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 품질 비교테스트
식기는 잘 세척되나 재오염 우려 있어
음식을 준비하는 것보다 식사 후 설거지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주부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주부들을 위한 가전 제품이 식기세척기다. 현재와 같은 구조의 식기세척기가 개발된 미국은 보급률이 40%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보급률은 다른 가전 제품에 비해 높지 않다. 국내외 5개 제품의 품질 비교 시험 결과를 알아본다.
■글/강무훈
식기세척기 보급이 더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디시워셔(dishwasher)라는 원래의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접시 세척에는 적합하지만 오목한 구조의 그릇이 많은 우리 식문화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도 한 가지 원인으로 보인다. 밥그릇 등은 접시보다 세척과 건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그만큼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기술 발전으로 주방 가전 제품의 붙박이(built-in) 형태의 설치가 늘어나고 맞벌이 가정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주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품목이 식기세척기다. 높아지는 주부들의 관심에 비해 상품 정보가 많지 않아 내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기 어려운 품목이기도 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선택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판매 가격 1백만원 전후의 동양매직ㆍLG전자 국산 2개 업체 제품과 아에게(AEG)ㆍ밀레(Miele)ㆍ월풀(Whirlpool) 외국산 3개 업체 제품을 대상으로 품질과 보유 기능ㆍ사용 정보 등을 알아보았다. 세척 용량은 가장 보편적으로 판매되는 12인용을 품질 비교 시험 대상으로 선정했다.
식기세척기의 원리와 구조
물을 고압으로 분사시켜 오물 제거
식기의 오물은 전분ㆍ단백질ㆍ지방의 3가지 성분으로 나눌 수 있으며 적당한 온도에서 비누 성분으로 문질러 주면 이들 오물은 쉽게 제거된다. 이에 따라 식기세척기는 보통 50℃ 전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보다 강한 세척력 또는 다른 효과를 얻기 위해 80℃ 전후까지 수온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식기를 수세미로 문지르는 동작은 사람에게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지만 이러한 동작을 재현시키는 실용적 수준의 기계 제작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시판되는 식기세척기는 물을 고압으로 분사시켜 오물을 제거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세척 성능은 식기에 분사시키는 물의 압력과 각도, 양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욕실 바닥에 떨어진 치약을 샤워기의 물살로 제거하는 것과 손으로 문질러 제거하는 방법을 비교해 보면 현저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한다면 식기세척기의 세척력이 얼마나 되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식기세척기는 물을 가열하는 전기 히터, 물을 고압으로 분사시키기 위한 펌프와 분사 노즐을 기본으로 내장하고 있다. 식기세척기는 건조를 위한 별도의 열풍 발생 장치 없이 세척하고 난 후의 남은 열을 이용해 자연 건조시키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식기세척기에서 꺼낸 식기는 전용 식기건조기만큼 보송보송한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월풀은 젓가락 빠지고, 동양매직은 바구니 결합 구조 개선 필요
세척기 내부에는 상ㆍ하 2개의 식기 바구니와 수저통 등의 보조 용기가 있다. 구조적으로 국내 제조 업체 제품은 상대적으로 밥그릇과 국그릇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한 것으로 평가되며, 수입 제품은 주로 접시 등을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었다.
업체별로 본질적인 차이는 없었지만 일부 보완이 필요한 경우도 발견됐다. 월풀 제품의 경우 간혹 젓가락이 수저통 구멍을 빠져 나오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처럼 젓가락이 빠져 나오면 물을 분사하는 노즐의 회전을 방해해서 세척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동양매직 제품은 상부 바구니와 분사기 배관의 결합이 원활하지 않아 세척기 문이 닫히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바구니 밑 부분을 조금 들어 올린 상태에서는 결합이 잘 되는 것으로 보아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세척 프로그램은 업체별로 4~10가지 채택
가장 효율적인 세척에 필요한 세척 온도와 헹굼 횟수ㆍ불림 여부 등은 각 업체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되며 그 결과가 제품의 성능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용의 편리성을 위해 이러한 과정을 미리 프로그램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 ‘세척 코스’이며 업체에 따라 4~10가지 정도로 구분돼 있었다.
각 업체별로 다양한 세척 코스를 가지고 있어 모든 코스에 대한 비교 시험은 현실적으로 곤란했다. 사용 설명서를 참고해 일상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고 공통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세척 코스를 ‘표준 코스’로 정의했다. 오염이 심한 식기 세척을 위한 강력 세척 코스 역시 사용 설명서를 참고해 정했다.
단, 각각의 세척 코스 내용(세척 온도ㆍ헹굼 횟수ㆍ세척 시간 등)은 동일하지 않으며 이는 전기 사용량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번 시험 결과는 절대 평가가 아닌 업체별 해당 세척 조건에서의 상대 평가에 해당한다.
식기세척기의 성능
세척은 양호하나 재오염 우려 있어

식기세척기의 핵심 성능은 아무래도 세척 성능일 것이다. 그러나 오염의 종류ㆍ식기의 형태와 양에 따라 차이가 있게 마련이므로 성능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시험에서는 사용 설명서와 에너지 효율 등급 시험 방법에 규정된 식기(밥그릇ㆍ국그릇ㆍ접시ㆍ커피 잔ㆍ물컵ㆍ숟가락ㆍ젓가락 등)에 대해 정해진 방법에 따라 오염물을 바른 후 세척하는 방법으로 평가했다.
오염은 실제 사용 조건을 고려해 밥풀과 김칫국물ㆍ계란 노른자ㆍ우유ㆍ 커피ㆍ고춧가루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오염을 부착하고 실온에서 2시간 이상 건조시킨 후 세척하도록 규정돼 있다.
시험 결과 계란 노른자ㆍ커피 등의 오염은 제품 간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잘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밥알을 제거하는 능력은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용량의 100% 세척 시 모든 제품이 완벽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밥알을 그릇에 으깬 후 2시간 이상 말린 상태이므로 어느 정도 불리지 않으면 손으로도 세척이 어려운 엄격한 조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말라 엉겨 붙은 밥알을 세척할 때는 불림 코스를 이용하거나 물을 분사하기 시작하면 일시 정지시켰다가 다시 세척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다.
세척이 완료된 후에도 고춧가루가 남아 있는 식기가 많았는데, 이는 세척돼 떨어져 나온 고춧가루가 순환되는 물을 타고 다시 분사되면서 발생한 오염으로 판단된다. 물론 재오염을 막기 위해 필터로 물을 거르기는 하지만 필터구멍보다 작은 찌꺼기는 계속 순환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재오염은 주로 필터 성능에 좌우될 것이며, 오염물의 종류나 사용 방법에 따른 차이도 크다.
재오염을 줄이려면 제조 업체 차원에서는 필터 구멍을 보다 미세하게 설계하는 방법, 사용자 차원에서는 세척기에 넣기 전에 물이나 휴지로 살짝 닦는 등의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다.
세척 성능은 아에게 제품이 상대적 우수
현실적으로 세척 용량의 100%에 해당하는 식기를 모두 넣는 것은 숙달된 사람도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될 정도로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일반 소비자가 최대 용량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세척 성능 평가는 60%에 해당하는 7인분을 기준으로 표준 코스와 강력 코스 각각에 대해 시험한 결과를 기준으로 삼았다.
표준 코스에서는 동양매직 제품이 가장 강력한 세척력을 보였지만, 고춧가루에 의한 재오염이 가장 심해 세척된 음식물 찌꺼기를 걸러주는 필터 계통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비해 아에게 제품은 일부 제거되지 않은 오염이 있었지만 재오염이 적어 전체적으로는 가장 우수한 세척 성능으로 평가됐다. 월풀 제품은 오염 제거가 가장 미흡했는데, 대부분의 식기에서 밥알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
표준 코스에 비해 강력 코스에서는 전반적으로 세척 성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LG전자 제품을 제외한 4개 제품이 오염을 완전히 제거하는 우수한 세척력을 보였다. 표준 코스에 비해 재오염도 상당 수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동양매직 제품만은 오히려 재오염이 증가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재오염 방지 위해 필터 관리 중요해
세척조 내의 물을 순환시키는 방식은 식기에서 떨어져 나온 음식물 찌꺼기가 물 분사 노즐을 막거나 식기를 재오염시킨다. 따라서 필터 설계가 매우 중요한데 음식물 찌꺼기가 배출돼 수계를 오염시키는 현상을 줄이는 것 역시 필터의 역할이다. 이 헹굼 물 역시 음식물 찌꺼기가 걸러진 필터를 통과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보다 청결한 세척을 위해서는 마지막 헹굼 물은 순환이 아닌 깨끗한 수돗물을 직접 이용하는 구조로 변경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이 경우 수돗물을 높은 온도까지 새롭게 가열해야 하므로 그만큼 물 사용량과 전기 사용량이 많이 증가한다.
규정된 부하로 1회 세척한 뒤 필터 상태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제품은 음식 찌꺼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물론 시험 조건과 실제 사용하는 조건에 차이가 있으므로 모든 식기세척기가 한 번 세척할 때마다 사진의 필터 모습과 같이 오염될 것이라는 단정은 곤란하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는 것이므로 제조 업체는 이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해 보다 청결한 상태에서 세척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제조 업체의 사용 설명서에 기재된 필터 청소 주기는 ‘4 ~6개월마다 청소’, ‘ 정기적으로 청소’, ‘ 수시로 청소’등으로 표시하고 있어 오염 가능성으로 볼 때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로서 가장 적절한 필터 관리는 세척기에 넣기 전에 물에 녹지 않는 고형 찌꺼기를 없애는 방법이 최우선이며, 혹시 미심쩍은 경우에는 필터에 걸린 찌꺼기를 확인해 다음 세척 시 해당 찌꺼기를 먼저 제거하는 방법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세척조 내의 물은 펌프로 배수하는 구조이므로 항상 남는 약간의 물로 습도가 높아질 수 있다. 장기간 방치 시 필터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 등과 어울려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악취도 예상된다. 따라서 세척한 식기를 장기간 세척기 내에 방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동양매직ㆍLG전자 제품이 수입품보다 물기 적어 우수
가정용 식기세척기는 대부분 헹구면서 상승된 그릇 자체의 온도, 즉 잠열을 이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건조에 따른 전기 요금 증가는 거의 없다. 이처럼 잠열을 이용하므로 건조 성능은 부분적으로 세척 코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즉, ‘ 절약 코스’에 비해 ‘강력 코스’가 약 20℃ 정도 온도가 높으므로 강력 세척을 하면 그만큼 건조가 유리하다.
이번 시험에서는 표준 코스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세척이 끝난 30분 후에 확인한 결과 통상적으로 접시 종류와 숟가락ㆍ젓가락ㆍ티스푼은 물기가 완전히 제거됐다. 그러나 밥그릇ㆍ국그릇ㆍ커피 잔은 그릇을 놓은 형태에 따라 움푹한 곳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물기가 남아 있었다.
잠열을 이용하는 데 따른 한계로 보송보송 할 정도까지 건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즉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는 됐다. 업체별로 우열을 가릴 정도의 실용적인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식기 바구니를 경사지게 만든 동양매직과 LG전자 제품이 수입 제품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물기가 적었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그만큼 우리 식습관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동양매직ㆍ밀레, 표준 코스에서 물 사용량 가장 적어
전기세척기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게 되는 표준 코스와 강력 코스 각각에 대해 물과 전기 소비량을 알아보았다. 식기세척기는 40~80℃ 정도로 물을 가열해 세척하므로 급수되는 물의 온도에 따라 전기 사용량은 달라진다. 즉, 여름에는 전기 사용량이 적고 겨울에는 많아진다. 동일한 세척 코스에서도 물 사용량과 전기 사용량이 달라지는 제품이 있어 반복해 시험한 결과를 평균한 값을 기준으로 평가 했다.
표준 코스에서 아에게와 LG전자 제품이 1회당 21L의 물을 사용해 가장 많았으며, 동양매직과 밀레 제품이 15L로 물 사용량이 가장 적었다. 강력 코스에서의 물 사용량은 동양매직 제품이22L로 증가했을 뿐 다른 제품은 표준 코스에서의 물 사용량과 거의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세척 1회당 전기 사용량은 표준 코스와 강력 코스 모두 아에게 제품이 가장 많았는데 대상 제품들의 평균 사용량보다 20% 이상 많았다. 가장 전기를 적게 사용한 제품은 표준 코스에서는 월풀 제품, 강력 코스에서는 LG전자 제품이 각각 평균의 80%대를 보였다. 표준 코스에 비해 강력 코스는 세척 온도를 높이므로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는데, 월풀 제품이 50% 증가해 가장 컸으며 LG전자 제품은 약 20%로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절반 세척’, 에너지 사용량 별 차이 없어동양매직과 LG전자 제품에는 상단 또는 하단 바구니 중 하나만을 사용하는 ‘1/2 세척 코스’가 있다. 이 기능에 대한 업체의 설명(사용 설명서)은 ‘그릇의 양이 적을 때 물, 전기를 절약하기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세척 코스를 이용하면 물이나 전기를 절반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시험 결과 동양매직 제품이 ‘1/2 세척, 표준 코스’에서 물 사용량이 약간 줄어든 외에는 표준 코스, 강력 코스 모두 ‘전체 세척’과 ‘1/2 세척’의 물 사용량과 전기 사용량의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바구니 두 개를 사용하면 편하게 식기를 배치
할 수 있음에도 상당한 절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로 절약을 위해 바구니 하나에 오밀조밀 식기를 넣고 사용한 소비자의 수고가 무의미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업체의 설명이 필요하다.
전체 세척 코스에서는 분사 노즐이 상ㆍ하 교대로 작동하지만, 절반 세척 코스에서는 선택한 분사 노즐만 연속해서 작동하므로 효율이 높아진다는 업체의 의견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세척 시간 가장 빠른 제품은 동양매직 제품
너무 긴 세척 시간은 사용자를 불편하게 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짧은 시간이 유리하다. 대상 제품 중 가장 빨리 세척을 마친 것은 동양매직 제품으로 표준 코스에서는 약 1시간 남짓, 강력 코스에서도 1시간 30분 정도면 세척이 끝난다. 이에 비해 월풀 제품은 표준 코스가 약 3시간, 강력 코스가 약 2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소음은 밀레 제품이 40데시벨 수준으로 가장 조용
식기세척기가 설치되는 장소는 주방 또는 주방과 가까운 곳이므로 소음 역시 중요한 품질 요소다. 식기세척기에서의 소음은 주로 분사된 고압의 물이 식기를 때릴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식기가 많을 때보다는 적을 때 상대적으로 소음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평가는 보다 악조건으로 판단되는 60% 용량의 식기를 세척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기준으로 했는데, 밀레 제품이 약 40데시벨(dB) 수준으로 가장 조용했다. 다른 4개 제품의 소음은 이보다 큰 수준이어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