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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min-ⓝ햇살좋은 날 헤어지다

남호진 |2007.07.21 12:33
조회 15 |추천 0

 

 

*직접 만들어 연주한 음악과 함께 읽으세요. 음악의 흐름과 글의 흐름을 맞춰서 글을 썼어요.*

 

음악의 제목 역시 입니다. 완성본은 아니고, 막막 긴장하는 바람에 좀 틀렸어요. 라이브의 묘미라고 생각하시고 들어주세요..^^

 

 

 

-

햇살 좋은 날 헤어지다.

 

 

 

-

언제가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정말로 미안한 노릇이지만 시작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이 날을 선택했을 뿐이다.

나는 원래 순서 따위엔 그다지 연연해 하지 않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저,

햇살이 좋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늘 그랬듯이

스니커즈에 노랑 폴로티셔츠, 진한 청바지를 입고, 크로스백을 메고

머리를 질끈 묶은 다음

밖으로 나갔다.

 

 

 

-

헉헉.. 미안, 좀 늦었지? 오늘 날씨 좋다. 그렇지? 뭐 먹을..

혼자 있게 해 줘.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혼자 있게 해 달라고.

오늘 기분이 좀 안좋아?

아니 그냥 앞으로도 쭉 혼자 있고싶어질 것 같아.

봐.. 그런 말을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잖아.

나도 비오는 날 이야기하고싶지는 않았어.

그게 다야?

많은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그럼 앞으로 우린 어떻게 되는거지?

먼저, 각자의 삶을 찾아보자. 그리고 다시 생각하자.

원래도 우리는 각자의 삶을 가지고 있었잖아.

 

 

 

-

사실 우리는 늘 날씨가 좋았다.

 

햇살 좋은 날 : 기차를 타고 어느 간이역에서 털보네 우동을 사먹었다.

햇살 좋은 날 : 남산 케이블카가 고장나 구두를 신고 한 50미터 등산했었고

햇살 좋은 날 : 누구나 거닐어보는 청계천을 걸었으며

햇살 좋은 날 :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종각역을 걸었다.

햇살 좋은 날 : 컴컴한 영화관에 들어앉아 팝콘을 싸워가며 먹었고

햇살 좋은 날 : 도서관 입구에서 커피를 마시며 해독 불가능한 서로의 전공서적을 들고 헤매었다.

햇살 좋은 날 : 집 앞에서 단지 미적거리며 서있었을 뿐인데 아빠에게 딱걸렸으며

햇살 좋은 날 : 무단으로 결근을 해버리고 바다로 가서 변치않는 사랑을 약속하려던 찰나

 

우리는 늘 햇살이 좋았다.

흐린 날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려워졌다.

갑자기 둘이라는게 힘겨워졌으며

나는 아직 충분히 혼자가 아름답지 못한 여자였다.

혼자 있어도 햇살이 좋아야 했다.

샤랄라한 치마에 샌달이 부담스러워졌고

예쁘게 차려입어도 나와는 뭔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혼자 있어도 햇살이 좋은 나날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야

미래가 보일 것 같았다.

 

 

 

-

그래서

햇살이 좋은 날 그를 보내주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혼자일 때

햇살이 좋은 그 날을 맞이해보고 싶었다.

 

다른건 두렵지 않았지만

약간 허전할 것 같았다.

그 느낌이 드는것조차 사실 좀 싫었다.

 

 

 

-

늘 그와 함께여서 햇살이 좋았던 건 어쩌면

참 좋은 추억이었다.

흐린 날에도 함께였다면

분명 난 그를 흐린날에 보내야 했을테니까.

 

 

 

-

이제 나는 더이상

순수하지 않다.

나의 공허함을 타인에게 채워달라고 징징댈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스스로 아름다워져야 하며

함께 있어도 보고싶은 마음은 사랑을 가장한 집착이다.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한다.

 

내가 나를 채워야 한다.

 

 

 

 

-

되도록이면 나를 빨리 잊어주길 바래.

진심이야?

아니, 솔직히 말해 진심은 아니야.

그러면.

내가 당신을 빨리 잊었으면 해.

그 뿐이야?

응. 그뿐이야.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면 되는거지?

어디선가 내가 혼자 있는 모습을 보면

응..

멀리서 그냥 나를 지켜봐줘.

...

그 때의 내 모습이 당신에게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껴지면 그때 다시 만나자.

그렇지 않으면

쓸쓸해 보이면 그냥 나를 두고 가버려.

왜.

혼자 있어서 쓸쓸해보이면 둘이 있어도 늘 외로워하며 당신을 힘들게 할지도 몰라.

그래, 그럴게.

물론 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

그런데

나를 사랑해야해. 햇살좋은데 나 혼자 서있어도 아름답고 싶어.

충분히 예뻐.

예쁘게 차려입었었을 뿐이야. 힘들어.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내가, 그리고 당신이 어디서 어떤 모습이든 아름다울 때 그때 다시 만나.

 

 

 

 

-

나는 늘 이별 장면만 기억한다.

단 한번도 눈물에 나를 파묻은 적은 없다. 

그건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늘 빨리 잊었다.

사실 그래야만 한다.

 

빨리 잊어야지만 미련에 미련 곰팅이처럼 멍든 가슴을 안고

나를 술독에 빠뜨린 채 만신창이처럼 사는 삼류 신파극의 심순애가 되지 않는다.

 

이별엔 가슴이 필요없다.

머리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지만

나는 늘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이 바뀌면 내게 돌아오라는

유치뽕짝한 대사도 읊조리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대사는

햇살 좋은 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그를 한 번 꼭 안아주고 버스를 태워 보냈다.

많이많이 웃었다.

나는 분명 곧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게 될 것이므로.

그 따사로운 햇살을 향해 두팔을 활짝 벌리고 웃었다.

 

그 웃음은

머리칼 끝에서 잘게 부서져

한 떨기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start again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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