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을 사또가 늘 부인한테 쥐어지냈다. 요즘으로 치면 공처가다. 하루는 아침부터 아내한테 몹시 혼이 난 뒤에 감영에 나온지라 여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내한테 쥐어 지내는 것이 자기뿐인 듯해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는 갑자기 사령들을 불러들였다.
"자네들 가운데 엄처 시하가 있으면 왼쪽으로 서고, 그렇지 않으면 오른쪽으로 서라."
공처가를 엄처 시하라고도 한다. 사령들은 사또의 말이 떨어지지마자 우르르 왼쪽으로 가서 섰다. 다들 공처가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만이 오른쪽으로 가서 섰다.
" 오, 그대는 엄처 시하가 아니라 당당한 대장부인가?"
"그게 아니라, 제 아내가 이르기를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라고 해서....."
그는 더 지독한 공처가였다.
옛 이야기이다. 옛사람들도 공처가가 많았던 모양이다. 하기야 사람사는곳에 공처가가 없을까마는 우리친구들 중에 본인은 아니라 우기지만 누가 봐도 전형적인 공처가들 많다. 이런 공처가 현상은 결혼생활 십여년이 넘어가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그 정도의 결혼생활이면 모든 가정의 권력이 부인들에게 옮겨 가는 모습이 어느 가정이나 보편적이 아닌가 한다.
나 역시 공처가가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아내의 요즘 당당한 모습을 보면 아내의 기를 꺽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를 꺽기위해 말이라도 좀 할라치면 눈을 치껴뜨는 싸늘함을 보면 내가 오히려 기가 질리니 얼른 꼬리를 내려 버린다. 싸움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지 마누라가 무서워서가 아니라는 되지도 않는 변명을 마음속으로 하면서.....
여자가 나이가 들어가니 여우라도 꼬리 셋 달린 백여우가 되어서 남편앞에서 마음놓고 둔갑을 부린다.
그런 여우같은 우리 마누라 한테 나는 이자를 받아 챙기는 묘한 즐거움을 누린다.
한번은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여 어디 돈 좀 돌릴수 없나 하고 나한테 넌짖 싸인을 보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내 모아둔 비자금을 마누라 빌려주고 이자 받아먹자. 내가 생각해도 천재적인 굳 아이디어였고 이자로 받은 돈은 즐거운 내 또 다른 용돈이 되려니 하는 생각에.....
"얼마나?"
"한 육백만원?"
"알았어, 내 함 알아보지"
내 비자금은 칠백만원이 있다. 만약을 위해서 수년간 모은 돈이다.
나는 내 비자금 중에서 육백만원을 은행에서 찾아 친구 마눌과 질서 정연한 입맞춤을 하고 마누라에게 줬다.
이자는 이부 이자로 하기로 하고 친구 부인에게 이야기 하니 마침 동네에 여윳돈이 있어서 빌렸다 하는 사전 준비된 말맞춤을 하여, 지금 일곱달째 잘도 이자 받아 먹는다.
가외로 용돈이 한달 마다 십사 만원이나 곶감 빼 먹듯 여우같은 마누라로 부터 받아 챙기니 이 즐거움을 누구에게 이야기하랴.....
세상에서 마누라 한테 이자 받아먹는 남편은 나 말고 또 있을까.
설마 이방님들이야 모두가 점잖은 분들이니 고자질 하지 않을것을 알기 때문에 내 비밀을 오늘 털어 놓는다.
마누라가 나를 쥐어짜면 나는 원금 갚으라는 전화 왔더라하며 은근 협박하기도 하는 즐거움도 있다.
소리 없이 왔던 봄이 소리 없이 가며 마지막인가 싶은 봄비를 뿌리고 있다.
오늘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텃밭에서 뽑은 부추로 부침게를 부쳐 마누라가 노릇노릇 잘도 굽어내어 온다. 소주 한잔이 맛이있다.
이달 이자는 받지 말까?
그래도 남편이라고 부침게 굽어내는 모습이 이뻐서이다.
03, 05, 25
푸 른 바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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