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파동을 해결하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은 확대·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6·4 재보선 참패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에 뿔난 ‘소고기 민심’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책임이 몰릴 형국이다. 5일 정상개원이 무산된 18대 국회는 시작부터 마비됐다. 기세등등한 ‘촛불 민심’과 야권 공세로, 국정운영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민심수습용 인적쇄신의 수위를 놓고 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재보선 패배를 얼추 예측했으나, 실제 결과는 더 안 좋다”며 “심각한 위기국면”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인적 쇄신안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선거결과를 모른 척한다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쇄신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소폭 교체로 기울던 청와대 기류가 바뀌는 조짐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도 문책인사에 ‘인색’할 경우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당마저 등을 돌려 사면초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무엇보다 문제다.
강재섭 대표가 이미 ‘폭넓은 개각’을 요구했듯이, “한승수 총리나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바꾸는 고강도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는 게 당내 지배적 의견이다. 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주호영 의원도 “그런 공감대가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선 국정공백 장기화 등 현실적 제약을 들어 소폭 쇄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몇 명 자른다고 사태가 정리되지 않는다”는 논리도 먹히고 있다.
‘소폭론’은 정부 출범 시 인사를 주도했던 실세들이 생존과 기득권 수호를 위해 최대한 현상유지를 하려는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전날 쇄신 시기와 규모가 후퇴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은 권력투쟁의 부산물이라는 분석이다. 박형준 전 의원의 청와대 입성이 쉽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정국 상황이 악화되면서 소폭론의 입지가 줄어드는 양상이다. ‘소고기 정국’을 탈출하지 못할 경우 정상적인 국정 추진의 동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고기 파동의 불길이 화물연대의 파업 움직임, 노동계의 하투(夏鬪) 등 다른 현안으로 옮겨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촛불집회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어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고 걱정했다.
이런 만큼 마지막 카드가 될 인적쇄신은 국민이 호응할 수 있을 만큼 과감하고 단호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이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결단에 달린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