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조선일보에서 파업, 시위하지 말라는데??
우리 그 회사 말 들어야 하는 꼬봉이야??"
월요일 아침부터 조선일보는
"좌파단체들, '쌍용차'로 집결"
이라는 부제로 눈길을 확 끌었다.
집결이란다. 모였으니 집결이란 단어를 쓴 것이겠지만
뉘앙스가 틀려먹었다. 마치 범죄단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는 식의 말투이다.
기사의 내용은 읽으나마나 파업을 비판하는 것일 줄 알았는데
이건 비판이 아니라 그냥 속된 말로 '까기' 일색이다.
기사의 리드문을 보자.
"2006년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외치며 경기도 평택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했던 외부 좌파 단체들이 쌍용자동차 파업사태를
맞아 3년여 만에 다시 평택에 집결했다."
문장의 내용만을 보자면 있는 사실만을 기록했기 때문에
글을 쓴 기자로서는 할 말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쌍용차
파업과 미국기지 이전 반대를 단순히 '평택'이라는 지방에서
열렸다는 이유로 한데 묶어버린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그럼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투의 성지인가?
청와대는 비밀로 가득한 녹색 지붕의 공간인가?
또한 '폭력 시위', '외부 좌파' 등의 단어도 보는 이로 하여금
거북하게 만든다. 파업 이야기를 하면서 노조원의 이야기는
눈꼽만치도 없고, 오로지 회사 측의 주장만을 담아놓았다.
파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파업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히 돈 때문에 노조원들이 파업을 하겠는가.
그야말로 그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기자들도
예전에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이 추진되었을 때 기자실 점거하고,
막무가내로 항의했으면서 왜 쌍용차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주장과 입장을 알리기 위해 파업을 해서는 안되는가.
우리사회에서 노동자가 아닌 사람은 없다.
노동자는 일 하는 사람이다.
교수도 노동자고, 공무원도 노동자고, 회사 임직원도 노동자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유난히 노동자라는 단어를 불편해한다.
반공, 빨갱이 등으로 시작된 색깔 논쟁이 아직도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다는 반증이다. 선진국도 합법적으로 노조를 꾸리고,
파업을 하는 마당에 경제 대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왜 노동자들의 파업이 부당하게 비춰져야 하는가?
더 웃긴 것은..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의 동심까지 자신들의
억지 논리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이다. 사진의 실제 부제는
'세발자전거는 어디로 가나' 이다. 세발자전거가 저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아이의 아버지가 직장을 가져야 되는 것 아닌가.
기사에서 활용된 전문가들도 참 신기하다.
어떻게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대책과 대안으로 내놓는 것이
오로지 구조조정과 파업철회밖에 없는지 대단할 뿐이다.
그와 함께 병행해야 하는 것은 없는가?
은행권과 채권단이 할 일은 없는가?
또 경제살린다고 했단 이명박 정부가 할 일은 없는가?
파업의 본질은 제껴놓고 단순한 편가르기와 노동자 해고만을
주장하고 있다. 이쯤되면 기사의 의도가 회사측 편 들어주기와
좌파 깎아먹기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끝으로 기사에서 인용된 주민의 말을 들어보자.
"하루 1~2시간 일하고 놀고, 조업시간에 족구로 시간 때우며
연봉 5000만~6000만원씩 받아온 노조원들에게 '자업자득'아니냐"
하루에 1~2시간을 일했다? 족구로 시간 때웠다?
그러면서 연봉 5000만~6000만이다? 자업자득?
우선 어떤 회사 노동자가 하루 1~2시간을 일하는지,
그리고 지역 주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리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지부터가 의심스럽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연봉이 다 어디로 흘러갔을까? 지역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평택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괜히 다른 지방에서 생필품 구매나 회식을 할 리는 없지 않은가?
내가 보기엔 저 멘트는 기자가 지어내거나 아니면 지역 주민을
가정한 회사 임직원의 말이다. 그리고 마치 다수의 주민들이
파업을 반대하는 것처럼 기사를 작성했지만 실상 현지에
가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기자들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시각에 맞는
취재원과 취재거리만이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이다.
평행선으로 대립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회사측에서 해먹은 것이 너무 많다.
노동자 연봉이 5000만원이었다면 당췌 쌍용차의 임직원 연봉은
얼마였을까? 또 그들이 회사 운영을 어떻게 해왔으면
유능하신(?)전문가들의 말대로
회생 가능성이 제로라고 할 정도일까?
그게 다 노동자 탓은 절대 아니다.
이제는 노동자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더 이상의 편가르기와 일방적 희생 강요가 있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