서 나와야지 냉장고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Words should come out of the oven - not the ice box.
여러분들도 이 말을 기억하라. 차가운 말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다.
옛날 옛적, 세상이 아직 지금처럼 혼란하지 않은 시기여서 바람과 태양도 그저 태평스럽기만 한 시절에 무료함에 지친 바람과 태양이 내기를 했다는 것을 여러분은 기억하는가?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만드는 자가 이기는 아주 장난스러운 내기였다.
내기에 이긴 자에게 무엇을 해주기로 했는지는 몰라도 그 내기의 우승자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한다면 헬 스테빈스의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말이 오븐에서 나온 말일까?
사람의 마음을 따끈따끈하게 덥혀주는 말, 가슴을 울리고 때로는 콧등을 찡하게 하는 말. 오븐에서 나온 말이 서투른 요리사가 만든 빵처럼 행여 볼품없는 모습이라도 상관없다.
화려하게 장식된 프로 제빵사의 아이스크림 케잌보다는 요리에 젬병인 애인이 생일선물로 만들어 준 소박한 팬케잌 한 쪽이 더 감동적인 법이니까.
거주자우선 주차공간 담벼락에 “저녁 6시에 돌아옵니다. 그동안 주차하세요”라고 써 붙인 쪽지를 보여주던 어느 광고캠페인의 카피는 어떤가?
나는 이런 말이 바로 오븐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면 오늘부터 마음 속에 오븐을 열어라.
그리고 과연 무슨 재료를 써야 가장 맛있는 빵이 나올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라.
그러기 위해 미리미리 따뜻하게 예열을 해두는 것도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