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구글보다 무서운 주식 널렸다'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읽게 되었다.
먼저 미국 IT벤처의 신화 구글이 IPO 후,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올렸나 한 번 봤더니
상장 3년만에 이룩했다는 경이적인 수익률 '488%'.
어라?
488%?
0이 하나 빠진 게 아니고?
한 해 순이익만 3조, 만 5년만에 3000% 이상의 성장(순이익 기준),
순이익률만 30%를 상회하는 구글 정도의 기업이?
가만히 들여다보니 과거 3년부터 지금까지 구글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올렸다는
애플(Apple Computer), 엔비디아(nVidia) 같은 IT 스타주의 수익률 역시 약 600%였다.
물론 이 정도의 주가상승율이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만 하지만,
한국의 증시 투자자라면 뭔가 좀 미흡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증시시장을 죽 지켜 보면 1~2달 만에 상승폭이 1000%~2000%에 육박하는 종목도 종종 나오곤 한다.
과거의 새롬데이타나 플래닛82, 산성피앤씨 등.. 확실한 수익도 없이 뻥공시와 분위기 하나만 믿고
겁없이 오르는 종목도 허다하게 보다 보니 왠지 저 정도의 수익률로도 크게 느낌이
안 난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종목들이 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3년이란 긴 시간을 잡고 분석해봐도 한국의 nhn은 563%, 엠파스 490%.
업종은 다르지만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같은 경우 각각 1346%, 828%의 기록적인 주가상승율을
기록했다.
언뜻 떠오르는 기업만 해도 이 정돈데 아마 자세히 들어가면 최소 한국에 있는 몇 십개 이상의
기업이 구글 이상의 주가상승율을 기록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의 문맥을 찬찬히 짚다보니 "아! 얘네들은 뭔가 문화 자체가 다르구나!!" 를 느끼게 되었다.
한국기업의 주가상승율이 미국시장보다 높은 이유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번째, 선진국 시장과 신흥시장의 차이점.
일반적으로 신흥시장의 주가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선진국 시장보다 주가상승율 또한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구조적 이유(그만큼 하락폭도 크다). 이것은 동시기 코스피, 코스닥 지수의 상승율이 미국의 다우존스나 나스닥 지수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봐도 설명이 가능하다. 주가상승의 합리성과 다양한 변인을 차치하더라도 한국시장에 그만큼 돈이 몰린 건 사실이다.
두번째, 첫번째 이유의 연장선상에서 한국기업의 실적상승이 미국기업보다 월등하였다는 펀더멘털적 접근. 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기업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규모에 따른 자본승수효과와 약 10년 간 양국 간의 경제성장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 이상적으로 변동폭이 항상 컸던 한국시장의 증시특성 등을 고려해보면 결론적으로 팩트를 설명하는 완벽한 논거는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세번째, 일정 시점에서의 주가가 해당 기업의 주가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였는지 여부.
구글의 예를 들어 이미 투자자들에 의해 합의된 시장의 초기 가격부터 지금까지 구글의 기업가치를
계속해서 충실히 반영하였다면 따라서 상승폭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구글 IPO 당시의 뜨거운 분위기를 짐작하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논거다.
그러나 내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개별 국가 증시 참여주체의 투자패턴에서 비롯된 차이를 지적하고 싶다.
미국시장은 항상 차분하고 투자자들은 신중하고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에 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거기에도 당연히 투기와 비이성적인 투자는 존재한다).
아무리 기업의 미래에 꽃길이 펼쳐져 있고 미디어에 자주 노출이 되더라도 딱 정해진 만큼의 투자만 하는 미국시장. 우리나라와 달리 상/하한가 제도도 없어 이론적으론 오히려 더 높은 주가변동폭을 보여줘야할 미국시장에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적어도 구글같은 기업이 한국에 있었다면 몇 천 퍼센트의 주가상승을 뛰어넘어 이상과열현상까지 보였을텐데... 반대로 산성피앤씨나 플래닛82같은 기업들이 미국시장에 있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법률적인 제재나 상폐여부는 물론이고 애초에 그런 비정상적인 주가상승 따위가 있었을까?
테마에 몰려 우르르 몰리거나 '묻지마 투자'에 능숙한 한국 시장의 참여주체의 투자패턴이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대박을 치는 사람도 있지만 쪽박을 치는 사람이 더 많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나 불투명성은 물론이고 때로는 주주나 투자자에 의한 불법적인 행위도 빈번하게 자행된다.
그리고 이번에 집행유예로 석방된 정몽구 회장의 사례에서도 보 듯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번 현대자동차 불법 비자금 사건과 미국의 엔론 부정회계 사례를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 한국 증시 참여자들의 투자패턴이 많이 변화된 것은 사실이다.
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파생상품을 이용한 간접투자의 활성화,
헷지를 고려한 포트폴리오의 도입,
이성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행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단히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아직도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직접투자시장으로 들어가면 도박판, 투기판이고 높은 산에 급하게 올라가고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점이 나는 참 안타깝다. 그리고 과거 나의 투자행태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3년 488%라는 구글의 안정적인(?) 주가상승율에 대한 기사가
내게 주는 의미는 상당히 신선했다.