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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투데이.. 36

송수민 |2003.06.10 01:05
조회 143 |추천 0


주민은 다시 걸려온 준의 전화를 받고 갸웃하다가..
전화기를 끊은 뒤.
현주의 가방과 전화기를 작은 쇼핑백에 담기 시작했다.

 

[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내일쯤.. 현주 가방과 전화기를 집에 가져다 줬으면 해서요.. 그래서 그런데..현주 집 전화번호도 알려 주시면 하구요. ]

 

주민은 준과의 통화내용을 생각하다가 직감적으로 흐르는 예감에 빙그레 웃었다.
그리곤 바로 시각을 확인하고 방을 나갔다.

 

 

*

 

"자."

준은 벤치 뒤편에 두었던 쇼핑백을 벤치 옆으로 앉은 사이로 꺼냈다.

"고마워요, 이렇게 해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고마워? 정말? 그럼.. 밥 사라."

현주는 준이 팽그르 웃는 장난끼 가득한 표정을 보며 미소지었다.

"이제 몸은 괜찮은거야?"

"네."

"엄살폈던 사람처럼 말짱한 거 있죠?"

"그래? 걱정 많이들 하셨겠다. 부모님들께서."

현주는 대답대신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화이팅 하라고 유람선 탔던게 잘 못되었던가..하고 공연히 내가 찔끔 하더라."

"아닌 거 알죠? 있다가 학교 가서 교수님 뵐거에요."

"대회 나가려구?"

"그럼요. 당연하죠. 얼만나 열심히 했는데.. 포기 못하죠."

현주의 자신있는 표정을 보자, 준은 맘 한편으로 걱정했던 부분이 말끔하게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럼, 오빠가 학교 데려다 줄게. 시간 정해진거야?"

"아뇨."

"그럼, 들어가서 준비하고 나와.. 여기서 기다릴게."

"음.. 그래줄래요? 뻔순이처럼 부탁할게요, 그럼."

"한번에 오케이 하니깐, 내가 훨씬 기분이 좋다."

"그럼 들어가서 금방 옷만 갈아입고 나올게요."

"어."

현주가 쇼핑백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보이는 아파트 현관 출입문 쪽으로 들어갔다.

준은 몸을 뒤로하며 한껏 기지개를 펴면서 벤치 의자의 등받이 부분으로 양팔을 벌렸다.


 

*

 

".........."

"모르셨군요."

"네에.. 뭐, 다행이네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주민은 교수실 문 밖으로 나오며 민을 배웅했다.

 

 

*

 

민은 예대 건물 밖으로 나오며 씁쓸해졌다.

 

[형, 미안해. 갔다와서 말해줄게.]

어제 밤.
급하게 나갔던 준이가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가....

민은 손에 들린 비디오 cd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뭐하느냐고, 전화도 안 받고 집에만 있는 거야? "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을 보자, 민혁은 누웠던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우며 앉았다.

"어....왔니?"

민혁은 어색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를 끌어와 침대 옆으로 앉는 민을 보았다.

"날이 더우니깐 그런지. 어디 다니는 것도 귀찮고, 싫어지네."

민은 민혁의 그런 대답이 그냥 하는 핑계쯤의 소리로 들리자 피식 피식 웃었다.

"왜...에?"

민혁은 민이의 그런 표정에 머뭇해했다.

"너..지금 그 말.. 내가 해야하는 소린데 니가 해버린 것 같아서."

"넌, 또 뭐가 그런데?"

"백짓장 차이라고나 할까? 뒤집고 보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애."

"뭐라고 떠드는 거야, 알아듣게 말해 임마."

"됐다."

민의 알 수 없는 넋두리 같은 말이 민혁에게 오늘만큼은 그냥 흘려져 버렸다.

"야, 나가자."

"어디?"

"두 청춘이 이렇게 있으니깐, 그냥 답답해진다.. 더."

"너도 답답해 질 때가 있어?"

"농담하냐? 난 사람 아냐?"

"난 정민이 사람 아닌 줄 알았지."

"이 자식이..정말 더위 먹었나 보네?"

민이 쓰러지듯 하면서 민혁에게 장난쳤다.

그렇게 둘은 침대 위를 뒹구르며 지금껏 각자의 머릿속에서 얽히고 얽혔던 생각의 고리를 잠시 잊는 듯했다.

 

 

 

*

 

"니 말대로 나오긴 했는데, 어딜 가지?"

"글세... 갈 데가 이렇게 없는 거야, 우리?"

둘은 서로를 마주보면서 웃었다.

 

"어? 저기 채현이 아냐?"

민혁은 민의 말에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다.

"그러네.."

민혁은 속도를 늦추며 채현이가 걸어오고 있는 방향으로 차를 움직였다.

 

"여 - 이 이채현!"

채현은 바로 옆으로 붙은 차쪽으로 고개를 올렸다.

"오빠!"

"그렇게 반갑냐?"

"그래, 민이오빠가 너무 너무 반갑다~ "

채현은 민혁의 익살스런 말투에 입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두 사람 어디 가는 길이었어? "

"아니. 답답해서 나오긴 했는데 갈곳이 없네..으이구."

"음.. 집에 들어가서 시원한 거라도 마실래?"

민은 채현의 말에 의양을 묻는 시선을 민에게 보냈다.

 

 

*

 

"언젠 의대생 티내면서 바쁜척들 하시더니.. 어이구.. 샘통이다 !"

채현이가 음료수와 과일들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민이오빤 우리집 첨이죠?"

"어, 그렇지."

"마셔요, 오빠."

채현이가 민의 앞으로 음료잔을 건네주었다.

"참.. 갔다왔니? 현주한테?"

민이 한 모금의 쥬스를 마시더니 채현에게 물었다.

"현주요? 네. 어제 오빠랑 헤어지고 만났어요."

"둘이 어제 만났드랬어?"

가만히 있던 민혁이 지나칠 듯 한 물음을 둘에게 했다.

"어. 어제 아침에 학교에서 예고 없는 만남을 가졌었지. 그쵸, 오빠?"

"응."

채현의 재미난 표현의 말투가 민을 웃게 만들었다.

"그래, 둘이 비밀 만들어라~ "

민혁이 살짝 삐친 척을 하다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근데, 현주 만난 건 왜요, 오빠?"

"어.. 그럼, 채현이 너도 몰랐던 거네? .. 현주 어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퇴원해서 지금 집에 있다고 하더라."

"네에?"

"뭐어?"

채현과 민혁은 거의 동시에 놀란 탄성의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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