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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신발 잃어버린 기막힌 사연 ㅠㅠ

가출한 곰 |2007.06.15 11:24
조회 256 |추천 0

사실 기억하고 싶진 않지만 제 주위사람들이 저의 신발분실 사연에 대박 즐거움을 느끼셔서

여러분들 이게 웃긴지...한 번 들어보세요.ㅠㅠ

 

지난 봄, 3월쯤의 일 입니다.

몇개월을 맘에드는 플랫슈즈를 찾다가

고심끝에 두타에서 9만원정도의 남색 플랫슈즈를 샀어요. 이거 저한테 거금이예요.

 

그리고 세번째 신은 날

청바지에 베이지 바바리에 코디를 하고 흐린 날 출근을 했습니다.

저희 사무실은 대부분 슬리퍼를 신고 있어요, 전 삼선 슬리퍼. 근데 벗어놓은 신발을 그냥 책상

아래에 두면 어수선한 제 발놀림때문에 서랍밑으로 들어가버려서 퇴근할때마다 쪼꾸리고 앉아

책상밑에서 신발을 찾아야 한답니다.

그 이유로 전 책상옆에 발에 채이지 않는 폐지 수거함에 신발을 놓아두었어요. (참고로 폐지 수거함은 A3박스)

몇번 회사 대리가 신발 버리는 거야? 이런 시덥지않은 농담을 침묵으로 일관한 벌을 받은걸까요?

 

건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 폐지 좀 수거해주세요라고 전날 부탁을 드렸더니 아주머니가 그날 오셨어요. 직원들이 각자 자리에 있는 수거함을 드리면 아주머니가 담아가시죠.

전 그날 수거함에 종이가 별로 없었는데 그래도 오셨을때 비우려고 별 생각없이 아주머니에게 수거함을 드리고 나중에 일을 보다가 빈 수거함을 받아서 다시 책상밑에 두었죠.

생각도 못했어요. 거기에 신발을 놓아두었다는걸.. ㅠㅠ

지나고 보니 신발위에 폐지 한두장이 있었어요. 그래서 못본거죠.

 

퇴근시간이 되어 신발을 갈아 신으려고 고개를 숙인 순간 텅텅빈 수거함. ㅠㅠ

바로 생각난 것은 아주머니가 오늘 비가 오니까 그 폐지를 바로 처리하지 않으셨기를 바라며 아주머니 전화번호를 찾았습니다.

그 후부터 제가 한 행동은

- 아주머니 전화번호를 찾았다

- 전화번호 없다

- 한달에 한번 청소비 이체해주는 계좌번호만 있다

 - 몇달전 인수인계 해주고 퇴사한 언니한테 전화를 건다

- 그 언니도 모른다, 회장님께 여쭤보라 한다 (청소아주머니는 회장님이 구하셨음.)

- 회장님께 전화걸어 물어본다

- 회장님도 모르신다

- 옆건물도 청소하시니 옆건물 가서 알아봐라 하신다

- 옆건물 간다

- 전부 임대사무실이라 딱히 관리실이 없어, 지나가는 한 사람을 붙잡아 물어본다

- 그 사람도 모른다

- 사무실로 돌아 온다

- 지갑에 삼백원과 만원짜리 두장 있다

- 일단 슬리퍼를 신고 퇴근하는 건 피할 수 없게 됐다 (회사는 양재동, 우리집은 외대앞-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양재동에 회사가 많아 퇴근시간에 사람 겁내 많음.)

- 길방향이 비슷한 과장에게 부탁해 차로 집까지 바래다 달라 한다

- 과장이 승락한다

- 다행이다

- 그러나 과장이 중간에 일이 생겨서 집까진 못가고 중간에 내려주겠다 한다

- 내려준 곳은 사람 버글버글한 혜.화.동.

- 그날 옷이라도 잠바에 헐렁한 청바지였으면 슬리퍼가 돋보이지는 않았을텐데, 웬 바바리...ㅠㅠ

- 일단 혜화동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까지 잽싸게 갔다

- 다행히 버스가 바로 왔다. 그 버스는 우리집 거의 코앞까지 간다

- 사람들이 힐끗 힐끗 쳐다보는걸 무시하고 잽싸게 버스에 오른다

- 지갑을 카드단말기에 갖다댄다

- 아무소리 안난다

- 다시 댄다

- 또 아무소리 안난다

- 아뿔싸.. 내 교통카드는 CJ KB신용카드 겸용.

- 어제 동생이 빕스 간다고 빌려갔다

- 지갑엔 만원짜리 두장 그리고 삼백원. ㅠㅠ

- 아저씨 저 담정류장에서 내릴께요.ㅠㅠ

- 왜요? 교통카드 없어요?

-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 네, 집에 놓고 왔어요. ㅜㅜ;; 혹시 만원짜리 거스를 돈 있어요?

- 그렇게는 없어요

- 담 정류장에서 내릴께요. ㅠㅠ

- 집이 어디예요?

- 거의 종점요

- 그냥 타요

- 정말요? 감사합니다~~!! 삼백원 있는데 그거라도 낼까요?

- 아뇨. 나중에 맞춰볼때 돈 안맞음 나만 박살나요

- 아,네,감사합니다.

- 뒤를 돌아본다

- 사람들 시선이 나에게 다 꽂혀있다

- 사람들 적지 않다

- 고개를 떨구고 냉큼 맨 뒤로 간다

- 다행히 자리가 있다

- 구석에 냉큼 앉아 옆사람이 볼까봐 발을 의자 뒤로 넣고 30분쯤 걸려 집에 온다

- 다리 마비 될뻔했다

- 집에 오자 맥이 쫙 풀린다

- 그제야 신발 잃어버린 아까운 마음과 못찾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다음날.

- 날씨 갬

- 오전 내내 회사 창문에 매달려 청소 아주머니 지나가기만 기다린다

- 그 아주머니는 이 동네 사무실이나 건물 청소를 주업으로 하시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신다

- 별로 사람도 안 지나가고 청소부 아저씨가 리어카에 건물앞 쓰레기 봉지를 수거해서 골목 앞에 옮겨놓으시는 걸 구경한다

- 우리 건물앞엔 100리터짜리 쓰레기 세봉지 있었다

- 안되겠다 싶어 가지고 있는 계좌번호로 알아보려고 은행에 전화한다

- 은행언니는 고객정보 보호때문에 나에게 직접 가르쳐 줄순 없지만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서 허락을 받을순 있다 한다

- 정말 천사다

- 근데 무슨일이냐고 묻길래 청소하시는 분이 회사에 중요한 물건을 버려서 그렇다고 둘러댔다

- 몇분후 은행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 전화연결은 됐는데 전화받으신 분이 남자분인데 가는 귀가 먹으셔서 제대로 통화가 안되고 나중에 아주머니가 받았는데 그분도 모라 하시는 지 모르지만 연락처를 알려주는 건 허락하셨단다

- 급하게 받아적고 전화를 건다

- 역시 가는 귀 잡수신 아저씨가 받는다

- 역시 내 말을 못알아듣고 아저씨 말도 내가 못알아 듣겠다

- 마음이 급해진다... 아주머니가 바꿔 받는다

- 아주머니 어제 저희 폐지 수거하신거 어딨어요? 거기에 제 신발 있었어요

- 전화 연결이 되자 난 희망을 봤다. 잠깐이지만...ㅠㅜ

- 역시 좀 가는 귀 잡쑤신 아주머니는 목청 껏 띄엄띄엄 답답하게 대답하신다

- 어..그.. 어.. 신발이. 있더라고... 보니까 새신발 같은데... 그거 내가 신을 수도 없겠고 (남색 에나멜 플랫슈즈. 사이즈 225. 아주머니가 어떻게 신겠어요.ㅠㅠ)...그래서 ... 쓰레기봉지. 거기에...버렸어.. 거기...건물...아, 신발이 있더라고...거기 건물앞에...

- 거기까지 듣고 저절로 신경질 적인 목소리로..

- 아주머니, 신발이 보이면 말씀을 해주셔야죠!!!

- 아.니......신발이 있길래....건물 앞에 쓰레기 봉지에...버렸지.

- 아, 알았어요.

- 아까 청소부 아저씨가 우리 쓰레기 봉지 수거해가셨다. 난 어제의 그 슬리퍼를 신고 잽싸게 나갔다.

- 골목엔 사무실도 있고 빌라도 있어서 쓰레기가 이미 작은 산을 이루었지만 난 용기를 냈다

- 다른 여직원에게 고무장갑을 가지고 나와달라고 부탁했다

- 그리고 쪽팔림을 무릎쓰고 (이미 전날 삼선 슬리퍼 신고 퇴근했지만) 봉지를 뒤지려고 하는 찰나

- 쓰레기 수거차가 왔다. ㅠㅠㅠ

- 아가씨, 뭐 잃어버렸어?

- 네? 네! 신발이요.

- 어디 건물이야?

- 저기요

- 우린 쓰레기 봉지만 보면 알아. 저 건물은 종이가 많아서 봉지가 가벼워

- 아저씨가 짚으신 세 봉지가 맞는듯했다

- 다른 쓰레기 봉지는 차에 그냥 실어서 압착해서 밀어넣고 우리 쓰레기만 뜯어보았다

- 없다!!!!!ㅠㅠㅠㅠ

- 아가씨 돈벌어서 새로 사~~~

- 자신의 용무가 급한 아저씨 세분은 그렇게 나에게서 떠나갔다

- 왠지, 찾을 수 있었는데 못찾은 신발이 억수로 아쉬웠다

- 그래서 다시 아주머니에게 확인차 전화를 했다

- ㅠㅠㅠㅠ

- 아주머니 신발 봉지에 없던데요?

- 아.....그 봉지.....거기 맞은 편 회사......

- 허걱..거기에 버리셨어요???!!!!!

- 아니, 거기 맞은 편 건물....회사 이름이....정보....머 무슨..정보....

- 암튼 거기요. 뭐요?

- 거기 회사....정보 무슨 회사....거기 옆에....(ㅠㅠ;;)....무슨 빌라....머더라...**빌라...&&**빌라 거기 봉지에 버렸어....

- ㅠㅠ

- 애초에 작은 가정용 봉지는 찾아보지도 않았다

- 조금만 아주머니가 정확히 얘기를 해주셨어도. 진작에. 아까 통화했을 때. 거기 빌라 쓰레기 봉지에 버렸다고 말씀만 해줬어도 난 신발을 찾을 수 있었던 거였다.

 

 

- 버스 기사 아저시 : 그냥 타요

- 청소 아주머니 : 내가 신을수 없어 버렸다

- 쓰레기 수거 아저씨 : 아가씨 돈벌어서 신발 그냥 사

 

 

이들의 비수같은 말은 몇개월 날 괴롭혔다.

아직도 청소 아주머니를 보면 신발때문에 괴롭다.

그러나 많이 나아졌다. 안보면....

그 후 난 만원짜리 인터넷에서 파는 만원짜리 신발을 두 켤레, 삼만원짜리 이대 길에서 한 켤레, 나이키에서 운동화 한 켤레, 삼선 슬리퍼 한 켤레 를 질렀다.

이건 그 사건 후유증이다.

그때 퇴근할 때 신었던 슬리퍼는 오래 된거라 등부분이 양쪽 다 어느정도 찢어져 있었다.

 

왜 하필 신발을 거기다 뒀고

왜 하필 별로 없는 수거함을 비웠고

왜 하필 아주머니 연락처도 없었고

왜 하필 아주머니는 엄한 곳에다 우리 쓰레기를 버렸고

왜 하필 동생 카드 빌려준 걸 까먹었고

왜 하필 .... ㅠㅠ

 

아무튼 그 일은 나만 빼놓고 나머지 주윗사람들에겐 웃음거리였다. 입소문이 퍼져 한동안 신발 일어버렸다며? 어쩌다가? 를 지치게 들었다. 난 그들이 즐거워하여 그때마다 이 긴 사연을 흥분하여 얘기해 주었다.

아는 언니 왈 "누가 신발 잃어버려서 그런 줄 알았겠어. 퇴근길에 사람들이... 아마, 신발 갈아신고 나온 걸 까먹고 그냥 퇴근한 줄 알았겠지."...... 이 말이 최고 상처였다. 정말 사람들은 날 그렇게 봤겠구나. 비오는 날 정신나간 광녀로...ㅠㅠ

 

그날 내 퇴근길을 거들어준 슬리퍼.... 사진 입니다.

여러분도 웃기기만 한가요? 혹시 같이 가슴아파 해주실 분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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