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늘처럼 비가 구슬프게 내리는 밤은 당신 생각이 절로 납니다.
늘 좌충우돌하는 둘째아들 때문에 노심초사하셨던 당신......
그런 못난 아들이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가 됩니다.
아버지께 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지 결혼 8년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손주가 없네요.
아버지역을 해낼 시기가 아닌가 봅니다.
아버지
시골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부에 대한 욕심이 유별났던 둘째 때문에 속 많이 썩으셨죠?
중학교 때는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가출하려다가 무척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가겠다고 시험보러 간다니까 당신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죠.
"얘야, 동생들도 많은데 꼭 대학을 가야겠냐?"
그때는 정말 부모로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인지 무척 야속했답니다.
어머니께서 몰래 쌈짓돈을 주셔서 시험을 무사히 치렀긴 했지만
등록금을 대주지 못한다는 말에 학교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상경을 했었죠.
어렵게 공부하며 대학에 입학했을때 첫등록금을 대주면서 다신 손벌리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죠.
아버지
23살 때였던가요?
하고 싶어하던 공부를 못하는 좌절감에 약을 먹고 자살기도를 했었던 것을 기억하시죠?
일주일만에 깨어났을 때 병원 침대옆에는 어머니께서 울면서 앉아 계셨더랬지요.
못난 놈이라고 욕이라도 하시지 어머닌 마냥 우시기만 하셨죠.
"둘째야, 꼭 이래야 했냐?"
겨우 몸을 추스리고 집으로 왔을때 아버진 둘째를 본척도 안하셨지만 압니다.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계셨더란 것을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이제야 아버지의 속 쓰린 고통을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둘째놈의 좌충우돌 방랑벽 때문에 암으로 돌아가신 것은 아닐까 죄책감이 듭니다.
아버지
이런저런 어려운 사정으로 하루에 수십번 자살을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못난 생각을 접을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와 아내 때문입니다.
못난 아들과 남편을 위해 헌신적인 두 여인을 위해서라도 꿋꿋하게 살아보렵니다.
난관을 잘 극복해서 다시 재기해 보렵니다.
보고 계시죠? 둘째놈을요......
아버지
없는 집에서 그림과 글 쓰는 재주를 타고났다고 무지 구박을 당했었지요.
아버지 세대가 배고프고 가난했는데 그런거 하면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죠?
그런데 둘째놈이 유학길에 올랐을 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죠.
"이왕 공부시작한 것 여긴 걱정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세계적인 화가가 되거라."
이 말씀을 듣는 것이 당신과의 마지막 이별이 될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둘째놈이 얼마나 안스럽고 눈에 밟혔으면 먼길 가시면서까지......
아버지의 곁을 지켰던 동생이 그러더군요.
둘째야...둘째야...하시면서 돌아가셨다고요......ㅠㅠ
아버지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버지께서 유학간 사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시고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를 들었으면......
공부하는 둘째놈에게 민폐가 되면 안된다고 가시는 그날까지 쉬쉬하시면서 자책하셨다죠?
얼마나 못된 불효자식였길래 그리 하셨나요.
아버지 가시던 그날 꿈에 절 만나러 오셨더랬지요.
하늘의 뜻이라면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며칠을 엉엉 울었답니다.
좀더 참고 계셨더라면 둘째놈이 해외여행도 시켜드리고 했을 것을요.
아버지
못난 불효자 둘째놈이 넋두리를 늘어놨네요.
아버지께 두번 불효하는 일이 없도록 할게요.
아버지와의 약속 꼭 지켜드릴게요.
아버지의 무덤 앞에 좋은 소식 가지고 찾아뵐때까지 외롭더라도 참으세요.
사랑합니다...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