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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 음식점 가미 (1)

최용진 |2007.06.25 15:01
조회 428 |추천 0

두번째 쓰고 있는 소설인 [음식점 가미]를 올려봅니다. [숲의 내부]를 쓴 후에 소설 쓰는 것에 자신감과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중편 정도 되었던 [숲의 내부]와는 달리, [음식점 가미]는 약간 긴 단편이 될 듯 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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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는 말한다.

“우리는 젊은이 중에서도 꽤 진지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지요. 솔직히 포스트모더니즘 사조 이후로 젊은이들은 이데올로기를 잃고, 자신들이 따라야 할 가치관을 마땅히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비교적 깊은 젊은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은 가난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젊은 나이에 돈이 많으면 불편한 것이 없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이 게을러지기 마련이죠. 즉, 만져지는 재물이 많을수록 사고는 그만큼 어두워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젊은이들 중에서도 가난한 자들만이 철학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귀착입니다.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 벌거벗고 있었지만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죠. 선악과를 따먹은 이후로 그들의 육체적 눈은 밝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알몸인 것을 처음 인식하고 부끄러워하게 되죠. 하지만 그때부터 정신의 눈은 오히려 어두워진 겁니다. 그래서 타락의 길을 걷게 된 것 아닙니까. 이렇듯, 겉 껍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내면이 아둔해집니다. 그래서 혜안이 있는 젊은이들은 모두 가난합니다. 육체적 불편함이 있어야 정신이 올바로 서는 법이죠. 20대가 왜 중요하냐고 여쭤보셨죠? 사람들은 보통 20대에 정신적인 일차 성징이 오기 때문입니다. 10대 사춘기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말 그대로 사춘기 때는 몸의 변화가 우선이기 때문이죠. 보통 10대에 정신이 훌쩍 커버리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까. 마치 부자가 깊은 철학을 갖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사람들은 20대가 되어야 비로소 정신적인 성장을 시작하게 되고, 나름대로의 삶의 철학을 익히게 됩니다. 보통 남자들에게는 이 시기가 군대 가는 시기와 겹치게 되죠. 엄밀히 말해서 군대가 사람을 바꾼다기 보다는, 하필 남자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그 시기에 맞춰 군대를 가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들에게 뒤졌던 정신연령을 따라잡는 시기가 바로 이 시점, 그러니까 20대 초반이죠. 제 책은 바로 이러한 20대 초반 남성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중요한 시기를 맞은 남성들에게 과연 어떠한 가치관으로 살아야 할 지를 적은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기에 유물적인 가치관을 갖게 되면 그것이 평생 간다고 봅니다. 그럼 평생 보이는 것만 탐내고 집중하다 허송세월 하게 되죠. 무엇을 입을까, 어떻게 하면 더 쿨하게 보일까, 여자를 어떻게 잘 꼬실까, 이런 잡생각으로 소중한 20대를 보낸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 아니겠습니까. 만약 부자가 아니라면 상황은 더욱 암울하겠죠. 돈도 없는데 정신도 비어있다면 그보다 더 비극적인 경우가 어디 있겠어요. 저의 책, [20대 초반 남성의 34가지 무기]는 젊은이들이 외모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오로지 내면의 깊은 사색과 고매한 정신세계를 위한 치열한 탐구만이 다가올 세대를 짊어질 청년의 참된 모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서술한 책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베스트 셀러가 되었죠. (잠시 그는 목이 타는지, 물을 한 잔 마신다.) 저는 게으른 것을 싫어합니다. 사람들은 으레 몸이 게을러지면 정신도 게을러진다고 말하는데, 저는 그 반대로 생각합니다. 고매한 정신이 쓰레기 같은 육체 따위에 영향을 받을 수가 있나요. 되려 정신이 게으르면 육체도 같이 썩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육신이 게으른 것보다 정신이 게으른 것을 더 질타합니다. 무릇 사람이란, 몸은 누워있어도 생각은 쉬면 안 되는 법입니다. 생각이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육체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되죠. 그것이 1 단계입니다. 거기서부터 모든 사색은 시작되는 겁니다. 저의 책은 한창 초롱초롱 해야 할 20대에 술이나 잠에 취해 흐리멍텅한 정신으로 나날을 보내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정신이 육체에 영향 받을 수 없다던 방금 전의 말을 자신이 직접 부인하는 오류를 범한다.) 게으름은 죄악입니다. 특히나 20대 젊은이에게 있어서, 정신의 게으름이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한 젊은이라도 저의 책을 더 읽고 정신적 게으름에서 벗어나길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습니다.”    

 

 

2

아침 9시 40분.

맑은 봄날이다. 햇살은 푸르고,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공기의 냄새는 싱그럽다. 이렇게 화창한데도, 도연은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핸드폰의 알람이 죽어라고 종알대는데도, 도연은 아랑곳 없다. 핸드폰이 포기하고 입을 닥친다. 잠시 후, 도연이 천천히 눈을 뜬다. 그는 아직 덜 떠진 눈으로 힘들게 왼쪽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려 한다. 왼쪽 손목에 시계가 없다. 물론 오른쪽에도 없다. 눈을 병신처럼 꿈뻑이며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려 핸드폰을 찾더니, 9시 40분임을 확인하자 놀라며 급하게 몸을 일으킨다. 잘 떠지지도 않던 눈이 이번엔 500원짜리 동전마냥 커진다. 이마에 여드름이 하나 나 있는 것을 손으로 긁어대다가 이윽고 핸드폰을 열고 시간을 다시 확인한다. 이미 10시에 있는 강의에는 늦은 것이다. 웬만큼 늦어야 헐레벌떡 준비할 텐데, 20분밖에 남지 않아서 그는 고민 중이다. 다시 누울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얼른 준비하고 나설까, 결석한 날짜를 헤아려보니 한 번쯤은 더 째도 괜찮을 듯하다. 그래도 도연은 일어선다. 너무 오래 잠을 자서 허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어슬렁 방문을 열고 나와, 화장실로 들어간다. 동전처럼 커져있던 눈은 다시금 졸리기 시작하여, 영영 커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아예 떠지지도 않을지 모르겠다. 칫솔에 치약을 짜다가 그는 문득 생각한다. ‘세상에 이빨 닦는 시간만큼 지루한 시간이 또 있을까.’ 그는 껌을 씹는 것으로 양치질을 대신하리라 마음먹고 치약을 바닥에 털어낸 뒤, 칫솔을 대충 헹구어 다시 칫솔 통에 집어넣는다. 양치질도 귀찮은데 머리를 감는 것은 더욱 곤욕스럽다. 양치질은 껌으로 때우고, 머리는 모자로 가리면 된다.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하고, 모자는 남자를 더럽게 한다. 고작 5분 동안, 그가 화장실에서 한 거라곤 고양이 세수뿐이다. 그는 목이 늘어나 있는 후줄근한 하얀색 면티를 입고 있다. 왼쪽 가슴엔 축구 선수 이동국의 캐리커처가 조그맣게 그려져 있고, 그 밑엔 ‘FIFA’라고 쓰여있다. 옷을 하도 오래 입어서인지 색이 누렇게 바래져 있고, 프린트는 닳아서 이동국인지 김흥국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이다. 그는 그 옷을 그냥 그대로 입고 외출하기로 한다. 잠바를 걸치고 모자를 쓴 뒤,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도연이 나선 거리에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가을 못지 않게 청명한 하늘이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배가시킬 것만 같은 화창한 날씨이다. 이렇게 싱그러운 봄날은 오직 도연에게만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짜증나게 화창한 날씨 때문에 도연은 인상을 찌푸린다. 어둠의 자식인 그의 건조한 살갗은 건전한 햇빛을 견뎌내기엔 위태롭게 역부족이다. 아직까지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는다. 시간을 많이 지체해버렸다. 가뜩이나 늦었는데 지갑을 빼먹고 나와서 재차 집에 다녀오는 바람에, 오전 수업은 이미 가망성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그는 급할 것 없는 느린 걸음으로 도로를 미끄러지듯 흐느적 걷는다. 미끄러지듯 걷다가 실제로 미끄러질 뻔한다.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쳤기 때문이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지하철 역 앞에 있는 꽃집이다. 그는 또 생각한다. ‘세상에 꽃집 따위는 모두 없어져버리라지. 대체 꽃 같은 건 왜 사는 거야, 실용적이지도 못한 것을.’ 그는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하철 역으로 들어간다.

 

‘다 떨어진 작업복에 빵모자 둘러쓰고, 산이나 들로 꽥 하러 갈까,

  죽자니 청춘이요, 살자니 쪽 실려서, 303 부대에 입대했는데,

  월급이 20원에 팬티 값 30원에, 합계를 따져보니 50원인데,

  종로로 갈까, 명동으로 갈까, 종로 삼거리에 도착했는데,

깡패를 만나 치고 박고, 박고 치고, 전 재산 50원을 다 털렸는데,  

  집에 와 보니 복순이가 배탈나서, 활명수 50병을 다 마셨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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