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일 때문에 만나고 싶다는 메일 받았어요.
약속 장소에 나가지않겠다는 답장을 보냈는데...
지난 몇 달동안 보내준 메일로 대충 상황을 알고 있기에
굳이 만나서까지 제가 해야 할 말은 없을 것 같아서..
현희씨가 할 말이 무언지 이미 경험으로 알고있답니다.
남편의 숨겨진 여자로 행복하다고 하셨지요.
그러면서도 저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건 이미 님도
현실을 알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정하고 용납 할 수가 없는 탓이지요.
동거하고 있는 남자를 완전히 믿지못해 , 처음엔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이
그 남자는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인거지요.
살아보니 그 남자가 아무것도 아니란 걸 이제 알았기 때문이지요.
님도 전혀 원하지않는 삶 속에서 여기까지 밀려왔듯이
타인의 시선엔 부정하고 몰상식한 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모두
이해되고 용납되듯이....
왜 이혼해주지않고 이렇게 사느냐고 했지요?
이혼해주다.....
누가 이혼을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남편이 이혼을 원하는데 안해주고 뻗대는 고약한 마누라로 보이나요?
집안 행사 때마다 들리는 남편이 , 집에 들어오면 핸드폰 밧데리 빼버리는 남편이
아이 성적 체크하고 , 진학상담하는 남편이, 지난 달엔 친정아버지 칠순잔치에
밤새도록 술마시고 형부랑 동네가 떠들썩하게 노래하던 남편이 님의 눈엔
그렇게 보이나요?
불쑥 찾아와 속 옷을 벗어놓으면 빨래비누로 비벼빨며 폭폭하게 삶아 내어 눈이
부시게 하이얀 옷을 입고 아침을 나서는 그남자가 님의 눈엔 아내가 징글하고
아이들이 혹같은 여기는 가장으로 보이나요?
온 나라가 어렵던 그 해에 벌여놓은 사업으로 온 집안 친척들에게 끼친 피해가
어쩔 수없어 집을 나가야했던 그 사람이 의욕도 없이 더구나 경제적 능력없이
살아가는 방법이 되어버린 빌 붙어 살기란 걸 모르겠어요?
숨겨진 여자라 했지요? 두번째? 세번째 후훗.... 아마 이젠 발가락 곱아야 할 것같네요.
이혼 ... 남편보다 더많은 날들을 생각했지요.
하지만 달리 뽀족한 방법이 있지않았어요. 해야할 이유도 없었고요...
경제적인 이유로 .... 남편이 못 벌면 여자가 벌면 되잖아요. 누가 벌던
생활비하고 이자 떼주고 없으면 없는대로 살 수밖에 없잖나요.
이혼한다고 떼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재벌 남편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큰 돈아닌 잔돈은 여자가 벌기 쉬운 세상이잖아요.
다행히 손 맛이 있어 반찬도 만들어 팔고 식당엘 나가요.
주위에 이혼 한 가족들... 무척 힘들게 살더군요.
시댁 친정 모두 단절하고 살아가더군요. 자녀들 생활도 엉망인 채..
이혼녀....
이 사회에서는 냉대와 천시의 단어더군요 아직은...
아주 돈이 많던지 전문직이 아닌 여자한테 이혼녀란 딱지는
마치 주홍글씨로 통하더군요. 국세청에 근무하는 남편 친구한테
세무상담을 하러 간 어느 이혼녀는 머리가 다 뽑혔다지요...
낯선 남자와는 절대 이야기도 해서 안되는...
...................
그런 편견보다는 대충 내 식대로 편하게 살려고 마음 먹게 된 것은
시어머님 장례를 치런 후입니다.
월남 한 시댁어른은 가까운 일가친척 없습니다.
시숙은 십여년전 사고로 돌아가셨으니..
제가 그 의 손을 놓으면 그에게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내도.. 아들도...딸도...
호적에만 없는 게아니라 그가 돌아올 곳도 없습니다.
현희님....
아시지요?
남편의 핸드폰 비밀번호가 잠겨있다는 건 남편 마음이 잠겨있다는
뜻입니다. 연락 없는 며칠동안의 여행은 처가집 행사이며
대답없는 그의 침묵은 바로 님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동정이든 사랑이든 님에게도 큰 상처가 아니길 바래요.
전... 지금처럼 이 반지하 방에서 그를 기다릴거예요.
지방 근무중인 아빠를 가진 다른 집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지방에서 가끔 올라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그렇게 또 지낼겁니다.
님의 현명한 판단이 오래걸리지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