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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로맨스 13편

운비 |2007.04.29 12:42
조회 2,012 |추천 0

창문틈으로 들어오는 여름 끝의 기분좋은 햇살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바람을 타고 내 얼굴로 내려와 달콤한 나의 잠을 방해하고 있었다. 아니 같이 놀자고 유혹하는 듯했다. 그리고 또다른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했다. 너무나 좋아서.. 너무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냄새였다.  이렇게 편안하게 기분좋게 가슴을 울렁거리게하는 이런 아침은 10년만에 처음인듯했다. 조금씩 이불속에서 나와 천천히 두팔을 들어 있는 힘껏 펴보았다. 그리고 눈도 살포시 떴다. 내 눈에 들어오는 이상한 물체가 나의 심장을 떨리게 했다. 내 눈앞에 들어오는 재수없는 사장의 얼굴이 점점 크게 보였다.  이건 악몽이다. 아님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던지..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다시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뜨게 되면 악마같은 사장의 얼굴도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그래 그럴거다.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런데 그 재수탱이 얼굴이 악마같은 이 남자의 얼굴이 이젠 더욱 선명하게 내 코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이건 아닌데.... 정말 이건 아닌데.. 분명 사라져야할 얼굴이다. 분명 내 코앞에 없어야할 얼굴이다. 이건 악몽이다.
그리고 거의 본능적으로 난 나도 모르게 이 남자를 내 눈앞에서 사라지게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남자를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침대에서 밀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통쾌한 소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김미경: (아주 태연하게) 여기서 지금 뭐하는거예요. 왜 당신이 내 침대와 나와 같이 누워있는거죠. 도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한거에요. 혹시 변태...

서재준: (신음소리와 함께 천천히 침대쪽으로 걸어오면 억울한 목소리로) 나야말로 피해자야. 어제밤 내가 무슨일을 당했는지 기억안나.

김미경: 어제...밤...  내가 무슨 짓을했는데.. 내가 혹시 설마.. 당신을.. 아니야.. 아닐거야.. 설마..

서재준: 그 설마가 사람 잡았어. 내가 얼마나 어제 고생했는지 알아. 옥상 마당에서 방까지 당신 업고 온다고 고생한걸로 모자라서 밤새 사람 못살게 굴고 당신 변녀야.

김미경: 그럼.. 정말로 내가.. 그쪽을.. 헐.... 아니야 이건 아니야. 내가 아무리 남자구경 못해서도 아무 남자한테 그러지는 않아. 이건 현실이 아니야. 꿈이야 그것도 악몽.

서재준: 그렇게 믿고 싶겠지.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지만 내 몸에 난 상처는 어떻게 설명할거야.


그의 상체에는 정말로 상처가 있었다. 지금 그는 바지만 입고 있는 상태였다. 어찌나 상체가 좋은지 상처보다 그의 몸에 자꾸 눈길이 가는건 무슨 이유일까? 그의 몸은 참말로 보기 좋은 눈에 좋은 몸이였다.
감상은 그쯤에서 그만하고 그럼 나는.. 그때서야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속옷만 입고 있는 상태였다. 그제서야 이불을 살포시 들어 몸에 감았다. 정말 쪽팔린다. 이대로 영영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아니 지구가 멸망하든지.. 울고 싶다.

 

서재준: 기운내. 난 괜찮으니까?

김미경: 헉..

서재준: 여자한테 당해보기는 처음이야. 좋은 경험이였고, 나쁘지 않았어.

김미경: 오 하느님


이불속으로 난 점점 들어갔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해야하나. 내가 저 남자를 덮쳤다. 이런 일이 세상에 이런일이.. 이 변녀야.

 

김미경: 내가 지금 무지 쪽팔리거든요. 그러니까 이 방에서 잠시만 나가요. 제발 나가요.

서재준: 좋아. 천천히 정리하고 나와. 아침은 내가 할게. 속 아플거야 내가 해장국으로 준비할게.

 

방금 재수탱이가 나가면서 하는 그 행동은 마누라가 남편한테 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저 남자가 지금 나한테 '해장국 준비할게' 어제 먹었던 안주가 넘어올라고 한다.

 

김미경: 미쳤어.  갑자기 왜저래 징그럽게...
       
   좁은 거실에   덩치 큰 남자가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니 더 비좁게 느껴졌다. 역시 저 남자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남자야. 예전에 이런 곳에서 살았다고 했지. 근데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속도 알 수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지금은 여기서 왜 저렇고 있는건지 사람 염장지르려고 여기에 있나. 그냥 갔으면하는 바램이 있네. 미경은  손바닥보다 더 작은 거실에 거실과 부엌의 경계선에 앉아 밥상 차리고 있는 저 남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빤히  쳐다보았다

 

서재준: 내가 만든 콩나물국이야, 식기전에 어서 먹어...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김미경: 저기 서재준씨. 왜 그래요? 미쳤어요. 지금 이게 몇개로 보여요.(손가락 두개를 그의 얼굴데고 흔들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요. 저 김미경이에요.

서재준: 두개로 보이고, 누구보다 당신이 누구인지 잘 알아

김미경: 사람 미치게하지 말고, 그냥 가요. 어제일.. 그냥 ... 잊어요

서재준: 싫어. 기억할거야.

김미경: 전 잊을거에요. 영원히...

서재준: 그래 그럼 미경씨는 잊어. 난 영원히 내 머리속에 기억할한테니까?

김미경: 헐~~~~

서재준: 어서 먹어. 난 지금 출근해야하니까 저녁에 보자.

김미경: 보기는 저녁에 뭘봐요. 그냥 서재준씨 집에 가요. 여기는 왜 또와요.

서재준: 여기가 이젠 우리집 같아.

 

........  어이없는 표정으로 국먹다가 말고, 미경은 그를 쓰윽 쳐다보았다. 분명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게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가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변하지 못한다. 내가 사람을 이렇게 만들다니 죽어야해. 내가 너무 오래 살았어. 미경은 정신차리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성질도 못내고 속은 타들어가고, 소리도 못지르고, 어쩜 속병으로 죽는다고 해도 빈말은 절대 아닐것이다.
그는 밥도 잘 먹는다.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나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너는 그게 넘어가 이 놈아.
라고 말해주고 싶다. 간절히...

 

김미경: 그래 밥이나 먹자.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고 했지. 그래 먹자

 

그는 새신랑처럼 싱글벙글 웃으면서 '출근할까' 라는 말을 하고는 '문 단속 잘해'라는 말도 하고서는 이 집을 나갔다. 우째 이런일이... 사람 쓰러지겠다. 그는 뭐가 그리 즐거운가? 나는 하나도 즐겁지 않는데.. 그는 왜 웃고 있는가? 사람 환장하겠네

 

김미경: 하느님 정녕 저를 여기서 버리시나요. 전 저 인간이랑 저 재주탱이랑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절규였다. 그 한마디 하자마자 바로 핸드폰이 울리고 경찰서라는 말에 미경은 긴장했다. 혹시... 순간 떠오르는 사람은 서재준. 그러나 서재준이 아닌 승민의 일때문에 경찰서에서 날 찾았다.
미경은 무슨 일인가  승민이 걱정되어 옷도 대충입고  경찰서로 바로 뛰어갔다. 가는 동안 승민에게 아무일도 없기를 빌었다.

 

김미경: 저기... 여기...

 

미경에게 아무도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었다. 미경은 소란스러운 경찰서 안을 둘러보았다. 승민의 얼굴이

보았다. 엉망인 승민의 얼굴이 경찰서 내부 오른쪽 구석에 피곤하듯이 앉아 있는 모습이 미경의 눈에 들어왔다.

 

김미경: 저기 제가 김미경입니다. 전화받고 왔습니다.

형사:  최승민씨랑은 어떤 사이교?

김미경: 친구입니다.

형사: 그래요. 묻는 말에 대답도 안하고, 저렇게 앉아서 입만 다물고 있네요. 그래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그쪽을 부른겁니다. 어제 밤 늦게 저기 저 네명하고 싸워서 폭력사건으로 들어왔거든요. 근데 저 네놈들이 질이 안좋아요. 저 사람은 깨끗하더구만.. 직업도 의사데 왜 말을 안하는지 우리도 답답해서 죽겠어요.

김미경: 폭력요. 승민이는 싸움안해요. 승민이는 싸움을 제일 싫어해요. 뭔가 착오가 있는것 같은데.... 승

민이는 그런 사람아닙니다.

형사: 그건 모르겠고, 싸움하면서  많이 부셔먹었나봐요. 저기 저 놈들 합이도 해야하고, 지금 최승민씨가 입 다물때가 아닙니더. 목격자도 많고, 최승민씨가 지금 불리한 입장인데 하!~~ 참말로 말이 없시니 우리도 빨리 끝내고 싶어요

깡패: 아니 우리는 가만히 있었는데 저 자식이 먼저 시비걸고, 주먹부터 날렸다니까요? 형사님 우리는 진짜 억울해요.
술을 먹었으면 곱게 쳐먹던지 어린놈의 자식이.. 완전 개자식이라니까요

형사: 너나 잘하세요.

 

미경은 승민이 옆에 가 앉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지.. 요즘 승민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그래도 친구인데.. 왜 이렇게 된건지 모르겠다.

 

김미경: 승민아 말 좀해봐. 니가 안그랬다고.. 니가 아니라고 말해봐. 지금 니가 불리한 입장이야 승민아 이렇게 있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 넌 싸움싫어했잖아. 누구보다 폭력 싫어했잖아.

깡패:  듣자하니 열받네. 그럼 우리는 폭력을 즐긴다는거야 뭐야. 이 가시나 말하는것 좀보세

최승민: 이 여자한테 소리치지마

깡패: 벙어리는 아니갑세. 와 우리가 이 가사나한테 소리치니까 듣기 싫나.

최승민: 입다물어.

 

싸늘한 그의 표정이 정말 낯설게 느껴졌다.  승민은 이런 차가운 애가 아닌데.. 내가 알던 예전의 승민이 아니었다. 그게 너무나 마음을 아프게했다. 무엇이 왜 승민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마음이 너무나 무거워왔다.


김미경: 승민아, 여기서 빨리 나가자. 그냥 합의금주고 빨리 나가자. 저 사람들도 잘못했으니까 별 문제 없을거야.

최승민: 미안해. 너한테 이런 꼴이나 보여주고.. 너한테 연락할지 몰랐어

김미경: 난 괜찮아.

 

승민은 형사앞에서 모든 진술과 그리고 합의금을 주고 풀러날 수있게 되었다. 그 모든 일들을 미경은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승민에 대해 생각했다. 왜 무슨 일로 승민이 이런 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왜 싸웠을까? 왜 그랬을까?  정말 많을 걸 묻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승민이 대답해줄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래야할 것 같았다.

 

김미경: 배고프지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고... 저녁이나 먹고 갈까?

 

경찰서를 나오니  벌써 저녁이 되어있었다.  조금씩 깜깜해지고 있었다. 승민의 얼굴에 난 상처도 마음에 걸렸다. 빨리 치료해줘야하는데...

 

김미경: 약국에 갔다올께.

최승민: 아니야. 집에 가면 구급약 있어.

김미경: 그럼 집으로 갈래

최승민: 같이 가줄래.

 

순간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말해야할지... 승민의 간절한 눈빛이 더욱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오늘 하루종일 안 좋은 일만 있었는데 친구로써 거절하기도 뭐했다.

 

김미경: 그럼 뭐 사들고 갈까? 너 배고프잖아.

최승민: 집에 먹을거 있을거야. 집에서 해먹자.

김미경: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해서 승민의 집에 가게 되었다.  자동차 안에서 미경은 이게 잘한 일인지 아님 괜히 간다고 해서 일이 더 커지지는 않을지 승민의 집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이게 아닌데.. 승민의 마음 받아줄 수 없으면 여기서 강하게 나가야하는데.. 근데 도저히 거절하지 못하겠다. 승민의 얼굴, 눈빛이 너무 슬펴보여서.. 오늘 만은 친구로써 옆에 있어줘야할 것 같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바보. 예전에 나라면 절대 이런 일은 없어겠지. 절대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거야. 싸가지 없이 거절했겠지.
승민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너무나 안쓰러워서 그 마음 받아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김미경: 미안해.

 

작은 목소리로 떨리는 목소리로 미경은 미안해라는 말을 했다. 그 순간 그 말을 안할 수가 없었다. 승민이 너무 아파보여서... 너무 슬펴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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