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영자 여사가 밥주걱으로 내 머리에 강타를 날리기 전에는, 혹은 유연한 발놀림으로 나의 허
리뼈에 강한 압력을 가하기 전에는 나 이슬비. 절대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그렇다. 오늘 나 이슬비는 이영자 여사가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인 새벽 5시 30분에 번
쩍 눈을 떠버린 것이었다. 해가 다 오르지 않았는지 내 방은 아직도 어둑어둑했다.
순간 내 앞에 뿅! 하고 희뿌연 연기가 스물스물 피어 올랐다. 그리고는 처키같이 생긴 괴물이 연기
를 뚫고 나타나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이슬비이~~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었으니 그에 마땅한 보답을 해야지이~~
너의 빛나는 미모를 나에게 내놓아라아~~ 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
처키 괴물의 웃음 소리가 내 방안을 가득 채웠고 깜짝 놀란 나 이슬비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비명
을 질렀다. 행복한 꿈? 처키 괴물이 나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준거라고? 꿈?
실장놈이 나를 좋아한다는 꿈과 내 미모를 바꾸자는 소리인가? 헉!! 나 이슬비는 결국 대성이도 잃
고, 실장놈에게는 심심풀이 땅콩 취급 당한채... 나의 아름다운 미모까지 빼앗기는 것이다 이말인
가? 그... 그럴수는 없다!! 그럴수 없어!!! 으악~!!!
그때 내 비명소리보다 더 크게 울리는 또 다른 비명소리가 있었으니... 이불 속에서 빼꼼히 얼굴을
뺀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지수언니를 닮은 천사가 나타나 처키 괴물을 처치하는 장면이었다.
처키 괴물은 안그래도 못생긴 얼굴을 더욱 구기며 괴로운듯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두... 두고보자!!"
처키 괴물은 두고보자는 말 한마디를 남긴채 처음처럼 연기를 내뿜으며 그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처키 괴물을 무찌르느라 과도한 힘을 쓴 지수언니를 닮은 천사는 많이 힘들어 보였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내 옆에 앉는 지수언니를 닮은 천사. 천사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이제 안심해요. 처키 괴물은 사라졌어요. 어제의 일은 꿈이 아니예요. 당신이 사랑하는 유수민
실장님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이제부터 행복하게 스므살 아름다운 첫 연애를 시작하도록
해요. 나 천사가 당신을 지켜줄께.. 윽....... 너... 너 이 괴물!!!"
그렇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처키 괴물이 방심하고 있는 지수언니를 닮은 천사의 등을 찌른
것이다. 하얀 천사옷에 번지는 새빨간 피... 지수언니를 닮은 천사는 내 옆에 쓰러져 눈물을 흘리
고 있었다.
"미... 미안해요.. 윽... 당신을 지켜주고 싶었는데... 당신은 모든 천사의 우상이예요... 당신을 지
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해요... 윽... 부디... 부디 저 처키 괴물을 조심하세..요....윽..."
"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 어디서 감히 천사 따위가 나한테 덤벼들어어~~
자. 이슬비. 어서 너의 미모를 내놓거라아~"
죽어버린 천사의 등에 꼽혀있던 칼을 뽑으며 처키 괴물은 입이 찢어져라 웃어댔다.
설마... 내 미모를 빼앗아가고 저 처키 얼굴을 나에게 덮어 씌우려는 것인가? 나 이슬비는 단 한
번의 꿈으로 인해 평생을 처키 괴물의 얼굴을 하고 살아야 한다 이말인가? 으악!!!!! 으악!!!!!
사람살려어!!! 저 얼굴을 하고 살아가야 하다니!! 차라리 그냥 날 죽여다오!! 으악!!!!!!!!
"이 망할 놈의 기지배야!! 새벽부터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야? 지랄이? 소리 안나올때까지 한번
죽어라고 맞아볼텨?"
"어.. 엄마? 엄마야? 엄마~~ ㅠㅠ 처.. 처키 괴물이... 처키 괴물이... 내 미모를 뺏어간대..ㅠㅠ
나 이제 어떻해~ 엄마~!!!"
"너 이리와. 맞아야 정신차리지. 정신나간 척하면 안때릴줄 알았어? 이걸 그냥 확!!"
나는 이영자 여사에게 맞은 머리를 위로하며 집을 나섰다. 엘레베이터에 올라타 1층 버튼을 누른
후 처키 괴물을 떠올렸다.
다행히 처키 괴물의 정체는 꿈이었다. 휴.. 이슬비 십년감수한 날이다 이말이다.
내 이 화려하고 어디서나 단연 돋보이는 미모를 처키 괴물의 얼굴과 바뀔뻔 했으니!!
처키 괴물의 정체는 꿈이었으나 어제 실장놈과 있었던 일은 현실이었다. 꿈이 아니다 이말이
다. 실장놈의 두 벌이 되어버린 티셔츠도 방바닥에 그대로 있었고, 실장놈과 통화했었던 기록
도 내 핸드폰에 정확히 남아있었다. 현실이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거다.
그렇다. 나 이슬비는 미친 실장놈.... 아니지... 미치다니~! 조각같은 얼굴의 소유자인 실장놈
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이말이다. 으하하하하!!
헤벨레~ 웃으며 행복한 생각에 빠져있을때 띵! 소리와 함께 1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앞에 서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지원이놈이었다.
"입 좀 닦아라. 침나왔다."
헉!! 침이 그새를 못참고 옆길로 새다니... 나는 훅~ 숨을 들이마시며 옆길로 새고 있을 침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손등으로 쓱 입주변을 닦았다.
"멍청이. 그걸 믿냐?"
젠장-_-;; 이 가식 덩어리 지원이놈은 왜 아침부터 기분좋은 나에게 시비를 거냐 이거다.
아!! 사랑받고 사는 여자 이슬비와는 달리 지원이놈은 지수언니에게 뻥~ 차였을테니... 시비
를 걸고싶기도 할것이다. 내가 누구인가? 콩쥐보다 착한 심성을 지닌 이슬비 아니던가?
"지원아.. 용기를 잃지마. 너도 언젠가 좋은 여자 만날거야.. 내맘... 알지?"
"언젠가 만날 좋은 여자가 니가 아니기만 빌뿐이다."
"당연하지!! 난 이미 실장..!! 아니, 그러니까... 난 너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으니까 난 포기해
주기 바래.."
"고맙다. 신경안써줘서-_-;;"
"-_-;;; 지수언니한테 채인 주제에!! 말은 잘해요!!"
발끈하며 대드는 나에게 기가 차다는 웃음만을 남긴채 인사도 없이 엘레베이터에 오르는 지
원이놈-_-; 그래. 어쩌겠어. 사랑받고 사는 여자 이슬비가 참아야지.. 음하하하!!
-너 보내기 싫었다고.-
어디선가 실장놈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지가 시작했고 나는 행복한 이슬비로 변신
해 방실방실 웃으며 극단으로 향했다.
그래, 방실방실 웃는 것은 자제해야겠다. 어쩌면 후에.. 새벽안개 헤치며 달려가는~♬을 부르
게 될수도 있기때문에!! 암~ 그렇지!
"그래서 있잖니, 내가 전 그쪽 별로예요! 그랬거든? 그 남자가 뭐라는지 아니?
명숙씨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겠습니다!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이러는거 있지!! 멋지지 않니?"
극단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어제 소개팅을 했다는 친절한 명숙씨의 끝없는 소개팅 이야기를 들어
야만 했다. 명숙씨는 27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소녀같았다. 발그레한 볼에 기도하듯
양손을 모으고 어제 만난 남자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일찍들 왔네."
"어머~ 지수왔니?
"지.. 지수언니.. 안녕... 하세요."
"응. 안녕."
나는 단지 사랑받는 여자 이슬비일 뿐이다. 그런데 지수언니를 보자마자 나는 마치 죄라도 지은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영자 여사가 즐겨보는 불륜 드라마에서 처럼 남의 남편을 뺏은 꽃뱀이
된듯한 기분...-_-;;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수언니의 눈도 마
주칠수 없었다.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불안한듯 눈동자를 요리 조리 굴리는 내가 이상해 보였는
지 지수언니는 내 옆으로 한걸음 더 다가왔다.
"슬비 어디 아프니?"
"예? 아.. 아니요~ 아프다니요~.. 저.. 절대 아프지 않아요.. 전.. 화장실이 급해서 이만..."
지수언니를 피해 쌩~ 달아나는 나 이슬비. 혹시라도 지수언니가 따라 올까 걱정했으나 우리의
친절한 명숙씨는 지수언니를 붙잡고 나에게 장장 25분가량 펼쳐놓았던 소개팅 이야기를 시작
했다. 친절한 명숙씨 그대여. 내 그대를 나와 최고의 호흡을 맞출수 있는 상대로 명하겠소!!
뺄렐렐렐렐레~♬
그때 울리는 나의 핸드폰. 당연히 실장놈이었다. 실장놈의 전화라서 그런지 벨소리마저도 아름
답도다-0-
나는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콧소리를 내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연습 끝나고 집으로 와."
"어? 데리러 안와요?"
"피곤해."
"그래도..."
"이슬비. 잘들어."
"네."
"어제 좋아한다고 고백한 사람이 누구냐? 너지?"
"네-_-;;"
"그럼 좋아한다고 고백한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보러와야지. 안그래?"
"그래요-_-;"
"아! 올때 햄버거 좀 사와. 햄버거로 간단하게 떼우자."
도대체 이 미친 실장놈은 뭐하는 인간이냐 이말이다. 그래, 이놈 말대로 좋아한다 고백한 사람
은 나 이슬비가 맞다. 인정한다 이말이다. 하지만 네놈도 좋아한다 하지 않았더냐!!
헉-_-;; 그렇다. 아직 나는 실장놈에게 좋아한다는 확실한 말은 듣지 못한 것이다.
설마... 이놈이 또 나를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인가? 미국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라는 뜻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자 이말이다. 좋아한다는 뜻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나 없이 보낼
심심한 1년이 싫다라는 뜻도 될수있다 이거다. 이런 젠장!!
만약에 나를 계속해서 심심풀이 땅콩으로 사용하려는 의도였다면 나는 처키 괴물과 계약을 맺
을 것이다. 처키 괴물의 얼굴과 실장놈의 얼굴을 교환하라 할것이다 이말이다.
물론 환불이나 A/S는 없지! A/S도 되지 않는 처키 괴물의 얼굴로 잘 살아보라 이거다!!
햄버거 두개가 담긴 봉지를 들고 터벅 터벅 실장놈의 오피스텔로 향하는 나 이슬비. 실장놈이
좋아서 시키는데로 햄버거를 사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나 이슬비는 친절한 명숙씨만큼
친절하기에 다른 사람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이말이다. 분명 실장놈은 햄버거를 사
오라고 부탁했다. 그러므로 부탁을 들어주는 것뿐이다 이거다.
어쨌든 돈이 부족해서 셋트가 아닌 달랑 햄버거만 두개 담긴 봉지를 들고 실장놈의 오피스텔
에 도착해 크게 한숨을 쉬고 벨을 눌렀다.
"문 열렸으니까 들어와."
건방진 자식! 손님이 왔으면 달려와 맞이하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의 기본 예의인 것을!!!
기본도 모르는 실장놈 때문에 아마 지하에 계신 세종대왕님이 땅을 치고 울고 계실 것이다.
그렇다. 동방예의지국이라 우리 나라를 칭한것이 세종대왕이 아니다 할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이말이다. 그러므로 분명 세종대왕님은 울고 계실 것이다. 암~! 그렇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으나 실장놈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실장놈의 방안을 빼꼼히
들여다 보니 컴퓨터 앞에서 미친듯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실장놈이 보였다.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실장놈은 컴퓨터 키보드를 구르는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
놀라운 손놀림에 입이 떡 벌어진 나 이슬비.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보는 실장놈은 내 얼굴에서
햄버거가 담긴 봉지로 시선을 옴겼다.
"야. 햄버거줘."
"네? 네-_-;"
나는 봉지에서 햄버거 하나를 꺼내 키보드 옆에 올려놓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더 화려한 실
장놈의 손놀림!! 기네스북 연락처가 어떻게 되더라? 이것은 분명 기네스북에 기록될만한 손놀
림인 것이다!! 잠깐! 기네스북에 제보해도 보상금을 받을수 있으려나? 차라리 '세상에 이런일이'
같은 방송사에 제보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 일까? 골똘히 내 몫으로 떨어질 보상금을 계산하고
있는 나를 방해하는 것은 당연히 미친 실장놈이었다.
"콜라."
"없는데요."
"감자튀김은?"
"그것도... 없는데요-_-;;"
"뭐냐. 햄버거 사오랬다고 햄버거만 사오냐?"
"돈을 주고 사오라고 하던지! 돈이 없는데 어쩌라고요!!"
이런 감자튀김으로 콧구멍을 막아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해도 부족할 놈같으니!!
감히 나 이슬비가 거금을 들여 햄버거를 사왔건만 그깟 콜라랑 감자튀김이 없다해서 나를 구박
하는 거냐 이말이다!!
"거실에서 티비 보면서 조금만 기다려. 금방 끝나니까."
"기다리면 돈줄꺼예요?-_-"
"돈대신 이거 줄께."
실장놈은 주머니에서 종지 쪼가리를 꺼내 나에게 건내 주었다. 치사한 놈같으니라고.
햄버거 그거 얼마나 한다고 돈대신 쓰레기를 던져주냐 이말이다. 나는 종이 쪼가리를 들고 거실
로 나갔다. 일단 종이 쪼가리는 탁자에 놓고 위풍당당~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고 있는 햄버거를
개봉한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누가 사온 햄버거인지~ 맛이 좋구나~
햄버거를 반정도 해치웠을때 나는 슬쩍 탁자 위에 있는 종이 쪼가리로 눈길을 돌렸다.
종이는 두장이었고 작은 글씨들이 적혀 있었다. 뭘까? 혹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실장놈이 러브레터라도 쓴것이 아닐까 이거다. 아까의 화려한 손놀림을 보라 이거다. 이 작은 두
장의 종이에 마음을 적고도 남을 솜씨가 아닌가 이말이다.
러브레터라는 생각에 미치자 오물오물 내 입속에서 분해 되던 햄버거 조각이 목어 턱! 걸려버렸
다. 나는 기침을 해대며 러브레터로 추정되는 두장의 종이를 집어 들었다.
헉!!! 이 종이의 정체는 쓰레기도 아니었고 러브레터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것은 뮤지컬의 티켓이었다. 그것도 제일 비싼 R석으로 두장!!
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도 찬사를 받았다는 그 유명한!!! 허걱!!!!
나는 티켓을 들고 실장놈에게로 쪼로록 달려갔다.
"실장님!! 이거 뭐예요? 이거 나 주는 거예요? 정말요? 나 가져도 되요?"
"아우. 시끄러-_-;"
"빨리 빨리 대답좀 해봐요!! 나 가져도 되는 거냐구요! 나 주는 거예요?"
"아니, 주는거 아니야."
이런 망할!!! 그럼 구경하라고 보여준거냐?
"그럼요?-_-;"
"방해하지말고 티켓 잘 가지고 있어. 레포트 거의 끝나 가니까 다 쓰면 보러가자."
"어? 진짜요? 실장님이랑 저랑 둘이 보러가는 거예요? 입석도 아니고 R석에서요?"
"햄버거는 먹었어? 레포트 쓰고 가면 밥먹을 시간 없으니까 햄버거로 대충 배채우고 있어.
뮤지컬 보고 맛있는거 사줄께."
나는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물끄러미 실장놈을 쳐다보던 나는 실장놈의 이마에 작고 귀
여운 고사리 같은 내 손을 턱하니 올려놓았다.
"뭐하냐?"
"열은 없는데...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죽을려나.. 해서요."
"그 티켓 확 찢어버린다!"
"어머~ 어머~!! 방해 안할께요~ 어서 레포트 쓰세요~ A+를 위해서!! 화이팅!!"
나는 최대한 깜찍하게 승리의 브이까지 만들어 보였으나 실장놈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재미있었냐?"
"네!! 너무 너무 너무 너무!! 환상적이었어요!! 아직도 심장이 쿵쿵 거리는것 같아요."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네. 뭐 먹고 싶어?"
"전 이미 마음의 양식으로 배를 채웠답니다~ 저는 괜찮아요~~"
실장놈은 모르고 있었다. 실장놈이 화장실에 갔을때 벌어진 일을!!!
세계적인 뮤지컬 공연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R석에 앉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렌지 쥬스와
토스트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실장놈이 모르는 것은... 토스트였다.
실장놈은 오렌지 쥬스만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장놈이 화장실에 간 사이 벌어진 일이
라 실장놈의 토스트 까지 해치워 버린 나 이슬비는 본의아니게 오렌지 쥬스만을 제공했다는 거
짓말을 할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자기전에 고해성사를 해야겠다ㅠㅠ
토스트도 토스트 였지만 공연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춤과 연기, 그리고 노래까지 3박자의 완벽
한 조합으로 과히 세계적으로 인정받을만 하다는 것을 느낄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실장놈의 똥차가 우리집 아파트로 향해 달리는 동안 나는 쉬지 않고 공연에 대해 떠들었다.
물론 실장놈은 그렇다할 대꾸조차 하지 않았지만 괜찮다. 악의 무리가 그런 감동을 느낄수 있
겠냐 이말이다. 아파트에 거의 도착했음에도 흥분한 내 심장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내가 뮤지컬에서 나왔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때 실장놈이 입을 열었다.
"나 제대로된 연애 해본적 없어. 그래서 서툴러. 그러니까 서툴러도 이해해."
"네?"
"그래도 노력은 할께. 내가 잘 못해줄수도 있어. 못해주고 싶어서 못해주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게 잘해주는 건지 몰라서 그런거니까 그런거로 섭섭해 하지마."
응? 지금 이 미친 실장놈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제대로된 연애? 서툴러? 노력을 해?
그러니까 지금 나 이슬비랑 제대로된 연애를 하자 그 말인거야? 헉.......................
이미 뮤지컬은 내 기억에서 지워진지 오래전 일이었다. 가출이라도 할듯이 마구 뛰어대는
심장, 나는 괜한 침만 꿀꺽 삼키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무슨.. 의미예요?"
"알아 들었으면서 못알아 들은척 하면 좋냐?"
"정확하게 얘기해줘요. 혼자 착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 그래. 알았다. 나 유수민하고 너 이슬비하고 사귀자고. 연애 하자고."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사귀자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
"사귀는척 연기하는게 아니고... 정말로 사귀는거요?"
"그래."
"나... 뭐하나만 물어봐도 되요?"
"그래."
"나... 좋아해요?"
"넌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하고 제대로된 연애하겠냐?"
"아니요-_-;;"
"단순히 재밌는 애라고만 생각했었어. 같이 있으면 즐겁고 없으면 허전하고. 니가 미국으로 간다
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꽤 오래 생각해봤는데.
좋아진것 같아. 꼬맹이 맹순이가 좋아진것 같다."
속이 이상해졌다. 울렁 울렁 거리는것 같기도 하고 토할것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가 가슴에 꽉
차서 답답한것 같기도 하고...
실장놈은 분명히 말했다. 나 이슬비가 좋아졌다고.. 꼬맹이 맹순이가 좋아진것 같다고...
갑자기 눈물이 글썽 글썽 맺히기 시작했다. 날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눈물이 나오는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이 또로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럼... 그럼 왜 그랬어요? 왜 심한말... 했어요?"
"심한 말이라니?"
"나 재밌어서 장난한거라고 하고... 가지고 논거라고 하고... 그리고... 지수언니 좋아한다고 하고.."
"기분 나빠서."
"뭐가요?"
"니가 얼마다 당당하게 미국가겠다고 했는지 아냐? 아무렇지도 않게 미국가겠다고 대답하는데
기분 좋겠냐? 그래서 심술좀 부렸지."
"나는요... 나는 있잖아요... 내가 실장님 좋아한다는거 알게 됐을때... 너무 슬펐어요..
막 좋아하는거 알게 됐는데.. 실장님은 날 그동안 장난으로 대했다고 하니까... 난... 너무 슬펐
어요.. 내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르죠? 힛... 근데요... 믿기지가 않아요.
왠지 실장님은 나랑은 다른 사람 같아서 감히 좋아해서는 안될것 같은 사람인데... 내가 좋다고
하니까.. 좋으면서도 겁나요.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라..."
나 이슬비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렇다. 전기 뱀장어의 후손인 실장놈의 입술이 나
에게 덤벼든 것이다. 처음엔 내 눈물의 짭짜름한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부드럽게...
가벼운 입맞춤을 해왔고 그리고 내 안으로 들어왔다.
더이상 아무런 생각도 할수 없었다. 단지 나에게 키스를 해오는 실장놈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만이
맴돌았을 뿐이었다.
실장놈의 입술은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점점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아.."
내 입에서 새어나오는 작은 신음소리에 온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실장놈이 이끄는 대로, 실
장놈이 움직이는 대로 내 입술과 혀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내 허리쯤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내 허리를 감싸고 있던 실장놈의 손이 점점 올라와 어
깨로 향했고 어깨를 지나 볼을 쓰다듬던 손은 다시 조금씩 내려갔다.
조금씩.. 조금씩.. 내려갔다.. 으악!!!!!!!!!!! 이!! 이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꺄악!!! 뭐... 뭐하는 거예요!!"
"하하하.. 꼬맹이 클때까지 언제 기다리냐. 꼬맹이랑 연애하다가 욕구불만 생기겠다. 하하하."
"우씨!! 시끄러워요!! 변태같으니!!!!!! 으악!!!!!!!"
아직도 타는듯한 감촉이 남아 있는 내 작은 가슴을-_-;; 양손으로 가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실장놈은 큰소리로 웃었다. 물론 변태같긴 한 실장놈이지만... 웃고 있는 실장놈때문에 자꾸만
꼬물 꼬물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나 이슬비는 힘이 들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