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뿌옇게 하늘을 덮은 침울한 공기속을 빗줄기는 유령처럼 스며든다.
이런 비를 오래 맞으면 뼈속까지 우울함이 스며든다.
이렇게 내 기분이 우울한 것은 "그것"때문이다.
전세값 안 올려줄테니 살고 싶을만큼 살라고 해 놓곤 갑자기 방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는 기분 ?
아니 거기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가전제품을 새로 장만해야 겠다고 하는 아내의 얼굴이 겹치고,
회사사정이 어렵워 월급도 못 나오는 처지를 말도 못하고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몇달을 버텼는데
출근을 했는데 내 자리가 없어진걸 발견한 그런 기분이 이럴까...
아니 이렇게 의사가 처방하는데로 치료만 잘 받으면 정상이 될 수 있다고 해놓곤
갑자기 더이상 치료가 곤란하니 병실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는 경우가 그럴까....
누군가 얘기한 "가족"이라는 절대반지만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런 처참한 기분은 안 들 것이다.
구두가 젖어간다. 여름구두를 신었더니 신발틈세로 빗물이 스며들어온게다.
그렇게 무작정 걷다가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왔다. 쨍쨍한 마누라 목소리....![]()
내일도 아니 일요일까지 이 비는 계속된다는 뉴스...
"그것"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니 할수 있는 방법이란 방법을 다 동원해도 "그것"을 영원히 중지시키지는 못 할 것이다.
뻔한 싸움을 가장 효과적으로 항쟁할 수 있는 싸움의 형태가 "배수의 진"이다.
그런 싸움의 결과는... 적도 죽고 나도 죽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놈의 나라는 지긋지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