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톨 감사합니다 ^^
너무 늦게 올렸죠? 죄송합니다.. ^^;
여자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또렷하게 말했다.
“집은 내가 처분했다. 네 짐들은 내일 이 병실로 보내질 거야, 혹시 핸드폰 있으면 좀 줄 수 있겠니?”
유현이 몸을 일으키며, 사고 날 때 핸드폰은 망가져 쓸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자 여자는 안도하며 조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다행이구나.. 장례식은 너희가 알아서 치룰 거라고 믿어도 되겠지? 사람들에게는 내가 다 연락해놨으니, 너무 걱정 말고..난 그 사람의 처도 아니니까, 굳이 참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그럼 잘 쉬어라”
여자는 도도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나가버렸고, 유정은 유현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유현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누나가 들은 그대로야, 아버지께서 안 올리셨어... 저 여자는 어디까지나 재산을 노렸으니까, 살면서 즐길 건 다 즐긴 샘이지.. 아쉬울 게 뭐가 있겠어? 아버지의 사업이 어렵다는 건 알았는데.. 결국 집까지 처분한 모양이야.. 휴-”
유현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유정은 그 외에도 궁금한게 많았지만, 유현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닫았다. 유현은 다시 자리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유정은 아래에서 침대를 꺼내어 누웠지만, 둘 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날이 밝아 왔다. 유정과 유현은 대충 씻고, 병원 아래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내려갔다.
화장을 하고, 손님들을 맞이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게 슬퍼는 했지만, 형식상으로 그런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빈후가 검은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팔을 못 쓰는 유현을 대신해 유정을 도왔다. 그런 빈후가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맙게 느껴졌다. 유현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나간 사이, 여러 사람들이 유정을 찾아왔다.
그들은 다짜고짜 유정에게 소리를 지르며 말을 내뱉었다.
“우리 돈!! 우리 돈 어쩔 거야!! 어!!”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유정과 흥분하고 있는 사람들에로 시선이 쏠렸고, 유정은 처음 듣는 소리에 난처해했다. 유정이 아무말도 못하고 잠자코 있자, 이번에는 여자가 유정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이 봐!!아가씨!! 우리 다 알고 왔으니까, 발뺌할 생각 하지마!! 어쩔 거냐고!!”
꽤나 날카롭고, 신경질적은 여자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들의 귀를 거슬리게 했다.
빈후는 유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여자의 손목을 잡고,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예의에 어긋나시는 행동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이런 장소에서는 이렇게 경박하게 행동하시면 안되시는 것도 모르십니까?”
빈후의 태도에 당황한 여자가 눈을 내리깔고, 손목을 빼자 이번에는 뒤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그럼, 네가 갚아 줄거야? 우리 돈 네가 갚아 줄 거냐고!!”
남자는 점점 언성을 높여가며 말했다.
“경박? 경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새파랗게 젊은 놈이 감히 어디서.. !!”
빈후가 말을 자르며 말했다.
“대체 얼만데 이렇게 소란을 피우십니까? 제가 갚아 드리겠습니다. 계좌번호만 알려주시면 말이죠”
사람들은 당황해하며, 서로 눈치를 보다가, 그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이봐 젊은이 .. 돈 좀 많은 가 본데.. 그럼 어디 한번 줘봐!! 내일 까지 여기로 3억 입금하라고”
남자는 쪽지를 건내 주었고, 빈후는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계좌이체를 시켰다.
그리곤 남자를 주시하며 말했다.
“핸드폰으로 계좌이체 시켰습니다, 이제 그만 가주시죠”
사람들은 또 다시 웅성거리다가 장례식장을 빠져나갔고, 화장실에서 나온 유현은 빈후의 행동을 세심하게 하나하나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유정은 얼이 빠진 듯 있다가, 사람들이 조금씩 빠져나가자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빈후는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얘기하자고 말했다.
점점 사람들은 모여들었다가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갔다. 모든 것이 끝나고, 유정이 유현의 병실로 올라가려고 하자 빈후가 다가와서 말을 건냈다.
“설마.. 또 거기서 자려는 건 아니죠?”
“네?”
“집에 들어가서 좀 쉬어요, 한 숨도 못 잤잖아요”
“전 괜찮아요..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뭐가 그렇게 고마운데요?”
“전부 다요.. 그리고 그 돈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이자는 받지 않죠, 유정씨 월급에서 조금씩 가져가야 겠죠? 한 50%정도?”
유정은 좋을 대로 하라고 말했다. 빈후는 유정의 어깨를 두드리며, 농담이라고 말했다.
“제게는 그렇게 급한 돈 아니니까, 천천히 갚아요.. 이제 동생분 붕대 풀 때도 되지 않았어요? ”
“아직.. 한 삼일 정도 더 있어야 붕대 풀을 수 있다고 ..”
“나도 전에 팔 다쳐봐서 아는데..”
빈후는 유정을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동생 잘 보살필게요, 뭐 그래봤자 삼일이겠지만,, 일단 유정씨 들어가서 쉬세요.. 몰골이.. ”
유정이 괜찮다고 말하는데도, 빈후는 엷은 미소를 띠운 채 유정을 집까지 바래다주며 말했다.
“잘 들어가요.. ”
유정은 눈치를 보며, 고맙다고 말하며 차에서 내렸다. 유정이 아파트 입구에 다다랐을 무렵, 현빈이 유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갔다오나봐?”
유정은 현빈을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버지.... 장례식이 있었어...”
현빈은 유정 눈 밑에 있는 다크써클을 보며, 많이 피곤했겠다고 말했다.
“근데.. 어쩐 일로.. 전에 전화하니까 받지도 않더니..”
현빈은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걱정했구나! 사실 그때 아프다는 건 거짓말 이었고.. 이거 주러 왔어..”
현빈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뒤적거리더니 유정에게 건 내주었다.
“시계야.. 이런 날 이런 거 줘서.. 좀 그렇긴 한데.. 미국 갔는데, 이 시계 보니까 문득 너랑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유정은 그다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시계를 받아들며 고맙다고 말했다.
현빈은 유정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춘 뒤, 힘내라고 말하며 그 곳을 빠져나갔다.
유정은 힘없이 터벅터벅 집으로 와서 탁자 위에 시계를 두고는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유정은 오후가 다 되서야 몸을 일으키며, 대충 씻고, 유현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어.. 유현아 누나야.. 내일 퇴원 하는 거지? 퇴원하면 바로 누나네 집으로 오라고..”
“아.. 저 유현이 방금 화장실 갔어요, 있다 오면 전해 줄게요”
“..네..”
짧은 통화를 마치고 유정의 볼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얘는 왜 남의 전화를 받아? 민망하게..’
유정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탁자로 시선을 옮기니 있어야할 시계가 보이지 않아다.
눈을 비비며 탁자로 가서 다시 확인을 했지만, 시계는 보이지 않았다.
“이.. 이게.. ”
유정은 윤경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윤경이 오자마자 손목에 있던 시계를 확인하고는
짜증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너는 왜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니? 그 시계 이리 줘”
유정이 이렇게 나오자 윤경 또한 말이 좋게 나 올리 없었다.
“함부로 손을 대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그리고 이거 한번 하고 나간다고 해서 시계가 닳는 것도 아니고.. 야야 안 해.. 안 해.. 내 진짜 드럽고 치사해서 ! 가져가 ”
윤경은 탁자위에 시계를 내려놓았다. 유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계를 집어 들으며 말했다.
“내가 말하려는 건 그런게 아니잖아 아무리 친구라지만 적어도 한번쯤은 물어봐야 되는거 아니겠니?”
윤경은 귀찮다는 듯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유정도 더 이상 말은 하지 않고 유현의 전화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유정은 알람소리에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처럼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눈물이 막 흘러내리지도 않는 자신을 보며, 어떻게 보면 참 정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씻고 나온 유정은 아직 자고 있는 윤경을 들여다보고 학원에 갔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보는 유정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며,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다. 유정은 몸이 안 좋아 그런 거라 말한 뒤 수업에 열중했다.
수업이 끝나고는 술자리가 이어졌다. 오랜만에 보는 유정을 위해 만든 자리라고 말하며..
술에 취해 갈 때 쯤, 유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 누나”
“응, 그래 어디야?”
“나 빈후형네 집에서 있기로 했어.”
“뭐? 거긴 왜?”
“왜긴.. 누나 집에 누나 친구도 산다며.. 아무래도 같이 사는 건 무리지 않겠어? 마침 형이 방 비었다고 들어오래”
“그새 형 동생사이가 된거냐?”
“원래 남자들은 빨리 친해지는 거야”
“빈후씨 좀 바꿔줘 봐”
“형 볼 일 있다고 잠깐 나갔는데?”
“아. .그래 알겠어..”
“응, 누나 그럼 쉬어”
“응, 너도”
통화를 마친 유정은 뭔가 석연치 않았다.
‘뭐야? 무슨 꿍꿍이로 이러는 거야?’
유정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윤경에게 온 전화를 받고, 집 근처 포장마차로 향했다.
윤경은 유정을 보며, 빨리 앉으라고 말했다.
“춥다.. 유정아 마셔”
유정은 한잔 마시더니, 아까 마시고 와서 더는 못 마시겠다고 말했다.
“야.. 왜 그래? 오랜만에 술 마시자고 그러니까.. 오늘 내가 너 쓰러지면, 업고 갈게 맘 놓고 마셔”
“이보슈.. 댁이나 취하지 마셔”
윤경은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사실 나 오늘 짤렸어.. 관리자하고 대 판 싸웠거든.. 나이도 나보다 어린 애한테 배우려니까 자존심이 어찌나 상하던지.. 반말 찍찍 해가면서..”
“그래도 어쩌겠니.. 일은 일인데..”
윤경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잔을 채워나갔다. 소주병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말도 많아 졌다.
유정은 더는 못 마시겠다며, 그 자리에서 엎드렸다. 윤경은 유정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유정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윤경은 빈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연락을 받고 온 빈후가 유정을 일으켜 세우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현빈이 빈후에게 다가와 자신의 등에 업이라고 말했다. 윤경은 어리둥절하여,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 뒤에서는 오빠라고 외치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오빠~ 오빠~ ”
빈후가 현빈을 보며 말했다.
“저 분을 먼저 데려다 주셔야 할 것 같은 데요”
“제게는 유정이가 먼전데요, 실례지만 유정이랑 어떻게 되시나요?”
빈후는 냉담하게 대답했다.
“사장과 부하직원 사인데요, 그쪽은요?”
“저는.. 남자친군데요... 사장님과 함께 마셨나보죠? 실례했습니다. 제가 부축해서 잘 데려가겠습니다”
현빈은 뒤에서 부르는 소리를 무시한 채 유정을 부축하며 윤경과 포장마차를 빠져나왔다.
빈후는 그저 허탈한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남자친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