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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오후의 기차여행

독립녀 |2003.06.11 15:27
조회 1,301 |추천 0

오늘은 비가 오네요.

 

비 오는날엔 이다지도 기차가 타고싶어지니 이것도 병이지 싶습니다. ^-^

 

 

 

축축한 그 냄새와 

 

통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저벅저벅 물기 머금은 발걸음 소리...

 

창을 때리는 빗줄기...

 

그렇게 빗속을 달리는 기차.

 

 

 

 

제게는 아직까지도

 

비오는 날이면 기차역으로 달음박질 치고싶게 만드는

 

그리운.. 그런 기차여행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둘기호라는 이름의 그 기차.

 

이름과는 달리 늙수그레한 할아버지 같이 생긴 그 기차 말입니다.

 

 

 

친구를 만나러 내려간 경상남도에서 이 기차를 처음 탔었지요.

 

보따리 보따리 한짐씩 안고 타시는 할머니들과

 

중절모의 할아버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기차.

 

 

누군가가 손을 흔들고 서 있으면 세우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금 가다가 서고 조금 가다가 서고...

 

이렇게 가다가 도착이나 하려나

 

걱정까지 되던 기차.

 

 

 

처음에는

 

사투리로 시끌벅적 한 기차안과

 

조금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세차게 쏟아붓는 비 때문에

 

저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가는 곳에 대한 생소함과 불안까지 겹쳐서

 

배웅나온다던 친구를 기다릴껄 하는 후회로 마음이 복잡했었지요

 

 

 

건너편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께서 말을 걸어 주시기 전까진

 

그 자리가 그렇게 불편했더랬습니다.

 

 

"학상 어디까지 가능교"

 

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옆자리 아주머니,통로 반대편에서 졸고 계시던 할아버지

 

내 자리 뒷편 약주 한잔 하신 아저씨까지 서서 거드시는 바람에

 

한바탕 반상회 자리가 되버렸습니다.

 

 

쏟아지는 사투리들에 넋이 나간 나를 보고

 

"야가 서울 촌놈이네 서울촌놈"

 

껄껄 웃으시며 한마디 한마디 타박끝에 설명 해주시던 할아버지는

 

아직도 웃음이 납니다.

 

 

 

40분가량을 기차를 타고 가면서

 

누구네가 목욕탕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얘기며

 

올핸 삼천포항에 고깃배가 줄었다는 얘기까지..

 

처음에 말을 걸었던건 저한테이셨던 듯 한데

 

제 얘기는 온데간데 없고

 

그 동네 이장을 할 수도 있을것 같이 제가 동네 사정에 밝아져 버렸더랍니다.

 

 

 

얘기하면 여기저기서 거드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보따리 보따리에서 나와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음식들도 늘어나

 

결국에는 역무원 아저씨까지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었더랬지요.

 

 

 

작은 간이역에서 한분씩 내리실때 마다

 

"다음에 봅세"

 

정겨운 인사가 따라 내리고 

 

줄어드는 사람들의 자리가 나까지도 서운했던

 

그 비오던 날의 비둘기호가 제게는 있습니다.

 

 

 

하동역에서 내리는 제게

 

등뒤로 쏟아지는 "학상 잘가" 라는 인사에

 

마중나온 친구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던 기억까지...

 

 

 

 

지금도 그 곳에는 

 

까맣고 주름 많은 그분들이

 

시장에 내다 팔고 남은 푸성귀들을 한아름씩 안고 타고 계실까...

 

낯선 학생 하나 앉아있으면 무뚝뚝한 말투지만 살갑게 말을 걸어주실까..

 

 

 

 

 

 

비오는 날이면 

 

그 따뜻한 기차여행이 아련하게 그립습니다.

 

 

 

 

 

이곡은  Chelsia Chan 의 Graduation Tears 입니다.노총각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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