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과 사내의 거리는 불과 2미터 정도. 숨 막히는 긴장감이 돌았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의 흔들리는 소리뿐 긴장감을 해소시킬 만한 어떠한 소리나 움직임도 없었다. 린을 바라보던 사내의 붙었던 입술이 떨어지며 팽팽한 긴장감을 한 순간에 허물어트리듯 내뱉는 한마디
“아르키나 산맥에서 왔나?”
굵고도 힘 있는 음성이었다. 주위의 정적을 한 순간에 깨트릴 정도로 위엄도 있었다.
사내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사내의 얼굴만 쳐다보는 린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에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영감탱이를 알고 있어?”
이 무슨 동문서답인지 알 수가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린의 말을 들은 사내는 칼을 거두며 자세를 편하게 바꿨다. 사내가 단지 자세만 바꿨을 뿐인데 그토록 숨 막히는 압박감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평온함이 감돌뿐 이었다.
에스텔 역시 자신들에게 엄습해왔던 거대한 힘의 느낌이 한순간 사라짐에 의아해 했지만, 드래곤의 뛰어난 청력으로 인해 린과 사내의 대화로 무슨 다른 이유가 있거나 둘이 적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내의 엄청난 위력을 느껴본 바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어 언제라도 방어막과 공격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어린놈이 말버릇이 없구나!”
사내의 꾸짖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 억양에는 따뜻함이 베어 있는 듯 부드러웠다.
“난 그렇게 어리지 않다고. 이제 조금 있으면.....”
린은 사내가 자신을 어리다고 말하자 아니라고 부정을 하려다가 입을 머뭇거렸다. 그런 린을 보며 사내는 아주 희미하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 분께서 널 자유롭게 키우신 게로구나. 아직 세상에 나오면 안 될 텐데 이렇게 나와 있으니 말이다.”
사내가 린에게 위엄 있는 목소리로 산에서 나온 것에 대하여 말을 하자 린은 자신이 할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산을 나온 것에 가슴이 찔리는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치며
“참! 당신은 누구냐고 내가 물었잖아! 어떻게 우리 영감탱이를 알고 있는 거지? 내가 산에서 나온 것도 알고 말이야!”
린의 대들듯한 질문에 사내는 그저 빙그레 웃을뿐이었다. 그런 사내의 행동에 상대적으로 린은 약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은 커녕 자신을 놀리는 듯한 웃음만 지으니......
“ 누구냐고 내가 묻잖아.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
린이 다시 한 번 소리치며 묻자 사내는 약간 얼굴을 굳히며 모를듯한 대답을 하고 했다.
“ 그분의 예언이 맞다면 이제 얼마 후면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너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고,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라. 돌아가서 그 분께서 너에게 일러주신대로 하거라. ”
사내의 목소리는 사뭇 장엄하기까지 하여 사내의 말을 들은 린의 표정은 평상시와는 달리 진지해보였다. 그러나
“ 난 누구에게도 지지않아. ”
“ ........ ”
린의 이 짧은 한 마디가 사내의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린의 말을 들은 사내도 린도 에스텔과 크루터도......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꺼야. 어느 누구라도 날 막으면 내가 가만 있지 않을꺼야! 그것이 설혹 영감탱이라도 말이야. ”
린은 말을 마친 후 돌아서서 걸음을 옮기며 크루터와 에스텔에게 소리쳤다.
“ 에스텔! 크루터! 이제 그만 가자. ”
그렇게 말을 하고는 돌아서는 린을 향해 사내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바라만보고 있을 뿐이었다.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던 에스텔은 사내의 다른 행동이 없자 지금까지 펼쳐놓았던 방어막을 풀고는 린이 가는 방향으로 뒤따라 가기 시작했다. 뒤에 있던 크루터도 린과 에스텔이 자리를 떠나자 자신도 얼른 그 자릴 떠났다.
에스텔이 사내의 곁을 스치고 지나갈 때 사내의 작은 목소리가 에스텔의 귓가에 들릴 듯 말듯하게 들려왔다.
“ 부탁드립니다. ”
하지만 역시 드래곤이기에 그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무슨의미가 담겨있는지를.....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사실까지도 사내는 알고 있다는 듯한 말이었다.
에스텔은 그런 그의 말을 듣고는 잠깐 뒤를 돌아 얼굴을 한 번 스치듯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사내가 아무런 표정없이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그렇게 린과 에스텔과 크루터는 그곳을 벗어나 바로 멀지않을 곳에 있는 수도 크론으로 향했다.
니온의 수도 니온의 스트리에나 궁
니온의 국왕인 아스트라4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크로노스와의 전쟁에 대해서 국가의 최고 기관인 원로원의 원로들과 대신들을 불러놓고 한창 논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국왕과 함께한 자리에서 원로들과 대신들의 언성이 무척이나 높았고, 그로인해 회의장의 분위기는 독자적으로 전쟁을 해야한다는 강경파인 대신들과 라우토니와 제국과 빨리 동맹을 맺어 스스로 물러가게끔 만들자는 온건파인 원로원의 논쟁이 엇갈리고 있는 냉랭하고 팽팽한 상황이었다.
“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도대체 뭐라구여? 지금 이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이 누구때문인데 그런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
“ 제가 뭐라고 했게요? 그리고 이 나라가 어떻게 됐다는 말씀이십니까? 지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것입니까 ? 이렇게 된 것이 우리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말씀이십니까 지금? 허 허 허. ”
“ 그럼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파벌에 정당을 만들어서 나라를 어지럽힌 것이 누구인데 그런 발뺌을 하시는 것입니까? 세상이 다 아는 것을 지금 아니라고 잡아떼면 누가 ‘그러십니까?’ 하고 넘어갈줄 알았습니까? ”
“ 뭐가 어째고 어째요? ”
“ 아니 누가 그런 소리를 한답니까? ”
“ 그럼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
“ 아니 뭐요? ”
“ 이런 염치도 모르는.... ”
탕 탕 탕 탕
“ 그만! 그만! 그만! 이제 그만들 하라. 경들은 어찌하여 그렇게 만나기만 하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으르렁 거리며 싸움박질만 하는 것인가. 도대체 이것이 누가 국가 최고회의를 하는곳으로 보느냐 이말이야! 모두 그런 식으로 할꺼면 당장 이곳에서 나가라. ”
회의를 지켜보고 있던 국왕의 한 마디에 회의장의 모든 의원들과 대신들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하지만 서로를 쳐다보는 눈길은 당장이라도 패싸움이라도 일으킬 정도의 그것이었다.
지금 이곳에는 국왕을 비롯한 왕세자와 다른 왕자들도 함께 있었지만 대신들과 원로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에게 할말 다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언쟁을 하고 있었다.
국왕의 우측에는 첫째왕자인 왕세자 스테파노왕자가 앉아있었고, 좌측에는 둘째 왕자인 토시렌왕자와 그 옆에 셋째왕자인 슐츠왕자가 있었다. 그들도 이런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을 뿐 어느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이유는 첫째왕자인 스테파노왕자를 옹위하는 원로원측과 둘째 왕자를 보위에 올리고 싶어하는 대신측간의 세력다툼을 하고 있기에 아무도 서로 나서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왕이 있는 자리에서 그러한 것을 공공연히 나타내 자신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도 있지만, 지금 국가가 처한 상황이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기에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 그래 스테파노의 생각은 어떠하냐? ”
국왕의 질문을 받은 스테파노왕자는 자신이 어떻게 대답을 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의 대답여하에 따라서 원로원의 입장과 자신이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데 어려움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원로원과는 조금 다른 것이기에 이리저리 생각을 하고 있었던차에 이런 질문을 받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나왔다.
“ 당연히 라우토니아 제국에 사신을 보내시어 동맹군을 보내달라 요청한 후 크로노스제국의 병사들이 물러가기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크로노스 제국도 라우토니아 제국과 더불어 이 대륙의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이며 기사단도 대륙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강대국입니다. 그런 나라와 굳이 무력충돌을 일으켜서 전쟁을 크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
“ 흠..... 그래? 그럼 토시렌의 생각은 어떠하냐? ”
국왕은 첫째왕자이며 왕세자인 스테파노왕자를 그렇게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전 왕비의 소생으로 뛰어난 지혜와 인품을 높이사 왕세자로 봉했던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둘째왕자이며 지금 왕비의 첫째자식인 토시렌왕자는 자신이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끼는 왕자로 성격이 호탕하고 1급기사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진 면을 좋아하여 늘 옆에 두고 가까이하고 있었다. 니온에 기사들이 많이 부족하기때문이기도 했지만, 심약한 국왕의 다른 모습을 가진 것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 제 생각은 조금 다르옵니다. 우리 국토를 짓밟고 죄없는 백성들을 죽인 그 짐승같은 놈들에게 복수를 해야 합니다. 비록 우리가 수적으로는 열세지만 제게 생각이 있사옵니다. ”
“ 생각? 무슨 생각인가? ”
토시렌왕자의 말에 국왕은 흥미가 있는 듯 물었다.
“ 그것은 다름아닌 히드라(hydry)......... ”
“ 안됩니다. 폐하! ”
원로원의 최고 수장인 스트라빈스의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퍼졌다. 평소의 성품은 온화한 반면에 이러한 회의장에서의 그의 성격은 불같은 면모를 드러냈기에 모두들 원로원의 최고수장으로써 인정을 했고, 지금까지 20여년을 최고수장을 지내고 있었다.
“ 히드라만은 절대 안됩니다. 폐하! 아직 완전히 실험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 가공할 괴물을 사용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모험입니다. 아직 완벽하게 조정할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
“ 그렇다면 스트라빈스경은 지금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이 중대한 시점에 다른 어떤 복안이라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히드라에 쏟아부은 것이 얼마인데 아직까지 아무런 효용도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제가 듣기로는 적아의 구분은 한다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말입니다. ”
스트라빈스의 말을 들은 토시렌은 바로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며 말을 받았다.
“ 토시렌 왕자님. 적아의 구분은 할 지언정 무고한 사람들마저도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나 죽이는 그런 괴물을 투입한다는 것은 과학을 연구하는 우리로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다칠수도 있습니다. ”
“ 우리에게는 숙주가 있지 않습니까. 어미의 말을 듣는 것은 그러한 괴물들에게는 당연한 것이고 또 전쟁에서는 어느정도의 희생은 따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우리에게는 저 짐승같은 크로노스 놈들에게 대항할 아무런 힘이 없으니 그러한 힘을 사용한다고 하여 어떠한 말을 들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중에 역사가 판단할 일입니다. 안그렇습니까 폐하? ”
토시렌의 말을 들은 국왕은 할 말이 없었다. 토시렌의 말도 일리가 있었고, 스트라빈스의 말도 틀린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니온왕국은 옳은 일에만 과학의 힘을 사용했고, 그로 인해서 대륙의 모든 사람들이 많은 혜택을 입었다. 그러나 지금 국가의 흥망이 걸린 중대한 시점에서 다른 목적에서 만들었던 히드라를 전쟁에 사용한다는 것은 니온왕국이 그동안 걸어온 것과는 다른 것이기에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원래 히드라는 니온왕국과 대륙에 널리 퍼져있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새로운 생명체였다. 생각을 할 수 있는 지능과 엄청난 번식력, 그리고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괴물이었다. 3M정도의 엄청나게 큰 덩치와 두꺼운 껍질로 이루어진 몸체는 웬만한 공격에는 상처하나 입힐 수 없었고, 히드라의 입에서 발사되는 독극물 액체는 바위나 쇠를 녹일 정도의 부식력과 치명적인 독향을 내뿜는 것이었기에 히드라 한 마리와 어느정도의 실력을 가진 2급기사 정도는 돼야 상대가 될 정도였다.
또 히드라는 어느정도의 상처는 자체 치유력이 강하여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가 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러기에 히드라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무척 어렵다는 결론이 나와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고, 실험도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히드라를 지금 말하고 있으니 국왕의 심정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지경이었다.
“ 폐하! 지금 히드라를 투입하지 아니하면 국경을 넘어서 진격해오는 크로노스군을 막을 수가 없사옵니다. 국경지대인 헹켈이 점령당한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사옵고, 마넬라를 거쳐 지금은 마넬라 산맥을 넘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상군은 그렇다고해도 하늘에서 다가오는 전함들은 막을 수가 없는 실정이오니 하루라도 빨리 결정을 하셔야 하옵니다. ”
토시렌 왕자는 지금의 국면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히드라를 사용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국왕에게 강조하고 있었다.
“ 폐하! ”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테파노황태자가 한마디 하였다.
“ 말하라! ”
“ 토시렌의 말도 일리는 있는 말이옵니다. 하오나 히드라는 스트라빈스경의 말대로 매우 위험하오니 그것은 차선책으로 생각을 해보아야 할 사항인 것 같습니다. 지금 가정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마넬라산맥을 넘어오는 전함들이옵니다. 지상군이야 그렇다고 해도 기사단으로 무장된 적 전함들을 상대해야 할 어떠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니온의 전함들은 그 수가 적의 반도 안되니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할 지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그래도 라우토니아의 전함들이라면 상대가 될 것이오니 하루라도 빨리 라우토니아에 사신을 보내시는 것이 급하다고 생각되어지옵니다. ”
“ 꼭 그렇지도 않사옵니다. 폐하! ”
스테파노황태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슐츠왕자가 한마디 했다.
“ 뭐가 그렇지않다는 것인가? 슐츠. ”
자신의 말에 토를 단 슐츠가 그리 달갑지는 않았지만 스테파노는 자리가 자리인 만큼 조용한 어조로 물었다.
“ 폐하. 지금 실험중인 히드라 변종을 사용하면 될 것이라 생각되어지옵니다. ”
“ 뭣이? ”
또다시 히드라의 이야기가 나오자 스테파노는 평상시의 모습과는 다른 약간은 격양된 목소리를 내비쳤다. 그의 태도에 슐츠왕자는 약간은 놀라 움찔했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며 말을 계속했다.
“ 지금 실험중인 히드라 변종은 하늘을 날 수 있게 개조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
“ 안됩니다. 폐하! 히드라는 도저히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스트라빈스의 큰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장내를 울렸다.
“ 그 위험한 괴물을 사용했다가 만약에 조정에 실패한다면 우리 니온뿐만이 아니라 대륙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가 있사옵니다. 그리고 히드라의 숙주가 되는 어미 히드라 역시 아직 완전한 파악을 못한 상태이오니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모험이옵니다. 부디 간청하건데 히드라의 사용은 절대로 안되옵니다. ”
“ 그렇다면 스트라빈스경은 라우토니아를 꼭 이 전쟁에 끌어 들여야 한다는 말씀이시요? ”
스트라빈스의 말을 듣고 있던 토시렌은 약간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토시렌 전하! 라우토니아는..... ”
“ 라우토니아가 뭐요? ”
토시렌은 스트라빈스의 말을 잘라 말해버렸다.
“ 그래 그 라우토니아를 이 전쟁에 끌어들여서 어쩌겠다는 것입니까? 호랑이를 피해서 사자를 불러들인다는 말씀이십니까? 이것은 우리 국가의 전쟁이지 라우토니아의 전쟁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라우토니아에서 아무런 조건없이 우리 니온을 도와준답니까? 라우토니아에서도 어떤 조건이 있을것이 아닙니까? 그럼 그놈이나 그놈이나 똑같은 거 아닙니까. 폐하! 어떤것도 우리 니온의 도움이 되지는 못하옵니다. 그러니 우리 니온만이 독자적으로 생존해 갈 수 있는 그러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되어지옵니다. ”
토시렌의 이 한마디에 모두의 입은 그만 다물어지고 말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때문이었다.
“ 하지만 그렇다해도 모험을 하는 것 보다는 조금은 손해가 있다고 해도 안전한 방법으로 국가를 지켜야한다고 생각됩니다. ”
스테파노의 조용한 반대였다. 하지만 국왕의 표정은 어느정도 토시렌의 말에 공감을 하는 표정이었다. 이윽고 국왕이 한 마디 하였다.
“ 흠.... 그대들의 의견은 충분히 들었다. 그럼 이제 내가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노라. ”
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국왕을 바라보며 국왕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지금 우리 니온은 국가의 흥망이 걸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되어지노라. 저 흉악무도한 크로노스놈들이 우리 국토를 침범하여 니온의 국민을 헤치고 국토를 짓밟아 국가를 어지럽게 만들었으니 이는 우리 니온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웃 나라인 라우토니아에 원조를 구하는 것은 짐은 하락하지 않겠노라. ”
국왕의 이 말이 떨어지자 토시렌과 대신들의 표정은 금새 환해졌고, 반대로 스테파노황태자와 원로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 이제 우리 니온은 그 흉악무도한 크로노스놈들에게 힘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하노니 짐이 지금 실험중인 히드라의 사용을 허락함과 동시에 군의 통솔권을 토시렌왕자에게 일임하노라. 그러니 토시렌을 도와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도록하고 니온의 힘을 저들에게 보여주도록하라. ”
“ 폐하.... ”
“ 폐하 그런.... ”
여기저기에서 원로들의 말이 이어져 나왔지만 국왕은 모두 무시해버렸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스테파노를 보고는
“ 그리고 스테파노황태자는 짐과 함께 이곳 수도에서 총 지휘를 맡으라. 다른 이야기는 듣지 않겠다. 이만 회의를 끝내도록. 짐이 피곤하니 모두 물러가라. ”
국왕의 단호한 말에 모두가 할 말이없었으나 서로의 표정은 너무나도 달랐다. 스테파노황태자 역시 이름뿐인 총 사령관이지 모든 힘은 토시렌에게 넘어갔다. 대신들은 기쁨에 환호하며 물러갔고, 원로들과 스테파노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이우며 대전을 나갔다.
대전을 나서는 스테파노 황태자는 토시렌을 쳐다보고는 한마디 했다.
“ 토시렌! ”
“ 네 형님. ”
“ 히드라는 무척 위험한 물건이다. 조심해서 사용하도록 해라. ”
“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크로노스놈들에게 우리 니온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오겠사옵니다. 하 하 하 ”
그렇게 말한 토시렌은 마치 전쟁에서 승리하도 한 사람처럼 큰 소리로 웃으며 돌아서서 갔다. 멀어져가는 토시렌을 바라보는 스테파노황태자 뒤로 스트라빈스가 다가오며
“ 황태자 전하. 신은 이것이 진정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사옵니다. ”
“ 나도 경과 같은 생각이오. 이것이 진정 최선의 선택인지 모르겠구려. ”
스테파노황태자 역시 스트라빈스의 말에 동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왕의 결정이 내려진 후니 어찌하겠는가.
토시렌왕자의 서재
지금 이곳에는 토시렌왕자를 비롯한 슐츠왕자와 대신들이 모여있었다.
“ 하 하 하. 이것은 분명 나에게 기회가 온 것임이야. 이번 전쟁을 이기기만 한다면 지금 황태자를 몰아내고 내가 황태자가 된다고 하여 반대할 사람이 아무도 없음이야. 하 하 하 안그런가? ”
“ 맞습니다. 형님. 모든것이 형님에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사옵니다. 어마마마께서도 기대를 많이하고 계시오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될것이옵니다.”
“ 그럼. 내가 이 기회를 놓칠 것 같으냐? 이제 히드라만 내 손안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내 맘대로 될 것이야. 안 그런가? ”
토시렌왕자의 말에 모든 대신들은 저마다 아첨을 빠뜨리지 않았다.
“ 그렇사옵니다 전하. 이제 모든 것이 전하의 것이 될 것이옵니다. ”
“ 토시렌 전하. 경하드리옵니다. ”
모두가 토시렌왕자에게 고개숙이며 축하를 드렸다. 대신들의 축하를 받은 토시렌은 국가의 모든 군대를 통괄하는 스미스후작을 바라보며
“ 스미스후작! 이제 전쟁에 관해 논의를 해야겠다. 각 기사단을 관장하는 단장들을 소집하고 지방에 있는 모든 귀족들에게 공문을 보내 수도로 오라하라. ”
“ 네! 알겠사옵니다. 전하. ”
대답을 마친 스미스 후작은 고개를 숙이며 바로 나갔다.
“ 그리고 웨슨후작! ”
“ 네! 전하 ”
니온의 모든 마법사들과 실험실을 관장하는 웨슨후작이 대답했다.
“ 경은 지금 즉시 히드라의 대량생산을 지시하라. 곧바로 전쟁에 투입 할 것이니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 ”
“ 네! 알겠사옵니다 전하. ”
웨슨 역시 말을 마친 즉시 방을 나갔다.
“ 다른 경들도 전쟁에 임할 준비를 갖춘 후 다시 대회의실로 모이도록 하라. ”
“ 네! 알겠사옵니다 전하. ”
토시렌의 말에 다른 모든 대신들도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후 방을 나갔다. 모두가 방을 빠져나가자 토시렌의 옆에 있던 슐츠는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 흐 흐 흐. 이제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는군. ”
“ 그렇습니다. ”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의 동생에게 존대어를 쓰다니...... 슐츠 역시 좀 전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왠지 모를 기괴하고 음산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