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과 비범
Brothers Four 가 Seven daffodils 라고 나직하게 노래를 마치자, 온 세계가 딱 멈추어 버린 오후입니다. 기억할만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바람마저도 제자리에서 졸고 있습니다. 비월이는 마장의 한 귀퉁이에서 선채로 졸고 있고, 복실이도 네발을 길게 뻗고 잠들어 있습니다. 머리 속도 텅 비어버린 느낌이고, 몸속의 어떤 것, 시간이랄까, 생명이랄까, 영혼의 일부 같은 것이. 쑥 빠져나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5밀리미터 두께의 피부만 빼고 나면 몸속은 그저 담배연기만 가득할 것 같습니다.
몇 시간만인가 진공의 정적을 조금씩 흔들며, 도로롱 거리는 오토바이 소리가 다가옵니다. 슬며시 테라스에 나가보니 우체부 아저씨의 빨간 오토바이입니다. 조그맣게 점으로 다가와 멈추지 않고, 그대로 굽어진 오솔길을 따라 빨간 점으로 사라집니다. 발아래 조그만 논의 옅은 물가에는 올챙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따듯한 햇살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렇게도 완벽하게 하릴없으니 하품 하나를 크게 깨물고는 상념에 잠겨 듭니다. 대개 사람의 일상은 그 사람에게 깊은 영향을 줍니다. 농부의 손끝에 생기는 굳은 살 같은 것이 아니라, 생활의 일정한 틀에 맞추어 영혼을 재생산하는 정도입니다. 가장 신뢰할 수 없는 감각기관인 시각을 통하여, ‘한 눈에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 라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과장된 오해와 답습된 형태들입니다.
그런고로 자기 PR시대라고 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때로 옳은 말도 거짓이 될 수가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진실의 무게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입니다. 확실히 자신이 자신을 알리는 일은 상품광고와는 다릅니다. 정확하게 자신의 존재와 무게를 알리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딸기를 고르듯 할 수없이 포장된 모습으로 상대방을 받아들인 모든 사람들로부터 쓸데없이 욕을 먹는 일이 될 것입니다. 100명에게 오해를 주었다면, 곧 100명의 입이 뒤돌아 상처를 주게 될 것입니다.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 늘 그 사람이라고 하는 느낌. 중요한 것은 그런 사소한 굳건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컨대 인상여 장군처럼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되어, 단아하고 독특한 내부의 향기가 저절로 드러나야 하는데, 나는 송곳! 이라고 PR을 한다던가, 날카로운 송곳을 들고 받아들이라고 위협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기를 품어보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솔직함만으로도 상당한 호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 만남에서 사업가들은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면서, 상당히 유력한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많이 있는가를 은근히 과시합니다. 잘 차려입은 매무시부터 자신의 인상을 상대방에게 각인하려는 의도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도나 선을 행하는 사람들은, 주변을 사로잡고 도와 선을 열강하려 합니다. 그러면 주변인들은 피곤해집니다. 사업가는 기회를 노리고, 도인은 도를 팔아 밥을 사려는 느낌으로, 밀착되어 오는 거리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예술가들은 대체로 특이한 외모와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분명히 어느 부분에서 비범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 특별한 예술가를 100명 정도 모아놓는다면 어떨까요? 수염이 길고, 머리카락은 포니테일, 독특한 복장과 기이한 언행들. 분명히 그중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가장 특별한 사람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절대 평면이라면, 조금 튀어 나온 것이나 조금 오목하게 들어간 것이나 눈에 띄는 것은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결국 진실로 비범한 사람이라면 정신세계는 높이 고양되어 있고, 일상생활은 평범에 머물러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비범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실망은 바로 그 반대의 경우 때문입니다. 사업가처럼, 예술가처럼, 도인처럼 보이도록 외모나 일상을 잔뜩 고양시켜놓고, 내부적으로 들어가면 그저 조금 특이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이 씁쓸하게 마음을 돌리게 하는 것입니다.
첫인상이 비범해 보이지는 않지만 어쩐지 가볍게 여겨지지 않은 사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알아가다 보니, 조금씩 그 무한한 정신세계와 높은 이상에 빠져들게 하는 사람. 독특한 자기만의 정신세계를 지니고 매일 꾸준하게 책과 더불어 정진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너그러운 미소를 지닌 포용력 있는 사람. 매력은 그런 식으로 조금씩 상대방이 스스로 찾도록 문을 비스듬히 열어두는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특별하지 않아서 더더욱 특별한 사람. 결국은 언제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스스로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 사업가나, 정치인, 도인, 예술가처럼 보이지 않고 늘 맑은 성품으로 주변사람들과 잘 호흡하는 그런 특별한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진정으로 비범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게으른 사람인데다, 아무런 일도 않고 침잠하여 있으니 주변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작은 티끌도 보이고, 큰 오해도 보입니다. 다들 자신의 입장에서 피아를 구별하고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큰 해를 입힐 사람에게 우정을 나누고, 눈앞에 보이는 유혹에 부질없는 사랑도 만듭니다. 조만간 뭔가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뭔가 후회할 일이 없다고 해도, 길고 긴 인생의 여정이 퍽이나 피곤할 것이 분명합니다.
늘 남들을 보며 나를 깨우칩니다. 오래전 테헤란로의 시절에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시류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적당히 사회라는 시스템에 맞추어져 세상을 얕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과장된 행동과 어리석은 흠집들로 외줄을 타 듯이 살았겠지요. 소름 끼치는 일은, 본인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더 무서운 일은, 그렇게도 비울 줄 모르는 자들, 삶을 모르는 자들이 모여 뭔가를 도모했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시류가 바뀌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바라는 것은, 이렇듯 남의 티를 보듯이 나 자신의 티끌을 잘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남처럼 나 자신을 조금 떨어져서 판단하고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게 되는 그런 지속적인 자기성찰입니다. 은둔하여 있지만, 언젠가는 세상과도 호흡할 수 있겠지요. 그전에 이런 것들이 모두 나 자신의 눈에 보여, 비록 근본적인 성품 때문에 많이 고치지지는 못한다고 하여도, 어느 정도 부끄럽지 않은 제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전에 사회와 엮인다면 결과는 또 참담할 것이 분명합니다.
복실이는 앞발에 코를 묻고 있다가 가늘게 눈을 뜨고 허수아비처럼 서있는 주인을 한 번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오수에 빠져 버립니다. 엷게 공기를 흔들며 창가에 이름모를 새가 한 마리 날아와 지저귑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안을 들여다보다가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없다고 느꼈는지, 포로롱! 숲 쪽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숲에서 기다리는 동료들에게 ‘빈집이야.’ 라고 이야기 할 지도 모릅니다. 다시 귀에서 이명이 들릴 정도로 깊은 적막입니다.
들녘의 고요한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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