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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노자이야기2

렌시오약사님 |2003.05.22 00:57
조회 76 |추천 0


광노자 이야기3

남으로 남으로 도망 가다가
기진맥진한 발걸음을 잠시 쉬고 있는데

광로는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아버지였다.
금부 관원의 호송을 받으며 소달구지 속에 갇혀 있는 사람은 분명
아버지 분 이었던 것이다.

"아......"
광로의 입에서 비통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랬었구나......

기어이 귀양을 가시는구나.
아버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는 산발하고 옷은 남루하여 불과 몇 달 전의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비통한 마음에 가슴이 미어져
진물러 터진 눈 속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광로는 행렬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관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멀찌기 뒤떨어져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사흘을 더 가고서야

아버지가 전라도 승주땅 낙안에 위리안치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낙안땅에 위리안치된 분은
살아서는 이곳을 나가지 못 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이 어린 주상은 이미 아무런 힘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가련한 신세였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살기로 했다면 살수도 있었다.

그러나 분은 그 길을 갈 수가 없었다.
다만.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 게 있었다.

광로 였다.
진주 정문의 불추종사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광로한테 달려 있었다.
바로 몇 달 전에 오늘 이러한 일이 올 줄 미리 알고

집을 내 보낸 게 그나마 다행이고 남은 희망이었다.
어떻게든 어디서든 살아 남아서 가문을 이어가야 한다.

분은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분은 항상 조상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다.

하루는 함께 있던 종자에게 밥 한 그릇을
새로 지어내라고 하였다.

때가 되었음을 알았던 것이다.
정성스럽게 제사를 지내고 나니

금부도사가 사약을 가지고
도착하였다.

분은 대궐을 향하여 사배하고
그리고....
..........

사약을 마셨다.

..........................................................................................................................
4편에 계속

광노자 이야기4

낙안 근방을 떠나지 않고 걸식으로
근근히 목숨을 부지해온 광로는

몸은 비록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정신은 더욱 또렸해서

한시도 낙안 읍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읍성 안에서 흘러나온 소문에도

귀를 곤두세우고 엿듣곤 하였다.
아직까지는 아버지께서 무탈 하시다는 소식도 알 수 있었다.

광로는 가끔 자기가 도망 다닌다는 사실도 잊고
아버지의 안위가 더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어느 날.
광로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한양에서 압송되어온 죄인이 지금 사약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죄인의 자식이라는 생각도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죽을힘을 다해서 성안으로 뛰어 들었다.

아버지는 방금 사약을 마신 듯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넘어지는 아버지 앞으로 달려들어

아버지를 붙잡으며
광로는 통곡을 하였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광로의 눈에서 피눈물이 쏟아졌다.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비구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관원들은 갑자기 쏟아진 비를 피하려고 잠시
관아 처마 밑으로 흩어졌다.

광로의 통곡은 계속 되었다.
................
................

독한 부자탕을 마신 분은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 얼핏
누군가를 보았다.

핏줄의 직감이 떨림처럼 다가왔다.
광로였다.

그는 광로였다.
광로라니......

아니 광로라니........
반가웠다.

그동안 너무나 아들이 보고 싶었다.
차마 부인 앞에서는 눈물을 보일 수 없었으나

가슴이 아리도록 그립고 보고 싶었던 것이다.
집을 내 보내고 나서 아들이 어디서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고
뜬눈으로 지샌 밤이 몇 날인지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가는 길에 아들을 보다니
하늘의 보살핌이요.

조상님 음덕이 아니고는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분은 아들을 쳐다보았다.

눈물이 범벅된 광로도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마주보는 두 눈 사이에 말없이

그리움과 서러움이 오고갔다.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는데
분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이 얘가 여기 있어서는 안된다.
여기 있어서는 안될 아이였던 것이다.

내 아들이어서는 안된다.
"내 아이가 아니야

너는 내 아들이 아니야"
속으로 울부짖으며

힘없는 손을 들어
멀리 가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분은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소리를 질럿다.
"미친 종놈아...
미친 종놈아...
어서 가거라......

모름지기 멀리 멀리 어서 가거라...... "

狂奴 狂奴 須去須去
遂隱遯于長興 變名以光露
蓋出於存祀之意也.
.................
................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리고 숨이 졌다.

관원들은 이 느닷없는 일에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비가 오니까 제 정신이 아닌 어떤 미친 거지가 뛰어들어
곡을 했거니 했던 겄이다.

그리고는 멀찍이 쫓아내 버렸다.
.....................................................................................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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